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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주인공이다
[타임끝]-주장님 크브 날라다니는데 어케요.
[인간조아라]-일단 버텨는 보겠습니다.
크레이브즈는 명실상부한 시즌2의 최고 OP챔프.
내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알고서 밴을 풀었다.
좋아서 가져가라고.
'크레이브즈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지.'
가까운 상대에게 높은 데미지를 주는 Q스킬.
하지만 사거리도 긴 편이 아니고 멀리 있는 상대에겐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
붙으면 엄청나게 세지만 붙지 못하면 할 게 없기에.
결정적으로 %뎀스킬이 없어, 시간이 갈수록 적팀의 하드탱커를 다른 원딜챔프보다 상대적으로 못 잡는다.
그렇기에 구성한 카운터 조합.
3포킹 2탱커.
스크림에서 씨지맥에게 탑제임스를 연습시켰다.
조아라는 이미 광우스타를 할 줄 알고 타임끝의 고로키야 주챔프 수준이니 괜찮다.
그리고 나는.
'역시 포킹하면 미달리지.'
미드 미달리.
일반적으로 탑에서 AD로만 쓰는 챔프다.
라인전이 너무 약한데다 기본적인 라인클리어조차 힘들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 때문에 꺼냈던 첫 경기의 파사딘이라는 픽.
'괜히 파격적으로 나간 게 아니거든.'
압도적인 캐리력을 선보인 파사딘은 두 번째 세트에서 당연히 밴당했다.
비장의 수는 아껴두라고 했던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다전제에서 비장의 수는 먼저 꺼내는 게 맞다.
왜?
기선제압을 위해서.
롤드컵의 패패승승승같은 기적의 역전승.
듣기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멘탈의 흔들림.
마치 솔랭에서 전판에 갱킹을 하도 당하고 져버리면, 다음 판에서도 나도 모르게 소극적인 라인전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대는 우리팀이 제임스를 가져간 걸 보고 미드 초가트를 후픽했다.
초가트의 우월한 맷집과 패시브로 라인전을 버티기 위해서.
확실히 초가트는 제임스가 섣불리 근접폼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침묵을 맞게 되면 망치로 튕겨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멀리서 포킹을 하며 서서히 견제하는 수밖에 없는데, 초가트는 미니언을 잡으면 체력이 오르는 패시브 덕에 라인유지력이 엄청나게 좋다.
지금 시점에서 제임스의 카운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면밀한 연구에 의한 카운터픽인지, 아니면 순간적인 재치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괜찮은 생각이다.
하지만 제임스는 탑솔러인 씨지맥이 가져갔다.
대신 내가 미드로 가져간 챔프는 다름아닌 미달리.
상대입장에서는 어지간히 헷갈릴만 하다.
원래 미달리는 탑으로 쓰이는 챔프니까.
단순 라인스왑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탑미달리와 미드 미달리는 아예 다른 챔프.
타악!
박이 깨지는 듯한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명중하는 미달리의 창.
상대 미드라이너인 초가트가 마법저항력 아이템을 올렸음에도 체력이 1/3이나 까인다.
기대치 이상의 데미지.
미달리가 핵창이라는 별명이 붙은 챔프라고는 해도, 아직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밖에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 데미지가 나오진 않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버그를 사용했다.
'캬아, 양심이 조금 찔리는데.'
미달리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창을 던지고 퓨마폼의 점프를 사용해 뒤로 점프한다.
그러면 거리에 비례하는 창의 데미지가 증가한다.
실제로 버그.
시즌3 후반기에 수정이 됐다.
그러나 현재 시즌2에는 미드 미달리는 나오지도 않는 픽인데.
체감상으로는 절대 알기 힘든 이 차이를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설사 안다고 해도 쓰기 싫은 챔프다 미달리는.
이 창을 누가 맞아준단 말인가?
제임스의 포킹에 비해 속도도 느리고.
럭키처럼 라인클리어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달리는 시즌3 필밴챔프로 악명을 떨쳤다.
그 이유, 게임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게임시간 20분에 가까웠졌지만 스코어는 고작 2:2.
양팀이 말리는 라인없이 안정적으로 흘러나갔다.
서로가 원하는 두 개의 코어아이템을 맞추기 위해.
그리고 원하던 대로 양쪽의 주력, 미달리와 크레이브즈는 둘 다 2코어가 나왔다.
두 챔프 모두 2코어에 의해 엄청나게 강력해진다.
특히나 크레이브즈의 2코어는 악명이 높다.
