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1화 (7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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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주인공이다

오프게임넷의 방송 스튜디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LCL의 첫 번째 게임을 중계하고 있다.

"경기, 시작됐습니다."

"예, LCL 본선 32강 첫 번째 경기, 팀<딸기맛 치킨> 그리고 팀<달려라 두두킹>…."

한 명의 게임 캐스터와 다른 한 명의 게임 해설자.

그들은 오프게임넷이 주최하고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후원하는 LCL의 방송진행을 맡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방송이 텔레비전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에게 보여진다는 건 두 말하면 입 아픈 사실.

"올마스터 선수의 탤런이라는 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임 캐스터의 또박또박한 질문.

기본적으로 게임 캐스터는 경기의 상황을 시청자의 입장에 따라 보여주며, 방송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방송경력이 오래된 전문 방송인들이 게임 캐스터를 맡는 건 물론이다.

"나쁜 픽은 아니죠. 그런데 르풀랑이 상대라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임 캐스터의 질문에 답하는 건 게임 해설자.

해설자는 캐스터가 경기의 진행을 맡으며 혼자 상황을 전달할 때, 간혹 진행이 어려워지거나 전문적인 게임지식이 필요한 경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프로게이머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게임 실력을 가진 이들이 배치된다.

때문에 게임을 잘 아는 해설자는 경기의 흐름을 캐스터보다 깊이 읽을 수 있는 전문가라 말할 수 있다.

"예 제가 말씀드리고 싶던 부분이네요. 아무래도 방송경기가 처음인 만큼, 호승심으로 잘못된 픽을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제가 해봐서 알지만, 탤런은 르풀랑을 상대로 솔직히 힘듭니다. 라인전부터 시작해 로밍까지. 사실상 AD챔프와 AP챔프의 차이일 뿐 하위호환 느낌이죠."

흔치 않은 극딜.

하지만 캐스터와 해설자가 이런 말을 내뱉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탤런은 솔랭에서조차 아군이 좋게 보는 픽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암살자지만, 사실상 자살특공대의 느낌이 강하다.

원콤에 상대를 못 죽이면 자신이 죽는다.

그에 반해 르풀랑은 못 죽여도 W스킬의 효과에 의해 다시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고 탤런의 딜링이 더 높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콤보만 제대로 박으면 탤런보다 르풀랑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하다못해 CC기라도 더 좋은가?

그것조차 아니다.

르풀랑의 Q스킬은 터트리기만 하면 상대를 침묵상태롤 만들 수 있다.

거기에 더해 E스킬 사슬로 적을 둔화시키며 종국엔 속박상태로 만든다.

침묵과 애매한 둔화밖에 없는 탤런보다 훨씬 낫다.

누가봐도 탤런은 르풀랑의 하위호환.

선픽으로 르풀랑을 가져갈 수 있던 상황임에도 올마스터 선수는 탤런을 가져갔다.

그리고 르풀랑이라는 카운터픽을 맞이했다.

"혹시 한타에서는 탤런이 괜찮지 않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대회무대의 경험이 적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픽입니다."

물론.

한타가 중요한 시즌2에서 르풀랑은 시간이 갈수록 포지셔닝이 애매해진다.

흔히 말하는 르통기한.

그러나 이는 탤런마저 똑같이 해당된다.

정말 픽할 이유가 없는 챔프.

그럼에도 올마스터는 탤런을 픽했다.

대체, 왜?

"역시나! 라인전부터 힘이 빠지는 모습입니다."

르플랑의 견제.

탤런이 꽤나 사리고 있는 탓에, 르플랑의 주콤보인 QW의 거리는 주지 않았지만.

평타와 Q스킬에 의해 체력이 야금야금 깎이고 있다.

이러다 6레벨이 되면 WQR콤보.

타겟팅으로 쏘아지는 침묵과 동시에 체력이 뭉텅 깎인다.

한 번 더 반복하면 확실하게 킬각이다.

르풀랑이라는 챔프가 픽이 되는 이유.

한타가 별로임에도 라인전이 이토록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 이제 서로가 6레벨이 됐으니 르풀랑의 지옥같은 견제가..!"

해설자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으니까.

6레벨이 되자마자 탤런은 미치기라도 했는지 궁극기까지 써가며 파밍을 했다.

그리고 우물로 귀환한다.

"다소 아쉬운 선택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러면 집타이밍은 잡을 수 있겠지만 한동안 암살자의 역할을 잃게 되죠."

"그래도 의외로 괜찮아도 보이네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탤런은 궁극기의 쿨타임이 상당히 짧습니다."

