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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8강 무대.
<딸기맛 치킨> 대 <내가 대망신이다>의 3전 2선승제의 매치.
그 중요한 첫 세트에서 내가 대망신팀을 상대로 꺼낸 카드는.
─내 망치를 따르라!
타이온.
AD로 쓰면 왕귀 챔프.
AP로 쓰면 유통기한 챔프.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참 재밌는 챔프다.
나는 그런 타이온을 하필이면 유통기한이 있는 AP로 쓰고 있다.
AD로 가면 왕귀인데 어째서?
'AP타이온은 라인전이 겁나 세지.'
세도 보통 센 게 아니다.
상대하는 라이너 입장에서 오금이 저릴 정도로 강력하다.
그 강력함의 이유는 깡뎀과 계수가 높은 스킬 탓도 있지만 상대 라이너 입장에서 가장 기가 막히는 건.
뻐엉!
W스킬 한 방에 미니언들을 시원하게 정리해버린다.
라인클리어에 최적화된 AP타이온.
이렇게 라인을 밀면 적 미드라이너 르풀랑은 타워를 끼고 CS를 받아먹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라인전이 강한 르풀랑이라도 CS는 먹어야 하니까.
아예 딜교환을 할 수 없게 만들면 그 장점을 살릴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딜교환 찬스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상대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한 번 스킬샷을 제대로 맞춰 버리면 어지간한 챔프는 원콤에 보내버릴 수 르풀랑.
안타깝게도 그건 타이온에겐 해당되지 않는 일이고 그 사실을 상대도 알고 있었다.
'상당히 노련한데.'
괜히 그랜드 마스터 중위권의 미드라이너가 아니다.
타이온을 상대해본 상당히 경험이 많은 모양.
만약 르풀랑이 어설프게 딜교환을 걸어왔다면 살갑게 환영해줬을 것이다.
타겟팅 스킬인 Q로 스턴을 걸고 다가가서 W뻥!
그것만으로도 물몸인 르풀랑은 반피가 나간다.
럭키와는 달리 점멸로 CC기를 피한다는 선택지도 없을 뿐더러, 기본적으로 타이온의 몸은 단단하다.
본디 근접 탱커로 설계된 타이온은 타고난 스펙부터가 암살자들과는 다르덴다 데미지를 감소시켜주는 패시브까지 있다.
가장 결정적인 건 W스킬인 실드.
두터운 보호막으로 타이온의 몸을 감싸며 뻥 터트려 광역데미지를 줄 수도 있다.
르풀랑이 아무리 누킹에는 일가견이 있는 암살자라고는 해도 타이온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이러한 이유로 타이온은 르풀랑의 천적이라할 수 있다.
완전한 상하관계.
르풀랑으로는 안된다.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타이온을 견제할 수 있으며 라인클리어가 좋은 챔프를 해야만, 라인전 강하기로 1,2위를 다투는 타이온을 상대로 그나마 비벼볼만 하다.
상대 르풀랑처럼 딜교환을 하지 않고 타워에서 CS를 받아으면 자기 성장은 도모할 수 있을지언정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
두두두!
분명 적팀에서는 미드미아핑이 맹렬히 찍히고 있을 것이다.
아니, 보이스 채팅으로 떠들고 있으려나.
설사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아군의 탑라이너 우콩은 6레벨이 되는 순간 갱호응 능력이 차원을 달리 하니까.
호로로로!
빙글빙글 팽이처럼 돌아가며 적을 사정없이 갈아버리는 우콩의 궁극기 분쇄격!
내가 미드에서 사라진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도망가려던 리픈이 분쇄격의 효과로 공중에 붕 떠버렸다.
에어본이라는 상태이상 CC기.
기절 이상 제압 미만의 로드 오브 로드에서 손가락에 꼽는 효율 좋은 CC기다.
CC기를 맞고 시간이 지체된 이상 끝이다.
한 웨이브를 아싸리 버리고 도망갔다면 살 기회가 있었겠지만 이놈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적팀의 탑라이너 대망신이라면 킬각을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뻐엉!
타이온의 Q스킬로 확정스턴을 걸고 실드를 터트린다.
고작 두 개의 스킬로 가해지는 막대한 데미지.
어떻게든 우콩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점멸까지 사용한 리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일부러 타워의 뒤쪽으로 돌아왔다.
리픈이 도망갈 루트를 철저히 계산했다.
발화를 쓸 필요도 없이 먼지로 사라지는 리픈.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눈덩이라는 건 천천히 굴러가면서 서서히 몸집을 불리는 법이다.
하지만 한 번 몸집을 키우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게 된다.