스킬딜이 어마어마한 크레이브즈에게 평타딜링이라는 날개가 붙는 시기니까.
오히려 3코어부터 조금씩 침체돼서 다른 원딜보다 밀리게 된다.
적팀의 입장에서는 승부를 내고 싶은 시기.
이미 봇의 우세를 바탕으로 용 주위의 시야를 장악했다.
확실히 시즌2가 괜히 원딜 오브 로드가 아니다.
봇라인이 강한팀은 챙길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
-가속!
탑에서 라인을 밀고 용싸움을 위해 내려온 아군 제임스.
탑라인이 우세한 우리팀이 가져올 수 있는 이득은 합류속도의 차이다.
하지만 적팀의 탑라이너 쇈은 궁극기를 사용해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기에.
제임스의 장기, 포킹으로 용 주위에 진을 친 적팀을 압박해 나간다.
쇈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하지만 상대가 맞아줄 리가 없다.
시야의 차이.
대치 상황에서 적팀의 위치를 알고 있냐, 모르고 있냐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 차이 하나로 승패가 결정될 정도로.
그런데 봇라인이 우세한 적팀은 이미 용 주위의 시야를 환하게 밝혀놨다.
핑와로 어느정도 지우긴 했다지만, 적들의 무빙을 보면 이곳 어딘가에 와드가 설치돼 있다는 걸을 눈치챌 수밖에 있다.
그러나.
펑! 펑! 퍼엉!
궁극기를 물쓰듯 던져대는 타임끝의 고로키.
마관신에 괴이한 가면까지 뽑은 고로키의 폭탄은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시야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한들.
압도적인 사거리를 가진 포킹을 미친듯이 던져대면 언젠가 맞게 돼있다.
이건 프로게이머고 나발이고 간에 사람인 이상 맞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 대 맞기 시작하면.
타악!
결정적인 한 방.
고로키의 포킹이 가랑비에 옷 젖듯.
제임스의 포킹이 뒷통수가 얼얼한 정도라면.
미달리의 핵창은 그냥 상대의 혼을 쏙 빠지게 만든다.
라둔의 죽음투구까지 나온 AP미달리.
탱킹이 안되는 딜러진이라면 운 나쁘게 한 대 맞아도 집에 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야의 이점을 살려서 정글러인 두두와 초가트의 탱킹력을 믿고 버티고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팀에서 가장 단단하다 할 수 있는 두두조차 내 창 한 대를 맞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타악!
두 번째의 창이 적을 맞혔다.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내 미달리의 창을 대신 맞은 두두.
체력이 한 움큼밖에 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귀환.
그리고 정글러가 없으면 용은 확실하게 우리의 것이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포킹 조합의 승리공식.
던지고.
맞히고.
챙긴다.
포킹조합은 한타의 대승이 아닌, 용과 같은 오브젝트의 챙겨 서서히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돌진조합에게 한 번 잘못 물리면 반항도 못하고 물어뜯긴다는 약점이 있지만.
'우리를 물 챔프가 없지.'
적 정글러인 두두, 그리고 탑라이너인 쇈.
원딜을 지키기에는 이보다도 좋은 챔프들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에겐 이니쉬를 할만한 마땅한 스킬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타 자체를 해주지 않는다면 속수무책.
-가속!
이제는 용이 아닌 포탑을 챙길 시간이다.
포탑 주위에서 농성하는 상대팀을 하나하나 천천히.
타악!
적팀의 서폿, 랄라의 이마빡에 제대로 꽂힌 쇠꼬챙이.
내 미달리의 핵창을 맞고 실피에 가깝게 체력이 줄어든 랄라가 허겁지겁 도망간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아까는 용, 이번엔 포탑.
서서히 적팀의 목줄을 조여나간다.
타악!
2차 포탑 앞에서의 공성.
이번엔 핵창을 맞은 건 아군의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탑에서 내려온 쇈이다.
쇈은 탱커라는 역할에 걸맞게 체력도, 저항력도 만만치 않지만.
미달리의 세 번째 코어템, 관통의 지팡이가 이를 꿰뚫는다.
최대 거리에서 맞은 미달리의 창은 3배의 데미지를 뽐내며 쇈의 체력을 반피에 가깝게 훌쩍 까버린다.
파앙!
제임스의 포킹까지 터지자 쇈은 집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적팀은 2차포탑을 내주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억제탑과 쌍둥이 포탑뿐.
이 억제탑을 부수게 되면 돌려깎기가 시작된다.
하나하나.
마지막 세 번째 억제탑을 부순 헤야 쌍둥이 포탑을 공략한다.
