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79화 (7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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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핫 둘, 핫 둘"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언제나 탄천로를 일주하는 조깅길이 된다.

말이 일주지, 최근 몸에 잔근육이 상당히 붙어 두 번 완주하는 게 보통이지만 오늘은 딱 한 바퀴만 돈다.

'크큭, 놓칠 수 없지.'

오늘 저녁에 우리팀이 8강에서 맞붙게 될 상대팀이 정해진다.

최고의 술안주!

그랜드 마스터를 3명이나 대동한 대망신팀이 LCL 16강에서 탈락할 예정이다.

이번 대망신팀의 상대는 우승후보에 아쉽게 못들은 <포킹마스터>팀.

팀명에 걸맞게 포킹형 챔피언을 주로 쓰는 미드라이너가 에이스로 있는 팀이다.

미드라이너의 실력은 그랜드 마스터 중하위권.

더욱이 받쳐주는 팀원들의 실력도 최소 마스터 중위권 이상은 된다.

우리팀이 16강에서 만난 <전장의 학살자>팀에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팀.

지난 LCL 32강에서 고작 평균티어 마스터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한 상대팀을 상대로 고전한 대망신팀은 확실하게 가능성이 없다.

때문에 샀다.

맥주와 안주거리가 될 음식들!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편의점 맥주, 만원에 4캔 세트를 구입했다.

내가 입맛이 까다로운 건 아니지만 솔직히 같은 값이면 해외맥주가 낫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술안주는.

'바로 치느님이지!'

배달이 아닌 포장.

조깅을 뛰면서 미리 주문해놨다.

이제는 가게에 방문해 치킨을 찾아가기만 하는 일만 남았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BBC치킨이나 병아리치킨같은 메이커가 아닌 동네치킨집인지라 값이 상당히 싸다.

이렇게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가면 2천원씩이나 할인해준다.

그렇다고 맛이 메이커보다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름이 없는 동네치킨집이라는 게 복불복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상당히 괜찮은 가게가 존재해 애용하고 있다.

물론 내가 금전적으로 부족해서 메이커 치킨을 안 사먹는 건 아니다.

오히려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처리방법을 고민하다 못해 은행에 적금 부어놨을 정도로 수입이 괜찮지만 나는 웬만하면 동네치킨집을 이용한다.

인간적으로 메이커 치킨은 너무 비싸게 팔아.

생닭 가격은 날이 갈수록 오히려 싸지는 추세인데 이 놈의 치킨값을 오르기만 하고 줄어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전 물가 높기로 유명한 전세계의 나라들을 모두 제치고 한국 제1의 가격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스탑박스의 커피처럼.

비슷한 현상이 치느님 시장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BBC는 2만원을 우습게 넘겼고.

간장치킨으로 유명한 메이커, 병아리치킨은 상당히 맛있는 레드와 허니세트를 새로 출시했지만 여전히 병아리만한 닭을 쓰고 있다.

못된 거품시장!

그래도 눈뜨고 보는 수밖에 없지만, 나라도 가능한 싼 치킨 사서 메이커 치킨의 구매를 거부해야겠다는 생각.

장사가 조금이라도 덜 되면 가격이 쭉쭉 올라가진 않겠지 하는 찌질한 반항이다.

편의점 맥주와 동네 치킨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귀환한 나.

벽과 바닥에 검은 곰팡이가 낀 단칸방이 나를 달갑게 맞아준다.

'후후, 여친을 사겨도 데리고 오기 힘든 방구석이구만.'

원래 떡 줄 사람은 생각조차 안해도 김칫국은 일단 마시고 보는 법 아니겠는가.

생기기도 전에 별 걱정부터 다 하고 있다.

그래도 슬슬.

'이사를 생각해봐도 되겠지.'

혼자 사는 만큼, 큰 집은 고려 안 하지만 나도 이제 다리 쭉 뻗고 살 때가 됐다.

사실 망설였다.

환경이 변한다는 것.

그리고 회귀 이전부터 오랜 추억이 있는 이 단칸방을 벗어난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제는 계획에 옮겨도 될 것 같다.

그럴만한 기반이 충분히 잡혔으니까.

물론 이사를 간다고 해도 이 주위를 벗어나진 않을 거다.

갑자기 환경이 확 바뀌면 컨디션에 영향이 간다.

