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92화 (9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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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바야흐로 그 끝이 가까워진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서머 시즌.

스프링 시즌에 비해 곱절로 뜨거워진 열기.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출전해 실력을 뽐낸 덕분이다.

예선전에 참가했던 건 200팀 가량.

그만했던 수는 본선에 들어와 서른 두 개의 팀으로 압축되었다.

불꽃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그 강렬함은 더욱 빛난다.

그러한 강자들이 토너먼트식으로 싸우고 싸워 이제 남게 자들은 고작 네 팀이다.

LCL 예선전이 치뤄지기 전에 가장 이목을 모았던 4대 우승후보팀.

그 중 두 팀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두 팀은 신흥 강호로 채워져 준결승전에서 자웅을 가린다.

새롭게 주목받은 이들은 <파전에 막걸리>, 그리고 <딸기맛 치킨>.

아마추어 대회인 만큼 팀명이 자유롭고 그 탓에 우스꽝스럽게도 보이지만 그 이력은 화려하다.

두 팀 모두 4대 우승후보로 꼽혔던 LCL 스프링시즌의 강호를 꺾고 올라왔으니까.

실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증명됐다.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되는 건 구 강호팀들과 신흥 강호팀들끼리.

그들 중 어느 한 쪽만이 살아남아 결승전 무대에서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어느 쪽이 되든 결승전은 볼 맛이 넘칠 거라는 게 로드 오브 로드 각 커뮤니티들의 공통된 반응.

구(舊)와 신(新)의 대결이니 만큼 기대가 안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오늘.

신흥 강호팀의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진다.

첫 번째 준결승전이 열린다.

"네! 오늘도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를 함께 해주시는 시청자분들! 두서없지만 사과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준결승전 방송의 서두는 게임 캐스터와 해설자가 고개를 숙이는 것부터 시작됐다.

얼마 전.

로드 오브 로드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사실.

무려 지난 LCL 8강에서 부정행위가 행해졌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입니다. 시청자분들께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저희 오프게임넷 측에서는 다신…."

다음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전스 리그 윈터 시즌부터는 본선무대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주저리주저리.

캐스터는 오프게임넷의 대회 중 부정행위의 대처방안과 제재강화에 대한 뜻을 내비췄다.

캐스터는 한 마디 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결승전 무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미 예정이 된 준결승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겠지만 같은 실수가 결코 일어나지 않음을 시청자분들께 약속드립니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사정이 있다고 해도 선수들에게 대비시간도 없이 바로 오프라인으로 오라가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때문에 현재 방송화면은 5분 늦게 송출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의도적인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차선책.

준결승전은 어쩔 수 없지만, 마지막 결승전은 확실하게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실시간으로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 거라며 덧붙였다.

"저희 LCL 중계진 일동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고도 정정당당히 이겨낸 <딸기맛 치킨>의 팀원분들께 심심한 사과와 함께 감사패를…."

만약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수들이 상대팀을 꺾고 올라왔다면, 대회측에서 이런 땜빵같은 조치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리 없다.

방플로 시청자들을 우롱한 팀을 실격시키고 패배한 팀을 준결승에 올려보내는 사태라니.

롤은 물론 각종 사이트에서 우스갯거리가 됐을 것이다.

더구다나 패배한 상대팀이 재참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준결승전 하나가 통채로 부전승 처리되는 흑역사가 깊이 새겨질 뻔 했다.

LCL이라는 대회가 폭락함은 물론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 이미지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현재는 로드 오브 로드의 주가가 한참 폭증하는 시기.

오프게임넷 측에서는 <딸기맛 치킨>덕에 한숨을 제대로 돌렸다.

이 모든 게 8강 무대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망신팀을 정의구현 해준 덕분이다.

지금 LCL의 열기가 유지될 수 있는 까닭은 다 <딸기맛 치킨>팀 더북이라며, 중계진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반해 부정행위까지 저지르고 경기를 패배까지 한 대망신팀은 욕을 더블로 먹고 있지만.

