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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남은 시간은 하루.'
어제 하루, 오랜만에 방송을 하고 맥주에 치킨 뜯다 들려온 청천벽력같은 소식.
팀의 단합이 그렇게나 안되던 대망신팀이 16강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더의 권한을 미드라이너에게 양도하자 드디어 팀이 제 기량을 발휘하게 된 것.
더욱이 그들이 잡고 올라간 팀의 수준도 무시할 수 없다.
우승후보팀에 준하다는 평가를 받는 <포킹 마스터>.
공교롭게도 우리 <딸기맛 치킨>팀이 16강 2세트에서 보여준 전략과 비슷한 조합을 쓰는 팀이었다.
나의 미달리와 씨지맥의 제임스가 메인이 되어, <전장의 학살자>팀을 포킹 조합으로 깨부순 이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팀의 다음 상대가 된 대망신팀이 유리할 거 전망이 커뮤니티에서 지지를 받고 있었다.
-딸기맛 치킨이 포킹조합 쓰다가 관광당하는 각 ㅇㅈ?
-ㄴ올마스터가 미달리만 하는 것도 아니고ㅋㅋㅋ 머리 안 돌아가냐?
-ㄴㅇㅇ근데 올마스터 또 괴랄한 픽하면 이번엔 진짜 끝이다ㅋㅋ 르풀랑 겁나 잘하던데 라인전 털릴듯.
우리팀이 포킹조합을 절대 못할 거라고 단정짓는 발언에서
대망신팀의 미드라이너가 보여준 화려한 피지컬의 고평가까지.
이러저러 이유는 들고 있지만 나를 밉보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뭐, 그야 그렇겠지.'
으레 그렇다.
지금 내가 재밌고 화끈한 플레이로 상당수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모은 건 맞지만 그 반대.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지는 법이다.
지금 나는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격이니까.
특히나 16강 무대에서 우승후보를 연승으로 꺾어버렸을 때가 결정적이었다.
각 경기별로 일부러 여러가지 챔프들을 선보이며 자신을 뽐내려 한다는 둥.
마스터 중위권의 별 볼 일 없는 BJ가 그냥 뽀록이 터졌다는 둥.
시샘하는 시선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이는 당장 잉벤 커뮤니티만 쭉 둘어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아 나도 올마스터처럼 꿀챔 쪽쪽 빨아서 마스터가고 싶다;
-꿀챔빨면 나도 그마가능 ㅇㄱㄹㅇ
-ㄴ님들 근데 다이아는 찍었음?
필연적인 반응이다.
내가 제대로된 커리어를 가지고 데뷔한 것도 아니고.
고작 3개월 만에 일개 BJ에서 아마추어 리그에 대회에 나가 선전한 꼴이니까.
더욱이 그 3개월 전의 나는 무려 실버였다.
쿨통통이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내가 대리를 받았다며 오프게임넷의 장인대전에서 인증까지 하게 만든 이력이 있었다.
때문에 상당수의 유저들이 그 사실을 걸고 넘어지며 나를 행운아 취급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노력과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그 3개월 간의 여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고, 다시 하라고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내가 성장하는 걸 보고만 있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올라간 것이라 오해했고 그것은 시기로 이어졌다.
'아직 과도기일 뿐이니까.'
천천히 모든 시청자들을 내 편으로 매료한다.
이 정도의 질투는 다 예상했던 바, 넘어야 하는 시련이다.
다름아닌 실력으로 입을 다물게 한다.
그를 위한 첫 걸음.
지금 마음껏 떠드는 자들을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기 위해서 대망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럴려면 아무래도.
'스크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해둔 수는 있다.
하지만 수가 있다고 해서 100% 먹힐 거란 보장이 되지 않는다.
비장의 카드는 항상 여러가지를, 최소한 상대보다 하나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소 두 개, 가능한 세 개의 수를 준비한다.
상대의 머리 꼭대기에 서기 위해서.
그러한 필승을 위한 과정에 여유가 통용될리 없는 법.
게으름도 늦장도 부릴 짬이 없다.
나는 바로 우리 팀의 인맥담당, 인간조아라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인간조아라님, 접니다."
-예, 올마스터님. 무슨 일이시죠? 아직 팀랭크 약속 시간까진 남아있는데.
팀랭크의 연습, 물론 하면 좋겠지만.
이미 팀의 호흡은 충분히 맞췄기에 바로 스크림으로 넘어간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인간조아라님에게 의사를 전했다.
"이전의 그 팀이랑 스크림 예약 가능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달려라 두두킹>.
현 시점에서 이보다 수준이 높고, 입까지 무거운 상대를 알지 못한다.
이전에 CLC와의 스크림도 덥석 물어온 인간조아라님이지만, 아무래도 그건 상황과 우연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하니까.
더욱이 꼭 두두킹팀과의 스크림이 필요한 이유.
두두킹팀의 미드라이너는 다름아닌 르풀랑이 주챔프다.
그리고 대망신팀의 미드라이너가 16강에서 자신있게 다룬 것도 르풀랑.
스크림 상대로서 이보다 적임이 없다.
.
.
.
* * *
오늘 하루, 해가질 때까지 스크림 경기를 가졌다.
판수는 10판 정도지만 한 판, 한판 피드백이 오고 갔기에 8시간 가까이 소비됐다.
사실 이 정도쯤 되면 부탁을 넘어 이기적인 요구다.
