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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주인공이다
내가 본선 첫 경기를 깔끔한 승리로 마감한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LCL 32강의 모든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오프게임넷의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가 진행되는 본선무대이기에.
예선전과 달리, 동시에 진행되지 않고 3일에 걸쳐 총 열여섯 경기가 방송을 통해 차례차례 내보내진다.
그것도 오늘로 끝.
저녁에 32강의 마지막 경기가 치뤄지게 되고, 내일 오후부터는 16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사정 덕에 시간에 여유가 생긴 나는 어제와 오늘 본선대비 연습으로 팀랭크를 빡세게 달렸다.
게다가 인간조아라가 인맥으로 잡은 몇몇 팀들과 스크림 경기까지 가졌다.
그 탓에 평소보다 게임시간을 오버하게 됐고 지칠대로 지치게 됐지만, 절대 지키고자 마음 먹었던 조깅을 빼먹지 않는 나다.
탄천로를 일주하고 돌아오자마자 기진맥진해서 그대로 잠에 빠져들긴 했지만.
덕분에 어제는 그토록 확인하고 싶었던 커뮤니티의 반응을 제대로 살펴볼 짬이 없었다.
잉벤에 어떤 화제글들이 올라왔는지는 정말로 중요.
나에게 살짝 있는 관심종자기질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붙게 될 상대팀의 분석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컴퓨터를 켜고 잉벤에 접속한 나는 가장 신경 쓰이던 팀들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테이커는 역시나 무난하고, 대망신팀은... 안될 것 같네.'
오프게임넷의 방송화면 기준으로 녹화된 대망신팀의 게임영상을 찬찬히 돌려봤다.
괜히 그랜드 마스터를 3명이나 영입한 게 아니라 자랑이라도 하듯.
라인전만 보면 거의 압도적이었다.
미드는 솔킬을 두 번이나 땄고 봇라인도 킬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CS차이가 30개나 났다.
그런데도 첫 번째 게임을 져버렸다.
주장일 대망신의 플레이가 다소 아쉬워 탑차이가 약간 난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건 팀워크의 숙제를 풀지 못했기에.
내가 이전에 예상했던 대로 팀의 조율이 제대로 안되고 있었다.
이런 팀은 팀원 하나하나의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오래 갈 수 없다.
그마를 3명이나 데리고 고작 평균티어 마스터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팀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니.
심지어 첫 번째 게임은 승리 직전까지 가고도 말도 안되는 바론 오더를 했다가 역전패 당했다.
겨우겨우 외나무다리 건너듯 2연승을 챙겨 16강에 진입하긴 한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그 이상은 힘들어 보인다.
팀게임에서 손발이 안 맞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니까.
그에 반해 테이커로 예상되는 미드라이너가 있는 팀은 순조롭다.
테이커라는 군계일학의 튀는 존재가 있음에도 다른 팀원들이 잘 받혀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망의 차이라는 걸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
다른 팀원들이 수준이 조금 미달이라, 게임 자체를 압도적으로 바르진 못했어도 상당히 무난하게 16강에 안착했다.
그리고 남은 건 우승후보팀들.
'4대 우승후보팀은 아쉽게 됐네….'
정말로 아쉽다.
32강에서 하나쯤 떨어지는 걸 솔직히 바랬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한 모양이다.
대진표를 보아하니 그들끼리는 8강 전에 만나지도 않는다.
이거 혹시 마주작은 아니겠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
어쨌거나 눈여겨 보던 팀들은 전부 16강에 올라왔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어중이떠중이들이 걸러지고 실력자들만이 남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우리 <딸기맛 치킨>팀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현재 우리팀에 대한 잉벤의 평가는 상당히 높다.
아니, 제일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설을 띄운 내 탤런과 20분간의 농사가 만들어낸 750스택 괴물 개서스.
주목을 받지 못할래야 못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고작 한 번으로 비주류챔프의 재평가가 이루어 질리 없는 노릇이다.
