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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新星)
점심시간이 살짝 넘은 이른 오후.
한 남자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들추어 보고 있다.
서류의 내용은 스프링 시즌의 곱절은 달아올랐다는 LCL 서머시즌에 참가한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스카웃 명단.
그 스카웃 명단에 빨간 펜으로 네모낳게 그리고 별표까지 쳐가며 강조된 네 글자.
남자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올마스터..?"
그 넉자에 해당하는 사람의 무게를 모를 리 없는 남자다.
그는 무려 한국의 로드 오브 로드 프로게임단의 당당한 일각을 차지하는 AZOBU의 감독이니까.
"예, 현재 대다수의 팀에서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답하는 사람은 자신의 바로 밑사람이라 할 수 있는 코치.
코치가 말한 대로 어지간한 프로팀들이 이미 영입을 확정하고 시기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과연 언제 계약서를 들이미는 것이 최적의 타이밍일지.
모두가 생각이 같진 않겠지만 단 하나만은 공통적으로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느낌으로.
용호상박에서 과연 용과 범 어느 쪽이 위일지 확인했다.
스프링시즌부터 활약을 보여주고 주시하고 있던 4대 우승후보팀들과는 달리, 이번 LCL 서머시즌에서 새로이 주목 받고 있는 신흥강호들은 분석이 덜 끝났다.
그럼에도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대상.
새롭게 빛나는 기라성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확연하게 뽐내는 두 신성, 파전주와 올마스터.
과연 어느 쪽이 결승전에 올라 갈지.
그 정도야 준결승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단정짓고 있었다.
애초부터 양팀의 전력 차이가 어마어마했으니.
진짜 주시하고 있는 건 해당 선수의 능력이다.
'주목해서 봐야하는 건 두 가지지.'
실력과 스타성.
AZOBU의 감독으로서 봤을 때 두 명 다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대치 이상.
현재 롤챔스에서 맹활약하는 프로들의 아마추어 시절을 생각해봐도 뒤쳐지지 않는다.
잘 갈고만 닦는다면 그 이상의 성장을 해버릴지도 모르는 원석이다.
감독의 자리를 맡고 있는 자신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다른 팀들의 감독들도 비슷할 거다.
'능구렁이같은 놈들.'
얼마 전 LCL 본선이 치뤄지기 직전에 회담을 가졌다.
각 팀의 감독, 혹은 코치들이 모여 어떤 선수를 영입할지 미리미리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바닥에서 계속해서 볼 사이니 만큼, 괜히 같은 선수 노리다가 얼굴 붉히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서로가 좋다는 의미에서 가지는 모임.
자신은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올마스터를 가져오겠다 선언했다.
본선이 치뤄지기 전의 올마스터는 그렇게까지 유망받는 신인이 아니었고, AZOBU의 감독인 자신이 진지하게 입장을 굳히니 동의를 받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구두로 한 약속.
정말로 튀는 신인이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 싹 닦는 게 이 바닥이다.
모르긴 몰라도 AZOBU에서 올마스터를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지킬 게임단은 없을 거다.
능구렁이같은 놈들이 입장을 뒤집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
'그때 한 번 더 제의를 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노릇이다.
사실 AZOBU에선 이미 올마스터를 한 번 영입시도한 적이 있었다.
올마스터가 BJ를 하면서 마스터티어를 턱걸이로 찍었던 당시에.
프로게임단의 감독으로서 진가를 알아봤다.
때문에 연습생 제의를 했지만 돌아온 건 회의적인 답변.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커보였기에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급할 건 없었다.
곧 열리게 될 LCL에서 두각을 보일 아마추어 선수들이 드글드글 나올 테니까.
자신의 선구안을 살려 괜찮은 선수를 영입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일까.
LCL에 참가한 올마스터는 기대이상은 커녕, 상상초월의 성과를 내버렸다.
어느정도냐면 그 두 명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가치가 있을 정도.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
각종 롤 커뮤니티에서 알게 모르게 정한 LCL 4대 우승후보팀 중 최강이다.
본디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는 지난 LCL 스프링시즌에서 우승을 한 후 분열된 팀이다.
LCL 스프링시즌에서 우승 후 팀원 3명은 롤챔스 참가 티켓을 가지고 프로게임단에 흡수됐지만, 나머지 2명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재차 팀을 꾸렸다.
아마추어 자리에서 조금 더 자신들을 갈고 닦겠다 선언하면서.
모두가 정신나간 자기과신이라 생각했지만 자신만만하게 서머시즌에 참가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바로 어제.