우리팀의 연습을 위해서 <달려라 두두킹>의 5명이 하루씩이나 시간을 할애해준 거니까.
그러나 당장 내일 8강 경기를 목전에 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에 염치를 무릅쓰고 부탁했다.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준 <달려라 두두킹>의 팀원들.
응원의 의미, 더욱이 자신들을 꺾고 올라갔다면 반드시 우승하라며 부탁했던 시간의 배를 어울려줬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으로 나와준 건 다름아닌 미드라이너였다.
-확실히 저도 르풀랑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심이 있습니다만….
나는 <달려라 두두킹>팀의 미드라이너와 보이스 채팅을 하고 있다.
8시간에 걸친 스크림과 피드백이 끝나고 양팀을 휴식을 위해 흩어졌지만, 그는 나와 조금 더 할 말이 남았다며 붙잡았다.
이전에 친구추가를 해놓은 상태라 굳이 인간조아라님을 거칠 것도 없이 바로 전해졌다.
-확실히 탤런보다 르풀랑을 상대로 효과적인 픽입니다. 솔직히 저로서도 이길 방도가 떠오르지 않네요.
물론.
대망신팀의 미드라이너는 <달려라 두두킹>의 미드보다 실력이 위에 있다.
박한 판정일 수 있지만, 이는 당장 솔랭의 점수가 증명하는 사실.
무엇보다 그 본인이 시인했다.
-어제 저도 LCL을 봤는데 그 르풀랑하시는 분.. 엄청나더군요. 그런데 특기가 비단 라인전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놀라운 분석력이다.
결코 게임의 내용으로 오더가 누구인지 알아채는 건 쉬운일이 아닌데.
<달려라 두두킹>이 우리팀을 만나지 않았다면 8강이상에 다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과찬이십니다. 사실 스크림을 하면서 저희팀도 상당히 성장을 했거든요.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스크림을 흔쾌히 허락한 이유.
자신들의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예 빈 말은 아닐 테지만 내가 신경쓰고 있지 않을까 배려가 묻어나오는 말이다.
-차라리 다시 탤런을 하심이 어떻습니까? 성장기대치면에서는 더욱 괜찮지 않을까요?
32강에서 나는 르풀랑을 상대로 탤런을 꺼냈었다.
좋은 성과를 냈지만 일정 조건이 갖춰져야만 효과적인 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내가 탤런이라는 라인전 지약챔으로 6레벨 이전에 말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글러의 덕이 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탤런은 갱에 무지하게 약한 챔프니까.
미드라이너 뿐만이 아니라 정글러까지 수준이 높은 대망신팀을 상대로 쓸만한 전략이 아니다.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의 경우도 염두해 둬야 한다.
-하하, 그런 약점이 있었네요. 다음에 상대할 일이 있을 때 참고하겠습니다, 후후. 그건 그렇다 쳐도 두 번째 픽도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처음부터 몰아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확실히 내가 생각해둔 첫 번째 픽보다 두 번째 픽이 안정적인데다 시간이 갈수록 이점이 많다.
더욱이 그의 말마따나 다전제에서 기선제압은 상당히 중요하다.
압도적인 전력차로 상대의 멘탈을 흔들어 놓는 것.
특히나 상대가 자존심이 셀수록 그 여파는 크게 남는 법이다.
미드라이너, 특히 공격적인 챔프를 하는 사람일수록 멘탈이 무너지기 쉬우니까.
두두킹팀의 미드라이너인 그는, 32강의 첫 번째 세트에서 내 탤런에게 당했을때 멘탈이 많이 나갔던 모양.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던진 안타까운 조언이고, 충분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이번에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선제압은 물론 중요하지만.'
다전제에서 중요한 건 그 뿐만이 아니다.
조합.
그리고 밴픽.
모든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마지막 비장의 카드는 숨겨 놓을 가치가 있다.
기선제압도 결국 심리전의 한 종류.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심리싸움이니까.
나와 그는 한 번 더 오늘 스크림 경기에서 문제가 되었던 점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그리고 시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걸렸던 시간 이상으로 얻게 된 많은 수확.
이렇게 머리를 맞대어보니 알 수 있다.
나는 좋은 친구를 사귀었다.
"오늘 조언도 피드백도, 무엇보다 스크림경기 고생하셨습니다. 영식씨."
-네, 딸기맛 치킨팀의 승리를 기원하겠습니다. 또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달려라 두두킹>팀의 미드라이너 김영식씨.
연습도 설렁설렁하는 감이 없고, 무엇보다 말에 힘이 있다.
상대를 향한 조언은 신중하고 무게가 실려야 한다.
그래야만 듣는 입장에서 고려하게 되니까.
어설픈 조언은 없느니만 못하다.
그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조언은 상대와의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어라 듣는 것.
설사 자신이 부탁한 일이라 할지라도 괜시리 민감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는 자신이 오해받을 수도, 혹은 손해볼 여지를 남기면서도 과감한 조언을 해줬다.
좋은 사람.
지나치게 성실하고 꼿꼿할지언정,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다.
'덕분에 걱정이 싹 사라졌어.'
오늘 하루 고생해준 <달려라 두두킹>팀과 영식씨의 진심어린 조언 덕에 긴장이 풀렸다.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수준의 상대와 맞라인을 선다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붙었다.
대망신팀에 대한 확실한 해법.
특히나 적 미드라이너에 대한 대비책이 깔끔하게 완료됐다.
승리를 향한 길을 막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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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를 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