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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93화 (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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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시즌3을 장식한 OP챔피언으로 자드를 빼놓을 수 없다.

자드는 기력이라는 특수한 코스트를 가진 덕에 라인전부터 강력하다.

마나는 한정된데 반해서 기력은 약간의 시간만으로 충분히 회복하기에 사기성이 짙다.

사실상 노코스트에 가깝다.

더욱이 몸이 종이짝일 수밖에 없는 미드 챔피언들.

자드의 궁극기에 잘못 스치기만 해도 킬각을 내준다.

그나마 상성이 되던 어떤 챔피언이 너프가 된 이후로 자드를 막을 존재란 오직 밴카드 뿐이었다.

솔랭에서 자드 밴이 풀리면 1픽의 부모님이 만수무강해질 정도.

그런데 그 자드를 상대로 속시원한 카운터를 선사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테이커의 미드리픈.

미드리픈이 처음 사용된 건 시즌3 후반기다.

탑챔피언일 리픈이 미드로 나오다니, 그야말로 이색적인 사태.

하지만 그 스킬구조가 명실상부한 OP챔피언이던 자드를 완벽하게 카운터치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드의 표창견제를 실드로 받아내고.

자드가 궁극기로 들어오면 즉발 CC기인 스턴을 걸고 두들겨 팬다.

심지어 리픈은 노코스트.

기력코스트조차 아닌 완전한 노코스트다.

차후 게임사의 딸내미라 불리며 온갖 악명을 만들어내는 리픈의 전설은 테이커로 인해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테이커의 미드리픈을 맞상대하고 있다.

─하!

리픈의 이기적인 딜교환 방식.

골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실드로 들어와 스턴을 걸고 체력만 깎은 후 빠져나간다.

여기서 한 대 평타라도 맞으면 짜증이 절로나는 상황이지만.

지금 내 피로라를 상대로 미드리픈을 플레이하고 있는 테이커는 그럴 수 없다.

피로라의 W스킬, 반사.

화려한 스킬명과 달리 받아칠 수 있는 건 오직 기본공격에 한정된다.

나를 때리는 적의 평타를 무효로 돌림과 동시에 마법데미지로 되돌려준다.

이전에 핫숏의 탑미달리를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타기반 챔프를 상대로 용이한 스킬이다.

시즌5에 들어서는 아예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CC기까지 튕겨버리는 완소스킬이 되는 '반사' 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리메이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금 아쉬운 노릇이지만 대신 쿨타임이 짧아 평타기반 챔피언들을 상대로는 안성맞춤이다.

물론.

리픈은 평타기반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고 나는 피로라를 선택했다.

확실한 정면승부를 통해 테이커를 격퇴하기 위해서.

나는 짜증나는 딜교환을 걸고 도망가는 리픈을 곧바로 추적했다.

피로라의 Q스킬.

두 번 연이어 상대에게 따라붙을 수 있다.

당연히 리픈도 바보처럼 맞고 있지 만은 않는다.

평캔까지 쓰며 응전해왔다.

결국 서로의 체력이 반쯤 빠지는 걸로 끝이 나는 딜교환.

라인만 미드지, 라인전하는 꼬라지를 보면 탑신병자가 따로 없다.

그러한 탑신병자들의 승부 결정법을 들어는 보았나.

어느 한 쪽이 파멸을 맞이하고 나서야 비로소 끝이 난다.

그 파멸의 순간이 언제가 될지는 서로가 알고 있다.

바로 6레벨, 궁극기를 배우고 끝장을 본다.

동시에 찍히는 6레벨.

숨 한 번 돌릴 시간도 없다.

양쪽이 점멸이 있는 이상 승부는 언제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스킬을 찍는데 0.2초.

키보드를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하는데 0.2초.

챔피언의 머리 위에 뜨는 '레벨 업!' 글자가 사라지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 눈 깜빡할 찰나에.

어느 한 쪽도 뒤쳐지지 않고 반응해낸다.

먼저 움직인 건 테이커의 리픈.

E스킬로 돌진, 그리고 점멸을 사용해 스턴을 걸어온다.

시작되는 믹서기 콤보.

─하아!

평캔을 모두 우겨넣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스턴 후에 적당히 때려넣고 숙청자의 칼로 나를 베어버린다.

하지만 노렸던 칼날은 허공을 갈랐다.

