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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 시작, 의문의 복병
예선전 첫날의 게임을 손쉽게 끝냈다.
그것도 내 캐리로.
심지어 펜타킬까지 먹었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황.
그래도 일단 긴장의 끈을 놓치 않기 위해 세 판정도 더 팀랭크까지 돌렸다.
어찌된 일인지 오늘은 팀랭크도 깔끔하게 전승.
예선전은 물론 리뮤와 했던 칼폭풍 협곡도 이겼었으니 운수가 좋은 날이다
'후후, 내 펜타킬의 활약. 얼마나 소문났는지 봐볼까?'
오늘 저녁은 짜장면과 탕수육, 중국집의 A세트다.
내가 가능한 배달음식을 지양한다고는 해도, 잘 풀리는 날까지 저녁을 해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인간인 이상 귀찮을 수밖에 없기도 하고.
나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마치고 잉벤사이트에 들어갔다.
내 플레이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LCL예선 올마스터 AP마이 펜타킬!
제가 BJ올마스터 오랜 팬이라 이번 LCL경기도 실시간 관전으로 봤습니다.
첫 번째는 스무스~ 한 승리여서 솔직히 양학느낌?ㅋ
재미없엇는데 두 번째 경기는ㅋㅋㅋ 양학을 지대로 하더라구요.
아래에 펜타킬 영상 유튜부로 올려뒀으니 한 번씩들 봐보세요ㅎㅎ
-양학 펜타킬은 개나 소나 하는 거 아님?ㅋㅋ 러이갓도 하는데.
-러이갓이 양학하는 곳은 브론즈 실버고요; 올마스터 적팀 평균티어 다이아1임..
-러이갓은 다이아1도 겨우 찍던데.. 러빡이는 오늘도 울고 갑니다….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러빡이 보소ㅋ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이미 잉벤 화제글에는 내 펜타킬 영상이 떡하니 올라가 있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LCL경기를 리플레이가 아닌 실시간으로 관전한 팬이 있었던 모양.
'내 인기가 무려 이 정도지.'
아직 오늘 LCL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난지 2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내 리플레이의 다운수는 1천을 넘어갔다.
어디서 방송을 한 것도,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사람이 이 정도라는 말.
괜시리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게 뭐야?'
나와 비슷한 조회수.
아니, 올라가는 속도까지 감안하면 더욱 빠르다.
잉벤의 화제글 1위에 랭크되어있는 하나의 동영상이 눈에 확 띄였다.
'미드..리픈?'
그렇다.
어떤 유저가 LCL예선에서 미드리픈을 사용했다.
확실히 미드리픈은 가능성이 있는 픽이고 차후에 조명을 받게 되지만.
현재 시즌2에서는 주라인인 탑에서조차 비주류 챔프다.
미드로는 나올 래야 나올 수가 없는 챔프.
나왔다 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한 리픈으로 전설을 찍은 동영상이 잉벤에 올라와 있었다.
-미드리픈 가능한 픽임? 나도 해볼까?
-ㄴ저 분이 하면 전설, 님이 하면 트롤요ㅋㅋ
'아니, 전설정도야 나도 했는데.'
전설을 하든 10킬을 하든 실력차가 큰 예선전이기에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킬수만 따지면 나도 뒤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잉벤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거 올마스터가 리픈으로 했던 평캔 아니야?
-와! 벌써 따라하는 사람 나오네; 역시 버그는 아니었던 걸로….
-그랜드 마스터 씨지맥도 못 밝혀냈는데 저 사람 정체가 뭐야?
'평캔을.. 사용할 줄 알아?'
느리다.
나에 비하면 굼뜬 속도의 평캔이다.
확실히 숙련도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평캔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평캔을 쓰는 리픈과 못 쓰는 리픈의 차이는 극명하기에 구별이 가능하다.
'어떻게?'
로드 오브 로드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다.
그 유저들 중 한두 명이 평캔을 알아내는 것 자체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일이 아니다.
애초에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만 지나도 평캔을 할 줄 아는 리픈 장인들이 슬슬 나오는 시기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내가 평캔을 공개는 시기적으로 얼마되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내고 연습한 후에 리픈이라는 챔프로 미드를 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대체, 어떤 유저가?
'파전주.'
낯이 익은 아이디다.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 이있따.
속으로 그 아이디를 중얼중얼 거려 본지 3초가 되지 않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주전파라는 사실을.
'그렇지만 테이커는 아직 고등학생일 텐데?'
LCL대회는 최소 성인이 되어야 참가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 시기의 우리나라는 꽤나 보수적.
갤럭시 크래프트라는 전례가 있음에도 미성년자에 대한 사정이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지만.
'마주작 때문이지.'
원래 대한민국에서도 E스포츠를 공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을 하려 했었다.
해외에서의 반박못할 성과 덕에 대한민국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이를 정부에서 인정했다.
덕분에 E스포츠 공식화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지만, 코앞을 둔 찰나에 터져버렸다.
불사의 피닉스가 날아오르는 사건이.
일명 마주작 사건이라 불리는, 게임사에 한 획을 돌이킬 수 없게 그어버린 사고가.
갤럭시 크래프트의 유명 프로게이머.
그것도 임요한이 콩진호에 비견되던 마주작은, 돈에 눈이 멀어 넘으면 안되는 선을 밟아버렸다.
바로 승부조작.
고의로 상대 프로게이머한테 게임을 졌다.