대망신은 방금 그 스노우볼의 첫 번째 제물이 되어주었다.
물론 미드라이너가 다른 라인에 로밍을 갔다 오는 것은 절대 노코스트가 아니다.
라인에서의 CS를 포기해야 하니까.
더욱이 역로밍에 당해버릴 경우의 수도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압도적인 라인클리어 차이.
르풀랑은 내가 탑에 가서 리픈을 따는 동안 타워에 밀린 미니언들을 받아 먹어야 했다.
그러한 광경이 팀에게는 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합리적인 대처다.
솔직히 내가 르풀랑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다.
픽자체가 엇나간 이상 한타를 바라보는 것밖에는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기에.
상대 미드라이너는 과감하게 아군을 버리고 자기 성장에 주력했다.
'이번 세트는 확실하게 따내야 한다.'
같은 수를 두 번 당할 리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첫로밍을 조금 늦게 성공시킨 이유기도 하다.
상대 미드 라이너의 성향과 적 탑라인의 대처능력을 탐색하기 위해서.
내가 로밍을 가는 제스쳐를 취할 때 각 라인의 행동패턴을 분석했다.
르풀랑은 아예 페이크일 가능성을 생각해 말뚝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에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령탑같은 존재.
그에 반해 대망신의 리픈은 어찌할바 모르고 눈치를 본다.
양치기 소년.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계속 하자 어느 순간 마을 사람들이 믿지 않게 됐다.
내가 조금 전에 리픈을 쉽게 딸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사정도 있다.
처음에는 리픈도 내가 탑에 가는 제스쳐를 취할 때 과도할 정도로 몸을 사렸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CS손실이 생기기 마련.
그렇게 손해가 누적되면 라인전을 밀리게 되고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설마 이번에는 안오겠지, 조금만 덜 사려도 되겠지.
그 순간을 정확히 노려 탑로밍을 성공시켰다.
안 그래도 자잘한 피해가 누적됐던 리픈이 점멸까지 빼고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스펠도 사용하지 않고 퍼스트 블러드를 먹었다.
이는 두 번째 로밍의 성공과도 이어진다.
바로 지금.
뻐엉!
점멸 QW에 발화까지!
기동력의 신발을 신고 미친듯이 뛰어가 점멸 스턴을 꽂고 콤보를 터트린다.
도망가고 싶어도 방도가 없다.
만약 내가 퍼스트 블러드를 먹지 않았다면 살 기회가 있었겠지만.
'이런 게 스노우볼이지.'
원래라면 죽지 않았을 각.
내가 봇라인으로 뛰어오는 걸 보고 상대 봇듀오는 미리 타워에 숨었다.
하지만 퍼블을 먹고 귀환한 내가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를 구입하게 된 시점에서 미래가 바뀌었다.
포탑을 끼고 있는 상대를 그냥 어거지로 따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에 의해 각각 데미지가 80씩 오른 타이온의 QW스킬.
1.0이라는 괴랄한 AP계수의 위력이다.
더욱이 미드와 원딜의 레벨차에 의해 더욱 세차게 타오르는 발화는 자비가 없다.
로밍으로 만들어낸 두 번째 킬.
다음은 스노우볼의 시발점이 되었던 탑라인이다.
뻐엉!
-적을 처치했습니다.
올마스터님이 학살 중입니다!
막을래야 막을 방도가 없다.
밴픽싸움에서 패배.
그리고 탑이 만들어낸 실수.
나는 탑과 봇을 부단히 뛰어다니며 없는 킬을 강제로 만들어냈다.
궁극기의 의존도가 큰 다른 챔프들과 달리 AP타이온은 궁극기라는 개념이 없다.
QW스킬을 마스터하기 전까지는 아예 궁극기를 찍지도 않는다.
우스꽝스럽지만 AP타이온은 원래 그런 챔프.
타이온의 궁극기는 AD템을 갈땐 필수적이지만 주문력템을 올리는 타이온에게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때문에 궁극기가 없는 AP타이온은 그만큼 유통기한이 빨리 온다.
그 대신 가지게 된 엄청난 로밍능력.
아무리 나라도 다를 챔프로는 이렇게 마구잡이로 전라인을 터트리는 건 불가능하다.
-적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적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미드차이!
불과 20분이 안되어 탑과 봇라인의 2차가 밀리고 어떻게 해볼 각이 안나올 정도로 게임을 터트렸다.
적팀 중에서 유일하게 말리지 않은 건 미드라이너.
아직까지도 묵묵히 파밍만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보이스 채팅으로 무어라 떠들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제 승산이.
