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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주인공이다
SKY T1.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모를 수 없는 프로팀.
SKY, 즉 하늘이라는 기고만장한 팀명을 쓰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이 팀을 지적하지 않는다.
시즌3에 써내린 전설적인 행적.
전세계에 열리는 모든 롤대회를 제패해버리고, 한국이 로드 오브 로드 최강의 국가라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해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강호팀의 원딜러가 SKY T1 꿀꿀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닉네임을 쓰고 있는가.
바로 서포터 곰돌이만두 때문이다.
시즌3 최고의 서포터로 손꼽힌 곰돌이만두.
그 곰돌이만두라는 서포터의 파트너가 바로 최강진, SKY T1 꿀꿀이다.
곰돌이와 꿀꿀이.
서로 좋아하는 동물로 아이디를 맞췄다고 한다.
물론 현재 시즌2에는 꿀꿀이란 아이디를 쓰고 있진 않고, 떡하니 자신의 이름이 내걸린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실명을 쓴 덕분에 본선팀들의 명단을 쭉 봤을 때 알아보기 쉬웠고 여태껏 주시하던 상대.
그가 속한 <전장의 학살자>를 상대로 우리팀은 다소 고전하고 있다.
'다행히 강진이는 SKY 중에서 급이 떨어지는 편이지.'
상대적인 의미다.
SKY의 멤버들 하나하나가 워낙 쟁쟁해 썩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묻혀버린 감이 있다.
하지만 원딜러로서의 최강진은 다른 SKY의 멤버들에게는 약간은 꿇린다해도 확실히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
현재에도 <전장의 학살자>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그 하나를 믿고 원딜캐리 조합을 구성했을 정도로.
최강진이라는 원딜을 대동한 강력한 봇라인과 상대팀의 봇시팅.
시팅이라 함은 팀에서 중점적으로 해당 라인을 밀어주고 있다는 뜻이다.
적 정글러가 봇을 중점으로 보는데다 심지어 적탑라이너까지 쇈이다.
궁극기를 쓰면 실드와 함께 아군 챔피언 쪽으로 건너가는 텔레포트 효과가 있는 쇈.
<전장의 학살자>팀의 집중적인 봇시팅을 견뎌내기엔 아군 봇듀오는 솔직히 부족하다.
때문에 역으로 우리팀 정글은 탑을 공세하고 있다.
쇈이라는 챔프가 하도 수비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 탓에 따내지는 못했지만, 씨지맥이 우콩을 플레이하고 있는 탑라인은 우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봇라인을 키워버리면 게임이 힘들어진다.
강진이가 플레이하고 있는 배인이라는 챔프.
파사딘과 비슷하게 성장기대치가 높은 원딜러다.
괜히 슈퍼플레이하면 떠오르는 챔프 중 하나가 배인이 아니다.
1:1에도 강력한데 한타에서도 프리딜을 넣기 시작하면 고정데미지에 의해 탱커조차 녹아내린다.
그렇기에 한 번 흐름을 끊어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타 승부로 가야겠다'
부악!
굳이 도박수를 둘 필요는 없다.
적이 유리한 봇라인에가서 싸움을 해줄 이유따위.
코리아나나 부단히 괴롭히면서 한타를 보는 게 맞다.
챔프의 성장기대치라면 파사딘도 자신이 있으니까.
[인간조아라]-봇라인 진짜 힘들긴 한데.. 최대한 파밍위주로 해볼게요.
[타임끝]-저 궁으로만 CS챙기는 중임.
아군 원딜러 타임끝이 고로키를 픽한 것이 좋게 작용했다.
궁극기의 긴 사정거리 덕에 상대보다 모자를지 언정 CS수급에 큰 차질은 없다.
성장기대치가 원딜 챔프 중에서 높지 않다고 평받는 고로키지만 대신에 삼종신기만 나와도 충분히 1인분을 할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적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현재 게임시간은 15분, 스코어는 3:5.
탑과 미드에서 정글개입으로 킬이 생겼지만 용을 내주게 되었다.
아무래도 상대팀이 우월한 봇라인에서 용이라는 오브젝트가 가까우니까.
그리고 아군 정글이 탑미드로 보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다.
스코어는 조금 따라왔지만 용을 내준 탓에 글로벌 골드는 상대가 우세.
그래도 이정도면.
'할만하다.'
글로벌 골드의 차이라고는 해도.
서로가 꽝! 맞붙었을 때 진실로 중요한 건 조합의 수준과 딜러진의 코어템이다.
그리고 우리팀은 나와 우콩을 포함한 딜러가 잘 성장했다.
요는 강진이가 플레이하고 있는 배인을 잡느냐, 잡을 수 없느냐의 차이.
