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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 시작, 의문의 복병
-짜릿할걸!?
모르피나를 택해 수비적인 라인전을 지향하려고 했던 상대 미드라이너.
최선의 선택이라는 건 인정한다.
상대가 내가 아니었다면 꽤나 버틸 수 있었을 거란 사실도.
파앙!
파란 선이 그어진 관문을 지나 배속으로 쏘아진 번개 구슬.
제임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포킹이다.
이러한 포킹에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모르피나다.
다크 실드에 의해 마법데미지를 전부 막아내기 때문이지만, 이례적으로 물리데미지를 주는 제임스의 포킹엔 효력이 없다.
현시점에서 AD미드라이너는 거의 없기에 제임스라는 픽을 생각하지 못했을 터다.
기껏해야 탤런이나 빵테온정도.
하지만 둘은 모르피나를 상대로 좋다고 할 수 없다.
미드라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게 라인푸쉬능력인데 둘은 그게 떨어지니까.
압도적인 라인푸쉬와 유지력을 자랑하는 모르피나는 둘 상대로 이점이 있는 픽이다.
하지만 제임스라면 라인 푸쉬도 떨어지지 않고 포킹으로 데미지까지 줄 수 있다.
결정적으로.
'내 포킹은 유도탄이야 짜샤!'
쏘면 쏘는 대로 뻥! 뻥!
다 맞힐 자신이 있다.
실력차라는 건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여러 차이를 만들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게 논타겟 스킬의 회피유무다.
나는 다 맞힐 수 있는데 쟤는 한 대도 못 맞힌다.
입롤?
아니다.
지금부터 증명한다.
어떻게든 체력포션과 패시브의 주문흡혈을 활용해 라인전을 버티고 있는 모르피나에게 달려든다.
모르피나가 하는 선택지는 당연히 속박구체를 던지고 도망가는 것이지만.
챠지지직!
내가 플레이하는 챔피언, 제임스의 몸에서 번개가 일어났다.
근접폼으로 전환하고 W스킬을 발동했다는 증거.
끝나지 않는다.
'점멸.'
날아오는 속박구체를 앞점멸을 활용해 과감히 피한다.
그리고 내려찍는 망치.
당연히 다크 실드에 막혀 둔화효과는 주지 못했지만 목적은 데미지다.
동시에 거는 발화.
화르륵!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가속!
파앙!
-적을 처치했습니다!
논타겟 스킬을 잘 맞히는 법이란 사실 별 게 아니다.
상대가 맞을 수 밖에 없는 타이밍에 쏴서 확실하게 맞힌다.
이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자신보다 낮은 구간에서 플레이를 해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방금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앞점멸로 속박구체를 피한 이상 모르피나가 할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맞서 싸우거나 점멸로 도망가거나.
하지만 전자는 이미 내 포킹에 의해 걸레짝이 돼버린 모르피나이기에 선택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점멸.
나는 그 점멸을 사용한 위치에 정확하게 포킹을 날린 것이다.
내가 라인전에서 포킹을 거진 다 맞힌 것도 넓은 선상에서 보면 비슷하다.
모르피나가 미니언을 먹으려고 할 때.
타이밍을 맞춰 포킹을 날리면 대부분 맞는다.
물론 이것은 심리전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서로가 비슷한 실력대라면 반반싸움이 되지만.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나면 인정사정 없다.
'안타깝지만 퍼블은 아니네.'
팀에서 활약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적 탑라이너 말화이트.
하지만 아군탑, 씨지맥이 플레이하는 챔프는 2레벨이라면 바론도 잡는다는 우콩이다.
Q스킬로 말화이트의 방어력을 30%나 깎은 우콩이 쟁쟁하게 솔킬을 따냈다.
나는 그보다 뒤늦은 5레벨에 솔킬을 땄으니 늦어버린 셈이지만.
'이미 터졌다.'
탑도, 미드도.
그리고 봇라인과 정글조차.
