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88화 (88/803)

88====================

뻗치는 망신살

어제 LCL 8강 무대에서 내가 선보인 뉴메타 미드랄라.

잉벤을 찾아보니 역시나.

피해자의 하소연이 올라와 있었다.

─와 올마스터 덕분에 원딜 재미나게 함ㅎㅎㅎ

전에 올마스터가 미드애씨랑 미드개서스해서 충만든 탓에 꽁패한 사람인데 이번엔ㅎㅎ

덕 좀 봤음^^

픽창에서 아군이 미드랄라 픽하더라?

뭐지 했는데 또 LCL에서 나왔다네?

내가 이때 닷지했어야 했는데 미쳤지ㅋㅋ

라인전 세다면서 갱와달라는데 정글이 갱가줘도 딜없어서 못 죽이더라ㅋㅋㅋㅋㅋ

결국 개망해서 한타가니까 나 원딜인데 서폿 2명한테 힐링받음 ^오^

당연히 노딜이라 한타 털리고 넥서스 밀림

미드가 서포터로 변하는 기적의 연금술 올마스터ㄳㄳ

이제 화도 안남ㅋㅋ

└ 미드랄라 그거 노딜임 절대 쓰면 안됨ㅋㅋㅋ

└ 올마스터는 쓰던데?

└ 걘 애씨나 개서스로도 미드서는 애인데 랄라는 양반이지ㅋㅋ

"후후, 내가 그 좋은 미드랄라를 괜히 보여준 게 아니지."

미드랄라는 확실히 좋은 챔프다.

하지만 챔프 운용법이 기가 막히게 까다롭다.

어째서?

일반적인 랄라는 미드챔프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미드라이너는 스킬딜링을 한다.

르풀랑이나 아링같은 경우가 대표적.

간혹 가다 체일처럼 바론의 이빨같은 아이템을 가서 평타딜링을 하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예외일 뿐이다.

체일은 그래도 원딜이랑 비슷하기라도 하지.

랄라는 스킬과 평타를 전부 써야 하는 하드코어 난이도.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해야 다른 미드챔프 딜링의 8할을 겨우 따라간다.

심지어 EQQ콤보가 되는 지금 시점에서 말이다.

미드랄라의 EQQ가 그렇게나 사기적인 면모를 보였는데도.

심지어 시즌3 이후로는 몇몇 장인들이 그랜드 마스터리그에서 애용을 했음에도.

실질적으로 사용된 게 시즌4부터인데는 그러한 사연이 있다.

그 정도로 미드랄라는 여간 까다로운 픽이 아니다.

결정적인 것이 바로 한타에서의 포지션.

일반적으로 미드챔프는 후방에서 딜지원을 하고.

서포터는 아군의 주요딜러를 바로 옆에서 지킨다면.

미드랄라의 포지셔닝은 미드라이너보다 수비적이고 서포터보다 공격적이다.

애매하기 짝이 없는 위치.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조금 나은 서포터밖에 되지 못한다.

방금 내가 본 글에서 서포터가 2명이 됐다는 소리는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랄라라는 챔피언은 정말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이 만큼이나 다루기 어려운 챔피언이 없을 정도.

내가 대회에서 한두 번 꺼냈다고 대세픽이 될 염려는 없다.

'선례가 하나 있긴 하지만.'

리픈.

하지만 리픈은 원래부터 장인이 있었던데다 평캔버그, 그 유무의 차이였을 뿐이다.

테이커같은 천재적인 인재가 평캔버그를 밝혀낸 후 사용하는 것 정도야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일.

현재 그 테이커는 미드리픈으로 크게 활약해 LCL 8강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토너먼트 리그표대로 라면 테이커는 준결승에서 우리팀을 상대하게 된다.

물론 올라왔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오늘인가.'

LCL의 8강은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어제 이미 우리팀을 포함해 하나 더, 준결승전에 진출한 팀이 있다.

<레전드 오브 롤>.

사실 테이커팀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는 상대.

LCL 개최 당시, 잉벤에서 4대 우승후보로 뽑힌 팀 중에서도 명실상부 최강이 불리던 팀이다.

이 팀에는 무려.

'프로가 될 사람이 2명이나 있지.'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프로라고 해봤자 미래의 기억에서 남은 자들.

저 팀 통채로 프로가 되어 중도은퇴를 한 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찌됐건 당장은 상관이 없는 일.

다행히 우리팀과 만나게 되는 무대는 결승전에서다.

우선 준결승전 상대로 누가 올라올지가 관건이다.

당연히 테이커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단 말이지.'

테이커라고 해서 무적이 아니다.

더욱히 현재 테이커는 성장기.

