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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02화 (10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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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新星)

킬을 먹은 덕에 미드정글을 싸움을 우세하게 가져갔음에도.

르풀랑과 두두는 초중반이 엄청나게 강한 챔피언이다.

터졌다고 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한타까지는 붙어봐야 결과가 나온다.

뭐, 내가 적극적으로 로밍을 다닐 생각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네.'

정글 모모가 AP아이템을 올린다는 점!

혹시 콩머스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미친 듯이 굴러온 콩머스가 꽝! 박더니 조냐의 물시계라도 켜버린다면.

멋지기야 하겠지만 띠이잉! 조냐 소리와 함께 아군 귀청에도 띠이잉! 이명이 울릴 것이다.

그래도 다른 주 챔피언 콩머스는 제대로 탱템을 두른다고 한다.

혹시 몰라 확답도 받았으니 안심해도 되려나.

제대로의 기준이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졌을 지도 모르는 뉴메타 장인이긴 해도, 일단 팀이니 만큼 믿어주기로 했다.

정글 문제는 해결이 된 셈이니, 나는 봇라인 쪽으로 시야를 돌렸다.

'오호….'

봇라인은 의외로 멀쩡하다.

배인의 템트리도 괜찮다.

이미 완성된 배인의 코어아이템 영락한 기사의 검.

때마침 내가 봇을 주시하자마자 교전까지 일어났다.

원딜로서의 흐난님의 역량을 알아볼 기회.

나는 미니언을 먹으면서 천천히 관전하기로 했다.

데구르!

위험천만한 앞구르기!

원딜러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위임에도 절도가 돋보인다.

정확히 한 대를 때리고 물러선다.

하지만.

적팀이라고 맞고만 있을 쏘냐.

앞구르기를 한 배인을 향해 곧 바로 날아가는 쏘냐의 궁극기 파워센도.

배인은 견제를 한 대가로 끄트머리에 정확히 센도를 맞았다.

마법데미지와 함께 1.5초간의 스턴.

더욱이 점화까지 끼얹어지고.

적원딜러 이즈레알의 Q스킬과 W스킬, 마법화살들마저 쏟아진다.

명백한 대위기.

그러나, 모든 게 노림수였을까.

티링!

순간, 배인의 주위에 상큼하게 퍼지는 파동.

힐이나 실드와는 다른, 상태이상 CC기를 풀어주는 클린즈를 발동시킨 결과다.

그 효과는 공격스펠 발화의 데미지마저 풀어낸다.

동시에 발동되는 배인의 궁극기.

늘어난 이동속도로 이즈레알의 화살을 간발의 속도로 피한 후 다시 한 번 구른다.

데구르!

여타 배인충들과는 비교를 불과하는 숙련된 구르기!

궁극기의 효과로 1초간 유지되는 은신상태에서 조금 이동한다.

'또 앞구르기를?'

저돌적이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서포터인 조아라의 옆으로 피신할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

상대의 모든 스킬이 다 빠진 상황에서 정면승부를 택한 건 옳은 선택이다.

높게 평가해 줄만한 판단력일까.

배인이 궁극기를 발동시키면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상승한다.

더군다나.

공격적인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타앙!

배인의 E스킬, 판결과 동시에 점멸.

점멸을 사용한 자리에서 판결이 나가며 벽에 부딪힌 이즈레알을 기절시킨다.

내가 썼던 매혹점멸과 비슷한 이치.

상대의 입장에서 반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리고.

타라락!

안타깝게도 이즈레알이 든 스펠은 클린즈가 아니다.

실드를 발동하며 한 턴 막아내긴 하지만 인간조아라님의 조아라가 점멸을 사용해서 호응했다.

이즈레알의 스턴이 풀리기 직전, 조아라의 덩쿨에 발이 묵이고 얹어지는 조아라의 궁극기.

부족했을까.

충분히 성장을 못한 조아라의 덩쿨의 지속시간이 짧다.

조아라의 궁극기가 발동되기 전에, 점멸까지 사용하며 부랴부랴 벗어나는 이즈레알.