그렇다.

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촹! 촹! 촹!

1초도 안되는 스턴시간으로는 나를 마무리 짓기에 부족하다.

더욱이 나는 리픈이 점멸까지 사용해 돌진해왔을때 반사를 클릭했다.

그렇게 버텨낸 시간.

스턴이 풀리자마자 피로라의 궁극기를 사용해 응수한다.

마이의 Q스킬, 알파와 비슷하게 일시적으로 나를 무적상태로 만들어주는 검의 댄스를.

촹! 촹!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리픈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리픈이 베어낸다면 피로라는 찌른다.

찌르기와 베기.

어느 쪽이 강력한지 이번 승부에서 결착이 날 터.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미 이전의 딜교환으로 깎였던 리픈의 체력.

다섯 번이나 급소를 찌르는 피로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를 버텨낼 재간이 있을리가 없다.

발화까지 더해지자 리픈은 반항조차 못하고 그대로 끔살당한다.

두근두근 쿵쾅대는 가슴.

테이커를 솔킬냈다.

그런데.

치지직.

눈치채는 게 느렸다.

발화가 걸린 건 나도 마찬가지.

테이커가 점멸로 들어와 나에게 걸었던 스턴이 풀리기 직전에 발화를 선물했었다.

리픈의 궁극기는 발동시간덕에 피할 수 있었지만 타겟팅 스펠인 발화만은 어찌할 수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리픈처럼 실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타오르는 챔피언을 묵묵히 바라봐야 한다.

장렬하게 전사한 나와 테이커.

미드라인에서 제대로 탑신병자짓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유리한건 나다.

비단 점멸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저 붙잡아두는 것만으로도 승리를 굳힐 수 있다.

양팀의 실력차이.

테이커의 입장에서는 원통할 일이겠지만.

아무리 준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비약적인 실력상승과 팀워크 능력을 키웠다고는 해도 다이아2티어에 지나지 않는 테이커의 팀이다.

기본기 측면에서 상대가 안된다.

'스코어는 5:2.'

방금 미드라인의 킬교환을 포함해 5:2다.

탑은 물론이거니와 봇까지 킬을 내준 상대팀.

테이커가 점멸까지 사용하며 킬각을 노린데는 그러한 연유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분주하게 뛰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는 노릇이니까.

지금까지는 그 시도가 모두 성공해 준결승전까지 올라왔다지만 나를 상대로는 먹히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재밌다…!'

나만의 감정이 아니다.

라인전을 하다 보면 상대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대망신팀의 미드라이너가 게임을 대충 플레이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처럼.

흔치 않은 호적수다.

나뿐만 아니라 테이커도 라인전을 즐기고 있다.

근접챔프끼리의 손에 땀을 쥐는 라인전.

이렇게 찰나의 긴장이 느껴지는 재밌는 게임은 나오기가 힘들다.

─하아!

바람을 가르는 칼날.

리픈의 궁극기 숙청자의 칼은 상대의 잃은 체력에 비례한 추가데미지가 있기에 보통 막타로 사용된다.

하지만 무적판정이 있는 피로라의 궁극기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에 맞히기 힘들다.

때문에 적당히 후려 갈기는 테이커.

서로가 모든 딜을 꽂고 전사하기를 벌써 세 차례다.

미드라인전에서만 러브샷이 세 번이나 나왔다.

이전에 테이커의 미드리픈 대 <부쉬의 침략자>의 르풀랑이 서로 간만 봐서 문제였다면 이번엔 너무 싸워서 문제다.

아니, 문제랄 것 까지야 있나.

최소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이렇게 재밌을 수 없을 것이다.

개판 오분전.

난장판일수록 구경하는 재미가 배가되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나와 테이커가 치고 박는 사이에 게임의 승패는 확실하게 기울었다.

탑타워는 이미 밀려버렸고 봇라인도 눈에 띄게 CS차이가 난다.

테이커의 리픈이 잘 성장한 것조차도 아니다.

이대로 한타에 간다면 불보듯 뻔하다.

피융!

타임끝이 애씨를 뽑은 목적.

궁극기인 크리스탈 얼음화살이 한타의 신호가 됐다.

역시나 파랑애씨답게 정글아이템인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올렸다.

얼음화살에 맞은 적 챔피언이 활활 타오른다.

