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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 시작, 의문의 복병
예선전 세 번째 게임.
본선으로 향하는 결승전이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의 난이도는 오히려 이전 게임들보다 쉬웠다.
'하긴 이게 정상이지.'
대진표가 제대로 꼬인 탓.
우리팀은 다이아1 이상급의 팀을 두 번이나 잡고 올라온데 반해,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팀은 그냥저냥한 팀들을 상대로 꿀빨면서 왔다.
결승전 상대팀의 평균 티어는 고작해야 다이아2 정도.
낮다고는 할 수 없다.
본선무대에 이보다도 낮은 팀이 올라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떨어져서 아쉬움이 남을 만한 티어대도 아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봐주는 거 없이 부숴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가도 될 것 같다.
상대팀은 이미 전의를 상실.
첫 번째 게임에서 초전박살을 낸 결과다.
물론 연습은 팀랭크에서 해도 되겠지만, 게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게 있지 않은가.
-왜캐 재밌는 게임이 없지?
롤챔스를 보다 보면 들 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서로가 너무 안 싸우고 게임을 후반까지 질질 끌어서라는 이유가 대표적이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재밌는 챔프가 안 나오니까.'
우리팀은 다른 팀들에 비해 볼만한 픽들이 괜찮게 나오는 편이다.
이는 LCL 예선전 리플레이의 다운로드수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 <딸기맛 치킨>팀은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니까.
심지어 LCL대회 전에 거론된 4대 우승후보팀 중 2개를 제치고 3위에 랭크돼 있다.
어차피 예선전에 지나지 않는 만큼 자신들이 좋아하는 팀이 떨어지지 않는 한 리플레이를 찾아 볼만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서로 수준 차이가 많이 나고, 잘하는 팀은 무조건 올라갈 텐데 봐서 무엇하랴.
정말 보고 싶은 건 재밌는 게임이다.
이미 잉벤에서 우리팀은 재밌는 픽으로 화끈한 경기 보여주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너무 지나치게 양학을 한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지만 오히려 실력적인 면으로 어필이 된 것 같다.
내가 플레이 했던 AP마이나 제임스같은 비주류 챔프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 잡았다.
더욱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팀이 플레이하는 챔프들.
말카림이나 우콩, 리심등만 봐도 대회 무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픽들이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때문에 두 번째 게임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재밌는 픽을 하려고 한다.
물론 예능픽을 하는 건 나 한 명으로 족하다.
아무리 실력차가 난다고 하더라도 세상엔 만에 하나 라는 게 존재하니까.
그리고 솔직히 난 예능을 하더라 잘 할 자신이 있다.
결코 자만이 아니다.
'파랑 애씨.'
흔히 분무기 애씨라고 불리는 포킹형 애씨다.
확실히 애씨의 W스킬은 사거리도 길어 포킹에 적절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솔직히 원딜로 하면 트롤이지.'
원딜은 포킹하는 라인이 아니니까.
지속딜을 꾸준히 해야 하는 원딜이란 라인으로 포킹을 한다?
아군 조합의 벨런스가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나 미드라면 괜찮을 터다.
미드는 럭키같은 포킹형 챔프들이 선택하는 라인이니까.
뭐, 엄밀히 따지자면 반만 괜찮지만.
'갱에 너무 약해.'
맞다.
원래라면 파랑 애씨는 미드든 원딜이든 쓸 수 없는 픽이다.
생존기도 없고 몸도 종이짝이라 갱킹에 너무 취약하다.
어디까지나 예능픽.
실제로 이걸 솔랭에서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성적이 좋게 나오는 사람은 없다.
승률이 나오지 않는 이유.
안 좋기 때문이라는 건 두 말하면 입아프다.
그렇지만 괜찮다.
그 반만 괜찮은 미드애씨의 단점을 아군 정글인 리뮤가 보완해줄 테니까.
"정글님 역갱 꼭 봐줄 거죠?"
-ㅈ까...요.
하하.
생기발랄한 대답이 들려오는 것 보면 분명 괜찮다는 의미다.
정말 안됐으면 난리를 필 성격이지, 가만 묵과해주진 않을 터다.
리뮤에 대해서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확실하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얼음 화살로 세상을 정복한다는 애씨!
그 캐릭터 컨셉에 걸맞게 파랑으로 간다!
'완전 파랑은 안갈 테지만.'
여제의 눈물방울, 그 상위템 마나소드까지 갈 필요느 없다.
미드라이너로서 마나관리는 기본 아니겠는가.
게다가 원딜과 달리 미드는 블루를 섭취할 수 있다.