타앙!

그러나 이미 2스택이 쌓여있었다.

세 번째 가격하는 적에게 막대한 고정데미지를 선사는 배인의 W스킬 은탄.

애써 점멸까지 사용했건만.

흐난의 배인이 한 번 더 굴러 탄환을 쏘아내는 것으로 죽은 목숨이다.

따라간 배인의 탄환으로 시원하게 3타가 터지며 이즈레알은 마무리된다.

이제 남은 건 쏘냐 뿐.

타라랑!

하지만 초반에는 원딜 못지 않게 높은 데미지를 자랑하는 쏘냐다.

배인과 조아라가 이즈레알을 합공하는 사이, 스킬쿨타임이 돌아온 쏘냐가 다시 한 번 배인을 가격한다.

이대로라면 계산할 필요도 없이 배인의 체력바는 완벽하게 삭제되지만.

스읍!

영락한 기사의 검, 그 액티브 효과.

상대의 체력과 이동속도를 빨아들인다.

뒤늦게 사용한 것이 오히려 킬각이라 여겼던 쏘냐는 발목을 붙잡혔다.

모든 것이 계산대로 였다면 소름끼치는 일.

다시 한 번 배인의 3타가 쏘냐의 머리에 터짐과 동시에 적 봇듀오는 끝이 났다.

-더블킬!

-아군이 당했습니다.

희생은 있었다.

마지막 반항을 한 쏘냐의 평타에 아슬아슬 마무리되는 배인.

클린즈를 든 것은 좋은 판단이었지만, 힐이나 실드를 든 것에 비해 체력적인 면에선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만약 조아라가 아니라 랄라나 한나같은 아군 원딜을 지켜줄 수 있는 서포터였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이지만 방금 전 교전으로 확실히 알았다.

-이드기여~!

더블킬을 따고 순직한 배인!

사투리가 섞인 어조로 들려오자 농담같이도 느껴진다.

흐난님의 말대로 확실히 이득이 맞다.

'배인한 값을 하네.'

배인이라는 챔프는 성장이 힘들다.

그렇다고 성장을 하면 반드시 값어치를 해내는 것도 아니다.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해야만 그 진정한 가치가 나오는 챔피언.

하지만 원딜러가 공격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소리다.

괜히 3대 충챔프라는 악명이 있는 게 아니다.

한 번 죽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아군의 지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팀원입장에서는 정말 골때리기 짝이 없는 챔프다.

그러나 이렇게 한 번 잘 커서 영락한 기사의 검이 무난하게 나오면 혼자서 2인분을 해버린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형적인 챔프.

플레이어의 손을 엄청나게 타기에 선호되지 않지만 이렇게 잘 사용만 한다면야.

"흐난님 걍 배인만 하시면 안돼요..?"

파랑애씨를 접고 배인만 해주신다면 바랄 게 없다.

밴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웬만해선 밴이 될 일이 없는 배인이다.

대부분 유저들의 피지컬이 낮다고 할 수 있는 시즌2에는 저평가받고 있는 챔피언이니까.

배인만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팀적으로는 도움이 될 텐데.

-나이가 들면 손꾸락이 아파.

"아, 예에..."

30대 중반이라는 춘추!

피지컬이 충분하면 상관없는 일 아닌가?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다.

나이가 들면 어디 안 아픈데가 없다는 말이야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지만 손가락이 아프다니.

부디 결승전까지만 삭신이 버텨주시길 바란다.

첫 판은 무난하게 승리했다.

미드정글이 잘 풀렸을 뿐만 아니라 봇라인까지 무난하게 성장해 더블킬.

우리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탑라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확실히 약해졌네요.

영식씨의 단언.

나도 눈치채고 있다.

라인전에서야 이전보다 나아졌다.

탑미드에서 어떻게 변수를 못 만들어도 봇라인이 무난하게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배인이라는 챔프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말도 안되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키울만한 가치가 있는 챔프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전 라인이 무난하게 성장했음에도 한타로 가니 손발이 맞지 않는다.

