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89화 (8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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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하아!

화면을 가득히 가르는 숙청자의 칼.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파프리카TV의 방송이 아니다.

잉벤에 올라온 테이커의 동영상.

LCL 8강은 어제 이미 승부가 결정지어졌다.

'안타깝네.'

솔직히 올라오길 바랬다.

<부쉬의 침략자>.

로드 오브 로드에 투자한 시간이 오래된 데다가, 실력은 물론 수준급의 팀워크까지 보유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인성.

당시 햇병아리였던 우리팀의 스크림경기를 받아줬을 뿐더러.

얕보아서 미안하다며 자신 팀의 전력을 보여줬다.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

대회무대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16강 경기에서 우승후보인 <전장의 학살자>에게 지레 겁먹지 않고 완숙한 느낌으로 경기를 치룰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부쉬의 침략자>의 덕분이 크다.

그런데.

'탈락하고 말다니.'

첫 경기의 패배가 충격적이었던 탓일까.

아니면 리픈을 열어준 것부터가 잘못이었을까.

탑과 봇을 전부 우세하게 가져갔음에도 단 한 명을 막지 못했다.

테이커의 리픈을.

돌진한다.

학살한다.

그리고 살아나간다.

<부쉬의 침략자>에서 봇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가기 위해 서포터가 발화를 든 게 첫 세트의 패인이었다.

탈력은 적 챔피언의 이동속도와 공격력을 2.5초동안 낮춰주는 스펠.

더불어 공격속도까지 느려지기에 원딜과 암살자에게 효과적.

그렇기에 서포터들은 필수 스펠 점멸을 제외한 두 번째 스펠로 탈력을 많이 선택한다.

하지만 종종 서포터가 발화를 드는 경우도 존재한다.

오히려 발화를 더 선호하는 서포터들도 있을 정도.

공격적인 라인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라인전을 진행하는 챔프들은 발화와 잘 맞는다.

풀리츠크랭커.

<부쉬의 침략자>의 서포터가 애용하는 챔프다.

그 특징적인 면은 로켓 그랩을 던져 적챔피언을 자신의 위치까지 끌어온다.

한 번 제대로 당기기만 하면 킬각이 나오니 발화를 들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지사.

그리고 실제로 라인전에서 성과도 냈다.

문제는.

'한타에서 리픈을 막을 사람이 없네.'

탑 미달리.

미드 르풀랑.

정글 아모모.

원딜 헤이클린.

서폿 풀리츠크랭커.

부쉬라는 단어 하면 생각나는 챔피언들.

<부쉬의 침략자>의 메인이라고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전 스크림경기에서 상대해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다.

하지만 아모모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CC기가 없다는 게 약점.

그나마 있는 게 풀리츠크랭커다.

'부족하지.'

풀츠는 서포터치고 아군을 지키는 능력이 떨어진다.

다른 서포터들.

한나나 랄라의 경우 힐이나 실드가 있고.

쏘냐는 광역스턴이라는 메리트가 존재한다.

대신 풀츠는 로켓 그랩으로 변수를 만들기 좋으며.

자기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하다.

패시브.

체력이 낮아질 경우 마나에 비례한 실드가 생성된다.

그러나 리픈을 상대로 필요한 건 단단한 몸이 아닌 CC기다.

그것이 풀리츠크랭커에게는 없다.

결국 <부쉬의 침략자>팀에서 리픈을 막을 자는 없었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리픈이 하나하나 적팀을 정리하는 그림이 나왔다.

그렇게 가져간 1세트.

리픈무쌍의 슈퍼플레이를 지금 돌려보고 있는 영상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

매드무비까진 아니다.

굳이 따지면 명장면 요약일까.

하지만 잉벤의 화제글 1위로 등록되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테이커의 리픈은 화려하고 용감했다.

리픈의 E스킬 용기로 돌진함과 동시에 궁극기를 발동한시킨다.

쭈욱 커져가는 칼날.

적팀이 대비할 틈도 없이 바로 점멸로 접근해 스턴을 박는다.

3인 스턴.

리픈은 궁극기를 발동하면 평타는 물론 스킬의 범위까지 늘어난다.

