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4화 (7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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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주인공이다

팀<전장의 학살자>.

LCL 스프링 시즌 결승전까지 갔었던 서머시즌의 4대 우승후보 중 하나다.

그들은 로드 오브 로드가 한국에 출시되기 전부터 유명했던 게이머들이 한데 모여 팀을 만든 걸로 더욱 알려져 있다.

팀의 에이스가 프로게이머로 정식영입되고, 한풀 꺾였다는 말도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전력.

오랜 경력만큼이나 노련하고 잔실수를 하지 않기에, 이번 LCL 서머시즌에서도 최소 준결승까지 보장된 팀이 아닐까하는 말이 지배적이다.

그 강력한 우승후보에 맞서는 팀은 <딸기맛 치킨>.

LCL 32강에 올라운 팀들 중 가장 인기가 높기로 유명한 팀이다.

탤런과 개서스, 제임스등을 포함한 재밌는 픽들과 상대팀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게임플레이로, 최근 인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장의 학살자>가 오랜 기간 권위를 지키고 있는 노장이라면 <딸기맛 치킨>이 신흥 에이스.

신세대와 구세대가 부딪히는 땀을 쥐는 한 판을 모두가 기대했다.

그런데 초장부터 김이 확 빠져버렸다

"…경기 시작됐습니다."

기대되는 승부인 만큼, 어조에도 활기가 넘쳐야하는데 캐스터의 말꼬리가 늘어진다.

그 이유, 무엇일까?

사람 말이 늘어지는 이유는 사실 뻔하고 몇 가지 없다.

지금의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에.

캐스터와 해설자, 특히나 캐스터는 방송 경력이 많기에 웬만한 돌발상황에 대해서는 이골이 나있다.

더욱이 아마추어 대회, LCL인 만큼 어지간한 상황은 다 감안을 한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조금 유별난 픽이나 행동을 한다고 당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세 번 연속이나 만들어낸 선수는 캐스터 자신도 처음 본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할 말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이 으레 그랬다.

"파사딘, 좋은 챔프는 맞습니다."

"예, 그렇지만 대회에서 할만한 픽은 아니죠. 아무리 아마추어 리그라고는 해도…."

캐스터와 마찬가지로 해설자의 말 또한 늘어진다.

방송경력이 비교적 적은 해설자지만 게임상황에 대해서는 머리가 훨씬 잘 굴러간다.

그 때문에 더욱 얼척이 없다.

캐스터의 말마따나 파사딘은 정말 솔로랭크 기준에서 괜찮은 챔프가 맞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솔로랭크에서다.

"올마스터 선수가 지난 번에 보여준 탤런과 마찬가지로 솔로랭크에서는 괜찮은 챔프죠. 그러나."

탤런은 솔로랭크는 의외로 호평을 받는다.

낮은 점수대에서.

아무래도 타겟팅에 가까운 스킬들이 쓰기 쉽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다.

사실 효율성을 떠나 그냥 어쌔신 느낌이 나는 게 멋있다는 것는 것도 한몫하고 있지만.

칼을 쓰는 근접 AD챔프는 겁나 멋있다!

이는 차후 야흐호, 리픈충으로도 대두되는 사실이지만 시즌2에도 당연히 있었다.

탤런과 마찬가지로 파사딘이 밴되는 곳은 어디까지나 천상계 이하의 낮은 점수대다.

LCL 16강에 도달한 팀들의 평균 점수는 마스터 티어 중반대.

솔로랭크에서 파사딘을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

단점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파사딘이라는 챔프.

스킬구조만 보면 정말로 좋다.

타겟팅 침묵이 있는 Q스킬에, 점멸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궁극기.

심지어 패시브는 마법피해까지 줄여준다.

그러나 근접챔프.

더군다나 스킬쿨까지 길다는 명확한 단점.

"결정적으로 사거리가 너무 짧습니다."

"괜히 대회에서 안 나오는 픽이 아니죠."

현재 적 미드라이너가 플레이하고 있는 코리아나를 보자.

스킬들의 평균 사거리가 800을 훌쩍 넘는다.

파사딘은 끽해야 600대.

200이나 차이나는 사거리를 통해서 완벽하게 파사딘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난이도가 약간을 필요하기에 천상계 이하에는 잘 구동하지 못하지만.

솔로랭크 기준에서 다이아 상위권의 미드라이너라면 누구나 숙지하고 있는 플레이다.

