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8화 (78/803)

78====================

뻗치는 망신살

우리 <딸기맛 치킨>팀의 16강 무대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

나는 오랜만에 방송을 켰다.

아직 8강이 시작될 날까진 이틀이나 남아 있기에.

하루 정도 쉬어 가자는 의견이 팀 내에서 맞아 떨어졌다.

16강처럼 엄청난 상대가 올라오면 고되더라도 연습게임을 달리는 게 필요불가결이겠지만.

토너먼트 리그표에 따랐을 때 8강에서 상대할 팀은 솔직히 누가 올라오던 상관없을 것 같다.

'고생을 일찍 한 셈 쳐야지.'

오늘 오후에 우리 <딸기맛 치킨>이 8강에서 맞붙게 될 두 팀의 16강전이 치뤄진다.

바로 대망신팀 대 <포킹 마스터>팀의 경기가.

양팀의 수준은 솔직히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예선전에서 맞붙게 된 상대팀들보다는 레벨이 높지만.

'이제 성장했으니까.'

미래의 SKY T1 꿀꿀이가 될 최강진을 16강에서 완벽하게 꺾었다.

원래라면 결승전에서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상대.

자신감이 붙지 않을 수가.

당연히 SKY니 뭐니 하는 미래는 나만 알고 있지만, 애초부터 <전장의 학살자>는 4대 우승후보 팀 중 하나.

우승후보를 꺾은 아군의 사기는 상당히 높아졌다.

대회 도중에 긴장의 끈을 놓는 일은 물론 좋지 않지만.

한 번쯤 휴식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결론이 맺어졌다.

때문에 휴식시간을 가지기로 한 오늘.

오랜만에 파프리카TV로 개인방송을 함과 동시에 LCL 16강을 느긋이 감상할 예정이다.

'아마 대망신네가 떨어지지 않을까?'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이상 그랜드 마스터가 3명이나 껴있어도 어쩔 수 없다.

팀의 두뇌가 무려 대망신인데, 아무리 팔다리가 우락부락해도 지능이 유인원 수준이면 뭘 하겠는가.

신경을 쓸 가치는 딱히 없어 보인다.

-방장 뭐하길래 방송을 안 함? 볼 거 없어서 지루했다고 ㅡ,ㅡ

-올마스터 LCL나오잖아 그것도 모르냐?ㅋㅋ

잡생각을 하며 천천히 방송을 위해 게임을 접속하는 나에게 한 시청자가 물었다.

아마 내가 방송을 이유없이 안했다고 생각한 모양.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 제가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대회 관계로 조금 바쁩니다. 이번에 8강에 올라갔죠, 엣헴!"

LCL의 풀네임을 말하니 대단한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챌린전스는 말 그대로 도전자들, 아마추어라는 의미일 텐데 영어라서 괜시리 멋지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전부 LCL에 관심있지 않은데다,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를 안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더욱이 내가 올린 방송 공지사항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면 내가 LCL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몰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방송을 킨 것이기도 하고.

-미드 미달리 안 하냐 미드 미달리!

-올마스터 방송켰다ㅋㅋㅋ

-리픈 보여달라고 리픈! 평캔 좀 보자!

-나 탤런 장인인데 올마스터 탤런 얼마나 잘하나 보자ㅋㅋ

순식간에 가득 매워진 채팅창들.

나를 기다려준 방송 시청자들이다.

그 중에서 LCL에서의 내 활약을 지켜봐주던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

LCL 최고 인기팀이자, 8강 진출 확정의 <딸기맛 치킨>의 주장으로서 늠름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산뜻하고 쿨한 컨셉으로 오늘 방송을 시작해볼….

-'올마스터회장' 님이 별풍성 10000개를 선물했습니다!

본래 '채팅창열어줘' 라는 닉네임을 쓰시던 팬클럽 회장님.

하지만 내 방송에 별풍선 1만개나 쏠 클라스를 가지신 분은 회장님밖에 없다.

회장님의 경우 영어로 된 아이디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틀림없다.

아이디를 누가 봐도 회장님으로 알아볼 수 있게 바꾸셨다.