사실 이 또한 솔랭에서는 기대하면 안되는 일이지만.
'아군 정글께서 잘 해주시겠지!'
블루를 멋대로 먹는 정글러는 둘 째 치고.
게임의 상황에 따라 블루를 못 먹게 되는 일이 솔랭에서는 허다하다.
적정글에게 뺏긴다 거나, 게임이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 거나 같은.
하지만 양팀의 실력차이가 이 정도로 나며 우리 정글러를 믿고 안심 좀 해줘도 되는 일이다.
-ㅈ까라니까...요ㅎ
존댓말을 잊지 않는 우리팀의 예의바른 정글러.
라인전이 시작 됐다.
미드애씨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사실.
갱을 안 당하고 CS를 잘 챙긴다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첫 평타에 대해서다.
타악!
'이거지!'
크리티컬이 터지며 상대 미드라이너 카서트의 HP바가 뭉텅 깎인다.
패시브에 의해 첫 번째 공격이 무조건 치명타로 터지는 애씨.
고작 평타 한 대 쯤이야,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친 결과다.
크리평타에 더해 무조건 맞힐 수밖에 없는 애씨의 W스킬, 분무기까지 찰지게 뿌려준다.
'이 맛에 미드애씨 한다!'
그리고 사실 이것밖에 없는 미드애씨.
재밌게 딜교환 한 번 했으니 주구장창 파밍만 하면 된다.
그러나 라인전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즐길 거리는 꽤 남아있다.
애씨라는 챔프로서는 카서트가 거리를 유지한 채 파밍만 하려 하면 막을 수가 없다.
딜교환을 안 해주니 나도 같이 파밍을 하는 수밖에.
그런데 카서트는 더티파밍이라면 둘 째 가기 서러운 챔피언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파밍싸움을 이길 수 없는 게 맞지만, 비슷하게 따라갈 방법이 애씨에게는 하나 존재한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라는 아이템!
일반적으로 정글템으론 분류되지만 파랑애씨에게는 더없는 코어아이템이다.
정글몬스터에게 무려 30%의 추가데미지를 주기에 더티파밍이 쉬워진다.
거기에 더불어 적에게 데미지를 주면 활활 태워 3초에 걸친 고정피해를 주는 효과까지 있다.
사실 애씨의 W스킬 분무기는 맞히기만 쉬울 뿐, 정작 데미지는 아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코어아이템인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맞추면 간지럽지는 않은 수준까지 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데미지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맞히기 쉽다는 점, 그리고 쿨타임이 짧다는 장점.
아이템이 갖춰질 수록 매력적이고 플레이하기 재밌게 변하는 챔프가 바로 파랑애씨다.
'또 진짜 재밌는 게 따로 있지.'
아이우에오의 신발과 블루버프로 스킬쿨타임 감소가 40%에 달한 나는 작전을 실행했다.
작전명 로빈훗!
백발백중의 저격 솜씨를 뽐낼 때가 왔다.
슈우우웅!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정글의 어둠을 타고 날아가는 거대한 화살!
애씨의 글로벌 궁극기, 크리스탈 얼음화살이다.
데미지는 이즈레알의 정조준에 비해 상당한 손색이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효과가 붙어있다.
바로 기절이라는 CC기다.
타앙!
-어? 올마스터님 저걸 맞히시네?ㅋㅋ
적 탑라이너 말화이트의 이마 정중앙에 얼음화살이 제대로 꽂혔다.
3.5초동안 상대를 행동불능 상태가 돼버린 말화이트.
아군 탑라이너 말카림의 공세가 시작된다.
말카림이 언월도를 풍차처럼 돌리며 사정없이 베어버린다.
방어아이템이 나올대로 나와 단단하기 그지없는 말화이트.
그러나 3.5초라는 긴 시간동안 얻어맞은 결과 반피가 훌쩍 넘게 까인다.
치지직.
발화까지.
그제서야 스턴이 풀린 말화이트가 점멸까지 쓰면 도망가려 하지만, 유령화로 이동속도를 잔뜩 높인 말카림이 따라붙는다.
어쩔 수 없이 궁극기까지 써 멀찍이 도망간 말화이트.
하지만 아직 말카림도 궁극기인 그림자 습격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림자 습격의 돌진거리는 결코 말화이트에 뒤지지 않는다.
구워어어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미 5:2라는 스코어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아군.
탑의 솔킬로 인해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거 재밌네요ㅋㅋ 저 삼종신기나왔어요.
씨지맥이 목표하던 아이템을 뽑았다며 자랑했다.
확실히 코어아이템인 삼종신기가 완성된 말카림은 이전과는 다른 챔프로 거듭나기에 신날 만도 하다.
