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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서폿 랄라..개인적으로는 조금 말리고 싶은 픽이 나왔네요."
해설자의 뜬금없는 발언.
랄라는 서포터로서의 픽률이 나쁘지 않은 챔피언이다.
이는 솔랭뿐만 아니라 대회에서도 마찬가지.
그의 의중이 무엇일지.
캐스터가 시청자들을 대신해 물었다.
"해설자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귀여운 요정 할망구 랄라는 시즌2의 대표적인 서포터 챔피언 중 하나다.
역할을 따지자면 쏘냐와 한나의 중간정도라고 할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쏘냐, 반대로 수비적인 성향을 띤 한나.
랄라는 정확히 그 사이에 존재한다.
나쁘게 말하자면 박쥐같은 챔피언.
그 때문인지, 서폿 랄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같은 서폿 챔피언인 쏘냐같은 경우, 견제를 해도 라인이 밀리지 않는다.
스킬 구조가 타겟팅에 가깝기 때문에.
하지만 쏘냐와 달리 랄라는 딜교환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미니언을 건드리게 된다.
Q스킬, 보라색 창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
"딸기맛 치킨>은 상대적으로 봇라인이 약한 팀이거든요. 지나치게 한타만을 바라 본 픽이 아닐까, 저도 염려가 됩니다."
해설자의 우려 대로다.
안 그래도 1세트와 2세트에서 라인전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 <딸기맛 치킨>의 봇듀오가, 랄라라는 픽으로 라인을 밀다가 자칫 프리징이라도 돼버린다면.
갱킹은 양반이고 솔로킬까지 당할 수 있다.
그렇게 봇라인이 한 번 맛집이 되면 중요 오브젝트인 용주도권을 빼앗긴다.
그럼에도 <딸기맛 치킨>이 랄라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대망신이다>에서 광우스타를 가져간 게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의 두뇌싸움, 코치진이 없다고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프로리그인 롤챔스에선 고작 밴싸움만으로 양팀의 심리전이 끝나지 않는다.
상대팀이 원하는 픽을 먼저 가져가는 행위.
이는 픽 순서가 빠른 블루팀의 특권이며 사실상 밴카드를 하나 더 사용할 수 있는 격이다.
때문에 대망신팀은 <딸기맛 치킨>이 가져갈 거라 예상하는 픽을 뺏어왔다.
서포터 중에서 유일하게 아이템이 없어도 단단하다고 할 수 있는 광우스타를.
광우스타는 챔프폭이 좁은 인간조아라 선수가 사용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챔피언이다.
"이전 판에서 조아라가 르풀랑에게 번번히 끊기면서 게임을 내줬죠. 광우스타를 가져가지 못한다면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어요."
캐스터도, 해설자도 <내가 대망신이다>팀의 밴픽전략에 대해 극찬했다.
올마스터의 주력챔프들은 전부 밴하고 노림수일 광우스타는 가져가 버린다.
자신들의 주력픽인 르풀랑은 올마스터가 하지않는 챔프.
뺏길 염려가 없다.
밴픽싸움의 승패는 확실하게 대망신팀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잠깐, <딸기맛 치킨>에서 라인스왑을 까먹은듯 합니다.. 아니, 설마."
그 설마다.
다른 팀이었으면 무조건 라인스왑의 실수를 지적했을 것이다.
그리고 늦든 빠르든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바꿨을 터.
불현듯 떠오른다.
올마스터팀은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저도 같은 생각을 해버렸는데요.. 그 설마가 사실일 가능성이 솔직히 기대되네요."
캐스터와 해설자, 그리고 시청자들까지도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60초부터 0초까지.
1초, 1초 줄어드는 숫자.
상상이 과연 현실이 될지.
이쯤 되면 오히려 실수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
-진짜 미드랄라야? 스왑실패겠지..?
-ㄴㄴ올마스터 예전에 소리커로 탑 간적도 있음. 서폿으로 잘만하더라.
-탑은 그렇다 쳐도 미드는 딜 넣어야 하는데?ㅋㅋ 노딜조합탄생이욬ㅋㅋㅋ
파프리카TV의 LCL 본방 채팅창.
그랜드 마스터가 수천 명씩이나 모이기로 유명한 이곳의 판사님들께서도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세트의 패배로 긴장한 나머지 스왑실패를 해버렸을 확률이 다분하다고.