LCL은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리그이기에 8강밑으로는 그다지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
게임 자체는 정말 재밌게 봤지만, 탤런과 개서스가 활약한 이유를 실력차에 의한 쇼맨십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뭐, 대세가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
찾아보면 다른 이야기도 꽤 있지만.
─올마스터 또 트롤픽하면 찾아가서 작살낸다 진짜ㅡㅡ
그저께 미드 애씨때문에 졌다고 글 올린 사람인데 이번에 또 당함.
아군이 미드 개서스 픽하고 하루종일 미드 쳐박혀서 농사만 짓더라ㅋㅋㅋ
파밍이라도 하면 욕은 안 나오겠는데 적 르플랑한테 솔킬 따임ㅋ
그런데 집가더니 아이우에오의 신발 사오더라? 쿨타임이 중요하다고.
어이가 없어서 물어보니까 LCL 안봤냐고 역으로 따짐ㅋㅋ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까 개서스한 놈도 올마스터더라 ㅡㅡ
결국 개서스 솔킬 3번 따이고 르풀랑 로밍에 전 라인 다 터지고 내 승급전도 터짐 ^오^
-전에 글 올린 사람 맞네ㅋㅋ 근데 그건 니가 하루종일 겜만해서 그럼ㅋ
-ㄴ 팩트폭력 오졌구요.. 올마스터 의문의 1승.
-ㅅㅂ 니들 올마스터 알바냐?
"낄낄."
재밌는 글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 정도가 아니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다.
내 인지도도 실력의 증명도.
생각을 해보자.
롤챔스에서 미드마이가 나왔을 때와 테이커가 미드마이를 했을 때의 파급력 차이는 격이 다르다.
테이커가 ~~했더라 소문 한 번만 쫙 나도 솔랭에 충들이 바글바글 해진다.
그만큼 챔프를 쓰는 사람의 인지도는 중요한 법이다.
내가 BJ로서 어느정도 이름을 떨친 건 사실이지만 진짜 프로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도 사실.
천천히.
내가 결코 쇼맨십으로 특이한 챔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되는 일이다.
더욱이 내가 게임을 한 무대는 프로무대인 롤챔스가 아닌 LCL이라는 아마추어 리그다.
조금 아쉽긴 해도 성과가 나오기엔 아직 이른 게 맞다.
생쌀을 재촉한다고 바로 밥이 될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솔직히.
지금의 성과도 기대이상이다.
LCL의 시청자 투표.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의 최고 인기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던 우승후보팀들을 찍어 눌렀다.
32강에서 보여준 게임들.
가장 재밌고 기대되는 경기를 보여준 팀으로 우리 <딸기맛 치킨>팀이 선정되었다.
따지고 보면 실력이 아닌 인기투표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충분하다.
실력은 게임에서 보여주면 되니까.
실력을 떨치고 인기를 얻는 것이 정도(正道)라지만 순서가 바꼈을 뿐이다.
우리팀의 상당수가 BJ들로 이루어진 만큼, 초반관심을 받는 건 예상했던 결과.
먼저 얻은 인기로 주목을 받고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바로 다음 게임에서.
'후후, 진짜를 꺼낼 때가 왔다.'
아껴두고 있던 비밀카드.
사실 먼젓번에 꺼낸 탤런과 개서스는 예능과 효율 두 가지를 고루 챙기는 픽이었다.
당연히 철저하게 상대를 찍어누를 만한 카드도 가지고 있다.
전력노출을 삼가고 싶었기에 아직까지 노출시키지 않았을 뿐.
하지만 더 이상 아껴둬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야 한다.
16강에서 우리<딸기맛 치킨>팀이 만나게 될 상대는 결코 녹록치 않기에.
'4대 강호.'
16강에서 우승후보팀 중 하나를 만나게 된다.
내가 우승후보팀들이 왜 8강까지 서로 싸우는 일이 없냐고 괜히 투덜댄 게 아니다.
산 중에 호랑이가 4마리나 살면 지들끼리 영역다툼 중 하다 머릿수 하나 줄어드는 식으로 밸런스 패치 좀 해야지.
