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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新星)
어제 하루는 온종일 팀랭크만 돌렸다.
점심시간까지 최소한으로 잡은 고된 행군.
정신을 쥐어짜 한계의 한계까지 몰아붙이기 위해서다.
힘든 상황일수록 서로를 의지하는 법, 그리고 밑천이 드러나는 법이다.
'성과는 있었지.'
미포 정글은 초식챔프를 상대로만 꺼낼 수 있다.
육식 정글러를 상대하기엔 위험부담이 큰 픽.
리심이나 세코같은 챔프에게 잘못 걸리면 그대로 훅 간다.
초식 메타인 시즌2에는 은근히 괜찮은 픽이지만, 결승전에서 상대하게 될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의 정글러는 아웃섹이다.
그의 주챔프는 당연히 육식 정글러들.
이변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꺼내기가 힘들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미포정글은 봉인시켰고 타임끝에게 콩머스와 아모모를 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그리고 남은 건 봇라인일까.
흐난이 쓰는 챔프는 배인과 애씨라는 라인전이 약한 원딜러.
그 만큼이나 초반에 아군을 고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명색이 주포지션 원딜러다.
적어도 팀랭크에서는 별 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후반이 되자 원딜러의 딜량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차이났다.
솔직히 말해서 타임끝은 순수 원딜러가 아니기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상대 원딜러보다 부족한 일이 잦았다.
하지만흐난님은 역시나 원딜러답게 준수한 딜링 능력을 과시했다.
대신 얻은 만큼 잃은 것도 있다.
<딸기맛 치킨>은 본디 탑미드 캐리 느낌의 팀이었다.
나머지 팀원들은 받혀주는 느낌이랄까.
타임끝이 자립심이 강한 고르키를 했기에 가능했던 조합과 운영이다.
그것을 탈피해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원딜러, 키울 만한 가치가 있는 흐난이 들어왔으니 팀의 성격이 확 바뀐다.
더욱이 그가 주챔프로 삼는 건 배인과 애씨, 라인전이 약한 대신 성장기대치가 높은 캐리형 원딜러다.
지금까지는 봇라인은 버티게만 하고 탑미드가 커서 다 박살내는 식이었다면, 그 비중을 다소 봇으로 옮겨야만 균형이 맞는다.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만 조합의 다양성도 늘었다.
예를 들자면 내가 미드랄라를 해서 원딜을 받혀주는 캐리형 조합을 이루는 것도 가능하다.
'난이도가 올라간 갔다는 문제는 있지만.'
가장 힘들어진 건 정글러다.
이전까지는 탑미드 위주로 성장을 봐주고 봇라인은 틈을 노려 간간히 찌르는 정도였지만 이젠 모든 라인을 고루 돌봐줘야 한다.
이것을 타임끝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일단 팀랭에서는 썩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진짜는 스크림이다.
스크림 게임에서 먹혀야 대회무대에서도 통한다.
아니, 안심할 수 없다.
결승전 상대인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는 프로에 준하는 강호팀이라 할 수 있으니까.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격이 높은 상대.
굳이 비교한다면 이전에 우연찮게 스크림 경기를 잡았었던 CLC 2부팀에 비견될 정도다.
전체적인 실력을 감안하면 밑돌지도 모르겠지만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는 에이스가 두 명.
미드와 정글.
상대하는 게 어지간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자.'
일단 당장은 연습에 연습만 하기도 벅차다.
어제 팀랭크를 하루종일 했다지만, 그것은 몸풀기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불안한 감이 많다.
승률은 썩 나쁘지 않았지만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있었다.
승리하는 판에서의 평균 게임시간이 늘어났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얼핏 보아도 빈틈이 상당했다.
오늘 스크림 게임을 통해 팀의 색깔을 확고히 굳혀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들 수밖에 없는 작업.
때문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결승전에서 꺼내 쓸 조합까지 연구를 끝마치는 게 좋다.
'솔직히….'
골치가 아프다.
막판에 와서 다시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리뮤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잊고 있으려 했지만 다시 떠오른다.
어째서 그래야만 했는지.
꼭 용두사미의 결과를 봐야만 했는 건지.
나에게 메세지를 남긴 뒤로 접속조차 안하고 있는 녀석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답답한 심정.
'게임으로 푼다.'
