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84화 (84/803)

84====================

뻗치는 망신살

LCL 8강.

그 첫 번째 승부.

유별난 픽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딸기맛 치킨>.

그리고 프로 레벨에 준하는 미드라이너를 포함해 그랜드 마스터 팀원을 3명이나 가진 <내가 대망신이다>.

LCL 초기에는 팀내부의 화합문제로 저조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16강 이후 아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속된 말로 티어가 깡패다를 보여주고 있는 솔랭전사들입니다."

"오더 하나의 차이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로드 오브 로드가 괜히 팀게임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죠."

각자가 따로 놀던 솔랭전사들이 팀게임에 적응하니 이렇게 무서울 수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눈부신 것은 미드라이너.

그의 플레이 방식이 독특한 것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라며 해설자는 입을 열었다.

"16강에서 럭키를 솔킬 딸 때의 임펙트! 하지만 진짜 두고 봐야 하는 건 이 선수의 절도있는 운영입니다."

쓸데없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그리고 과감하다.

1세트에서 로밍을 가는 타이온을 전혀 제지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만 집중했다.

얼핏 너무하게도 보일 수 있지만, 만약 팀이 로밍을 당해주지 않았다면 잘 큰 르풀랑은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팀이 로밍을 당해줘 게임이 말렸다고 하더라도 높게 평가할만한 부동심이다.

확률이 낮은 도박을 자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몰두한다.

그러한 특색을 가진 선수.

2세트에 가서 빛을 발했다.

"플레이는 굉장히 안정적이지만 한 번 승기를 잡으면 매섭게 몰아칩니다. 2세트의 양상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3세트도 <내가 대망신>팀이 가져갈 확률이 높아요."

1세트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뚝심있게 르풀랑을 가져간 대망신팀의 미드라이너.

이번엔 타이온이 아닌 모르피나라도 라인을 쭉쭉 밀어대는 올마스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중계진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코 수비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았다.

앞서 그가 타이온을 상대로 사려야 했던 이유.

확정 스턴을 가진 타이온의 라인전이 너무나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피나에겐 달랐다.

밀려오는 CS를 받아먹음과 동시에 적절히 견제한다.

모르피나가 마음대로 로밍을 다닐 수 없게 하기 위함.

르풀랑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W스킬 날조로 적절한 딜교환 후 안전하게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

타이온과 달리 모르피나는 Q가 논타겟 스킬이기에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모르피나의 마나와 시간을 허비시켜 최대한 미드라인을 못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적.

물론 그렇다고 해도 르풀랑과 모르피나의 상성관계다.

로밍을 다니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첫 세트처럼 탑라인이 로밍을 당해주기 시작한다면 비슷한 결과를 낳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는 달랐다.

대망신팀의 가장 큰 문제였던 본인이 각성했으니까.

중계진도 <내가 대망신>의 탑라인이 구멍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다.

해설자 뿐만 아니라 비교적 게임보는 눈이 떨어지는 캐스터조차 알 수 있던 사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랜드 마스터 1위인 내가 보기에 1세트 진 거 대망신때문 맞음ㅇㄱㄹㅇ

-어? 너도 그마냐? 근치만 1위는 난데?

-헐 우연이네 나도 어제 그마 1위찍음ㅋㅋ

채팅창 평균 티어 그랜드 마스터를 우습게 넘는 파프리카 TV 시청자들의 확언이니 여간 믿음직하다.

더욱이 핫숏을 포함한 북미 프로게이머들이 차지하고 있을 시즌2의 그랜드 마스터 1위가 무려 세 분이나 나타나 보증했다.

한글패치가 다소 아쉽게 됐는지 채팅치는 것만 보면 브론즈나 실버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2세트에서는 대망신 선수가 참 잘 해줬죠. 1세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 제 컨디션을 찾은 것 같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처럼 갱킹을 잘 피했다.

대리게임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하지만 선수들의 접속 IP는 확인이 가능하다.

다름아닌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에서 후원하는 LCL이니까.

이는 LCL 참가 접수를 할 때 선수들에게 인지시키는 사실.

혹시라도 선수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불가피하게 되면, 반드시 사전에 보고를 해야 한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수가 지금껏 LCL에서 없던 건 아니지만 백이면 백 잡을 수 있다.

그러니 웬만큼 멍청하지 않는 한 일을 저지를 염려가.

있다.

방송을 하는 캐스터와 해설자도 알고 있다.

아예 같은 IP로 게임을 해버리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더 심한 경우조차 존재한다.

어떤 대회 게임에서는 방송화면을 보고 상대의 수를 엿보는 사건도 있었다.

아직까지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그러한 일이 터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경우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여러 게임을 주최한 경험이 있는 오프게임넷에서 모를 리가.

그럼에도 LCL이 온라인 대회로 유지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로드 오브 로드.

주류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하고 있다지만 유저가 한참이나 부족하다.

갤럭시 크래프트처럼 1:1이 아닌 다수 대 다수의 게임.

프로리그를 돌리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유망한 아마추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아마추어 게이머들을 발굴하기 위해선 문턱을 낮추는 게 필수불가결이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된 데는 이러한 뒷사정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서머시즌은 중요하다.

최근 인기 상승에 가속도가 붙은 로드 오브 로드.