벌써부터 호랑이를 떡 하니 만나게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래도.
'이기고야 만다.'
가능성이 아니라 반드시다.
절대로 꺾고 만다.
그래야만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토너먼트전이니까.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비밀카드의 연습도 진작에 끝내놨다.
팀랭크에서는 하도 우리팀을 탐색하는 사람이 많아 꺼낼 수 없었고.
스크림에서 인간조아라님이 소개해준 팀을 상대로 연습했다.
바로 LCL 본선무대의 첫 상대였던 <달려라 두두킹>팀을 상대로 비밀카드를 실험했다.
솔직히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긴 하지만.
우리팀, 특히 나에게 허무하게 농락당한 만큼 앙금이 남아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호탕했다.
오히려 나에게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며, 그리고 미드라이너로서 배움을 청했다.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을 알아두고 싶다는 말까지.
인간조아라님과 마찬가지로 인맥이 넓은 사람.
거절할 이유가 없다.
뭐 나는 엄밀히 따지면 미드라이너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달려라 두두킹>팀과의 스크림 덕에 준비는 완벽하다.
내일 있을 16강에서 증명해내기만 하면 된다.
잠룡의 비상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
.
.
* * *
팀의 분위기가 다소 안 좋다.
중간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6강을 통과했으면 되는 일 아닌가.
앞으로 잘하면 충분할 텐데.
보이스 채팅을 하고 있는 나를 제외한 팀원들이 어조가 어둡다.
특히나 도진기 자식이.
-내가 캐리한다, 넌 짜져서 입다물고 있어.
'도진기 이 자식.'
팀의 주장인 나 대망신에게 조연을 맡으라는 막말을 내뱉고 있다.
아니, 녀석의 말에 의하면 조연도 아니다 엑스트라다.
무려 나보고 엑스트라를 하란다.
-꼬우면 지던가? 난 져도 상관없는데.
제길.
분하지만 아쉬운 쪽은 나다.
저 녀석은 지금 당장 프로에 목매달고 있지도 않아, LCL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삽치형님의 인맥으로 온 녀석인지라 어느정도 말은 들을 줄 알았는데.
LCL 예선에서 떨어졌으면 모르되, 본선까지 온 이상 자기는 할 일 충분히 했다며 나를 몰아세웠다.
나의 팀이 그랜드 마스터 3명이라는 전력을 가지고도 예선전에서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도진기를 포함한 팀원들이 내 오더를 안 들었기 때문이다.
점수 약간 높다고 거들먹거리긴.
'혼돈' 의 네임드 나 대망신의 오더대로만 했으면 충분히 쉽게 이겼을 텐데, 이런 생긴지 얼마 안되는 게임에서 티어 좀 높다고 자존심 하난 드럽게 세다.
주장인 내 오더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주장이든 머든 심해주제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그랜드 마스터나 마스터 티어나 얼마나 차이난다고 이런 막말을.
'혼돈' 에서 였으면 찍소리도 못했을 녀석이.
로드 오브 로드라는 나온지 얼마 안된 게임 좀 할 줄 안다고 기고만장하다니.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이번 LCL에서의 활약으로 내 BJ로서의 인지도와 삽치형님과의 관계.
더욱이 그 빌어먹을 올마스터 자식을 묻어버릴 수 있는 기회니까.
"좋아, 네 말대로 하자. 하지만 결과는 내줘야겠어."
잠깐 무릎을 꿇는 것일 뿐이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그리고 대의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한다.
-그래, 주장나으리, 당신은 버스챔프로 잠자코 파밍이나 하고 있으라고.
"...알았다."
내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리픈을 하는 것조차 시비를 건 녀석이다.
말화이트나 네네톤이나 하라는 말싸가지 없는 자식.
그러나 이 녀석의 말을 동의해주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런 아마추어 리그따위, 나 도진기가 접수해 줄테니 넌 병풍처럼 구경이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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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