오늘 스크림 경기의 상대는 <달려라 두두킹>.
LCL이 결승전을 빼고 마무리가 된 만큼, 탈락한 팀들과 스크림 경기를 가질 수 있었지만, 가장 처음은 익숙한 팀부터 차례차례 상대해보기로 했다.
비교하고 분석하기 쉽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제가 책임지고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달려라 두두킹>팀의 미드라이너 영식씨.
그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신의 팀이 아님에도 열성적으로 도와주는 믿음직스러운 친구다.
그리고 이번에도 크게 의지할 일이 생겼다.
프로게임단에서 감독과 코치가 맡는 역할.
타인의 시점으로 게임내 플레이를 분석해주는 것이다.
아마추어팀으로서는 꿈꿀 수도 없는 일.
그 작업을 맡아줄 믿을만한 동료가 바로 <달려라 두두킹>이다.
말 꺼내기 힘든 부분까지 영식씨가 가감없이 꼬집어주기에 더욱 도움이 된다.
-그럼 바로 게임에 들어가겠습니다.
스크림 게임의 첫 판은 서로가 갖출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꺼냈다.
상의 하에 이뤄지는 게임이기에 밴 또한 없다.
LCL에서는 우리가 3연속으로 밴을 때려 볼 수 없었던 <달려라 두두킹>의 마스코트 두두까지 출현!
밴픽이 간단하게 끝나고 게임이 시작됐다.
'우선.'
내가 픽한 챔프는 오랜만에 아링이다.
상대 미드라이너는 르풀랑.
AP타이온이나 미드랄라처럼 세게 가져가서 내 위주로 게임을 풀어서는 안되기에 아링을 했다.
천천히 라인전을 꾸리면서 정글 봇라인의 상황을 주시하는 게 맞다.
팀의 연습을 위한 스크림이니까.
르풀랑[전체]-이전처럼 쉽게는 안 당해줍니다?
매 스크림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영식씨.
재능이라기보단 노력파에 가깝다.
LCL에서 우리팀에게 깨진 것이 계기가 되었을까.
매 스크림 경기마다 확실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오호.'
르풀랑이 견제를 하려는 시점을 노려 정확히 던진 내 미혹의 물방울.
그것을 영식씨가 간발의 차이로나마 피해냈다.
이전의 그였다면 바보같이 맞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행했던 나와의 라인전 경험을 토대로 노련하게 회피에 성공한 것일까.
확실히 성장했다.
이렇게 되면 파밍모드에 들어갈 수밖에.
'미드라인전은 무난할 것 같고 나머지는….'
봇라인은 배인이라는 약한 픽을 가져갔기 때문일까.
기교에서 앞서도 챔피언 스펙에 밀리니 동수를 이룬다.
정말 피튀기고 있는 건 정글.
예상했다면 에상한 바이지만.
-쟤 좀 잡아봐여!
굉장히 다급하게 느껴지는 타임끝의 목소리.
시야를 돌리자 <달려라 두두킹>팀의 달려라두두킹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두두장인의 두두가 달리고 있다.
두두두두두!
우리 정글 안에서 두 정글러가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설인의 모습을 한 두두라는 챔피언은 사실 정글러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CC기도 둔화밖에 없고 성장기대치도 낮다.
대신 너죽고 나살자, 적 정글러를 골탕먹일 수 있다.
두두의 Q스킬 삼키기는 정글러의 필수 스펠 단타와 거의 동등한 데미지를 가졌다.
그 Q스킬과 단타로 적 정글의 몬스터들을 뺏어 먹고 다닌다.
뺏어 먹게 되면 당연히 적 정글러는 성장을 못한다.
그런 방식으로 상대팀의 정글러를 말려죽이는 게 두두의 목표.
소매치기와도 같은ㅇ 두두 자식을 쫓으려고 해도 어지간히 잘 튄다.
둔화 효과가 있는 눈덩이를 툭 던지고 자신은 빠른 이동속도로 도망가버린다
얄밉기 짝이 없는 챔피언.
타임끝이 약이 바싹 올라 소리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지.'
가능한 팀을 지켜보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만 확실히 두두를 잡으려면 미드와 정글이 협력해야 한다.
이른바 합류싸움.
어느 쪽의 미드라이너가 빨리 정글러에게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점사가 확실하게 이루어지는지의 싸움이 된다.