"아이고 회장니이이이이임!!!"

척추반사로 터져나오는 육성.

쿨하긴 커녕 원래 이미지 되찾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한동안 잊고 살아왔던 별풍선의 마력이.

그 강렬한 1만개의 순도를 견디기엔 너무나도 달콤했다.

"회장님, LCL 참가때문에 부산에 들렀던 이후로 정말 오랜만입니다! 보고 싶은 챔프 말씀만 하시죠!?"

서비스 모드로 돌변했다.

돈에 장사없는 법.

나는 우리 회장님이 보고 싶으시다는 챔프 위주로 게임을 시작했다.

.

.

.

* * *

결국 회장님을 포함해 시청자들이 보여 달라는 챔프는 다 보여줬다.

미드 제임스부터 시작해 탤런, 미달리등.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던 미드 챔프 AP마이까지.

물론 리픈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테이커가 미드리픈을 사용할 줄 알게 됐다고는 해도 그게 당장 리픈평캔이 퍼지는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

보여주지 않는다고 다소 불만을 터트리는 시청자들이 소수 있긴 하지만 괜찮다.

-ㅁㅊ 모든 챔프 0.1초컷 오지네; 탤런하러 갑니다.

-응 니가 하면 트롤임ㅋㅋ

-제발 랭크에서 하지 말고 일반게임으로 좀 하세요;

갖가지 챔프들로 시원한 양학을 선사해버리니, 리픈을 안 보여준 아쉬움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모양이다.

물론 마스터 티어 본계정에서는 아무리 나라도 학살을 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지금은 시청자 계정, 엄밀히 말해서 회장님 계정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시즌2에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게임을 하는 게 불법이 아니니까.

때문에 나는 내가 이전에 다이아5까지 대리를 했던 회장님의 계정으로 접속했고.

회장님의 아이디 상태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역시 헬게이트를 찍어 놓으셨구만!'

헬게이트.

강등직전이라는 의미다.

로드 오브 로드 전적 검색사이트인 CP.GG에 들어가면 점수가 빨갛게 표시돼 있었다.

─MMR1800. 헬게이트가 열렸다..!

(다이아5 0점의 평균 점수대는 2000점입니다.)

평균보다 200점이나 낮은 점수!

그렇지만 브론즈5인 회장형님이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은 게 용하다.

게임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이 첫 번재 이유겠지만 또 하나.

'이러니 다이아5는 글러먹은 곳인 거야.'

브론즈5인 회장 형님의 승률이 20%나 나오고 있었다.

5판 중 1판, 엄청 낮게 보이지만 회장형님이 원래 게임하던 브론즈5와 최소 1500점이상 차이나는 다이아5에서 이기는 판이 있다는 소리다.

그 말인즉, 상대 다이아5들 중에 브론즈5보다 못하는 놈이 존재한다는 사실.

소름끼치지 않을 수가 없다.

실버를 다이아5에 안착시켜 놓으면 현지적응을 해낸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혼돈의 카오스.

로드 오브 로드의 광기가 모이는 점수대.

써컹!

촤라라락!

내 탤런의 WR티아매트의 광역딜만으로 딜러진 세 명이 순식간에 삭제됐다.

대회에서는 솔킬을 따기 힘들어 성장이 지체됐던 거지, 다이아5같은 곳에서 영약 먹고 분단위로 솔킬을 따기 시작하면 인정사정없다.

그냥 상대팀은 길가다 탤런만나는 순간 유서쓸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트리플킬!

학살 중입니다.

(전체)-아 올마스터충색히ㅋㅋㅋ 우리팀 미드 미달리같은 놈 만나기 싫으면 9인 리폿 좀요;

(전체)-응 미달리 처음해보는 거야ㅋㅋ 꼬우면 미드빵ㄱ?

다이아5에서 너무나도 흔히 나오는 풍경!

아군을 전체 채팅으로 욕하는 팀원과, 랭크에서 고른 챔프 처음 플레이해본다고 자랑스럽게 떠드시는 분!

괜히 혼돈의 카오스가 아니다.