'시기는 LCL이 끝나고 나서가 적절하겠지.'

이사에 대한 대략적이니 계획을 세우며, 나는 치킨 무를 뜯고 맥주캔을 땄다.

이제 곧 시작하게 되는 16강의 1경기.

대망신이 그랜드 마스터를 3명이나 데리고 허무하게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주마.

그리고 그를 비웃는 커뮤니티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나도 부캐로 악플을 달아주마.

"맥주가 완전 사이다구만."

꿀꺽꿀꺽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 한 모금.

500ml들이를 4캔이나 사왔기에 이전처럼 아껴 마실 필요도 없이 들이킨다.

이제 첫 경기부터 찬찬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따끈따근 후라이드 치킨을 물어 뜯으며 관전하면 된다.

─양 팀 선수들 경기 준비됐습니다. 첫 세트!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열 명의 선수들의 챔피언이 소환자의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시작하는 게임.

탑, 미드, 봇 세 개의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두 팀의 미니언들.

대망신팀이 확실하게 떨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무대다.

그리고 그만한 팀원들 데리고 16강에서 마스터팀에 탈락하면 BJ로서 대망신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터.

'혼돈' 이라는 AOS게임부터 따라온 수많은 팬들의 실망을 안할 수가 없을 거다.

그런데 상상이상으로 게임이 팽팽하게 진행된다.

그 이유는.

'잠깐, 오더하는 사람이 바꼈어..?'

.

.

.

* * *

-저기.. 도진기야. 탑역갱 필요한 거 같은데..

헤드셋으로 들려오는 팀원의 목소리.

대망신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다른 선택지를 취했다.

"탑 다음웨이브에 다이브 당해서 뒤지니까 바로 용간다."

피도 눈물도 없는 칼같은 결정.

사실상 얌전히 죽으라는 사형선고다.

어차피 게임은 결과적으로 이기니까 얌전히 오더나 들으면 되는데.

지난 번에 말을 했음에도 탑갱 와달라며 엄청나게 징징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띨빵한 자식, 조금 더 시간을 끌 것이지.'

방금 탑에서 대망신이 아모모의 붕대만 피했어도 궁극기를 뺄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무빙도 안하고 쳐맞아줘서 생각보다 5초 빠르게 죽었다.

뭐, 상관없지만.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대망신이 죽은 것보다 더한 이득을 얻었다.

어차피 버리는 카드.

키워서 득될 녀석이 아니니 쿨하게 버리고 다른 이득을 챙기는 편이 옳다.

-진짜 탑 한 번만 풀어주면 제가 라인전 이길 수 있는데..

꾸역꾸역 말화이트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리픈을 픽하고 게임에 들어간 대망신.

내가 아군 정글보고 탑을 보지 말라고 오더한 이유를 납득 못하겠다는 어투다.

지 아쉬운 상황되면 언제 한 번 따질 거라는 거 예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참을성이 없다.

"대망신, 니 딜챔프하지?"

-그야 뭐 리픈은 딜챔프지. 근데 왜?

리픈은 AD딜템을 올리는 챔프.

당연히 그걸 몰라서 물은 게 아니다.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이지.

"딜챔프를 하는 사람은 말이야…."

잠깐 다물어지는 입술.

게임에 집중을 하기 위해서다.

저 주제 파악 못하는 자식의 두 눈에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

파앗!

내가 픽한 미드챔프는 르풀랑.

W스킬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접근한다.

상대 미드라이너 럭키를 향해.

그러나 럭키도 그랜드 마스터의 미드라이너.

반응 속도가 빠르다.

럭키는 속박효과가 있는 Q스킬을 날리면서 동시에 실드 스킬을 사용해 자신을 보호했다.

이 반응이 딜교환 때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이루어지는 것이 실력의 증명.

그랜드 마스터라는 자리를 고스톱으로 딴 게 아니라는듯 자신감있는 플레이다.

하지만.

사앗..!

앞점멸로 속박을 뛰어넘고 럭키의 발목에 사슬을 맨다.

그리고 QR, 발화.

내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럭키가 점멸을 써서 도망가려 한다.

그러나 이미 사슬에 발목이 묶여 이동속도가 저하돼있는 상태, 사슬은 풀리지 않는다.

