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87화 (8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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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LCL 준결승전에 올라갈 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세트.

그 승패가 이번 한타의 결과로 기울어진다.

바론 백작.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오브젝트다.

용 이상으로 글로벌 골드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팀원들에게 막대한 버프를 선사한다.

체력재생력과 더불어 공격력과 주문력의 증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버프 지속시간동안 코어템을 하나 더 들고 있는 효과다.

'이 때의 바론은 조금 아쉽긴 했지.'

차후에는 아예 게임의 판도를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지는 바론 버프.

귀환시간을 줄여줄 뿐더러 아군 미니언을 강화시키는 등 여러 효과가 생기지만.

현재 시즌2의 바론버프는 이 정도가 한계다.

그럼에도 바론은 지금이나 미래나 후반 한타가 열리는 중요한 무대.

바론 한타에서 이기는 팀이 사실상 준결승에 진출하게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두두!

우리 딸기맛 치킨의 선봉대장은 다름아닌 말카림.

삼종신기라는 아이템 하나만으로 괴력을 뽐내는 챔피언이다.

씨지맥이 돌연듯 3세트에서 말카림을 고른 이유.

사실 두 가지 사연이 있다.

첫 번째.

AP타이온을 가장 먼저 보여줌으로서 상대팀의 미드3밴을 의도하고 말카림을 살린다.

두 번째.

말카림은 반드시 랄라와 같이 픽한다.

그 이유.

쿠워어어어!

안 그래도 자체스킬때문에 이동속도가 빠른 말카림이 유령화를 키고 질주한다.

모르피나의 다크실드와 랄라의 W스킬 심술쟁이의 버프까지, 그 기세는 흡사 불도저와도 같다.

방플을 하며 우리팀의 한타 의도를 무색하게 만드려던 적팀에게 말카림이 사정없이 들이박았다.

엄청난 스피드를 살린 강제 이니시.

일반적으로 이런 무리한 이니시는 안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먼저 거는 쪽이 필연적으로 집중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커져라~♪!

랄라의 궁극기, 거대화와 함께 말카림을 둘러싸 맹공을 퍼붓던 적 챔피언들이 튕겨나간다.

아군 챔피언의 크기를 키움과 동시에 주위의 적을 에어본시키는 거대화.

그 진정한 백미는 체력 추가의 효과다.

이미 라둔의 죽음투구까지 나온 미드랄라의 궁극기로 인해 1천 가까운 추가체력을 얻었다.

말카림의 이니시한 목적은 강제한타와 더불어 적 원딜러 배인의 암살.

그러나 상대 입장에서도 쉽게 내줄 성 싶을까.

이미 코어아이템이 뜰대로 뜬 배인이 미친듯이 구르며 말카림을 카이팅했다.

챵! 챵 타앙!

3타가 터질때마다 고통스럽게 뜯어지는 말카림의 체력바.

아무리 잘 성장하고 온갖 버프를 줄줄이 달았다 한들 시즌2는 원딜 오브 로드다.

잘 성장한 배인을 브루저인 말카림이 혼자 무는 것은 불가능.

그래야 했다.

챠라랑!

말카림에 한 번 더 내 랄라의 실드가 덧씌어지면 동시에 배인을 향해 보라색 창이 뿜어져 나온다.

랄라의 패시브 요정을 통해서 아군을 징검다리삼아 배인에게 사거리가 닿았다.

보라색 창의 둔화 효과로 발목이 잡힌 배인.

한 번 더 질주한다.

이동속도를 상승시켜주는 심술쟁이 버프까지 받은 말카림이 배인의 목을 댕강 베어버린다.

속도가 오를수록 공격력이 상승하는 말카림의 패시브.

발화까지 더해지자 배인은 버틸 수 없다.

원래라면 안되는 것을 해낼 수 있는 조합의 힘이다.

하앗!

패색이 짙은 난전 속에서도 르풀랑은 틈을 노려 암살을 시도했다.

날카롭게 노려온다.

나에게 타겟팅으로 날아오는 죽음의 불타는 손길의 액티브와 온갖 스킬들.

맞게 되면 꼼짝도 못하고 죽는다.

말카림을 살리고자 모든 스킬을 퍼부은 상태니까.

하지만.

르풀랑이 결국 유통기한 챔프라 평받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

띠이잉!

조냐의 물시계다.

암살자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

이것이 바로 미드랄라로 한타를 하는 방법이다.

아군 한 명을 조명시킴과 동시에 자신은 조냐의 물시계로 생존을 꾀한다.

그리고 한 번 더.

─쯔쯧!

녀석들의 주력 딜러인 배인은 죽고 르풀랑은 공격기회를 낭비했다.

몰아칠 때.

적의 잔당을 잘 추적하기로 파사딘만한 챔피언이 없다고는 하지만 랄라와 말카림도 빼놓을 수 없다.