사실 만만치 않다.
적 서포터가 랄라, 정글러는 두두다.
앞서 말한 쇈까지 합쳐지면 배인이 가지는 버프스킬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내가 괜히 어설프게 원딜킬러 AP테러스티나를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해온 어중이 떠중이 팀들과는 격이 다른 클라스.
게임의 주연이 되는 원딜을 4명의 아군이 확실하게 조명시켜준다.
어중간한 포커싱으로는 죽도 밥도 안된다.
그렇기에.
'파사딘이지.'
배인이라는 챔프의 미친 기동성.
따라잡을 수 있는 챔프는 몇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배인이상의 기동성을 가진 챔프가 바로 파사딘이다.
부악!
용 앞에서의 한타.
20분에 다시 젠된 두번 째 용은 내줄 수 없는 노릇이기에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인이 자신의 궁극기를 믿고 여봐란듯이 내준 찰나의 틈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앞궁을 사용해 날리는 콤보.
RQE.
그 단조로운 콤보가 만드는 절대적인 위엄.
벌써 조냐의 물시계와 억겁의 스태프라는 2코어가 나온 내 파사딘이다.
배인의 체력이 절반 가깝게 훌쩍 까인다.
하지만 배인을 플레이하는 강진이가 바보라 각을 내준 게 아니다.
배인은 일부러 위기스런 상황을 연출하고 슈퍼플레이로 극복해내는 게 일상인 챔프.
적이 달려들게 만들기 위해 앞라인에 살짝 돌출돼 있었다.
데굴!
영락한 기사의 검.
그 액티브 효과를 나에게 사용해 체력과 이동속도를 뺏음과 동시에 궁극기를 쓰고 구른다.
은신 구르기, 배인이라는 원딜이 까다로운 이유다.
배인과 파사딘, 양팀의 에이스가 충돌하고 한타가 이루어지려는 순간.
띠이잉!
내가 구매했던 아이템, 조냐의 물시계가 발동되며 흐름을 끊는다.
순간적인 무적상태가 불러오는 혼란.
그러나 경기를 진행하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대로 어느 한쪽이 끝을 보게 될 거란 사실을.
이미 말을 맞췄던 대로 나와 씨지맥은 배인을 노린다.
씨지맥의 우콩이 점멸 돌진, 동시에 궁극기를 사용해 배인을 띄우고 주위의 적들을 갈아버리려고 하지만.
커져라!
랄라의 궁극기가 발동되며 배인의 최대체력이 늘어나고 우콩을 튕겨낸다.
괜히 차후 SKY T1의 원딜러가 될 사람이 아니다.
침착하게 배인의 E스킬, 판결을 사용해 우콩을 멀찍이 밀어내고 카이팅을 시작한다.
챵! 챵! 타앙!
잘 큰 배인의 삼타.
은탄의 고정데미지가 터지며 농락당하는 우콩.
어쩔 수 없다.
잘하는 배인을 팀이 철저하게 지켜주는 이상 고작 한명이 어찌할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데미지를 주고 핑와를 설치해 배인의 은신을 차단한 시점에서 씨지맥의 역할은 충분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다시 내가 나설 때다.
우콩에게 포커싱이 집중된 사이에, 조냐가 풀리고 안정권으로 벗어났던 내가 한 번 더 배인을 노린다.
부악!
QE, 그리고 발화까지.
우콩이 준 데미지를 고려해보면 아슬아슬하게 마무리각이었다.
그럼에도 강진이가 플레이하는 배인은 쓰러지지 않는다.
쇈의 궁극기.
앞라인에서 아군에게 얻어 맞고 있는 와중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써온다.
설사 자신이 죽는다 해도 배인만을 살리면 이긴다는 필사즉승의 각오.
하지만 내가 접근을 위해 소비한 것은 점멸이다.
4스택이나 파사딘의 궁을 고작 이동따위에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
써컹!
궁극기의 막대한 데미지로 배인을 즈려밟고 W스킬, 황혼의 칼날로 썰어버린다.
랄라가 한 번 더 실드를 쓰며 배인의 생명줄을 이어보려 하지만 부족하다.
아무리 온갖 버프를 둘둘 두르고 있어도 버틸 수 없는 한방.
-적을 처치했습니다!
바로 이 순간 한타는 끝났다.
남은 챔피언은 랄라, 두두, 코리아나.
랄라와 두두는 없는 셈쳐도 되는 수준의 챔프.
결정적으로 내 파사딘의 레벨이 올랐다.
적팀 중에 가장 레벨이 높으며 학살 중이었던 배인을 처치한 성과.