그 뒤로 몰아치는 콤보.

티아매트까지 터지며 서폿과 원딜, 미드가 무참하게 갈려나간다.

만약 탈력을 들었다면.

탈력은 기절이나 여타 CC기에 걸린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암살자들을 상대로 용이하다.

원래라면 탈력때문에 이렇게 무작정 들어가기 힘들지만, 앞서 말한대로 침략자 팀에는 그 탈력이 없었다.

테이커의 리픈은 한 순간에 적팀을 3명이나 보내버리긴 했지만.

그 대가로 철저하게 깎여버린 체력.

탑미달리가 뛰어들어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E스킬의 실드로 한 번 버텨내고.

평캔을 후려갈겨 테이커는 미달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동시에 회복되는 체력.

평타를 때릴 때마다 리픈의 체력이 눈에 띄게 차오른다.

생명력 흡수아이템을 간 덕분에.

─쿼드라킬!

미달리가 죽으면서 남기고 간 발화마저 다시 돌아온 실드의 쿨타임으로 버텨낸다.

상대팀으로서는 약이 바짝 오르는 상황이지만 리픈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신날 때가 없다.

방금처럼 적팀을 각개격파해버릴 때.

'평캔의 숙련도가 늘었는데….'

이전에 예선전에서 화제가 되어 올라온 미드리픈때보다 확실하게 실력이 뛰었다.

더욱이 판단력까지.

방금의 과감한 결단은 1세트를 가져갈 수 있던 결정적인 대승이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리가.

2세트에서는 당연히 리픈이 밴됐다.

'그런데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할 줄이야.'

리픈을 밴한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테이커가 가져간 챔프.

<부쉬의 침략자>의 주력이자 방금 전판에 꺼냈었던.

르풀랑.

고작 챔프를 빼앗기 위함이 아니다.

테이커는 원래 르풀랑을 잘하는 유저니까.

미드리픈은 오히려 르풀랑에 비하면 손색이 있을 정도.

물론 캐리력을 생각한다면 르풀랑이 더 낫겠지만.

'부쉬의 침략자에서 실수를 단단히 했단 말이지.'

애초부터 가져갈 것을 상정하고 열었던 르풀랑이었다.

그 르풀랑을 뺏겨버렸다.

꼬여버린 침략자팀의 픽.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카서트라도 픽해보지만.

-퍼스트 블러드!

카서트가 블루를 먹고 라인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부쉬에 숨어있던 르풀랑이 정확하게 사슬을 던져 옭아맨다.

그 순간, 뚜벅이인 카서트는 도망갈 수단이 없다.

연이어 날아오는 르풀랑의 콤보.

카서트는 반항도 못하고 킬을 내준다.

킬은 물론 블루버프까지 빼앗긴 상황.

그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스노우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미드에서 두 번째 솔킬이 난 순간 게임은 확실하게 터졌다.

블루버프 덕에 마나를 무한으로 사용하며 견제해오는 르풀랑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2데스를 한 카서트는 이제 라인 밖으로 나서지도 못한다.

심지어 정글러가 블루를 주려고 해도 갈 수가 없다.

블루가 있어도 왜 먹지 못하니.

나가면 죽으니까.

미드라이너가 주도권을 내주게 되면 정글러도 덩달아 힘들어지기 마련.

특히나 르풀랑은 로밍에 있어선 수위에 손꼽히는 챔프다.

아모모가 얌전히 늑대를 먹고 있던 순간에.

파박!

꽂히는 사슬과 침묵의 표식.

만약 침묵이라도 걸리지 않았다면 궁극기로 발을 묶고 점멸로 도망이라도 쳤을 텐데.

미드라인이 완벽하게 말린 탓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시야.

어두운 안개를 뚫고 찾아온 죽음의 사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미드라인의 솔킬부터 시작된 스노우볼.

정글과 탑 봇라인까지.

하나하나 먹어 치우며 그 크기를 불려나갔다.

지금껏 우리 <딸기맛 치킨>을 상대로 르풀랑을 꺼냈던 모든 팀들이 이러한 그림을 그리며 르풀랑을 픽했을 것이다.

