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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新星)
다음날 아침.
나는 양치질을 하며 어젯밤의 조깅길에서의 일을 생각했다.
'결국.'
답장은 오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읽씹.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
'데이트 권유라 생각했을 지도.'
너무 가볍게 던졌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문제일지도.
아니면 최근 조깅길에 마주치지 않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쓸데없이 캐물어 본다면 개미집을 들쑤시는 꼴이 되기에.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시간도 없지.'
앞으로 3일 남았다.
새로운 팀원을 받아들이고 빡세게 연습을 달린지 이틀.
그 이틀간 나름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부족했던 시간이다.
현재 시간은 오전 8시.
다시 스크림 경기를 하기로 한 약속시간은 1시간 후다.
평소라면 편하게 아이스크림으로 빨며 쉬고 있겠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붕 뜬 기분이다.
'팀의 문제점이라.'
어제 받았던 피드백들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달려라 두두킹>과의 스크림게임 끝난 후, 영식씨에게 받았던 조언들.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일색이라는 느낌.
이전의 우리팀은 그래도 균형이 아슬아슬하게 맞고 있었지만.
-확실히 리뮤님이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의 구성이 바꼈다는 이야기는 했다.
스크림 경기를 치루면서 분석을 해주기로 했으니 당연히 노릇.
영식씨의 조언은 크게 도움이 됐다.
그가 짚어준 부분엔 내가 미처 지나쳤던 부분도 많았다.
정글러로서의 타임끝.
물론 잘한다.
그랜드 마스터에서 먹히는 정글러라는 건 LCL 대회에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솔랭형 스타일이다.
아군에게 맞춰주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
정확히는.
-그러한 부분이 리뮤님한테는 있었죠.
솔직히 밸런스가 안 맞았다고 할 수 있었던 이전의 <딸기맛 치킨>.
지나치게 뛰어났던 탑과 미드, 그에 비해 부족한 봇라인.
그 중간 다리 역할을 정글러가 해주었다.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었던 팀을 하나의 색깔을 묶은 건 리뮤였을 지도 모른다.
인간조아라님의 외적으로 팀의 불화를 없엤다면.
게임 내적으로는 리뮤가 조율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정글러가 교체되고 새로운 원딜러가 들어오면서 현재 우리팀은 강해지긴 했다.
원래라면 봇듀오가 서로 손발을 맞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간조아라님과 흐난님은 알고 지내던 사이.
봇 라인전만 따지자면 적응하는 시간은 하루로 충분했다.
문제는 그 세 라인을 조화롭게 이어줄 능력이 타임끝에게 부족했다는 것일까.
아마 솔랭이었으면 상관없었을 거다.
안되는 판은 버리고 이기는 판만 이긴다.
그것이 약육강식, 솔랭의 법칙이니까.
하지만 대회에서는.
상대가 안되는 판이 되도록 게임의 흐름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아군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게임을 의도적으로 난해하게 만들어 버린다.
솔랭과 대회의 차이점.
솔랭에서 잘한다고 반드시 프로로서 성공하는 게 아닌 이유기도 하다.
그러한 면에서 봤을 때.
정글러로서의 실력만 보자면 타임끝이 리뮤에 비해 부족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족하다.
그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합을 한정해야 한다.
-몰아치는 컨셉으로 잡는 건 어떻겠습니까?
영식씨의 조언 중 하나.
흔히 말하는 돌진 조합을 추천했다.
상대가 우리의 약점을 헤집기 전에 먼저 돌격해 맞붙는다.
이것이 어제 <달려라 두두킹>과의 스크림을 마치고 나온 최선책.
다행히 팀원이 전부 공격적인 덕에 돌진 조합을 하기에는 괜찮다.
'아쉽긴 하지.'
이전에는 포킹조합과 더불어 여러 조합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 하나의 칼 만을 갈고 닦아야 한다.
물론, 칼을 두 개 든다고 하나 든 것보다 강한 게 아닌 것처럼.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어쨌든 간에.
이러한 이유로 NEW <딸기맛 치킨>은 돌진조합의 컨셉으로 굳혀졌다.
이제 곧 9시 정각.
오늘 스크림 경기를 잡은 팀은 어제와 다르다.
우리가 컨택할 수 있는 최고의 상대를 초청했다.
집중해서 임해야 할 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
.
.