자신들과 동등한 평가를 받던 다른 4대 우승후보팀을 준결승전에서 완전히 박살내는 기엄을 보여주고 당당히 결승전에 올랐다.
호기스런 선언으로 스타성을 증명하고 그 실력까지 의심할 여지없이 출중.
자신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프로가 될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런 그들과 비견되고 있는 자가 바로 올마스터다.
파전주도 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살짝 부족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실력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 크다.
팀원들이 하도 모자한 바람에 빛나는 원석에 먼지가 앉아버렸다.
그럼에도 이미 모든 게임단에서 눈독을 들인 만큼 역력한 인재로 평받으니 상관없는 일이지만.
'높은 조건을 제시해볼까.'
틀린 해답이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AZOBU는 유명한 팀이지만 돈으로만 승부하면 승산이 없다.
AZOBU보다 훨씬 좋은 스폰을 받고 있는 팀들은 한두 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그들보다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자랑거리지만 아마추어들은 일단 연봉과 조건만 보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피력하지 않는다면 도둑고양이에게 뺏겨버릴 수도.
과연 어떤 미끼를 던져야 하는 것이 나으련지.
고민하는 사이에 무언가 메세지가 한 통 도착했다.
까톡!
업무 중의 까톡.
좋아하지도 않고 웬만하면 확인하지도 않는다.
읽씹은 커녕 클릭조차 하지 않는 주의였다.
당연히 까톡알림은 모두 꺼놓았지만 소수 예외가 존재한다.
그 중요도때문에 까톡알림을 켜 놓은 몇 안되는 업체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어."
"네…?"
상황파악이 안된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코치.
눈치가 느리다기보다는 설명을 안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자신으로서도 이러한 상황은 고려하지 못했으니 못 알아듣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일단 올마스터한테는 손을 떼자."
"어째서요? 혹시 다른 게임단에서 거액의 스카웃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프로게임단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비단 금전만이 아니다.
아니지만 그것도 액수가 어느 정도 차이날 때나 비벼볼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까톡으로 전해 들은 이야기에 공지된 금액은 지나쳤다.
아무리 노릴 만한 인재라고는 이 하나에 쏟아부기에는 지나친 거금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선수들을 노리는 편이 백배는 나았다.
촤악-!
감독은 코치가 건네줬던 서류에 적혀있는 선수 명단들 중에서 관심이 갔던 몇 명을 볼펜으로 진하게 동그라미 쳤다.
대체 무슨 감정이 실린 건지는 몰라도 거세게.
올마스터가 안된다면 다른 선수들이라도 붙잡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마무리 지어지면 설명할 테니 파전주랑 내가 체크해놓은 다른 선수들이나 조건 던져봐."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그렇게 진행해 보도록 하죠."
간단한 목례 후에 감독실을 나가는 코치.
사실 코치에게 다시 건네준 서류에 친 동그라미를 치다가 종이를 찢어버릴 뻔 했다.
딱히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이런 저런 억측이 떠올라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까지 해서 올마스터를 원하려는 까닭은 모르겠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감독은 담배를 꺼냈다.
담배의 종류는 디스.
조금 구식이긴 하지만 구수한 향이 마음에 들어 늘 이 놈을 찾는다.
한 개피 꺼내 훅 불어버리면 진정되겠지.
남자는 창가 옆에 기대서 담배불을 붙였다.
.
.
.
* * *
역시나.
잉벤을 찾아보니 올라와 있었다.
한두 번 당했을 땐 불쌍했지만 이쯤 되면 컨셉이 아닐까 궁금할 지경.
또 내가 만들어 버린 충에 당했다고 한다.
─와 올마스터충 잘하는 거 처음 봄 ㄹㅇ
지금까지 올마스터따라한답시고 역캐리하는 놈들때문에 점수 겁나 떨궜던 사람인데 오늘 또 미드 해이애나 하더라?
어차피 이 놈도 똑같겠지 했는데 달랐음.
미드에서 솔킬 따고 봇라인가서 더블킬 내고 폭주기관차가 따로 없음ㅎㄷㄷ
진짜 간만에 하드캐리 제대로 당한듯.
사실 나도 요즘 LCL 챙겨보고 있는데 올마스터 진짜 잘하긴 하더라.
지난 방송 하이라이트도 한 번 봤는데 무슨 미달리로 핵창 날려서 서포터 한 방에 보내버리고 미드애씨로 로빈훗마냥 탑봇에 쏘아대고.
얼핏 보기엔 트롤픽 같은데 걔가 하면 뭔가 다름.
누가 봐도 트롤챔픈데 좋아보여ㅋㅋㅋ
그래도 오늘 글은 게임도 이기고 훈훈한 거 같지?
