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신성(新星)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
그들이 재능이 있다고 열심히 쌓았을 노력을 비웃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이 차후에 얼마나 성공할 지지.
'맘같아선 정말 GG때리고 싶은 수준이지만.'
유명해도 정도껏 유명해야 할 텐데.
다른 4대 우승후보 팀들과 같은 선상에 비교된 게 나중 시점으로 생각하면 웃길 노릇이다.
마치 줄무늬가 있다는 이유로 범의 새끼를 고양이 새끼랑 똑같이 취급한 것과 마찬가지니.
SKY T1 꿀꿀이,
최강진 같은 경우야 비교할만 수준이 되지만 다른 팀들은 솔직히 한참 모자란다.
'네임드도 보통 네임드가 아니지.'
아웃섹, 그리고 다대기.
리심이 아웃섹을 한다.
자드가 다대기를 한다.
리심과 자드, 해당 챔프의 동의어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장인이다.
로드 오브 로드를 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
그들을 몰랐던 사람들조차 옆에서 하도 떠들어 대니 기억에 각인될 수밖에.
그 정도로 그들이 써 내려간 전설은 유명하기 짝이 없다.
'아웃섹이 입석만 탔더라도 우리가 쉽게 우승했을 텐데.'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그 스프링 시즌엔 전설적인 일화가 하나 있다.
아웃섹이 결승전에서 지각을 해버린 웃지 못할 사건.
LCL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이 있기 며칠 전, 아웃섹은 잠시 고향인 대구에 다녀오겠다며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흔히 말하는 개인사정.
준결승과 결승전 사이에는 1주일이나 시간이 있으니 팀원들은 허락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는 케이티엑스 기차표를 못 구했단다.
결승전까지 시간을 얼마 남지 않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아웃섹은 연락이 두절된 채 잠수를 타다가 뒤늦게나마 등장했다.
근처 피씨방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스프링시즌의 LCL은 결승전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어쨌든 간에 경기를 진행할 수 있으면 만사 오케이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날이 금요일이었다.
불타는 금요일의 밤!
경기 시간도 알맞게 오후 8시.
성인PC방은 당연히 만석이었고 그나마 있던 일반PC방조차 초글링들이 바글바글해 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케이티엑스 입석표보다는 구하기 쉬웠을까.
어떻게 자리를 구해 조금 늦게 결승전에 참가할 수는 있었지만 환경이 문제됐다.
귀따갑게 떠들어대는 초글링들, 그리고 익숙지 않은 마우스와 키보드등의 셋팅.
결승전 내내 잇따른 실수를 보여주며 다 이겼던 세트 하나를 말아 먹기까지 했다.
어찌저찌 나머지 팀원들의 활약 덕에 LCL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을 우승하긴 했지만.
선수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셀 수밖에.
개인적인 사정이 어쨌든 간에 팬들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결승전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쳤으니까.
그 전날에 기차표를 예매해뒀어야 하지 않았겠냐는 둥.
하다 못해 택시라도 타고 와야 하지 않겠었냐는 둥.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에 아웃섹을 비난하는 일침들이 쏟아졌다.
상식에 의거한 비판.
순도 100%, 아웃섹의 안이한 태도로 야기된 사고가 맞다.
결국 마음이 여린 아웃섹은 마음먹었다.
결과적으로 우승을 했더라도 자신은 프로게이머의 자격이 없다며, LCL을 같이 뛴 팀원들에게 사과를 구하고 팀을 탈퇴했다.
그리고 초심을 되찾아, 밑바닥부터 다시 한 번 서머시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같이 팀을 나왔던 것이 아웃섹의 오랜 친구였던 다대기.
팀을 분열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는 노릇이지만, 어차피 LCL 우승으로 얻은 롤챔스 참가권으로 프로팀에 흡수되는 모양새였으니 오히려 나머지 팀원들에겐 나쁘지 않았다.