"롤챔스만 봐도 절대 가져오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올마스터 선수…."

32강에서 탤런과 개서스를 픽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여기까지인가, 캐스터와 해설자는 같은 생각을 했다.

실력차에 의한 쇼맨십이라는 커뮤니티의 평가.

자신들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숨겨진 실력이 있는 선수라 여겼다.

맞상대할만한 팀을 만나면 주챔프를 들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할 거라고.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빛좋은 개살구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상대가 스프링 시즌 결승전까지 갔었던 <전장의 학살자>임에도 장난스런 픽이라니.

그러한 이유 짐작가는 바가 하나 있었다.

올마스터가 파프리카 BJ라는 말, 얼핏 들었기에.

LCL을 그냥 BJ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참가했을 수 있다.

오프게임넷의 방송을 중계하는 입장에서 고개가 절로 저어지는 행위.

안타까움과 불쾌함.

비록 아마추어 대회라고는 해도, 수많은 프로지망인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그런 자리를 사리사욕을 위해 하찮게 사용하다니.

"비주류 챔프들이 자주 나오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적당히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예, 올마스터 선수도 의중이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계속해서 다른 챔프들을 보여줘야 하나, 해설자로서 의구심이 드네요."

캐스터도 해설자도 한 마음을 맺었다.

올마스터는 16강이 한계인 선수라고.

애초에 이 이상 마음이 없어 보인다.

탤런과 개서스를 픽할 때는 그래도 상대팀보다 전력이 우위인 상황에서 재밌는 게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루즈하고 지루한 승리를 챙기기보다, 조금 위험할 수 있는 예능픽을 꺼냈으니 시청자들도 열광을 한 것.

하지만 <전장의 학살자>는 다르다.

실력의 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노련하다.

의외의 픽이라고 당황할 상대가 아닌 것이다.

<딸기맛 치킨> 대 <전장의 학살자>.

그 첫 번째 게임을 기대하고 보던 시청자들도 시큰둥했다.

-아나 올마스터 실망이네.

-나도ㅋ 괜히 뽑아준듯.

LCL의 파프리카 TV 중계 채팅창.

시청자들이 인기투표에서 <딸기맛 치킨>팀을 밀어준 이유의 절반은 올마스터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쇼맨십때문에 게임을 대충 하다니.

게임을 재밌게 하는 건 좋지만, 대회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태도는 누구라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상대가 우승후보라 손꼽히는 <전장의 학살자>라고 벌써부터 전의를 상실한 것일까.

실망감을 금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게임.

그냥 파사딘이라는 챔프를 대회무대에서 한 번 보는 걸로 의미부여를 하자.

모두가 그렇게 단정지은 순간.

이변은 시작됐다.

.

.

.

* * *

'쉽지 않다.'

파사딘이라는 챔프.

시즌2에 들어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이 조금씩 분석되게 되고.

미드 라인전에서 근접챔프들이 쓰이기 힘들게 됐다.

때문에 사장된 대표적인 챔프가 바로 파사딘.

현재 쓰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게 아니다.

당연히 알고 픽했고 상대가 어떤 대처를 할 지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내 생각의 최대치만큼 철저하게 나오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나는 골치 아픈데.'

차후에 나올 AD닌자챔프인 자드정도는 아니여도, 코리아나 또한 파사딘 입장에서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6렙 전까지 파사딘은 Q말고는 라인전에서 딱히 딜교환 수단이 없다.

그런데 그 파사딘의 Q스킬, 허무의 마격을 코리아나는 실드로 막고 평타로 반격까지 할 수 있다.

다른 AP챔피언들과는 달리 패시브때문에 평타가 강력하기 체력이 눈에 띄게 깎여나간다.

때문에 코리아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상대하기 꺼려지는 픽.

그 사실을 아기에, 나는 시작 아이템을 조금 독특하게 갔다.

'뭐, 누가 나오던 이럴 작정이긴 했지만.'

13포션.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시즌2에는 최대 포션 제한 수가 없다고 해도, 고작 라인전에서 13개씩이나 소비하게 될 일은 없다.

그렇지만 파사딘에게는 필요하다고 결론 지었다.

크리스탈 유리병.

시즌3 프리시즌부터 패치되는 아이템이 지금 시점에는 없다.

그렇기에 열세 개나 되는 포션을 샀다.