하드캐리했다는 해이애나 적팀이었음ㅋ
└당신은 올마스터충때문에 영원히 고통받을 운명입니다….
└그냥 닷지하지 뭣하러 시작하냐ㅋㅋㅋㅋ
└(작성자)몰라, 우리팀은 못하는데 적팀 올마스터충들은 다 캐리하더라ㅅㅂ
└넌 걍 못 올라갈 운명인듯ㅋㅋ
LCL이 결승전에 가까워질수록 롤챔스 뺨치는 영향력을 자랑한다는 게 허명은 아니었을까.
내가 준결승전을 끝내고 고작 이틀.
현재 미드 해이애나는 불티나게 유행을 타고 있다.
나온지 얼마 안된 신챔프이기에 간간히 픽이 되던 해이애나였지만 원래의 포지션은 정글러였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미드 픽이 많아진 추세.
해이애나를 정글로 쓰려고 하면 그 좋은 챔프로 왜 정글을 하려고 하냐?
이런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확실히 현재 미드 해이애나는 압도적인 스펙을 자랑한다.
어지간히 숙련도가 낮아도 중간은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심지어 Q스킬 금빛 검기를 못 맞힌다 해도 괜찮다.
궁극기로 달려가서 후두려 패기만 해도 말이 안 나오게 센 출시 직후의 해이애나니까.
꼴을 보아하니 1주일 내에 필밴, 심하면 8월달 내에 너프를 먹게 될 지도.
'아, 몰랑.'
어차피 9월 초부터 너프를 먹게 될 운명인 해이애나다.
그 시기가 아주 약간 당겨졌을 뿐, 내가 알고 있는 미래에서 크게 개변할 일은 없다.
더군다나 내가 얻은 명성을 생각한다면 흡족하기까지 하다.
─미드 해이애나 처음 쓴 사람 누구냐?
정글 챔프인줄 알았는데 미드로 쓰니 확 달라지네.
이런 게 발상의 전환인가.
처음 생각한 사람 누군지 몰라도 천재인듯?
뭐, 이런 느낌으로.
명실상부 해이애나를 퍼트린 사람은 내가 됐다.
덧글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해이애나 창시자 올마스터아님?
└걔 BJ아니었음? 그렇게 유명했나.
└ㄴㄴ BJ는 맞는데 요즘 LCL에서 개 잘나감ㅋ 결승전 진출했더라.
'결승전이라.'
솔직히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내가 프로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아마추어 대회의 결승전까지 올라갔다니.
이대로 우승이라도 해버리면 무려 롤챔스의 일각이 돼버리고 만다.
롤챔스는 커녕 중국의 2부리그에도 못 들어가서 안달이 났었던 내가 말도 안되게 급성장했다.
만약 프로제의라도 왔다면 마음을 다잡았을 텐데.
사실 8강을 뚫고 준결슬전에 도착한 시점에서 프로제의가 쏟아져 오리라, 남몰래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승전 진출이 확정되었는데 연습생 제의조차 오지 않다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아직 로드 오브 로드가 비주류라 할 수 있던 스프링 시즌만 해도 8강까지 올라온 팀들의 에이스들 상당 수가 프로제의를 받았다고 들었다.
여러 커뮤니티에 나도는 뜬소문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스카웃된 사람은 그보다 적지만서도.
스프링시즌의 두 배는 주목받고 있다고 하는 이 서머시즌의 LCL 결승까지 올라온 나에게 어째서 이런 대접을?
'하아…. 모르겠다. 일단 결승전을 치루고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아예 우승을 해버리면 속편할 텐데.
어중간한 상태니 더욱 심란한 걸지도 모른다.
생각 단순하게 할 수 있는 게 내 장점아니겠는가.
마음 편하게 먹고 결승전에 치중하기로 했다.
'다음에 상대할 팀은.'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
저 팀명은 그냥 기만이다.
노력파는 커녕 저만한 재능충들이 따로 없다.
그들 중 2명이나 차후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떨치게 될 정도니까.
LCL의 마지막 무대, 결승전의 상대들.
언제나 그래왔던 것 이상으로 상대팀에 대한 사전조사는 게을리하면 안되기에, 나는 부단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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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꼭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를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 본 화는 수정 예정입니다.
방향은 감독이 올마스터에게 이러저러한 조건을 제시할 거다.
제놈이 안 받아들이고 배겨?
입니다.
차후 전개 상 수정이 예정되었고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1부의 이러저러 문제까지 포함해 완결 후에 전부 수정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