게임 캐스터의 진행에 해설자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라인전이 강력한 르풀랑때문에 라인에 발이 묶여있을 거라면, 아싸리 궁극리로 라인을 빨리먹고 집에가는 게 괜찮은 선택이라는 설명.

듣고 보니 캐스터도 납득이 간다.

"그래도 암살자가 궁극기를 뺏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한동안은 사려야겠습니다."

캐스터의 말도, 해설자의 설명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둘 모두 틀렸다.

결과적인 면에서.

상상했던 게임의 양상과 전혀 다르게 게임은 진행됐다.

촤륵!

촤라라락!

탤런의 궁극기.

라인에서 조금 버티다가 블루를 먹고 돌아오자마자 쿨타임이 찼다.

확실히 르풀랑만큼은 아니더라도 짧다고 할 수 있는 탤런의 궁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또 궁극기를 낭비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상하다.

고작 딜교환에.

퍼엉!

탤런의 원콤.

르풀랑의 체력을 왕창 깎고 패시브까지 터트렸다.

궁극기로 이동속도가 증가된 덕에, 반격의 각을 안주고 유유히 빠져나오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뿐이다.

안 그래도 데미지가 2% 부족한 탤런이 적 챔프를 마무리할 딜링이 벌써부터 나올 리가.

"그런데.. 이러면 르풀랑 집가야 하죠..?"

"아무래도 다음 딜교환에 킬각이 나오니.. 이게, 이렇게 되네요?"

차후 탤런이 사기챔프로 급부상하게 되는 이유.

이 간단하고 당연한 사실을 시즌4가 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이는 지금 게임을 해설하는 진행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롤을 하는 유저라면 킬각이 나왔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탤런도 르풀랑도 서로가 체력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다음 번의 딜교환에서 킬을 내주는 쪽은 틀림없이 르풀랑이 될 것이란 사실을.

선공권이다.

Q스킬, 침묵의 표식을 한 번 더 스킬을 사용해 터트려야 상대를 침묵상태로 만들 수 있는 르풀랑.

하지만 탤런은 그저 상대를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침묵상태로 만들 수 있다.

겨우 이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딜링에서도 , 라인전에서도, 기동성에서도.

심지어 CC기까지 우월한 입장이었던 르풀랑이.

먼저 공격할 권리를 가지는 탤런의 선공권에 의해 모든 선택지가 사라졌다.

데미지가 더 세면 무엇하나?

죽고 난 다음에는 넣을래야 넣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차후 떠오르게 되는 침묵의 사기성.

침묵이란 CC기를 가진 모든 챔피언들이 너프가 되는 이유다.

탤런이 가지는 진정한 사기성은 로밍이 아니다.

선공권과 쿨타임이 짧은 궁극기에 의한 딜교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아, 결국 귀환할 수밖에 없죠. 한 웨이브 다 버리게 생겼네요."

"하아.. 탤런을 이렇게 쓰니까 정말.. 까다롭습니다."

어쩔 수 없이 르풀랑은 솔킬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우물로 귀환해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그리고 수비적인 선택을 한 대가로  라인의 CS손해를 보게 됐다.

데미지가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누적된다.

.

.

.

* * *

퍼엉!

또 다시 내가 플레이하는 르풀랑의 패시브가 터졌다.

추격자의 손목 보호대.

원래라면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첫 아이템으로 맞춰야 했지만 라인전을 위해 템트리를 변경했다.

그럼에도 이꼴이다.

탤런의 딜교환에 체력이 깎이고 패시브가 터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상대팀의 미친 탤런자식이 고작 딜교환에 궁극기까지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물론 탤런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된 챔프.

킬이라도 주워먹지 않는 한 상대를 원콤낼 데미지가 나오지 않는 반쪽짜리 암살자다.

르풀랑이라는 챔프의 강점을 내세워 게임시작부터 줄곧 압박한 탓에, 로밍을 가지 못한 녀석은 당연히 1킬도 먹지 못했다.

이대로 끌고 가기만 한다면 언젠가 탤런이 킬각을 내줄 거라 생각했지만, 6레벨이 된 이후부터 탤런은 궁극기 딜교환을 하기 시작했다.

대처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탓에, 라인전 초강캐인 르풀랑을 픽한 내가 역으로 말리게 됐다.

결국.

다시 한 번 궁극기를 쏟아낸 탤런의 딜교환 때문에 나는 한 번 더 귀환을 선택해야 했다.

팀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스코어는 2 : 4.

상대팀인 <딸기맛 치킨>의 우세다.

그도 그럴게 우리 <달려라 두두킹>팀의 전원이 마스터 티어라고는 하지만, 마스터 상위권 실력을 뽐내는 건 미드인 나와 정글러 뿐이다.