따갑기 그지없는 분무기까지 촥촥 뿌려대며 포킹을 하는 타임끝의 애씨.

나도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다.

미드피로라인 내가 한타에서 하는 일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일단 들어간다.

그리고 때린다.

슬슬 상대가 빡치기 시작하면 궁극기를 사용한다.

이렇게.

촹! 촹! 촹!

티아매트의 광역딜이 터지며 적팀을 사정없이 베어낸다.

찌르기에 특화된 피로라.

코어아이템인 티아매트를 올리는 순간 베어내기라는 광역딜도 가진다.

뭉쳐있는 적들을 천참만륙 찢어버린다.

파앙!

적팀의 서포터 풀리츠크랭커의 반항.

내 궁극기가 끝나자마자 궁극기인 전기장을 터트려 침묵을 걸고 어퍼컷으로 나를 띄어버렸다.

딜챔프답게 종이짝에 불과한 피로라의 몸통.

화가 잔뜩 난 적팀들이 스킬을 퍼붓자 버텨낼 수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이 정도면 할 건 다 했지.'

죽어버린 건 아쉬운 노릇이지만 내 할 일은 끝내놨다.

양념을 쳤다.

피로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

리픈을 상대할 때처럼 하나의 적에게만 가하면 상당히 강력하다.

대신 뭉쳐있는 상대들에겐 큰 데미지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아군이 맛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양념은 기가 막히게 잘 친다.

새빨갛던 적팀의 체력바를 거무스름하게 웰던으로 익혀버렸다.

쿠워어어어어!

유령화를 키고 돌진하는 씨지맥의 말카림.

관우처럼 패기있게 달려나가 모조리 베어버린다.

궁극기까지 떨어지니 싹 다 정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난리법석인 와중에 테이커의 리픈만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믿음직스러운 우리팀에 비해 테이커의 팀은 단촐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내 피로라에 의해 덕지덕지 양념이 발라졌다고는 해도, 씨지맥의 말카림 하나를 막아내지 못하는 적팀.

물러설 곳 따위 없다는 생각.

테이커는 공격을 선택한다.

점멸까지 활용해 애씨를 물었다.

하!

이것이 파랑애씨의 고질적인 문제점!

치명타 애씨였으면 맞딜이라도 해볼 텐데.

포킹딜이 조금 더 센 대신에 1:1 맞딜이 무쟈게 약하다.

심지어 진작에 구입한 마나소드는 진화조차 하지 못했다.

제임스라던지 다른 챔프들에 비하면 스택을 쌓는 속도가 너무나도 느리기에.

딜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상황.

그나마 인간조아라님이 리픈에게 탈력을 걸어주긴 하지만.

하아!

적에게 고정데미지를 주는 발화와 함께 막대한 공격력을 가진 리픈의 궁극기가 스치자 꼼짝도 못하고 두동간난다.

이러니까 파랑애씨는 하면 안되는데.

한타를 유리하게 연 것만으로도 기특한 일이니 따질 것 까지야 없는 노릇이긴 하다.

이~쿠우!

뒤늦게 달려온 리심과 인간조아라님의 합공으로 마무리되는 테이커의 리픈.

잘 큰 것도 아니고 팀의 보조가 없는 상황에 적 원딜을 잡아냈으니, 역할은 충분히 다 한 셈이지만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애초에 양팀의 격차가 너무나 컸으니까.

-적 팀이 찬성4표 반대1표로 항복하였습니다.

더 이상 질질 끌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적팀도 인지하고 있다.

빠르게 넘어가는 2세트.

광오한 생각일 수 있지만 2세트도 비슷한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테이커라도 로드 오브 로드는 결국 팀게임이니까.

더군다나 테이커라는 존재가 빛을 발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라는 원석이 가다듬어지려면 다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지.'

오늘의 경기를 확실하게 이긴다면 나는 한 발자국, 아니 두 발자국은 나아갈 수 있을듯한 기분이 든다.

그 정도로 내 안에 자리매김한 테이커라는 존재는 특별하고 각별하다.

때문에 마지막을 장식할 챔프는 고르고 골랐다.

꺼내야만 할까.

망설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 녀석의 데뷔로 이만한 무대는 없다.

새로운 해가 떠올랐음을 알리는 폭죽.

그 신호탄으로 이보다 더 적절한 챔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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