과연 입그마님들의 판단이 맞을지.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만.
.
.
.
* * *
미드 랄라.
이 챔프가 처음 떴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서포터로 계획된 챔프를 왜 굳이 미드로?
다른 하고 좋은 미드 챔프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당연한 정론이다.
미드라이너에게 요구되는 건 일반적으로 딜링이니까.
간혹 미드 초가트처럼 딜탱을 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그 경우 기본 스킬이 강력하다.
랄라처럼 궁극기가 생존기인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랄라가 시즌4에 들어 미드챔프로 사용되기 시작한 까닭.
바로 유틸성과 더불어 라인푸쉬 능력이다.
챠라랑!
랄라의 Q스킬!
지금 내가 미드라인을 사정없이 밀어대는 보라색 창의 정체다.
미니언을 건든다는 이유로 서포터를 설 때는 구박을 받던 애물단지 스킬.
서포터로서 원딜을 도와 딜교환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미니언을 치게 된다.
그 실수가 한두 번 반복되다 보면 아군원딜의 손가락이 근질근질 해진다.
미니언 작작 건들라고 한 마디가 나온다.
라인푸쉬라는 치명적인 단점.
오히려 솔로라인을 설 때는 장점으로 두각됐다.
첫 세트부터 밀린 라인 받아먹기 바쁘던 르풀랑을 몰아붙인다.
이번에는 하나 더 과제가 생겼다.
챠라라랑!
랄라가 미니언에 E스킬을 쓰고 Q스킬, 보라색창을 쏘면 궤도가 변한다.
두 번 뻗어져 나가는 창.
르풀랑을 정확히 노리며 날아간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의 위엄을 뽐내는 대망신 팀의 미드라이너.
허명이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스킬까지 써가며 피한다.
그리고 역으로 6레벨까지 버틴 후에는 딜교환까지 시도해온다.
하지만.
─변해라~♪!
내 랄라의 체력을 깎아내기 위해 접근한 르풀랑.
르풀랑의 전통적인 딜교콤보 QR을 던지기도 전에 무력화시킨다.
랄라의 W스킬로.
심술쟁이를 맞으면 침묵과 비슷한 상태에 걸려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 상태동안 르풀랑이 얻어터지게 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퍼엉!
안 그래도 체력이 깎였던 르풀랑이 랄라의 E스킬과 Q스킬, 그리고 따갑게 때려대는 평타에 얻어맞고 패시브가 터진다.
일정 이하까지 체력이 내려가면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르플랑의 패시브.
그렇게나 체력을 깎아낼 정도로 랄라의 평타는 폭력적이다.
코리아나와 비슷하게 랄라의 패시브에는 평타강화가 달려있으니까.
아예 속수무책이다.
시즌2의 랄라는 라인전이 말도 안되게 강력하다.
비단 깡데미지가 너프먹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진짜 짜증나는 요소는 미드랄라가 각광받기 시작한 이후 오히려 사라졌다.
그 중 하나가.
─히히히히히! 우후 이히 우흐에 우흐흐히히!
푸하하하하하하! 후후, 헤헤 후하하흐흐 으헤헤헤헤!
컨트롤4를 연이어 누름으로서 적을 조롱하는 웃음소리!
랄라라는 챔프의 정체성과도 같아 시간이 지나도 당연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진짜는 내가 웃고 있는 그 이유다.
타워를 끼고 미니언을 받아먹던 르풀랑.
정확히 막타를 치려던 찰나에 E스킬을 사용한다.
다름아닌 아군의 미니언에.
상대 라이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칠 노릇!
타워를 끼고 CS받아먹기도 힘든 마당에 막타를 치려고 하면 실드를 덧씌워 방해한다.
그리고.
챠라랑!
롤이라는 게임이 괜히 심리전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스킬들을 피해냈던 르풀랑에게 보라색 창이 적중한다.
랄라의 기괴한 웃음소리와 미니언 막타방해로 인한 멘탈적인 데미지!
안 그래도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던 르풀랑은 화급히 놀라 도망갈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보는 미니언 손해.
미드랄라가 너프되기 이전까지 온갖 악명을 줄줄이 달고 다닌 데는 이유가 있다.
솔로랭크의 멘탈 파괴자!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상점에 귀환해서 사온 아이템은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이렇게 되면 할 수 있다.
미드랄라의 진정한 필살기.