처음하는 챔프를 랭크에서 하고 뻔뻔하게 나온다는 것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맞장구를 쳐줄 수가 없다.

미드 미달리는 내가 뿌린 씨앗이니까!

전체 채팅으로 한참을 싸우던 적팀들.

서로를 물고 뜯는 것조차 신물이 났는지 20분이 되자마자 서렌을 쳤다.

─적 팀이 찬성4표 반대1표로 항복하였습니다!

반대 1표는 보나마나 미달리일 거다.

랭크게임에서 못하고 팀원과 싸우게 되면 괜시리 서렌치기 싫어지니까.

그 마음, 나도 랭크에서 트롤을 안 해본 게 아니기에 잘 알고 있다.

-캬~ 다이아에서 강제캐리를 해버리네ㅋㅋㅋ

-올마스터 프로데뷔해버리면 이런 수준의 방송 어디서 보냐.

-러이갓도 양학하는데?

-응, 러이갓이 양학하는 곳은 브론즈 실버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자기 잘한다는 말 들어서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지금 상당히 기분이 좋다.

이번 판을 이겨서, 별풍선을 1만개나 받아서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매드무비를 받게 되는 날이 오다니!'

물론 나뿐만은 아니다.

우리 <딸기맛 치킨>팀이 LCL에서 보여준 플레이들.

그 명장면들을 누군가 편집해 매드무비로 만들어 잉벤에 올렸다.

현 LCL 최고의 인기팀이자 명실상부한 새로운 우승후보가 된 <딸기맛 치킨>.

그렇기에 팬이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매드무비라는 건 각별하다.

그냥 일반유저들이 자기 솔로랭크 편집해서 올려도 멋있는 게 매드무비인데.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 수준에 빛나는 우리팀들이, 그것도 대회무대에서 보인 영광스러운 슈퍼플레이들이 차례차례 비춰지다니.

벌써부터 달려있을 댓글들이 기대된다.

매드무비의 시작은 내가 예선전에서 보여준 AP마이의 펜타킬.

그 압도적인 씬부터 시작해 뒤로 갈수록 실망감을 주긴 커녕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하나하나가 펜타킬 못지 않은 명장면, 적절한 편집은 웃음까지 더해준다.

-저 배인충 머냐 ㅋ 내 배인이었으면 카이팅해서 파사딘 땄을 텐데 야자때문에 LCL 참가 못해서 아쉽ㅋ

-ㄴ 저 분 그랜드 마스터 원딜러 강진이인데 모르시나;

-캬 채팅창에 그랜드그랜드 마스터의 배인충 출현하셨고요; 역시 파프리카 TV 입그마들 오지네ㅋㅋㅋㅋ

더욱 위대한 건 그랜드 마스터 강진이를 배인충으로 전락시킨 내 파사딘!

중반부에서 맹활약한 모습을 보여준 내 파사딘의 플레이조차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ㅁㅊ 랄라 창 한 방에 천국감ㅋㅋㅋㅋ

-강진이 깜짝 놀라서 점멸 썼다가 죽는 거 봐라ㅋㅋㅋㅋㅋ

-이거 올마스터 매드무비가 아니라 강진이 흑역사 매드무비아니냐ㅋㅋㅋㅋㅋ

뇌리 깊숙이 새겨져 절대 잊혀지질 않을 만한 임펙트!

영상의 편집을 해준 분이 명장면만 쏙쏙 뽑아, BGM에 알맞게 편집했다.

BGM 중간중간 강렬한 고음이 울릴 때마다 내 미달리의 핵창이 사정없이 꽂히며 적의 체력바를 삭제시킨다.

시청자들이 뽑은 명장면 중의 명장면은 단 한 방에 적 서포터 랄라를 골로 보낸 것과.

멍때리고 있던 강진이의 크레이브즈가 내 창에 체력바가 거진 삭제되고 점멸까지 써서 도주한 끝에 제임스의 번개포킹에 마무리된 씬.

어찌나 어처구니 없이 죽었는지 채팅창이 렉이 걸릴 정도로 폭주했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