-아니 그럼 8강에서 대망신팀은 부정행위하고도 게임 쳐발린 거야?ㅋㅋㅋㅋ

-ㅇㅇ방플 안했으면 10분에 미드오픈 났을듯ㅋㅋ

커뮤니티와 로드 오브 로드 공식 홈페이지등 상황은 이미 올라간지 오래지만 새로이 전해들은 시청자들도 많다.

현재 파프리카 TV로 진행되는 LCL 준결승전에서 중계진의 뜬금없는 사과를 들은 시청자들.

대체 어떤 사건인지 검색해보고 혀룰 내두르며 채팅을 쳤다.

어떻게 부정행위까지 저지르고 게임을 졌냐며.

정말 고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감사패 전달 멘트를 끝으로 준결승전은 다시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파전에 막걸리> 대 <딸기맛 치킨>.

양팀 모두가 화려한 미드라이너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미드리픈의 파전주와 온갖 챔프를 다 다룬다는 올마스터.

방송시작부터 중계진이 고개를 숙이며 만든 혼란을 단숨에 정리해버릴 만큼 기대되는 경기다.

"해설자님은 치킨과 파전, 어느 쪽을 좋아하십니까?"

진지한 중계가 시작되자마자 생뚱맞은 질문을 해오는 캐스터.

그러나 한 번 나오지 않았으면 아쉬웠을 수도 있는 물음이다.

준결승전에서 첫 번째로 맞붙는 양팀 모두 음식을 채용한 팀명이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파전이 좀 땡기네요."

파전에 막걸리.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미드라이너인 파전주 선수다.

파전이라는 단 하나의 존재를 네 잔의 막걸리가 떠받혀주는 듯한 그런 느낌의 팀.

사실 원맨팀이라고 이상하지 않지만.

"역대 LCL 참가팀들을 보면 원맨팀은 은근히 많았습니다만, 준결승 무대까지 올라온 팀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팀게임인 로드 오브 로드에서 원맨팀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 라인만 후벼파면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되니까.

물론 각 팀마다 메인이 되는 라인은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에서다.

<달려라 두두킹>이 미드정글 캐리 그림을 그렸고

<전장의 학살자>는 원딜캐리를 꿈꾸었다.

하지만 뒷받침해주는 조연들이 있기에 그들이 어깨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파전에 막걸리>는 조금 기형적인 팀이죠. 사실 여기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파전에 막걸리>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파전주 선수.

그 실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적팀이 모두 미드만 노려오는 와중에 버텨냄은 물론.

솔킬을 따내고 심지어 더블킬, 트리플킬, 쿼드라킬까지 해냈다.

무려 혼자서.

이미 여러 프로게임단에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느 팀이 채갈지만 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불가능하다.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다.

승리의 여신이 그를 아껴, 미소를 지었기에 우연의 우연이 겹쳤다.

다시 한 번 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롤에서는 우연조차 실력이다.

실력이 없으면 우연을, 기회를 잡아낼 수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그 행운도 마지막이 될 거라 해설자는 예상했다.

이번 준결승전에서 상대하게 될 미드라이너는 만만치 않다.

"이에 맞서는 <딸기맛 치킨>의 미드라이너, 바로 그! 올마스터 선수입니다."

<파전에 막걸리>팀의 미드라이너 파전주가 용감무쌍하다면.

<딸기맛 치킨>의 미드라이너 올마스터는 스마트하다.

여러가지 챔피언.

비단 솔킬이나 캐리에만 목숨걸지 않는다.

상황에 적절한 픽.

어떨 때는 모르피나처럼 안정적인 라인전을 지향하기도 하고.

개서스처럼 끈기있게 중후반만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저지른다.

예선전에서 행한 LCL 서머시즌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AP마이의 펜타킬.

그치지 않고 본선에 와서는 비주류 챔프인 탤런으로 진정한 암살자를 보여줬다.