파사딘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닐 수는 없어도 기동성 하나만큼은 로드 오브 로드에서 수위를 다루니까.

.

.

.

* * *

-망신형! 앞에서 말카림 좀 막아봐!

중요한 바론 대치 상황.

시간을 지날수록 성장형 원딜인 배인을 가져간 우리팀이 유리하게 된다.

당연히 싸워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시간만을 끄는 게 목적.

하지만 저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어오면 어쩌자는 것인가.

나는 팀원의 목소리를 듣고 리픈의 주특기인 스턴을 걸어 발목을 잡으려고 했지만.

하아!

'안 통해?'

너무나도 두텁게 걸려있는 실드때문에 알아보는 게 늦었다.

모르피나의 다크실드, 모든 CC기를 무력화하고 마법공격으로만 뚫을 수 있다.

오로지 물리데미지만 가지고 있는 리픈으로선 파훼하는 게 불가능하다.

나를 무시하고 아군 진영 한 가운데로 돌진하는 말카림.

심지어 아군 배인을 향해 달려나가는데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되면 이판 사판.

칼을 뽑아들 수밖에.

숙청자의 칼!

궁극기를 발동하자 작았던 리픈의 칼이 쑥쑥 자라 믿음직 스러운 바스타드 소드가 된다.

이대로 적에게 뛰어들어 말카림과 똑같이 난장판을.

터엉!

모르피나의 속박.

점멸을 활용해 피해야 했지만 실수했다.

만약 아테나의 신발만 갔어도 강인함 효과로 금방 풀렸겠지만 하필이면 내 신발은.

'제길, 리픈은 그래도 아이우에오의 신발이라고.'

쿨타임 감소 효과때문에라도 가야 한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성장을 잘했으면 금은 장식 머리띠를 올렸을 것이다.

액티브 효과로 단 한 번, CC기를 풀 수 있는 아이템.

문제는 내가 말카림에 라인전을 밀려 제대로 CS를 못 먹었다는 것.

이러면 어쩔 수 없다.

최후의 최후까지 발악하고 죽는 수밖에.

─이~쿠우!

리심이 나를 날려 차줬다.

멍청한 자식, 이러면 고마울 따름인데.

다시 한 번 각을 재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리심의 진짜 목적은.

-아, 당구 당했어!

내 적 진영을 향해 돌진하자 도움을 주려던 아모모.

적 모르피나에게 붕대를 맞춰 진입하는데 성공한 순간에 리심의 궁극기를 맞고 붕 떠버렸다.

에어본의 효과.

리심의 궁극기는 상대를 멀리 차버림과 동시에 날라가는 경로에 있는 모든 적팀을 에어본 시킨다.

나를 차버린 데는 그러한 의중이 있었던 것.

그 당구차기때문에 시간이 소비됐다.

붕대때문에 기절상태였던 모르피나가 제정신을 차리고 궁극기를 사용해 버렸다.

심지어 나와 아모모 둘에게.

사슬을 내뿜어 나와 아모모를 속박하는 모르피나.

그러나 썩어도 리픈이다.

서포터따위 광우스타가 아닌 이상 순식간에 썰어버린다.

-아니, 형 잠깐!

띠이잉!

생각도 못했다.

설마 서포터 주제에.

"아니, 조냐의 물시계가 왜 있어?"

실수다.

하지만 바로 잡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터엉!

3초가 흐름과 동시에 발목을 매던 모르피나의 사슬은 족쇄로 둔갑한다.

1.5초간 나와 아모모를 기절시키는 CC기로.

생각지도 못한 조냐때문에 서포터 하나에 시간을 잡아 먹어버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주력 딜러라 할 수 있는 배인이 전사했다.

대체, 어떻게?

고작 말카림을 막지 못해서 원딜을 내주다니 이해가 안된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건 말카림이 죽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건재하다는 사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서포터 챔프로 주문력 아이템을 바리바리 가더니 이런 효과가.'

원래라면 몇 칸 채울 수도 없는 랄라의 실드의 양이 가히 무서울 정도다.

저 실드를 만약 6초마다 쓸 수 있다면.

체력을 깎을 수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

나와 아모모는 모르피나의 궁에 붙잡힌 시점에서 꼼짝없이 당했다.

적 원딜 고로키와 리신에 얻어 터질대로 터져서.

이제 남은 희망은 나머지 팀원이라도 도망가서 바론이라도 막는 것인데.

두두두두두!

유령화 상태도 아닐 텐데 무서운 속도로 뛰어가는 말카림.

요정이 달려있는 걸로 미루어봐 랄라의 버프다.

이렇게 보니 배인이 당할만도 하다.

결국 말카림에게 뒤를 잡혀 도륙이 나는 아군 서포터.