내가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 억겁의 스태프의 효과로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다.
급할 것도 없다.
천천히 적을 추격하면 된다.
파사딘이라는 챔프는 결코 적의 도주를 허락하지 않기에.
부악!
-더블킬!
부악!
-트리플킬!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점멸을 사용해 벽을 넘든, 스킬을 사용해 이동속도를 높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지옥 끝까지 따라가 적들의 숨통을 끊어낸다.
두두와 랄라가 얍삽하게시리 양갈래로 나눠져 두주한 탓에 한 쪽은 놓치게 됐지만, 나머지 랄라와 코리아나는 황혼의 칼날의 이슬이 됐다.
그리고 방금의 한타로 게임이 끝났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난 귀환에서 내가 조냐의 물시계와 함께 구입한 아이템.
당장 주문력을 제공해주지 않음에도 파사딘의 코어 아이템이다.
테자이의 재능약탈자.
킬이나 어시를 먹을 때마다 스택이 쌓이며, 스택에 비례해 주문력을 올려준다.
조금 전 트리플킬을 먹음으로써 50에 가까운 주문력이 올랐다.
바로 이 아이템이 내가 파사딘이라는 챔프를 선택한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다.
확실하게 배인을 딸 수 있기에.
다른 하나는 압도적인 솔로캐리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궁극기의 말도 안되는 기동성을 활용해 테자이의 재능약타자 스택을 야금야금 쌓는다.
야금야금 쌓아도 되는데 나는 트리플킬을 먹어버렸다.
그러니 끝나버린 게임.
이제는 아무도 파사딘을 말릴 수 없다.
.
.
.
* * *
"에.. 이건 그러니까…."
오프게임넷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딸기맛 치킨>팀과 <전장의 학살자>의 경기.
캐스터와 해설자는 두 팀의 대결이 막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꼬리를 늘이고 있다.
양팀이 게임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바론 한타를 대치하고 있는 상황.
폭풍 전의 고요처럼 어색해질 수 있는 순간이기에, 부단하게 입을 놀려야 하는 게 중계진의 역할이지만 그럼에도 차마 입을 열 수가 없다.
사람이 말을 잇지 못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
그 어처구니라는 단어가 현재 캐스터와 해설자의 심정을 정확히 헤아려준다.
하지만 앞서와는 방향성이 다르다.
"너무.. 잘 커버렸네요."
해설자의 말.
지나치게 잘 컸다.
방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상황에 맞는 수많은 어휘를 배웠음에도, 지금의 파사딘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부악!
한 순간에 삭제되는 랄라의 체력바.
AP챔프의 라스트 피스라 불리는 라둔의 죽음투구가 나온 파사딘이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를 풀스택 가까이 쌓은 결과다.
불과 30분이 안되어 파사딘의 주문력이 800을 넘겼다.
파사딘이라는 챔프가 크는 게 힘들 뿐이지 성장만 하면 엄청나다.
롤을 하고 있는 유저라면 모를리 없는 사실임에도, 그 성장이 죽도록 힘들기에 마스터 티어 이상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챔피언이다.
그러나 올마스터는 보란듯이 해냈다.
앞서 캐스터와 해설자의 발언을 망언으로 만들고 얼굴을 붉게 달아오르게 했다.
파사딘이 이쯤 크게 되면 컨트롤이고 나발이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냥 간단하고 명료한 한 가지 작업만 수행하면 끝이다.
RQE.
앞궁을 사용하고 QE스킬을 흩뿌린다.
다른 챔프들처럼 Q평E평RQ평E 이런 콤보 필요가 없다.
이미 충분하니까.
그 한 번의 RQE만으로 랄라가 전사하고 <전장의 학살자>팀이 짜놓은 포지셔닝이 붕괴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팀의 에이스, 강진이의 배인은 데굴데굴 구르며 어떻게든 반격의 기회를 엿보려고 하지만.
띠이잉!
조냐의 물시계에 의해 무적상태가 되며 모든 공격을 차단시키는 파사딘.
아이템에 의한 2.5초의 무적시간이 풀리는 순간.
구웅!
고작 3초만에 파사딘의 궁극기 쿨타임이 돌아왔다.
궁극기로 거리를 벌리는 파사딘을 따라갈 수 있는 챔프는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무서운 건 이 지옥이 반복될 거란 사실.
부악!
이번엔 코리아나다.
실드를 사용했음에도 꺼멓게 변한 체력바.
치지지직!
발화에 의해 마무리 된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파사딘의 오른손에 들린 검, 황혼의 칼날이 공간과 함께 적들을 찢고 선사한다.
적대하는 모두가 몰살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지옥의 술래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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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