시즌3에서의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려면 아직 멀었다.

게다가.

'팀원들이 조금 아쉬우니까.'

제대로 된 팀을 규합해서 온 게 아니다.

그냥 아는 지인들끼리 대충 온 건지, 어쩌면 경험삼아 한 번 참가를 해본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테이커를 제외한 팀의 평균 티어대는 다이아2.

8강에 올라온 팀들의 평균 점수대가 마스터 중위권에 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다.

결정적으로.

'하필이면 상대가….'

아니, 8강에서 만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같은 경우 16강에서 만났다.

4대 우승후보팀, 그 일각.

<부쉬의 침략자>.

일전에 우리 <딸기맛 치킨>과 스크림을 가졌던 상대다.

아무리 테이커라 할지라도 승산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로드 오브 로드는 결국 팀게임.

한 명이 두각을 나타내더라도 캐리하기엔 역부족이다.

떨어지게 된다면 아쉬울 따름이지만 어쩔 수 없다.

테이커와의 미드매치는 정말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단 말이지.'

게임의 승패라는 게 양 팀의 스펙대로 정확히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붙어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조금 김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테이커때문이라면 모를까 그의 팀원들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그래도 테이커라면!

하는 기대감때문에 오늘 LCL의 8강 시청을 대기하는 거긴 하지만.

그리고 한 가지 더.

'후후, 오늘은 오프게임넷이 아닌, 파프리카 TV로 볼 거니까.'

본방사수다.

파프리카TV를 통해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있으니까.

물론 채팅창의 질.

이게 참 안타까운 궤변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티어를 물어보면 항상 그랜드 마스터, 아니면 마스터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 정도 티어대일 리가.

입롤때문에 보기 흉한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나정도 되면 그걸 즐길 짬밥이 되지.'

입롤 마스터.

괜히 모든 챔프 다 다루는 나 올마스터가 아니다.

어지간한 입롤따위 죄다 꿰뚫어본다.

어디 한 번 파프리카 갓청자들이 테이커를 어떻게 평가 하나 주의깊게 관전해주마.

.

.

.

* * *

-ㅋㅋ 저거 나였으면 점멸W 발화걸고 잡았음ㅅㄱ

-ㄹㅇ 발화 5틱에 정확히 죽는다 아니, 4틱인가?

-그랜드 마스터인 내가 봤을 때 확실히 킬각이었다 파전주 실수맞음~

현재 테이커는 파전주라는 닉네임으로 LCL에 참가해 8강무대를 치루고 있다.

그에 맞서는 팀은 4대 우승후보에 빛나는 <부쉬의 침략자>.

침략자 팀의 미드라이너는 역시나 지난 우리팀과의 스크림에서처럼 르풀랑을 뽑았다.

그리고 테이커는 역시나 미드리픈!

방금 시청자들은 미드리픈의 소극적인 딜교환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르풀랑이 W스킬로 다가가 QR을 던졌을 때 점멸로 화끈하게 들어가서 따버리면 안되냐고.

"쩝쩝, 응 아니야."

나는 미리 준비해놓은 팝콘을 한 줌 쥐어, 꾸역꾸역 입에 쑤셔 넣으면서도 한 소리 내뱉었다.

당연히 아니된다.

만약 점멸로 진입했으면 르풀랑이 QR던질 시간이 없어 침묵은 먹지 않았을 것이지만.

르풀랑이 바보도 아니고.

점멸로 들어올 기미가 보이면 다시 W를 사용해 원위치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것이 일방적인 딜교환을 할 수 있는 르풀랑의 커다란 장점이니까.

'이해가 되는 노릇이긴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여간 답답한 게 아닐 거다.

아싸리 사리면서 파밍만 하면 모른다.

그런데 서로 간만 보면서 조금씩 견제하고 있다.

체력을 한 움큼 뜯어내는 르풀랑의 화끈한 QW견제!

안 이루어진다.

왜?

리픈이 바보도 아니고.

들어오자마자 스턴 걸고 패버릴 거다.

만에 하나의 경우.

르풀랑이 W스킬을 재사용해 원점으로 돌아가더라도 점멸로 쫓아가 발화로 마무리 각이 나올지도 모른다.

미드 챔프의 고질적인 약점.

몸이 종이장이기에 실수 한 번 해버리면 그대로 끝장이다.

때문에 르풀랑은 평타견제를 위주로, 리픈이 CS를 조금이라도 덜 먹게 멀리서 툭툭 건들고만 있고.

리픈은 리픈대로 사리면서 감질나게 미니언의 막타만 치고 있다.