물론 체력포션만 산 건 아니고 마나포션도 섞었다.

압도적인 라인유지력.

맞으면서 6렙을 찍는 게 목표다.

6렙부터가 파사딘이라는 챔프의 진정한 시작이니까.

'역시 빡세게 견제해오네.'

내가 CS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코리아나는 묵직한 공으로 치고 들어온다.

가능한 피해보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신발시작이 아닌 터라 이동속도가 느리다.

게다가 평타견제까지 빼놓지 않는다.

한두 번 파사딘을 상대해보는 게 아닌 익숙한 대응.

CS를 먹을 때마다 얻어맞다보면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파사딘은 성장시킬 가치가 있는 챔프.

참고 인내하면 그만큼 보람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날은 머지 않았다.

바로 첫 블루 타이밍부터.

부악!

기본적인 RQE콤보.

파사딘이 블루를 먹고 딜교환에 치중할 마나가 생기는 시점부터 시도할 수 있다.

점멸과 비슷하게 공간에서 공간을 뛰어넘는 궁극기로 상대에게 다가가 Q와 E스킬을 흩뿌리는 간단한 공격.

그렇지만 상대는 침묵과 더불어 둔화까지 걸린다.

스킬도 쓸수 없는데 이동속도까지 현저히 저하된다.

반격을 허용치 않는다.

지금껏 파사딘을 실드와 평타로 효과적이게 대응해오던 코리아나.

이제는 그 두터운 실드채로 체력을 뭉텅 깎아버린다.

파사딘의 Q스킬과 E스킬 허무의 마격과 공허한 파동이 동시에 터지며 코리아나의 목줄을 죄어온다.

하지만 그 뿐.

정면승부가 된다면 코리아나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다.

부악!

내가 하는 딜교환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블루버프와 수호자의 유리수정.

마나가 찰 때마다 RQE,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빠져나온다.

일방적인 폭력.

데미지를 차츰 누적시킨다.

벌써 코리아나의 체력이 반이나 깎였다.

이제는 슬슬 우물귀환 타이밍을 보려고 할 때.

그러나 탤런과는 다르다.

킬을 먹지 않는 한 반쪽짜리 암살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탤런과 달리, 파사딘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 픽이다.

부악! 써컹!

여태까지와는 다르다.

파사딘의 궁극기가 3스택.

횟수를 거듭할수록 마나를 추가적으로 소비되는 대신, 공격력이 올라가는 궁극기의 스택을 쌓아놨다.

바로 점멸 궁을 위해서.

점에서 점으로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스펠과 스킬.

순식간에 코리아나와의 거리를 좁히고 밟아버린다.

3스택이나 쌓은 파사딘의 궁극기로 무겁게.

그리고 W스킬 황혼의 칼날로 강화한 평타로 썰어버린다.

치지지직!

말할 필요도 없이 걸리는 발화.

확실한 사형선고다.

세 차례에 걸친 파사딘의 일방적인 딜교환.

코리아나는 제대로 반항조차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탤런이 가진 선공권이라는 개념.

파사딘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오히려 궁극기가 타겟팅이 아니라는 점에서 훨씬 자유롭다.

탤런이었으면 닿지 않았을 거리를 한 순간에 좁혀 사정없이 상대를 농락한다.

이동기에 공격기능까지 달려있는 건 보너스.

차후 미드라인에서 모든 챔프들을 눈 아래로 보며 군림하게 될 파사딘의 위력이다.

그러한 챔프를 내가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

퍼스트 블러드가 아니라는 사실과 현재 아군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스코어는 1:3'

불리하다.

그리고 우리팀이 지고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봇라인.

아군이 못해서?

아니다.

적팀이 그저 압도적으로 잘할 뿐이다.

원딜캐리조합.

이전에 상대했던 <달려라 두두킹>이 미드정글 캐리에 중점을 뒀다면.

<전장의 화신>은 철저한 원딜캐리 조합이다.

현재는 시즌2 원딜 오브 로드라고 불리는 시기.

솔직히 힘든 상대다.

그 원딜러가 다름아닌 시즌3 최강의팀, SKY의 멤버가 될 사람이었으니까.

'강진이 자식..'

시즌3 무패전설을 써내리게 되는 SKY팀의 일원으로서 이름을 떨치게 될 최강진.

SKY T1 꿀꿀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원딜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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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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