특히나 배인.

적 르풀랑에게 한 번 포커싱이 되면 지켜줄 사람이 없다.

스킬 포식자라는 방어아이템을 갔음에도 르풀랑의 원콤보에 녹아내린다.

이것은 배인의 잘못이라기보단 조합과 아군 포지셔닝의 문제다.

자신의 피지컬적인 능력을 믿고 공격적으로 원딜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보조해주는 팀원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미드랄라를 꺼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조합이 한정적이게 된다.

다소 숙련도가 떨어지더라도 조아라님이 챔피언 폭은 변경할 수밖에.

사람의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게 쉽게 변하는 건 아니니까.

"계속해서 가봅시다."

일단은 해보는 수밖에 없다.

부딪히고 부딪혀서 한계가 보일 때까지 몰아부친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가 보이기 마련.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해본다.

.

.

.

* * *

<달려라 두두킹>과 스크림 게임을 마치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나는, 30분 이르지만 조깅을 뛰고 있다.

물론.

오늘 하루도 성과가 있었다.

아니, 성과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말이 맞다.

'다시 시작하는 셈이니.'

그럼에도 마음이 심란하다.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무언가 하나 걸리는 게 있다기보다는 내 자신의 마음 문제다.

감정의 선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표현이 맞다.

'오히려 팀은 잘 되어가고 있지.'

나쁜 느낌은 아니다.

판수를 거듭할 수록 조금씩 손발이 맞아간다.

그럼에도.

분명 잘 되고 있음에 무언가 느껴지는 위화감.

난잡하게 퍼져 있던 퍼즐 조각이 완성되어 감으로서 오히려 알 수 있다.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이 줄어들 수록 수가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완벽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굳이 입으로 떠들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꽂아주던 리뮤의 플레이.

나와 리뮤의 콤비가 얼마나 잘 맞았는지 이제서야 알았다.

까톡!

심란한 와중에 귀 따갑게 울리는 메세지.

조깅 중에 핸드폰을 무음을 해놓다는 것을 깜빡했다.

핸드폰을 닫으려다가 문뜩 생각난다.

과연 이 시간에 메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굴까.

혹시 보이스 피싱의 원조, 김미영 팀장님은 아닐 테지.

'싸가지녀?'

최근 바쁜 나머지 잊고 살았던 듯한 예은.

그녀가 먼저 까톡을 해오리라 상상도 못했다.

혹시 몰라 주변을 두리번 해봤지만.

'없는데.'

그냥 우연히 조깅시간에 겹쳤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저 멀리서 몰래 나를 지켜보는.

'에이, 그건 과대망상이지.'

예은이 보내온 내용은 단순한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어쩌면 당연할 시작 마디.

-뭐하냐?

하지만 그런 한 마디가 설레게 만든다.

그녀가 나에게 까톡을 보내왔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잠시, 근저 벤치에 앉아 까톡을 주고 받았다.

주고 받은 내용.

사실 별 게 없다.

요즘 뭐하고 지내느니, 바쁘지는 않니.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일 때 으레 하는 이야기들.

그 풋풋함이 기분좋게도 느껴지지만.

결국 아무런 진도도 없었다.

잘 지내고 있다.

별 문제 없다.

이 정도일까.

그렇게 마무리되려던 찰나.

나는 한 마디 더 용기를 내었다.

-혹시.

나는 이전에 그녀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하고 있기에 LCL이라는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했다며.

그리고 얼마 전 확실한 성과를 내었다.

곧 결승전에서 치루게 된다.

그러니까 혹시.

-결승전, 와주시지 않으실래요?

별 것 아니라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용기다.

오프게임넷에서 진행하는 경기를 보다 보면 자주 카메라에 잡히게 된다.

응원을 하기 위해 지인들이 경기장에 오는 장면.

승리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반드시 이긴다.'

나 자신에 대한 족쇄이기도 하다.

그녀가 결승전에서 응원해준다면.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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