게임을 진 후 투투라는 사설도박 사이트 사장에게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
이런 경기, 있지 않은가?
임요한인데 설마 콩진호에게 지겠어? 삼연벙이라도 하면 필승이지.
질래야 지기 힘든 게임인 만큼, 당연히 임요한쪽에 돈을 거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설 도박 사이트 투투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던 탓에 한 판에 수억원에서 수십 억씩이나 돈이 오갔다.
그래서 당시 임요한과 비견되던 급의 프로게이머였던 마주작은 돈을 받은 후 일부러 져버렸다.
그렇게 게임의 승패를 짜고 친 다음, 사설 도박 사이트 투투의 사장에게 어마어마한 금액을 받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 않던가.
결국 승부조작한 사실이 밝혀지고 마주작과 사설 도박 사이트 투투의 사장은 사이좋게 연루돼 깜방에 갇혀있다.
지금까지도 죗값을 치루고 있다.
만약 당시에 마주작 사건이 없었다면, E스포츠는 공식 스포츠로 인정받아 공중파 TV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옴은 물론.
한국 정부에서도 상당한 예산을 E스포츠에 투자했을 것이다.
더욱이 갤럭시 크래프트의 공군팀도 유지되어 차후, 로드 오브 로드팀으로 바꼈을지 모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게이머의 인식이 좋아짐은 두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이러했던 가능성.
E스포츠의 신뢰도를 하루아침에 떨궈버린 마주작때문에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모든 게이머들과 팬들이 그렇게나 노력해서 쌓아 왔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어쨌든 간에 지금 내가 따져봐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다.
테이커가 미성년자임을 숨기고 타인의 계정으로 참가를 했든 머든 간에.
지금 중요한 건 테이커를 만날 기회가 생길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테이커는 미드로 왔다.
그리고 나도 미드다.
기회다.
물론 사람들은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아직 테이커는 이름을 떨치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지금의 나보다 실력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
자기만족 일 수도 있겠지만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회무대에서 테이커를 상대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본선에서 보자 테이커.'
테이커와는 예선에서 만날 일이 없다.
예선에서 본선으로 향하는 서른 두 개의 라인.
확률적으로 봐도 3%가량 밖에 안되는 수치니까.
하지만 테이커라면 반드시 본선에 올라올 것이다.
잉벤의 화제글 1위를 뺏긴 건 다소 아쉽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내 리픈의 평캔을 두 번째로 구사했기에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시원한 양학 측면만 보자면 내 AP마이의 펜타킬이 압도적이니까.
때문에 기분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내 평캔에 대해 잉벤유저들의 관심이 깊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딩동!
"예, 나갑니다!"
나는 중국집에서 배달온 자장면과 탕수육으로 저녁을 포식했다.
간만에 먹는 짭쪼름한 MSG.
자주 먹으면 안 좋다지만 간간이 먹으면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소화를 시키기 위해 조깅을 준비했다.
그래도 오늘은.
'괜한 기대하지 않아도 돼서 좋네.'
바쁘다고 보내왔던 예은의 까톡.
엄밀히 따져서 절친하진 않다고 해도, 하루 이틀 까톡을 주고받은 사이가 아니다.
심지어 면전에서까지 까톡으로 대화할 정도니 싸가지녀의 반응에 대해는 잘 알고 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한없이 먼 사이같기도 하지만, 이래 봬도 싸가지녀와 괜찮은 사이라 자부한다.
거짓말은 아닐 터.
한동안은 만날 일 없다고 생각하면 속편하다.
그렇다고 운동을 쉬는 일은 없다.
절대 게으름피지 않고자 나 자신에게 약속했었으니까.
나는 탄천로를 향하기 위해 현관 밖을 나섰다.
.
.
.
* * *
다음 날 오후.
예선전이니 만큼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큰 긴장은 되지 않는다.
오늘도 두 번째 승리를 가볍게 쟁취하면 될 터.
하지만 조금 걸리는 일이 있다.
'우리팀 대전운이 실짝..'
안 좋은 것 같다.
본선에 올라가는 총 서른 두 개의 라인.
다른 라인에서는 어쩌면 예선전의 우승, 못해도 결승까지 갈만한 팀을 연속으로 만났다.
첫 번째로 만난 팀의 평균 티어는 다이아1.
이번에 만난 두 번째 상대는 마스터티어까지 섞여 있었다.
힘든 상대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녹록치 않다.
대회게임인 만큼 숨은 실력자들이 있으니까.
'뭐, 그렇다고는 해도.'
크게 고비가 될 거라고는 쥐뿔 만큼도 생각지 않는다.
숨은 실력자라는 게 자갈처럼 굴러다니면 그게 숨은 실력자겠는가?
시작하는 첫 게임에서 상대가 고른 챔프들.
하나하나 따져 보니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말화이트.
모르피나.
아모모.
헤이클린.
한나.
어떻게 보면 한타를 위한 픽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첫 게임부터 이런 재미없는 픽을 한다는 의미는 뻔하다.
'쫄아 있네.'
다섯 챔프가 전부 수비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꾸역꾸역 파밍을 하다 한타를 보겠다는 의미.
우리팀보다 라인전 기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라인전 뿐만 아니라 한타까지, 우리팀이 압도적으로 위다.
무난하게 예상되는 승리.
'역시 진짜는 본선부터야.'
예선은 더 볼 것도 없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고통없이 숨통을 끊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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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작가 위해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