프로팀 입장에서도 5명이나 되는 팀을 전부 흡수하는 것보다, 본디 자신들의 소속인 프로게이머를 몇 명 끼는 게 구색이 좋으니 환영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웃섹과 다대기.
이 둘이 팀원들을 구해 LCL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
더군다나 여론도 좋지 않아 마음잡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따위 태도로 프로를 지향하냐며.
두고 보란 놈들 중에 잘되는 놈 없다며.
비판여론을 등에 업은 채 게임을 해야 했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크게 선전.
승승장구하여 LCL 서머서즌의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우리 <딸기맛 치킨>의 상대로서.
'아니, 이러면 우리팀이 마지막 보스 같잖아….'
결승전에서 확 꺾어버리기라도 하면 정말 내가 나쁜놈이 돼버린다.
당연히 봐줄 마음은 없지만.
상대방에게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경기는 진지하게 임하는 게 맞다.
봐주는 것은 오히려 실례일 뿐더러, 방송을 보는 시청자와 나의 얼마 되지 않을 나의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해 상대팀을 분석하고 내가 꼽을 카드를 엄선한다.
'아웃섹은 역시 리심인가.'
웃기게도 됐다.
우리팀과 적팀, 양팀의 정글러들의 주챔프가 리심이다.
현재는 한타가 대세인 시즌2.
당연하게도 아모모를 포함한 초식 정글러들이 대세픽이다.
시즌2의 정글러들은 다소 가난하다고 할 수 있어, 이후 시즌처럼 정글링으로 돈을 모아 캐리하는 그림을 그리는 건 불가능하다.
솔랭에서는 킬로 돈을 벌 수 있지만 대회에서는 당연 힘든 일이니까.
스킬구조가 한타에 좋은 초식 정글이 당연히 우위인데도 리심을 고집하는 까닭.
자신의 피지컬에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식정글러 특유의 스노우볼을 굴리겠다는 말과도 같다.
더군다나 아웃섹이 만든 테크닉.
순식간에 적의 뒤로 이동해 리심의 궁극기를 날리는 테크닉이 아웃섹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아웃섹의 리심 피지컬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리심은 서로 선픽일 때 가져가는 분위기가 되겠고.'
밴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양팀의 정글러들이 서로 기용할 수 있다면 여는 편이 낫다.
차라리 다른 챔프를 밴하는데 쓰거나 심리전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
열어주고서 더 좋은 챔프를 가져온다던지 같은.
'아웃섹에 대한 이론적인 대처는 이 정도로 하고, 남은 건 다대기.'
다대기는 자드장인으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아직 자드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준결승전에서 그가 쓴 챔피언은 나이즈와 트와이스 페이크.
일명 트페라는 챔피언을 자주 쓴다.
나이즈가 자신의 성장위주라면 트페는 팀원을 키우는 로밍위주일까.
완전히 다른 성향같지만 비슷한 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차후 다대기의 주챔프가 되는 자드와 야흐오와도 공통된 특징이다.
'근접해서 싸우는 걸 잘하지.'
선수마다, 게이머마다 가장 잘 싸우는 거리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사람은 럭키처럼 멀리서 일방적으로 때리는 포킹스킬을 잘 맞히고.
어떤 사람은 가시오가피나 헤이클린처럼 거리를 유지한 선에서 카이팅하는 걸 장기로 하고.
어떤 사람은 마이나 자드나 빵테온처럼 손에 땀을 쥐는 근접전을 잘하고.
다대기같은 선수는 가장 후자.
나이즈와 트페는 AP챔프치고는 상당히 사거리가 짧은 편이다.
현재 시즌2에 쓰이는 미드라이너 중에서 가장 짧은 편에 속한다.
근접 챔프인 자드와 야흐오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대기가 구리가스를 그렇게나 못할 만도 하다.
술통을 던지는 전형적인 포킹 챔피언 구리가스.
그 포킹 적중률이 어마어마하게 형편없었다.
