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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는 망신살
LCL 8강이 치뤄지고 3일째되는 날.
새로운 이슈가 잉벤의 화제글 1위를 차지했다.
글의 내용은 <내가 대망신이다>팀에서 LCL 경기 도중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사실.
더욱이 그 글을 올린 작성자가 무려.
─안녕하세요. 오프게임넷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운영진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잉벤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미 여러 소식통을 통하여 알려진 <내가 대망신>팀의 부정행위는 사실로 발각되어, 주장인 대망신 선수 본인을 포함한 팀원들에게 자백을 받아낸 상태입니다.
다만 수사과정의 미흡이 있어 대망신 팀의 미드라이너를 맡고 있던 '착한 소환자명072.' 선수의 행적이 불분명해….
.
.
.
"오호라. 이거, 이거 참!"
당연히 신고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
지금은 일단 대회에 집중할 때였다.
괜한 사건이 터지면 대망신 쪽이 수십 배는 골치아프다 할 지라도, 내가 시간을 잡아먹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때문에 일단 참고 있었지만.
'이러면 난 손 안 쓰고 코푼 격이지!'
사실 대망신의 부정행위 건을 처음으로 발언한 건 다름아닌 아재BJ 삽치다.
대망신과 그마카림, 둘과 밀접한 관계였던 그.
어째선지 몰라도 서로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
삽치의 말에 의하면.
─크흠! 망신이가 야무진 녀석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형동생하던 대망신이 LCL, 아마추어 롤리그에 나간다고 하자 후원을 해줬다는 삽치.
그런데 그 동생 녀석, 대망신이 사고를 제대로 쳤다.
─의리하면 나 삽치인데! 내가 이 정도로 말한다면 문제가 있는 거야 이거!
처음에는 형동생의 의리로 보다듬어 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불타는 정의의 혼이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았단다.
─아무리 친한 형동생 사이여도 말이야! 이건 아닌 거야, 크흐음!
대망신이 흔히 말하는 방플,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오프게임넷에 직접 알렸다고 한다.
뼈를 깎는 기분으로 동생 하나 정신차리게 하고자 그랬다면서.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삽치의 폭탄발언은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대망신측에서는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질 수 있는 말이냐며.
극구 부인했지만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하던가.
가장 먼저 나선 건 잉벤 수사대였다.
LCL 8강 우리 <딸기맛 치킨>과 <내가 대망신이다>의 경기.
시간이 남아나시는 잉벤 형사님들께서 게임의 내용을 모조리 파헤쳐 장문의 분석글을 올렸다.
이 시간대에 블루팀 시야에서 적 정글이 안 보이는데 미리 뺄 수가 없다는 둥.
봇라인이 혼잡한 상황에서 리심 솔용을 체크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둥.
넘겨잡은 내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높다.
그 글 하나만으로도 대망신은 완전히 빼도 박도 못하게 들통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기변호를 하며 팬들에게 믿어 달라고.
마지막 동아줄을 붙들고 있었지만 결국 썩은 동아줄은 끊어지긴 마련.
LCL 운영진의 공식 입장표명이 올라왔다.
잉벤은 물론, 오프게임넷과 로드 오브 로드 공식 홈페이지에까지.
'대망신은 이제 완전히 종쳤지.'
그렇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기다렸다가 직접 사이다를 터트렸으면 낄낄대며 한참은 웃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귀찮은 일에 시간을 할애할 바에야, 나 좋은 방향으로 해결된 것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그런데.
'뭐 이리 길어?'
주르륵 내려보고 있던 오프게임넷 관계자의 공식적인 입장표명글.
너무 길다.
대망신팀의 부정행위를 밝혀냈다는 내용 외에도 무언가 줄줄이 써있었다.
언뜻 살펴 봐도 중요한 듯한 내용.
'이게.. 뭐야?'
─이에 저희 LCL 운영 당담팀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하나 더, 저희 리그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분들께 간곡한 양해를 구하려고 합니다.
이미 진행된 예선전과 8강까지의 무대, 그리고 예정이 잡힌 준결승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치뤄질 예정입니다만.
LCL 서머시즌 그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결승전 만큼은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
.
.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처음 듣는 소리다.
준결승 진출자면 바로 당사자인 난데!
나한테 연락이 안 오는 게 말이.
"되는구나."
다시 의자에 조용히 앉아 스마트폰을 열어보자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체크하지 못 했을뿐 연락이 왔었다는 사실을.
메세지함에 한 통, 그리고 LCL 접수를 할 때 남겼던 E-mail에 한 통.
까톡만 쓰다 보니 미처 고려하질 못했다.
폴더폰 시절에는 시도 때도 없이 열어봤는데.
이젠 메세지함이 쌓여 있어도 스팸메일이겠지 하는 습관때문에 받아놓고도 몰랐었다.
E-mail이야 말할 것도 없이 안본다.
1개월에 한 번 체크하면 많이 하는 정도일까.
'그래도 일단 결승전까지는 한참 남았으니.'
LCL의 결승전까지는 거진 열흘정도 남았다.
따지고 보면 결승전이 확정지어진 것도 아닌데 괜시리 소란을 떨고 있었다.