더군다나 제임스와 AP미달리같은 포킹챔프도 뒤쳐지지 않아, 이 선수의 바닥이 어디쯤일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한없이 많아 이번 LCL 서머시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올마스터 선수의 한계가, 파전주 선수의 기적을 넘어설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지금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

.

.

* * *

테이커가 이번 LCL에서 주로 사용한 챔피언은 리픈, 그리고 르풀랑.

어느 쪽이 됐건 후회가 남지 않는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

'장점을 살리는 게 비겁한 짓은 아니지만서도.'

누가 뭐래도 내 장점은 우월한 챔프폭이다.

이 점은 회귀하기 전부터 바뀌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롤 게이머의 챔프폭은 한 손에 꼽는 정도가 한계.

이는 점수대가 높아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는 모든 챔피언을 다룬다.

각각의 실력 조금 모자를지 언정.

어떤 챔피언이든 카운터를 칠 수 있고 메타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은 절대불변이다.

그럼에도 테이커랑은 피튀기는 혈전을 치루고 싶다.

때문에 나는 다시 한 번 꺼내려 한다.

이번에는 탑이 아닌 미드로.

-저 이번 판 애씨함.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일까.

타임끝이 고집하던 고르키를 버리고 애씨를 하겠단다.

어째서 그 하고 많은 챔피언들 중에서 애씨를 픽하고 싶다는 것인지.

사전에 말이 오고간 부분임에도 나는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파랑애씨 좋아 보이던데ㅎ

충을 양산한다는 것!

노리고서 LCL에서 미드애씨를 픽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아군이 하기를 원한 건 아니었다고?

-적 조합상대로 애씨가 괜찮아보이긴 해요.

-인정.. 요.

아니나 다를까.

테이커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미드리픈을 자신있게 꺼내왔다.

하지만 미드라이너가 리픈같은 근접챔프를 하면 조합에 결정적인 약점이 생긴다.

이는 내가 탤런을 했을 때도 주의했던 사실.

바로 강제 이니시다.

라인클리어가 좋지 않은데다 암살자라는 역할을 맡는 이상.

미드의 대치 상황에서 별 달리 할 게 없어 따로 봇이나 탑에서 스플릿을 도는 경우가 많다.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강제이니시가 걸리게 돼 한타가 열리면 치명적.

그것을 노리고 애씨를 픽하겠다면 말릴 이유가 없기도 하다.

'템트리는 원래부터 저런 타임끝이고.'

고르키를 할 때도 무난하게 가는 건 삼종신기까지.

그 이후에는 손 가는 대로 올린다.

괴이한 가면은 물론이거니와 나일아이의 수정창까지.

심하면 마법관통력을 극한까지 올려주는 관통의 지팡이를 가기도 한다.

이쯤 되면 원딜러인지 미드라이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

그나마 파랑애씨는 원딜러의 형태를 띄고 있으니 썩 나쁜픽만은 아니다.

스크림에서 대강 연습도 했었고.

적절한 선택이니 만큼 이제와서 왈가왈부 하진 않는다.

정작 문제가 되는 건.

-그거 미드로 되는 픽 맞아요? 그냥 탑신... 으음..!

씨지맥의 뒷말은 유추가 된다.

그리고 무슨 걱정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

당연히 연습도 끝내놨지만 약간 복불복 느낌이 드는 챔피언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니까.

그렇지만 대판 치고 박으며 테이커와 진검승부를 겨루기에는 이만한 챔피언이 없다.

'여자마이.'

전투광으로서는 차후에 나올 야흐호, 그 이상.

피로라에겐 오로지 전진만이 있다!

후퇴라는 선택지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가 근접 AD챔프로 나온다면 나도 똑같이 받아치기 위해 준비한 챔피언.

미드리픈 대 미드피로라.

한 발자국도 물러설 공간없는 외나무 다리의 자존심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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