분위기만 보자면 언제 한 명이 칼을 빼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그 외나무 다리 위의 긴장감을 즐기는 것도 한 순간이지, 게임이 시작한지 어언 10여분이 다되어 가는데.

똑같은 상황만이 연출되고 있다.

물론 실질적으로 고통받은 것은 리픈 뿐이다.

근거리 챔피언의 약점.

사거리 때문에 자잘하게 얻어맞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한 번 꽝 맞붙게 돼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거리 챔피언이 긴 사거리를 갖는 대신에.

근거리 챔피언은 챔피언의 기본 스펙부터 시작해 스킬의 데미지라던지.

조금 더 높게 설정돼있으니까.

르풀랑의 목적은 원콤이 나올 때까지 리픈의 체력을 깎는 것.

리픈은 르풀랑이 실수를 해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마치 낚시꾼과 물고기의 기다림의 신경전이다.

그리고 그 신경전은 이제야 끝이 났다.

먼저 칼을 빼들은 자는 다름아닌 리픈.

그 까닭은 아이템창을 보자 알 수 있었다.

'완성됐구나.'

AD챔프가 르풀랑같은 폭딜이 나오는 마법사 챔피언을 상대할 때 반드시 가는 아이템.

스킬 포식검.

더불어 티아매트까지 뽑았다.

어째서 신발이 아닌 딜템을 뽑은 것일까.

나에겐 이유가 보인다.

-ㅉㅉ 나같으면 아테나의 신발갔다.

-르풀랑 침묵 짜증나서 반드시 가야함ㅋㅋ

-오, 그런데 리픈 움직이는데?

'그게 아니란 말이지.'

파전주를 지탄하는 파프리카TV 채팅창이 주르륵 올라감과 별개로 게임은 진행된다.

한 번.

그리고 두 번째.

제자리에서 Q스킬로 뜀박질을 하는 리픈.

이렇게 제자리에서 스킬을 빼버리면 상대의 긴장이 잠깐이나마 풀리게 된다.

그 찰나에.

돌진한다.

하!

E스킬인 용기로 한 발자국.

점멸을 사용해 순식간에 좁히는 거리.

곧바로 스턴을 사용해 르풀랑을 기절시킨다.

평타로 베어냄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평캔.

세 번째다.

공중에 붕 떠 에어본 상태가 되는 르풀랑.

앞선 두 번의 뜀박질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그 다음이 진정한 노림수.

퍼엉!

리픈이 마지막 평타를 후려갈김과 동시에 터져버리는 르풀랑의 패시브.

은신상태와 더불어 상대의 움직임을 교란시키는 분신을 소환한다.

때문에 르풀랑이라는 챔프를 원콤에 보내버리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터엉!

땅이 울리며 티아매트의 액티브 효과가 퍼진다.

광역데미지.

그리고 분신 채로 갈라버리는 리픈의 궁극기 숙청자의 칼!

두동강이 나버린다.

<미드솔킬!!>

<솔킬이 났습니다 솔킬이!>

파전주가 티아매트를 올린 이유.

광역딜에 있다.

르풀랑이 패시브가 터지고 도망가기 시작하면.

아무리 기동성이 좋은 리픈이라고 한들 잡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티아맷.

본체와 분신 가릴 것 없이 한꺼번에 정리해버리기 위한 광역딜이다.

중계진은 이번 LCL 서머시즌의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라며 리플레이를 틀었고.

방금 전 아이템 선택이 잘못됐다며 딴지를 걸던 파프리카 TV의 시청자들은.

-와 ㅁㅊ 리픈 솔킬 지렸다. 너무 순식간이라 킬각 나온지도 몰랐네;

-역시 내 오더대로 하니까 솔킬 그냥 나옴ㅅㄱ

-봐바, 내가 티아매트 가야 한다고 했지?ㅋㅋ

우두루급 태세전환!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아이디다.

하지만 누구 하나 딴지거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한 입 모아 템트리를 지적했기 때문인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이 또한 파프리카TV 채팅창의 별미.

이곳에서는 누구나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 맘껏 떠들 수 있다.

'역시 테이커다.'

찰나의 킬각을 제대로 알아보고 승부수를 던졌다.

제대로 먹혀 르풀랑은 점멸조차 못 쓰고 순삭당했다.

물론.

솔킬을 딴 정도로 게임을 당장 기울어지는 건 아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할 때.

상황은 오히려 불리하다.

<부쉬의 침략자> 팀은 평균 티어가 그랜드 마스터에 준한다.

그에 비해 다이아2티어밖에 안되는 테이커의 팀.

미드를 제외한 라인은 사정없이 밀리고 있다.

그래도.

'테이커라면..!'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혹시나 해버릴 수밖에 없는 마법같은 한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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