-적팀이 찬성4표 반대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서렌..?'
분명 승산은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단 한 번의 한타조차 없이 서렌을 치다니.
솔랭이었으면 그럴 수 있는 노릇이지만 대회게임에서.
그것도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르풀랑이 건재한 상태인데 아무런 미련도 없이 서렌을 친다?
팀의 멘탈을 보존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AP타이온이 한타로 들어가면 애매한 점이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사실은 AP타이온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상대팀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더군다나 그 대망신이라면 자존심때문이라도 서렌은 허락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도 서렌을 했다면.
'미드라이너의 입김이 상상이상인가.'
오더를 내리는 사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팀의 주장은 당연히 대망신이다.
그런 대망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바로 다음 세트를 진행한다.
'걸리는데….'
두 번째 세트에서 꺼내려던 챔프.
조금 미뤄두는 게 낫겠다는 불길함이 들었다.
근거따위 없는 단순한 감에 지나지 않지만.
'상대의 생각을 알아두는 편이 낫겠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꺼내기만 한다면 르풀랑을 찢어발길 자신이 분명있지만.
탐탁찮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세차게 걸린다.
1세트를 승리로 가져갔으니 여유가 있는 상태다.
두 번째 세트에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설사 지더라도 세 번째 세트로 넘어가는 게 좋다는 판단.
그렇게 마음먹었다.
.
.
.
* * *
"아니, 서렌을 꼭 쳐야해? 후반보면 되잖아?
팀의 오더를 도진기에게 넘긴 건 맞다.
그 편이 효율적이고 팀이 잘 굴러 간다는 사실은 결과론적이나마 인정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20분이 되자마자 뭐 한 것도 없이 서렌을 치자니.
대체, 왜?
-닥치고 있어. 니 때문에 치는 거니까.
도진기의 말.
이 자식의 논리에 의하면 후반에 가도 답이 없단다.
그리고 그 답이 없다는 이유는.
'나를 걸고 넘어지다니.'
내가 그 타이밍에 로밍을 당해준 것부터 게임이 어긋났다고.
아니, 그렇게나 뺀질나게 로밍을 오면 당연히 한 번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지가 밴픽싸움에서 털려서 카운터 픽에 당해놓고 나한테 떠넘기다니, 젠장할.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멱살을 쥐어 흔들고 깽판을 부리고 싶지만 할 수 없다.
지금 팀의 분위기가 깨지면 손해보는 건 나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믿는 구석이 있다.
때문에 일단 서렌을 하자는 도진기의 말에 찬동하기로 했다.
내 인맥으로 온 만큼 어느 쪽을 따라야 하나 우물쭈물 하던 팀원들이 그제서야 주르륵 서렌 버튼을 누르고, 첫 세트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올마스터 자식, 한 판 이겼다고 우쭐하고 있겠지.'
어디서 카운터픽은 기가 막히게 알아와서.
실력은 별 것 없는 주제에 운 하나는 좋다.
-바로 2세트로 간다. 밴픽 오더는 내가 직접 한다.
도진기 자식이 2세트도 지 멋대로 하겠단다.
어이가 없어 대꾸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아니, 첫 판부터 말아 먹고 뭐가 어째? 한 번 더 지면 끝인 거 몰라?"
3판 2선승제의 승부다.
이미 벼랑 끝까지 몰렸다.
다음 판으로 확실히 승기를 되돌려 놓아야 하는데.
너를 뭘 믿고 다시 맡겨?
-내가 닌 줄 아냐. 걍 닥치고 있어라.
실패를 한 주제에 뭐가 저리 당당한단 말인가.
안된다.
이 녀석을 신용해서는 될 것도 안된다.
애초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역시 만약을 위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토독, 토독톡.
핸드폰을 두들긴다.
내가 카톡으로 메세지를 보내는 상대는 그마카림.
경기를 보며 대기하고 있었을 녀석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래, 좋아.'
이전 판에는 도진기 자식이 미드에서 사정없이 밀린 탓에 로밍으로 전 라인이 말려버렸다.
분명한 미드차이.
하지만 내 탓이 아니라고 패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그 빌어먹을 올마스터 자식에게는 더더욱.
헤드셋을 살짝 벗고 슬며시 꼽는 가느다란 이어폰.
그마카림 녀석에게서 말을 전해 듣기 위해서.
이를 테면 부정행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걸리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다.'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치뤄지는 대회는 틈이 많으니까.
내가 전설로 군림했던 AOS게임 '혼돈' 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방법이다.
설렁한 규칙의 틈새를 이용해 올마스터 자식을 부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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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