강력하다 못해 사악하기까지 해서 결국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에서 없에버린 사기콤보를!
.
.
.
* * *
-망신아, 리심 또 삼거리 부쉬로 돌아오고 있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그마카림의 목소리.
그마카림이 적 정글의 위치정보를 사전에 알려주고 있다.
적 정글이 또 내가 있는 탑라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는 모양.
그마카림 덕에 갱을 당하진 않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씨지맥이 말카림을 잡아버린 것.
'제기랄, 이래서야 CS도 못 먹잖아.'
올마스터 3밴을 한 것까진 좋았는데 그 대신에 씨지맥의 말카림이 살아버렸다.
1세트에서 내가 말카림 밴을 완강히 주장했을 정도로 리픈으로는 정말 최악의 상대.
하지만 AP타이온이라는 뉴페이스때문에 밴카드를 하나 소비해야 했고 그 결과 말카림을 밴할 수 없었다.
그래도 2세트에서는 씨지맥이 말카림을 가져가지 않아 괜찮을 성 싶었는데 3세트에서는 갑자기 픽해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킬을 내주진 않았지만 프리징이 되어버린 탑라인.
미니언 관리를 한 번 잘못한 덕분에 한참동안 CS를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죽어가는 미니언을 침을 꼴깍 삼키며 바라만 봐야 한다.
2세트처럼 미드가 잘 해주는 것만을 기대할 수밖에.
잠깐 화면을 돌려 미드를 봤다.
'썩을,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잘 해주긴 커녕 지고 있다.
아예 일방적으로 랄라에게 쳐맞고 있고 CS조차 훨씬 부족하다.
나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은 듯 하지만 이래서야 도토리 키재기다.
그랜드 마스터라고 우쭐하던 놈이 겨우 서포터 챔프인 랄라에게 사정없이 털리고 있다니.
퍼엉!
랄라의 견제에 터져버린 르풀랑의 패시브.
W에 R.
날조를 두 번이나 사용하여 아군 포탑까지 꼴사납게 피신한다.
큰 소리 떵떵 친 주제에 발화를 맞자마자 도망가는 꼬라지를 보여준다.
그래도 살긴 산 모양이니 나는 화면을 돌려 다시 탑라인전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니, 대체 왜?'
분명 살아서 멀찍이 도주해 타워에 까지 숨었는데 어떻게?
안 그래도 탑이 말리고 있는 와중에 미드까지 당한 것도 어이가 없지만, 딜교환 장면을 그대로 보고 있던 나조차도 이해가 안된다.
-아, 못 피했네.
적이라곤 없는 포탑 옆에서 죽은 것 같은데.
가서 박치기라도 하지 않는 한 어떻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랄라 저게 쿨감템을 맞추니까 EQQ가 되네. 어이가 없어서.
변명을 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혹시 이 자식이 일부러 죽어준 건 아닐까 의심이 간다.
확실히 도진기 녀석이 일전에 말했던 대로 게임을 지게 되면 아쉬운 사람은 나다.
내가 2세트에서 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골탕먹이려는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당장 이기는 게 급선무다.
솔킬까지 당해버린 도진기 자식은 더 이상 신용할 수 없다.
내가 주도해서 게임을 이겨야 한다.
"야 봇. 지금 리심 내려가고 있으니까 바로 빼!"
도진기한테 넘겨준 오더의 권한을 다시 뺏는다.
솔킬을 당한 시점에서 도진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건 나 뿐만이 아니니까.
애초부터 내 인맥으로 온 팀원들.
재깍재깍 내 말을 믿고 움직인다.
-어? 진짜 갱왔네.
-망신형, 덕분에 살았어요!
'이거지.'
반드시 이긴다.
아니, 이길 수밖에 없다.
-망신아, 리심이 몰래 솔용하고 있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그마카림의 외침.
조금 돌려서 오더를 내렸다.
"서포터, 용 쪽 시야 좀 밝혀봐."
서포터가 와드를 하나 박는 것으로 리심의 솔용을 차단한다.
연이어 들어 맞은 내 신급 오더.
도진기에 대한 평가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서 내 말을 안 따를 팀원이 있을리가.
'도진기 자식은 꿀먹은 벙어리 상태고, 내가 지휘한다.'
나의 손발과도 같은 팀으로.
이번 판을 승리로 마감하고 올마스터 자식을 끝장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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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ㅠㅠ
부족한 작가 위해서 원고료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