타임끝과의 호흡을 맞춰볼 좋은 기회.
샤라랑!
아링의 최대 장점 3단 대쉬!
첫 번째 황천질주가 발동하며 벽을 넘자.
때마침 아군의 유령캠프를 먹어치우고 나오는 두두와 마주쳤다.
깜짝 놀란 두두가 눈덩이를 던지고 무빙을 치며 내 스킬을 피하려 하지만.
'스킬은 아낀다.'
두두는 기본적으로 몸이 단단한 챔피언.
스킬구조가 단순한 대신에 기본 스펙이 우월하다.
체력만 따지면 로드 오브 로드 전 챔피언 중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유혹을 정확히 맞힌다 해도 순식간에 녹여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결정적으로 적은 하나가 아니다.
파앙!
뒤늦게 온 르풀랑이 날조로 돌진해 나에게 침묵의 표식과 사슬을 날렸다.
내 위치가 문제다.
두두와 르풀랑의 사이에 껴있는 모양새.
협공을 받기 딱 좋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랴랑!
두 번째 황천 질주.
표식은 몰라도 사슬만은 맞아서는 안된다.
둔화되고 속박돼 결국 꼼짝없이 당하고 마니까.
나는 황천 질주로 사슬을 피함과 동시에 르풀랑에게 다가가 던졌다.
파라랑!
아끼고 아꼈던 유혹.
하지만 뻔하게 던지면 뻔하게 피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
때문에 숨겨둔 테크닉을 사용했다.
유혹-점멸.
시즌2에는 알려지지 않은 필살기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0.5초는 빠르게 유혹이 나간듯한 기분이 들 정도.
더욱이 유혹을 던진 지점이 기가 막히다.
르풀랑이 날조를 사용한 바로 그 자리.
내가 스킬을 날릴 것이야 눈치 챘겠지만, 날린 위치가 자신이 피해버린 지점이 될 거라는 사실을 맞고 나서야 알아 챘다.
르풀랑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원위치로 돌아가려는 습관이 배기고 마니까.
내 스킬을 피하기 위해 날조를 한 번 더 눌러 원위치로 돌아간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
"타임끝님 점멸 붕대!"
뒤늦게 따라온 타임끝의 아모모.
내가 원하던 바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힐 수 있었다.
유혹에 걸린 르풀랑에 꽂아지는 붕대.
그리고 궁극기까지.
구와아아아!
슬픈 좀비의 재앙이 펼쳐진다.
무려 4초동안 꼼짝 못하게 된다.
르풀랑이 나에게 건 침묵은 풀린지 오래.
마무리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만약 두두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르풀랑을 노리지 않았을 거다.
정글러의 공격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두두 정글은 적 정글을 빼먹는데 최적화된 대신에 본신의 데미지가 부족하다.
스킬구조도 단순하기 짝이 없어 대처가 용이하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나는 두두를 노리는 척 위기감을 조성하고 뒤따라온 르풀랑에게 화살을 돌렸다.
첫 수부터 모든 것의 의도적.
그런데 왜.
'왜 아모모 킬이지?'
그러고 보면 내가 르풀랑을 세 번째 황천질주를 사용해 때리기도 전에 녹아버린 후였다.
불현듯 떠오르는 불길함.
혹시.
"아모모님, 아이템의 상태가..?"
-이거 좋음ㅋ
망자의 혼령, AP정글 아이템이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공격력을 올려준다면 망자의 혼령을 주문력을.
기본적으로 탱템을 더 선호하긴 해도 AP계수가 있는 아모모가 망자의 혼령을 가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는 대체 왜 가셨죠..?"
-AP모모 좋아여ㅋ
정상적인 챔프를 하겠다는 타임끝의 말에 깜빡 잊고 말았다.
그는 원딜 챔프인 고르키로도 나일아이의 수정홀을 가는 뉴메타 장인!
챔프만 미포정글이라는 기괴한 픽에서 아모모로 바꼈을 뿐.
뉴메타 장인의 유지는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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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작가를 위해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의 성원으로 100화를 달성했습니다.
프롤제외하면 이 편수가 정확히 100화네요. 하하
앞으로도 연재중단없이 꾸준히 연참 약속하겠습니다.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 애독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