하아!
땅을 찍는 리심.
갱을 가서 먼저 음파를 날리는 리심은 하수다.
E스킬인 땅치기로 적 이동속도를 낮추고 레드가 묻은 평타로 심화시킨다.
그렇게 적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한정시킨 다음에야 음파를 날려 확실하게 마무리한다.
-더블킬!
봇라인에 갱킹을 간 리뮤의 리심이 아군 봇듀오의 호응과 함께 더블킬을 만들어냈다.
이미 완벽하게 기울어진 게임의 승패.
적 봇듀오인 한나와 헤이클린이라는 픽은, 잘 사리기만 하면 충분히 갱을 안 당할 수 챔피언이지만.
상대는 우리팀 정글이 탑위주로 갱킹을 한다는 정보를 어설프게 입수한 모양이었다.
우리팀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상황이 됐을 때의 대처법은 입을 맞춘지 오래.
갱이 안 올거라 착각하고 헤이클린이라는 픽의 이점을 살려 초반견제를 하던 적팀의 방심.
결국 그 방심은 화를 불러 갱각을 내주고 말았다.
[고로키]-저도 킬 좀.
[리심]-갱값...요.
원딜을 하는 자라면 누구나 탐내게 되는 킬!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초반 킬은 정글이 먹는 게 가장 좋다.
더욱이 킬을 먹은 게 육식정글러인 리심이라면 스노우볼링이 가속된다.
전 라인이 폭삭 망해버린 상황.
적팀이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한타다.
그리고 아군의 탑, 미드, 정글이 모두 AD챔프라는 사실이겠지만.
'안되지.'
그마저도 안된다.
얼핏 올AD라 오해할 수 있는 조합이지만 아군 봇듀오는 마법데미지가 센 고르키와 조아라.
후반을 간다고 해도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서렌 뿐인데 아직 10분도 안됐다.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승부의 세계란 냉정한 법이다.
까놓고 말해서 어차피 이길 게임 질질 끌기도 싫다.
시간은 곧 돈이니까.
20분 서렌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 전에 넥서스를 깨부숴 주마.
.
.
.
* * *
예선전 두 번째 승부는 깔끔한 연승으로 마무리됐다.
아무래도 두 판 연속 넥서스를 부수는 건 무리였지만.
'그래도 첫 번째 판은 해냈지.'
가히 불쌍할 정도로.
잉벤에 너무하다며 악플이 올라와도 어쩔 수 없네! 하며 수긍할 생각이다.
그 정도로 처참하게 찢어발겼으니까.
불과 15분에 억제탑이 밀리게 된 상대팀.
최후의 보루인 넥서스를 두 개의 포탑과 함께 지키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성장 차이가 벌어질 대로 벌어져 내 제임스의 포킹 한 방에 반피가 까인다.
같이 쏘아대는 고로키의 미사일 폭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포킹으로 걸레 짝이 된 상대팀의 체력바를 우콩의 점멸 궁이 반항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갈아버렸다.
억제탑이 깨지면서 나온 거대 미니언을 앞세워 포탑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넥서스를 깨부숴 마무리했다.
깔끔한 승리.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판은 상대팀이 미니언까지 덜 먹으면서 사린 탓에 시간이 조금 끌리긴 했지만.
그만큼 성장 격차가 벌어져 게임의 승패는 확실하게 가져왔다.
'결국 예선은 예선일 뿐인가.'
예선 대진표를 보아하니.
다음 상대팀으로 누가 올라와도 고전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진짜는 본선에 올라올 자들이다.
그들에 대한 정보.
한 번 조사하긴 했지만 어제 테이커도 그렇고, 복병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잉벤에 접속했다.
어제 올라왔던 테이커의 미드리픈은 주간 베스트로 옮겨져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확인하고 싶은 건 오늘의 화제글.
쭉 살펴보니 재밌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BJ대망신팀 고전 끝에 승리.