철저하게 미드정글 캐리의 그림을 그리고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팀의 주축인 내가 라인전을 말려버렸다.

6레벨 전까지만 해도 CS가 10개 이상 우월했는데 어느새 역으로 지고 있다.

-야, 미드와야 된다. 진짜. 탤런 한 번만 따면 돼.

무리한 요구라는 건 알고 있다.

상대팀에는 무려 그랜드 마스터가 2명이나 있기에.

아군 정글러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다른 라인을 보조하는데도 힘이 부치다는 사실을 미드에서 다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정글러에게 갱을 부탁했다.

어차피 미드가 무너진다면 미래가 없는 팀이다.

결코 내 라인부터 풀자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닌, 팀<달려라 두두킹>의 부주장의 입장에서 면밀히 고려해 내린 판단이다.

데구르르르!

두두라는 설인 챔피언을 주력으로 삼는 우리 <달려라 두두킹>팀의 정글러.

팀의 주장이기도 한 그는 두두가 밴된 탓에 콩머스를 플레이하고 있다.

다행히도 콩머스는 갱킹에 최적화된 챔프.

뚜벅이인 탤런을 상대로 필킬각을 만들 수 있다.

코어템인 기동력의 신발에 더해 몸을 움추려 회전시키는 Q스킬까지 사용하면, 로드 오브 로드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스피드를 자랑하는 콩머스다.

와드라도 깔아 놨으면 모르되,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늦는다.

생존기도 없는 탤런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

꽈앙!

아군 콩머스가 적 미니언을 점멸로 넘는데 성공했다.

이러면 됐다.

혹시 몰라 핑와까지 준비해온 콩머스.

설사 탈론이 뒤늦게 점멸로 도망간다고 한들, 압도적인 콩머스의 속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콩머스가 트레이드 마크인 도발을 걸어주면 내가 마무리하는 각이 나온다.

W스킬로 접근해 르풀랑의 기본 콤보인 QR만 박아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잊고 말았다.

한 번만 따면 된다는 급한 마음 탓에 나는 놓치고 있었다.

갱이 올 수 있는 건 적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쿠우!

-야, 리심!

-역갱이야 빼자!

상대팀의 정글러 리심.

탈론의 지척에 도착한 내가 QR을 누르기도 전에 범의 일격으로 차버렸다.

최근 잉벤에 화제가 되었다는 와드방로, 더불어 점멸까지 사용한 모양.

어찌나 순식간에 접근했는지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늦다.

역갱을 칠 거면 진작 치지, 뒤늦게 와서 점멸까지 사용해 날 차내는 꼬락서니라니.

상대 정글러의 평가를 전면 수정해야겠다.

이 게임, 길게 가면 정글 차이로 이길 수….

챠캉!

생각했던 건 일장춘몽의 착각이었다.

목베기.

리심이 나를 차버린 직후, 탤런이 앞점멸을 사용해 도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접근기일 목베기로 나에게 당도했다.

데미지가 부족할 텐데, 어째서?

점멸낭비다.

또 어설프게 내 체력만 깔 생각인지, 우습게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리심이 나를 차버린 이유.

고작 탤런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닌, 데미지를 주기 위함이었다.

촤악!

챠르르륵!

르풀랑의 패시브가 터지며 순간적인 은신상태가 됐다.

아직 죽지 않았고 이대로 걸어서 도망가면 될 터.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탤런의 Q스킬, 출혈의 효과로 피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발화까지 걸려 있는 상황.

굳이 머릿속으로 딜계산을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이건 답이 없다.

미드정글이 주축이 되는 우리팀에서 그 미드정글이 일방적으로 당했다.

라인전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그랜드 마스터에 준한다는 올마스터의 소문.

고작 마스터 중반대에 지나지 않는 녀석이 BJ라는 위세를 업고 기고만장하다 생각했다.

자신이 있었다.

내가 팀랭크 위주로 게임을 해서 그렇지, 르풀랑을 들면 그랜드 마스터가 상대로 와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올마스터란 녀석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그랜드 마스터.

아니다.

이러한 느낌은 프로를 상대했을 때 느껴본 기억이 있다.

넘을 수 없는 벽.

그리고 언젠가 넘어야 하는 벽.

아마추어 리그에서 이 정도 수준의 유저를 만났다는 건 그저 불운이다.

운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필이면 본선 첫 경기에서.'

스프링 시즌이었다면 확실하게 결승에 올라갈 상대를 처음부터 만나고 말다니.

이번 서머시즌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 할 듯 싶다.

'그래도 발악은 해봐야겠지.'

마지막 자존심.

쓸데없는 오기일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만은 남기지 않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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