스프링시즌의 배 이상으로 LCL은 세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그 주목은 당연히 다음에 이어질 롤챔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프게임넷에서는 광고회사등 여러 루트로 손을 써 물밑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LCL의 중계진들을 상당히 닥달하고 있다.

반드시 흥행시켜야 한다.

어쩌면.

'결승전이 오프라인으로 치뤄질 가능성이 있지….'

해설자조차 모르는 사실이다.

오프게임넷에서 방송경력이 오래된 캐스터만이 지인을 통해 전해들은 정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애초에 온라인으로 치루기로 한 경기를 대회측 사정으로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니.

선수가 거부하면 강요할 수단이 없다.

그럼에도 일단 계획은 진행이 되고 있다고.

과장 조금 보태면 스프링 시즌의 롤챔스보다 인기가 많은 현재 서머시즌의 LCL.

무려 프로리그에 준할 정도로 시청자수가 모였다.

아직 결승은 커녕 8강밖에 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갈수록 높아지는 결승전의 기대치때문에 오프게임넷의 높으신 분들께서 생각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의 관계자들조차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

"밴픽 넘어가겠습니다! <딸기맛 치킨> 대 <내가 대망신>의 마지막 세트!"

그러한 정보를 전해들은 탓에, 같이 방송을 진행하는 해설자보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캐스터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LCL 서머시즌의 8강 첫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세트.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에 무게가 더해졌다.

.

.

.

* * *

"밴은 그대로 갈 거지?"

올마스터의 팀을 상대로 한 두 번째 게임.

2세트에서 누가 뭐래도 내 활약이 돋보였다.

즉, 내 덕에 2세트를 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도진기가 한타가서는 좀 잘하긴 했지.'

르풀랑이라는 유통기한 챔프.

라인전에서 솔킬을 따지 못하면 별 볼일 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챔프의 기동성을 활용해 요리조리 암살을 하고 다녔다.

상대팀에서 비교적 역량이 떨어지는 인간조아라를 중점적으로.

이러니저러니 싸가지는 없어도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도진기의 르풀랑이다.

'마지막까지 역할을 다해 달라구, 후후.'

나는 지금 흥겹기 짝이 없다.

이번 세트만 잘 마무리 지어지면 이전까지의 무례를 어느정도 용서해줄 수도 있을 정도로.

그만큼이나 마지막 세트는 중요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밴은 아까와 똑같이 간다. 대망신, 니 하고 싶다던 리픈은 하던 말던 맘대로 해라.

타이온, 파사딘, 탤런.

르풀랑을 상대로 라인전이 괜찮으며 변수를 만들기 좋은 챔프들이다.

내가 도진기 놈과 게임한지 오래된지 않았지만 성향을 파악했다.

안정적인 미드라이너.

게임을 변수없이 확실하게 굳히는 걸 좋아한다.

성격은 개차반이여도 플레이 스타일은 썩 마음에 든다.

적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 부분이 특히나.

"우리팀이 첫 픽인데 뭐 가져올까? 르풀랑?"

첫 세트에서도 두 번째 세트에서도 여지없이 르풀랑을 먼저 가져왔다.

올마스터가 가진 다양한 챔피언폭.

그 경우의 수를 한정시키기 위해.

그러니 이번에도 르풀랑을 가져오는 게 최우선이겠지.

팀의 1픽인 내가 픽창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 나를 제지하는 도진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우스타를 가져와라.

사전에 말이 오가지 않았던 부분이다.

물론 광우스타는 서포터라면 필수적으로 할줄아는 챔프고, 당연히 우리팀 서포터의 모스트에도 있지만.

어째서?

-적팀이 바보냐? 2세트의 패인 중 하나가 조아라인데 또 조아라를 가져가게? 암살하기 힘든 광우스타를 하는 게 당연하잖냐.

'아!'

역시 나 만큼이나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다.

내가 잊고 있던 부분을 잘 캐치해줬다.

나는 두 말 할 것 없이 광우스타를 픽했고, 아군 서포터도 할 수 있다며 긍정했다.

광우스타를 뺏기고 울분을 삼키고 있을 적팀이 가져간 서폿 픽은.

'랄라..?'

르풀랑이라는 챔프의 암살에 대비해 괜찮은 픽이라는 건 인정한다.

더욱이 인간조아라는 기본적으로 AP챔프인 조아라를 주챔프로하니까.

비슷한 성향을 띤 랄라도 이해는 가지만.

'오호라, 상대 서폿이 조아라 아니면 광우스타밖에 못하는 놈이었지.'

도진기의 술책이 제대로 먹힌듯 싶다.

조아라를 살려줬어도 픽할 수 없다.

울며겨자먹기로 픽한 것이 그나마 비슷한 AP챔피언 랄라일 테지.

그리고 상대의 미드 픽은 역시나 2세트와 같은 모르피나였다.

'이러니까 넌 안되는 거야, 올마스터,'

멍청한 자식.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다니.

내가 2세트에서 갱킹을 피한 게 그냥 우연이 겹쳤다고 생각했나?

그럴 수 있다.

덜떨어진 올마스터 자식이라면 더더욱.

회심의 미소.

더 볼 것도 없는 확실한 승리다.

첫 세트에서의 밴픽싸움의 패배.

그대로 돌려주마.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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