우리팀을 상대로는 결국 무산됐지만 테이커는 제대로 그려냈다.

유통기한이 있는 대신에 초반의 강력함과 스노우볼을 보장받은 챔프.

2세트에서는 아예 한타각조차 잡히지 않았다.

양팀의 성장차이가 너무나 심했기에.

그렇게 정해졌다.

준결승의 상대는 바로.

'테이커..!'

감동스런 대면이다.

회귀를 한 직후.

언젠가 프로무대에서 테이커를 만날 날이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물밀 듯한 기세로 위를 향해 치고 올라가던 나였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이 이렇게나 빨리 찾아오다니.

난리도 멍석 깔아주면 못한다고 했던가.

실감도 제대로 안날뿐더러 어젯밤은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이나 로드 오브 로드를 하는 유저에게 테이커란 존재는 특별하다.

당연히.

지금 시점에서 테이커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서도 나에게는 의미가 깊다.

'꼭 만나고 싶었다.'

6년 간에 걸친 연습생 생활.

그럼에도 내가 프로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

그 중 하나가 바로 동경이다.

슈퍼스타에 대한.

바로 테이커를 가르키는 말이다.

어쩌면 나도 제 2의 테이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높은 챔프폭을 장점으로 세워 적팀의 조합을 적절히 카운터치며 일약 스타로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은 트럭에 치이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렇게 끝났었던 인생이 다시 한 번 타오르는 것만으로 충분할지언대.

프로무대는 아니라지만 대회에서 테이커를, 그것도 맞라이너로서 상대할 기회가 왔다.

16강에서 있었던 우승 후보 <전장의 약탈자>와의 승부도 긴장됐고.

바로 그저께 대망신팀을 상대로 한 2:1의 접전도 처절했지만.

며칠 후 치루게 될 테이커를 상대로 한 경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어쩌면 쉬울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테이커의 발만 묶어놔도 다른 라인에서 알아서 터져 게임이 기울어질지도.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방법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책(下策)이다.

그 말인즉 나 자신이 절대로 테이커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

나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야만 한다.

물론 억지는 부릴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이 다가온다면 그 하책이라도 사용해야 한다.

당장 이겨야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니까.

토너먼트라는 잔인한 대전방식에 '다시' 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반드시 해낸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전설이 된다.

그 첫 번째 장을 LCL 준결승의 무대에서 써내린다.

.

.

.

* * *

따르릉!

걸려오는 전화.

이곳은 오프게임넷의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담당부서.

LCL의 서머시즌의 열기, 그 규모에 비하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인원들만이 직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원래 부서의 인원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본디 현재의 반도 안되는 시청자를 가졌던 LCL이었지만 서머시즌에 들어서 갑자기 규모가 커진 탓이다.

때문에 오프게임넷의 LCL부서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뭐라구요..?"

긴급을 요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삽치라는 파프리카TV의 BJ.

그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인해 오프게임넷은 발칵 뒤집어졌다.

어떤 한 선수가 자신이 주도하여 LCL 대회에서 부정행위를 일으켰다는 내용.

이에 오프게임넷에서는 조사에 착수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부정행위에 관련된 자들은 하나하나 색출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덕에 안 그래도 바빴던 LCL부서는 배로 일이 늘어났다.

그러나 LCL부서 입장에서도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전화위복이 되었을까.

생기게 된 두 가지 변화점.

하나는 당장 대회운영도 힘들 정도로 부족했던 부서의 인원이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는 점.

덕분에 바빴던 일처리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고 일처리의 질은 올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 이유없이 회사에서 인원을 내줄까.

오프게임넷이 자선단체도 아니고 인원을 쿨하게 확충시켜준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발본색원 한다.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LCL의 결승전을 오프라인으로 진행시킨다.

그를 위해 LCL 담당부서의 인원을 늘렸다.

원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뱉어놓은 말을,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참가신청 자체를 온라인으로 치루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말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나 때마침 이루어진 부정행위.

당연히 LCL의 이미지 손상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오히려.

현재 화끈하게 물오른 LCL의 결승전을 오프라인으로 치룰 수 있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실보다 득이 크다면 그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골때리는 노이즈 마케팅이란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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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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