이렇게 유리한 상황이더라도 포킹조합은 정면승부를 해주면 안된다.
압도적인 사거리에 반비례해 한타가 아쉽다는 단점이 있으니까.
그 사정을 모를 리가 없는 적팀.
우물에서 뛰어온 적 정글러 두두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온다.
부족한 이니쉬.
신발에 달린 업그레이드 기능인 의병대로 보충했다.
돌출되서 달려오는 만큼 수많은 포킹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지만.
우우우웅!
쇈의 궁극기에 의해 실드가 차오르며 두두가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
탑과 정글 두 명이 동시에 뛰어들어 강제적인 한타를 걸 속셈.
눈에 뻔하다.
이쿠우~!
그냥 쿨하게 까버린다.
아군 정글러 리심의 궁극기, 범의 일격으로.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점멸까지 써 혼신의 힘을 다하는 두두.
쿠웅!
광우스타의 박치기가 밀어낸다.
더 이상 접근할 수단따위, 마지막 희망조차 이제는 없다.
애초부터 극카운터 조합.
일말의 반항도 허락하지 않는다.
상대는 지금이라도 맞붙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게임이 끝날떄까지 맞붙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을 거다.
괜히 쓸데없이 변수를 제공할 이유가 없으니까.
상대팀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못해 열불이 날 지경일 테다.
포킹을 미친 듯이 던져대는데 적팀에서 이니시를 걸만한 챔프는 둔하기 짝이 없는 두두와 쇈밖에 없다.
의병대까지 발동해서 전광석화처럼 뛰어가도 그냥 밀어내면 끝이다.
그렇게 정말 허무하게.
타악!
타개책이 없는 대치상황만을 반복하며 3억제탑을 내주게 된 상대팀.
어처구니가 없어 넋이 나간 크레이브즈의 이마빡에 창이 꽂힌다.
그리고.
.
.
.
* * *
파앙!
-아니, 어떻게 이니시 좀 걸어보라고!
답답한 마음에 높아지는 언성.
용한타에서 3억제탑까지.
제대로된 한타조차 한 번 못하고 밀려버렸다.
이제 남은 건 넥서스와 그를 지키는 두 개의 포탑뿐이다.
-강진아, 우리도 걸고 싶은데 걸 각이 안나와….
나도 모르는 게 아니다.
알고 있음에도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거다.
시원한게 한타 꽝 붙어서 졌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텐데.
LCL 스프링시즌에는 결승전까지 갔다가 아깝게 패배한 이력이 있는 우리 <전장의 학살자>팀.
때문에 이번 서머시즌에는 칼을 갈고 나왔는데 이런 허무하기 짝이 없는 패배라니.
'제길, 클끼리만 있었어도.'
<전장의 학살자>팀에 있던 정글러.
지난 스프링 시즌에 프로게임단의 눈에 들어 스카웃됐다.
클끼리였다면 아모모로 시원한 강제 이니시를 걸어주었을 터지만.
'지금 우리팀은 너무 수동적이야.'
말이 좋아 원딜캐리 조합이지 내가 딜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 죽도 밥도 안된다.
포킹조합을 상대로 어느정도 약점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조합은 본 적이 없다.
아예 어떻게 물어볼 각 자체가 안 나온다.
밴픽싸움부터가 녀석들의 노림수였다.
파사딘을 밴하고 크레이브즈를 가져오면 깔끔하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부터가 오산이었다니.
절대적인 상성 조합을 가져가고 한타 한 번 안 해주고 야비하게 포킹만 던져오는 적팀은 얄밉기 짝이 없다.
분하고 속 터지는 상황이지만.
'인정한다.'
밴픽의 두뇌싸움에서 완전히 져버렸다는 것을.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세 개의 억제탑들이 깨지면서 나온 수많은 거대 미니언들때문에라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타악!
가볍게 울리는 타격음.
하지만 소리와 달리 데미지는 무겁게 다가온다.
키보드에 손을 뗀 그 잠깐의 사이에 미달리의 창이 정통으로 박혀버렸다.
실피에 가깝게 줄어드는 내 크레이브즈의 체력바.
말도 안되는 데미지에 깜짝 놀라 마우스를 움직여 점멸까지 사용했지만.
파앙!
제임스가 날린 푸른색의 번개 구체가 폭발하며 화면을 회색으로 만들어버렸다.
참지 못하고 집어던진 헤드셋에서 가느다랗게 울리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욱하고 터져 나오는 욕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야! 올마스터 이 X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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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