아직 게임시간이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삼종신기가 나왔다니.
앞으로 탑에서는 주구장창 솔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후후, 다음은 봇라인입니다.
-신난 건 너고...요.
미드애씨의 궁저격은 성공만 하면 사람을 이렇게나 뿌듯하게 만들어준다.
3.5초동안이나 스턴을 걸어주면 솔킬을 못 딸래야 못 딸 수가 없으니까.
물론.
빗맞히기 시작하면 나로호라는 오명과 함께 욕을 얻어 먹게 된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오늘 리플레이가 잉벤에 올라가면 미드애씨충들이 나오겠군.'
사실 노리고 픽한 거다.
재미있지 않은가?
내가 한 픽을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고 유행을 탄다는 것이.
그 때문에 정상적인 솔랭전사들은 고통받겠지만 나는 제대로 보람있는 한 판이다.
타앙!
타앙!
백발백중!
까지는 아니여도 두 발을 쏘면 한 발은 맞힌다.
그리고 맞히기만 하면 킬로 연결된다.
스킬쿨타임을 최대로 줄여놓은 덕에 파밍 좀 하다보면 궁극기 쿨이 금방 돌아와 부담도 없다.
슈우우웅!
경쾌하게 바람을 가르며 쏘아지는 얼음화살.
강제한타의 개시를 알리는 신호다.
라인전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미드에 뭉쳐 한타를 해보려는 적팀에게 게임의 종결을 알린다.
이미 벌어져 버린 성장 차이.
질래야 질 수가 없다.
-올마스터님..
"네에."
-다음부터는 미드애씨 하지 마시죠….
어떻게 이기기는 이겼지만 한타페이스에 접어드니 애씨가 할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궁날리고 멀리서 분무기를 촤악 촤악!
소리는 정말 찰지고 시원해서 듣기 좋지만 정작 데미지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안 쓰이는 챔피언은 확실히 못 쓰는 이유가 있다.
-승리!
아무리 내가 성장한 값을 못했다 해도 이미 기울어진 게임.
나 말고는 전부 빡게임을 해줬는데 역전이 될 리가.
다소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큰 위기없이 두 번째 세트도 챙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본선 진출이다.'
이백여 개의 팀들이 참가해 오직 서른 두 개의 팀만이 선택받는다.
나와 팀의 실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보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본선이라 생각하니 괜시리 긴장이 된다.
본선무대에 올라오는 자들부터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아니다.
있다고 해도 32강 첫 경기에서 전부 걸러진다.
그리고 남은 실력자들.
솔랭에서만 해도 쟁쟁한 그랜드 마스터들이 넘쳐나고 향후 미래에 이름을 떨칠 자들까지 올라왔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테이커.
파전주라는 닉네임이 우연일 가능성이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에 테이커의 주챔프가 되는 미드 리픈.
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픽이 아니다.
더욱이 나만이 알고 있던 평캔의 비밀을 짧은 시간에 꿰뚫어보고 숙련도까지 끌어 올렸다.
그만한 재능, 쉬이 굴러다닐 리 없다.
내 예선전 게임이 끝나자마자 알트탭을 하여 잉벤을 살펴보니 역시나.
'올라왔군.'
걱정따위 사치였다.
우리팀과 달리 아직 게임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첫 경기를 챙겼고 2경기도 무난한 듯 보인다.
더 확인할 필요도 없다.
'테이커…. 그리고.'
본선에 올라온 수많은 강호들.
그들의 팀에 비한다면 우리팀은 손색이 있다.
그 팀의 차이를 내가 좁혀야 한다.
나라면 할 수 있으니까.
본선 무대의 시작은 당장 내일.
대기 시간이 하루 이틀쯤 있으면 좋으련만 인정사정이 없었다.
온라인으로 치뤄지는 데다 아마추어 리그인 만큼, 선수들의 피로도를 크게 고려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결승전은 그래도 비교적 신경 써서 진행하는 듯 하지만, LCL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상관없지.'
중요한 건 내가 그 LCL에서 우승한다는 사실이니까.
무대가 어떻든 변명할 필요없이 조건은 모두에게 똑같다.
모두에게 평등하다.
뼈를 울리는 말이다.
나는 그 기회가 없어 수 년을 연습생으로만 보내야 했으니까.
솔랭에서의 성적이 다소 떨어져도 내 챔프폭을 살린다면 프로무대에서 충분히 활약할 자신이 있었는데도.
씨불얼 게임단의 감독자식은 나에게 그 찬스마저 주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얻을 수 없었던 기회.
절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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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