이제 남은 일은 따라가서 평타를 툭툭 두들길 뿐.

퍼엉! 퍼엉!

Q스킬과 R스킬에 달려있는 침묵의 표식이 연속해서 터졌다.

르풀랑의 다른 스킬로 한 번 더 데미지를 줘야만 터지는 표식.

럭키의 발목에 묶인 사슬은 1.5초 후에 적을 속박상태로 만들며 다시 한 번 데미지를 준다.

때문에 두 번째 표식을 터트릴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데미지 삽시간에 폭발하며 보호막 스펠까지 사용한 럭키의 숨통을 끊어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딜교환에서 행하는 사소한 습관.

상대 럭키는 내가 W스킬로 접근하면 바로 스킬을 뿌리며 오른쪽 무빙을 한다.

나는 그것을 알아채고 앞점멸로 사슬을 정확히 맞췄다.

이러한 킬각을 볼 수 있느냐 마느냐.

나는 그 차이를 될 놈을 나누는 지평선이라고 본다.

-방금 킬각 보였냐? 넌 안 보였잖아. 그러니까 딜챔프 하지마.

주제파악하라고.

한 마디 더 붙이려다 그만둔다.

대회게임 중인 만큼, 저런 녀석의 멘탈이라도 중요한 법이니까.

-….

대망신은 반박할 수 없는 삼단논법에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제 드디어 징징대는 소리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닥치고 있는 게 도움이 더 된다는 사실을 본인도 입감한 모양.

하지만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까만 양날 도끼만 완성시키고 탱템 둘러라."

최소 딜템을 3개는 맞춰야 한다고 옹고집을 부리던 놈.

자존심이 상했는지 대답은 안 하지만 귀환 후 상점에서 방어아이템을 구입한다.

듀오나 받아서 마스터까지 온 주제에 자존심부리긴.

-도진기님 봇타워 밀었는데 이제 어쩌죠?

대망신이 데려온 다른 팀원들.

눈치만 보던 그들이 이제야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이런 아마추어 대회에서 이 도진기가 오더를 내려주는 것이 분에 넘치는 영광이라는 사실을.

"바로 바론 시야를 먹고 잘라 먹는다. 모여."

.

.

.

* * *

'아니, 완전히 바꼈잖아?'

바삭하게 잘 튀겨진 치킨의 맛이 살짝 떨어질려 하다가 다시 올라간다.

재수없는 대망신이 이기는 건 짜증나도 경기의 내용이 상당히 재밌었기 때문에.

누가 오더를 하는지는 몰라도 판단력이 좋다.

내 예상이 맞다면 오더를 하는 사람은.

'미드라이너..'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이라니.

실력자체는 당연히 인정하고 있었다.

미드에서 르플랑으로 상대 럭키를 솔킬딸 때의 장면.

정말 자연스럽게 점멸로 걸어 들어와 사슬을 맸다.

그 순간 럭키의 생사는 결정됐다.

피지컬도 뛰어나고 라인전도 잘한다.

그런데 오더까지 수준급이라니.

'혹시 내가 아는 녀석인가?'

아이디는 처음본다.

영어로 대충 지은 듯한 아이디.

어쩌면 부캐일 수도 있고, 그냥 시대의 흐름에따라 묻혀진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신경쓰이네.'

이만한 멤버를 통솔할 지휘력과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우승후보팀에 준하다고 과언이 아니다.

과연 어떤 녀석이 정체를 감춘 것인지.

첫 번째 세트의 마무리만을 남겨둔 대망신팀.

아직 2세트가 남아있다지만 <포킹 마스터>팀은 위태위태 해보인다.

이대로라면 8강에서 만나게 되는 상대는 대망신네가 된다.

'끈질긴 놈.'

LCL에서까지 나를 방해하려 하다니.

그 수작 뻔히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

저 대망신팀의 미드라이너를 꺾을 자신.

분명히 있지만 그것말고도 하나 더 보험이 있다.

상대팀의 약점이 보였다.

그리고 약점이 보인다면 이용해줘야 하는 법.

변신을 다 마칠때까지 기다려주는 악당은 만화에서나 있는 법이다.

'이러면 내가 악당이 되나?'

하지만 썩 맞는 표현이다.

내가 하게 될 짓은 어쩌면 악당보다 더 할지도 모르니까.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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