술통 대신 게임을 던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구리가스가 근접챔프라고는 해도 주력 딜링은 결국 포킹이다.
근접챔프를 잘 한다는 장점을 살려 라인전을 좋게 풀어나간다 해도.
중요한 한타에서 술통을 못 맞히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
챔프를 잘못 선택한 감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근접 챔프를 카운터치는 픽을 기용해야 한다.
다대기는 미드라이너, 나와 맞붙을 상대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웃섹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웃섹은 리심을 포함해 세코까지.
초반 갱킹이 우월한 육식정글러를 선호하는 선수니까.
아무리 나라도 아웃섹과 다대기의 미드정글 호흡에 한 번 말려버리면 푸는 게 쉽지 않게 된다.
미리미리 여유가 있을 때 대비를 해놓는 게 당연.
걸맞는 챔프의 기용.
챔프폭이 넓다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대처한다.
.
.
.
* * *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발을 동동.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그리고 누구로서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내가 바보같은 실수를 하다니….'
해외에 나가는 게 처음이라 미처 몰랐다.
출국준비 시간이 그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뜻하지 않던 어학연수를 가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차일피일 미룬 게 화근이 됐다.
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
'대회가 10시는 넘어야 끝날 텐데….'
비행기 시간이 밤 11시 45분.
서울 용산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택시를 타면 1시간정도라고 들었다.
그러니 어찌저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출군준비 시간을 계산에 못 넣었다.
'아니, 하아….'
아웃섹의 실수가 공감될 지경이다.
LCL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에서 아웃섹은 지각을 했었다.
집안사정인지 뭔지.
기차표 예매를 못해놔서 늦었다는 게 하도 어이가 없어 배꼽빠지게 웃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니 어떻게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아웃섹이 공황상태가 돼서 PC방 자리를 구할 때까지 연락두절이 됐던 이유가 이해된다.
비교적 다행인 점은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사실.
대회까지 5일이나 남았으니 지금이라도 예비 선수를 구하면 어떻게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라고 이러고 싶은 건 아닌데….'
비행기를 하루 미루고 싶었지만, 그게 안된다.
아웃섹이 했던 집안사정이란 변명.
나도 비슷한 이유가 될까, 부모님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융통성있는 분들이라면 애초에 내가 자취라는 선택지를 하지도 않았을 터다.
결국 결승전을 치루는 건 힘들게 됐다.
어떻게든 시간을 맞혀보겠다는 내 안이한 생각이 부른 결과다.
솔직하게 사과를 해서 끝나는 일이라면 속편할 테지만.
'안되겠지.'
무책임한 태도는 싫어한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할 수는 없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말해보자.'
한 시라도 빨리 사정을 말하는 게 낫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괜찮은 팀원을 구할 테니까.
어쩌면 나보다 잘하는 녀석이 들어올지도 모르고.
'추천해줄 만한 놈팽이는.'
없다.
가뜩이나 인터넷 친구는 그다지 사귀는 편이 아닌데.
추천해줄만한 실력자로 한정하자면 아무도 없다.
그러고보면 찌질이가 조금 유별나다.
'나같은 게 뭐가 좋다고.'
로드 오브 로드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그 이전에 하던 게임에서 알게 됐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살갑게 대했을 리도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녀석과 어울리게 되었다.
당시 재밌어보이던 게임 로드 오브 로드도 같이 시작하게 되었고.
나도 모르는 새에 이렇게나 관계가 깊어져 버렸다.
온라인 친구를 조금이나마 다르게 생각한 건 그 녀석이 처음일지도.
찌질이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미안함이 배가 된다.
발을 동동 굴린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일단 이야기를 꺼내보자.
가능하면 좋게.
그리고 내가 예은이란 사실은.
'관두자.'
쓸데없이 고민거리를 늘려주고 싶지 않다.
사라질 자는 조용히 사라지면 된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ㅠㅠ
부족한 작가를 위해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96화의 소제목이 신성(新星)으로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