당장 이틀 후 진행될 준결승전.
테이커와의 미드라인전부터 신경을 써야 할 텐데.
그렇다고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니다.
테이커의 챔프폭.
특히나 르풀랑은 지금껏 상대해온 수많은 팀들이 모스트로 뽑은 만큼 신물이 날 지경.
미드리픈은 조금 골치아플 수도 있겠지만.
'뭐, 카운터로 뽑을 챔프야 충분히 있지.'
하지만 웬만하면 실력승부로 갈 거다.
그래야만 의미가 있으니까.
테이커를 꺾는다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착한 소환자명072'는 대체 누구였을까.'
그는 대망신 팀의 미드라이너였다.
르풀랑을 향한 카운터 픽들.
라인전에서 그렇게 골머리 썩었으면 다른 챔프들을 생각해도 됐을 텐데.
꾸역꾸역 르풀랑만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며 단순한 르풀랑 장인일 수도 있겠지만.
'8강까지 올라왔던 과정에서 르풀랑만 하지도 않았고.'
결정적으로 그를 상대하면서 탐탁찮음을 느꼈다.
첫 세트를 제외하곤 진중한 분위기로 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을 대충한 것까진 아니지만 이겨도 져도 상관없어 보였달까.
라인전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상대와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과민반응이라던가 쓸데없는 의미부여가 아닌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작게는 어떤 미니언을 먹고 싶은지. 어느 타이밍에 귀환을 하려 하는지.
수준높은 실력자들과 라인전을 진행하면 더욱 심화된 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저 사람이 게임을 대충 하는지 정도야 당연히 알 수 있다.
만약 '착한 소환자명072' 가 불타는 승부욕으로 경기에 임했다면.
못 이긴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고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긴 해도.'
인정할만한 실력자다 보니 신경쓰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니.
하다 못해 아이디라도 알았으면 석연찮지는 않았을 텐데.
비매너 행위를 하고 제재받은 아이디.
'착한 소환자명072' 를 그대로 쓰고 있으니 알아낼 방도가 없다.
뭐, 대망신이랑 어울리는 놈이니 제대로 된 녀석은 아닐 확률이 높겠지만.
.
.
.
* * *
"삽치형님, 접니다."
-아, 그래 우리 진기! 이 달달한 밤에 무슨 볼 일이야?
대망신의 사건은 일단락 지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단 아쉬운 결말.
그 자식이 로드 오브 로드에 발 못 붙이게 된 거야 당연한 업보지만.
개인적으로 교도소는 아니더라도 유치장정도는 쳐 넣어야 속이 풀릴 텐데.
기껏해야 받은 부가적인 형벌이 사회봉사란다.
아무래도 롤이 E-스포츠로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다시는 내 눈에 띠지 마라, 버러지같은 자식.'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녀석.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리다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상이다.
지 주제에 벗어나서까지 나대는 놈들.
꼬락서니가 아니꼽지 않을 수가 없다.
"예, 형님. 제가 전화를 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대망신은 언제 한 번 손을 봐주고 싶은 놈이었지만.
솔로랭크에서는 하도 점수차이가 나서 만나지도 못할 찌끄래기였다.
게다가 BJ라는 놈들은 건들기도 애매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는데 알아서 사건사고를 터트려줬다.
사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까지 없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따름이니까.
더군다나 상대팀에서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적 미드라이너의 로밍 동선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모르긴 몰라도 가장 먼저 방플 사실을 알아낸 건 그 녀석일 거다.
'올마스터.'
아마추어 리그엔 별 볼 일 없는 자식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 남아있었다.
물론.
내가 전력으로 상대했다면 그 정도 놈쯤이야.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이 녀석 또한 실력을 감추고 있진 않았을까.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불안감이 든다.
초조함.
탁한 감정들이 뭉쳐 계기가 되었다.
"프로자리, 알아봐 주시죠."
잠룡을 목표하려 했다.
솔직히 말해서 프로무대도 같잖았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정복할 수 있는 곳.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대회에서 내 이름 석자를 드높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겨우 아마추어 리그에서 내 잠을 깨울 수 있는 놈팡이가 있다면.
잠자코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우리 진기가! 큰 뜻을 드세우고 싶다면야 당연히 이 삽치형님이 도와주지..! 크흠! 그래서 어디 알아본 곳은 있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그 역이다.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이 있다.
AZOBU라고 했던가.
딱 봐도 사이가 좋아보이는 놈들.
친목이 두터워 보인다.
성격이 배배 꼬인 나로서는 그렇게 사이가 절친한 인간들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라이벌이 될만한 팀에 들어가 그 녀석들을 부숴버리고 싶다.
그것이 두 번째 목표.
'첫 번째는.'
올마스터 자식이 프로무대에 올라온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짓밟아 줄 것이다.
내가 LCL에서 진심으로 했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인 패배.
씻을 수 없는 치욕이라고 까지는 않겠지만 기분이 언짢다.
이 언짢음을 내 인생이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10배로 갚아주지.
그러니 올라와라.
'기다리고 있으마. 올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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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작가를 위해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