이러면 마지막 남은 희망은 도진기의 르풀랑뿐인데.

'제발, 제발!'

다른 챔프면 몰라도 르풀랑이라면 할 수 있다.

도진기의 르풀랑은 인정하기 싫어도 수준급이니까.

어차피 바론을 내주면 무조건 진다.

슈퍼플레이든 뭐든 해서 막아야 한다.

<망신아, 리심 체력없다. 리심 노리면 가능성 있어!>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그마카림의 목소리.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기적의 바론 오더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역전의 찬스가 될 수 있다.

적 정글러 리심만 무력화 시킬 수 있다면 부활한 우리팀이 역으로 바론을 가져간다.

그리고 적 리심은 나와 아모모가 체력을 반피이상 까놨다.

르풀랑이 콤보만 제대로 먹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하앗!

상황의 중요성을 아는지 점멸까지 활용한 콤보.

더욱이 발화까지 아낌없이 사용한다.

한타를 이겼다고 생각하고 바론을 치고 있던 리심이 르풀랑의 사슬까지 포함해 풀콤보를 맞았다.

원딜이나 미드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삭제시켜버리는 위력!

갱 한 번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한 가난한 정글러 리심이 버텨낼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

-실드가.. 미쳤는데?

랄라와 모르피나가 리심에게 걸어주는 실드.

어찌나 두터운지 리심 체력바의 반을 차지한다.

아니, 그것만이면 다행이지만.

─커져라~♪!

한타에서 분명히 썼을 궁극기가 한 번 더 튀어나온다.

랄라의 3렙궁 쿨타임은 80초.

쿨타임 감소 아이템까지 갔다면 이해가 되는 노릇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서포터할 때나 그렇지.

-적팀이 바론을 처치했습니다!

결국 바론을 내주게 되었다.

한타까지 대패한 마당에서 바론까지 먹혀버린 셈이니.

이제 승산이.

'하아….'

이미 팀의 상태는 될대로 돼라 포기한 분위기.

서렌을 안 쳤을뿐 사실상 미래는 없다.

이번 LCL은 충분히 과한 투자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부정행위까지 하면서 쏟아 부었는데 어째서.

'후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BJ로서 LCL 8강까지 왔다면 나름 선전은 된다.

엿같은 올마스터 자식을 매장시키지 못한 건 아쉽지만 만족해야 할 때.

이쯤에서 물러나야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

솔직히 아군의 팀원들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내가 방플을 했다는 사실을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 터.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다 내 사람들이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왜 있겠는가.

아쉬움은 무척 남지만 올마스터 자식이 이대로 우승을해서 프로게이머로 꺼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뭐, 그 정도의 기량이 되는 놈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

.

.

* * *

-삽치 형님, 접니다.

"소식 들었다. 고생했다, 진기야!"

LCL 8강의 패배 소식.

아마추어 대회따위 별 볼 일 없다는 둥

큰 소리 친 거 치고 썩 좋지 않은 결과긴 하지만.

'진기 녀석도 진지하게 임하진 않은 것 같으니.'

결승까진 솔직히 기대도 안했고.

엄청난 투자를 한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충분히 달달하다.

'그런데 무슨 볼 일로 전화한 거지..?'

나에게 설마 전화를 걸어올지는 몰랐다.

이전에 한 번 대망신이 못하는 주제에 말도 안 듣는다고 따지듯 전화를 건 적이 있으니까.

만약 다시 전화를 한다고 해도 대판 짜증부터 부릴 줄 알았는데.

어조가 진중하다.

-걔, 버리시죠.

설명이 부족하다 못해 주어마저 없다.

하지만 누구를 의미하는 지는 헷갈릴 수가 없는 상황.

"크흠, 진기야. 네가 망신이 실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 알고 있지만…."

대망신과 도진기.

티격태격 사이가 안 좋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 다 아끼는 동생인데 최소한 서로 싸우진 않았으면 하는데.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감정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문제가 있었단 말이지.. 크흐음!"

짧막하지만 조리있게 LCL 8강에서의 상황을 설명해오는 진기 녀석.

듣고 보니 깝깝하다.

망신이 자식이 가끔 가다 막 나가는 것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였다니.

내가 후원을 해줬다는 사실은 대망신의 입을 통해 퍼질대로 퍼졌다.

불똥은 분명 나에게 까지 튀게 될 거고 그냥 수수방관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손을 쓰시는 게 나실 겁니다. 그럼 전 이만.

지 할 말만 싹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는 진기 녀석.

말싸가지는 못 배웠지만 그럼에도 나를 걱정해주는 것 보면 충신이다.

달달하진 못해도 씁쓸하진 않다.

"망신아, 이 삽치 형님은, 크흠! 대의를 따라야겠구나."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ㅠㅠ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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