─미드리픈의 '파전주' 예선전 결승 진출.
─4대 우승후보팀, 이변없이 본선진출 기대되….
'대망신팀이라.'
그랜드 마스터라는 화려한 팀원들을 줄줄 달고 왔으니 예선전 정도는 쉽게 올라가야 할 텐데.
귀찮게 리플레이는 확인하고 싶지 않아 화제글의 내용만 봤다.
'그럴 만도 하네.'
아무래도 우리팀과 비슷하게 라인전은 손쉽게 쪼개 논 듯 하지만, 그 후가 문제로 작용했다.
팀워크의 부조화.
자존심이 더럽게 센 그마들을 한데 모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최소한 가장 잘하는 사람이 주장을 맡아야 할 텐데, 하필이면 팀에서 제일 못하는 대망신이 주장이다.
팀의 화합을 주도할 사람이 없으니 불협화음이 나는 건 필연.
그런 상황임에도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이 폼은 아닌 지라 결과적이나마 이기긴 했나 보다.
앞으로 팀워크를 맞출 수 있을지.
아니면 그대로 무너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본선에 올라오더라도 기대 이하.
적수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 화제.
어제 미드리픈으로 화제를 몰고 왔던 테이커는, 대망신팀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팀원들을 데리고 무난하게 승리.
나와 마찬가지로 예서전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오늘 생각했던 논타겟에 대해서 테이커가 방송에서 했던 발언이 있다.
내 스킬 다 맞히고 상대 스킬 다 피하면 된다고 했던 가.
사실 테이커가 아니었으면 문제가 될 만큼 엄청나게 오만한 발언이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야 우스갯소리로 넘겼겠지만.
프로게이머, 혹은 프로를 지망하는 자들은 쉬이 봐줄 수가 없었다.
오늘 게임에서 적미드라이너 모르피나에게 포킹을 다 맞힌 건 어디까지나 실력차에 의한 결과다.
내가 모르피나보다 훨씬 잘하니까.
그 말인즉, 테이커의 말도 의미하는 바가 비슷하다.
테이커의 발언은 상대가 그마든 프로든 간에 전부 눈 아래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본인은 재미삼아 방송멘트로 했을 지 언정.
게임 하나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절대 굽히기 싫은 마스터티어 이상의 유저들에게 불을 지폈다.
솔랭에서 테이커 만나면 일단 따내고 보자.
다른 프로들 다 놨두고 유독 테이커를 죽이는데만 목을 매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사람 괜찮기로 소문난 테이커이기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장난삼아 킬에 집착하는 거긴 하지만.
그렇게나 잘났으면 내 스킬도 한 번 다 피해봐라! 라는 마음도 은연 중에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게임이 인생의 전부인 마스터티어 이상의 겜돌이들은 게임에서 무시받은 상처를 결코 쉽게 잊지 않는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한두 번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이미 테이커를 솔킬 따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심지어 테이커랑 친한 관계에 있는 프로들도 이상하리 만큼 테이커킬에 집착한다.
천상계의 게임을 관전하다 보면 테이커가 있는 게임은 어째서인지 초반부터 킬데스가 많은데.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를 따보겠다는 호승심을 제외하고도, 이런 웃지 못할 뒷사정이 있다는 사실.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렇게 오만하다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용인된다.
누가 뭐래도 테이커는 로드 오브 로드의 슈퍼스타이기에.
그는 슈퍼스타라는 명성이 부족하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의 소유자다.
'이번엔 나다.'
다시 사는 삶.
테이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위를 향해 올라가겠지만.
이번 생의 주인공은 내가 될 거다.
그리고 나는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신(神)의 자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로드 오브 로드의 절대자가 될 거니까.
설사 상대가 테이커라 해도 지지 않는다.
이는 이번 LCL이라는 무대에서 증명한다.
'반드시.'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가 그 누구도 반박할 여지가 없는 실력을 과시한다.
그리고 테이커 이상의 오만한 발언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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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