* * *
오늘 스크림 경기의 첫 판은 이미 시작했다.
게임시간은 20분이 넘었고, 양팀은 무난하게 성장하게 한타를 준비하고 있다.
곧 용앞에서의 한타가 일어난다.
─쯔쯧!
W스킬 심술쟁이를 사용함과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이 빨라진다.
미드랄라.
흐난님을 보조하기 위해 언제 한 번 해보고자 마음먹은 챔프다.
지금 우리를 상대하고 있는 팀은.
'부쉬의 침략자.'
인연이 닿아있던 팀이다.
LCL 8강무대에서 테이커의 리픈에게 무참히 당하긴 했지만 상대가 안 좋았을 뿐.
4대 우승후보였던 그들의 명성은 결코 허명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스크림 경기를 잡을 수 있는 팀으로는 최대치일까.
역시나 만만한 팀은 아니다.
데구르!
한타 대치의 와중.
궁극기를 쓴 흐난님의 배인이 앞구르기를 했다.
용 앞에 있는 상대팀을 한 대 툭 치기 위해.
뒤에 내가 있다고는 해도 위험천만한 행위다.
상대팀의 서포터는 무려 풀리츠크랭커니까.
파아아앙!
풀츠의 그랩에 당겨진 배인!
당찬 앞구르기는 구르시에이팅이 돼버렸다.
점멸 반응을 못하게 하기 위해, 침묵효과가 있는 궁극기를 터트리는 풀츠.
어퍼컷으로 배인을 인정사정없이 띄우려 하지만.
─커져라~♪!
내 반응이 빨랐다.
슈퍼세이브.
방금 전, 심술쟁이를 사용해 빠르게 따라붙은 내가 배인을 커버했다.
랄라의 궁극기, 거대화의 효과에 의해 튕겨나가는 풀리츠크랭커.
하지만 그 정도 대비 못할 <부쉬의 침략자>팀이 아니다.
적정글러가 아모모는 거대화를 예측하고 일부러 한 타이밍 늦게 붕대를 던졌다.
배인을 향해 정확히 날아간 붕대는 적중하고 말았다.
티링!
배인의 주위에 상큼하게 퍼지는 파동.
붕대에 맞은 배인이 곧바로 클린즈를 사용해 기절을 풀었다.
어찌나 빠르게 사용했는지 멈춰 있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
그리고 판결을 사용해 아모모를 밀어내고 흡수해낸다.
영락한 기사의 검.
아모모의 체력과 이동속도를 뺏어버리고 구른다.
데구르!
궁극기를 사용한 후 구르는 배인.
궁극기인 한타의 시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격적으로 양팀의 한타가 시작됐다.
배인을 지원하기 위한 말카림의 궁극기가 쏟아지고, 한 번 튕겨나갔던 적 정글러 아모모 또한 돌석처럼 서 자신의 아군을 지킨다.
그 사이를 빠르게 헤집고 굴러오는 건 타임끝의 콩머스.
쿵! 쿵!
궁극기를 쓴 콩머스가 두터운 껍질로 몸을 보호하면 내 전방을 지켜준다.
아비규환의 와중.
나는 어떻게든 배인을 살리기 위해서 부단히 스킬쿨을 돌렸다.
하지만 스킬이 빠지게 되면 본체가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적팀이 모를 리 없다.
그 찰나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나를 암살하려 오는 적 미드라이너 르풀랑.
띠이잉!
조냐의 물시계가 터지며 2.5초의 시간을 벌어낸다.
안타깝게도 끝이 아니다.
붕대가 쿨타임임에도 아모모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스펠을 아끼지 않았다.
부와아아아!
아모모의 점멸 궁으로 묶여버린 나와 콩머스.
적팀의 탑 미달리와 르풀랑이 동시에 나를 덮쳤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희생.
끌려버린 배인을 살리기 위해 적팀 깊숙이 따라간 결과다.
이대로 배인이 하드캐리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만.
챵! 챵! 타앙!
내가 준 모든 버프.
뒤늦게 따라온 인간조아라님의 모르피나가 걸어준 다크 실드까지 더해지자 배인이 마음껏 활개친다.
그러나 한타의 시작이 안 좋았다는 게 치명적이었을까.
배인이 열심히 카이팅을 하며 딜을 넣긴 했지만, 중반 타이밍에 상당히 강한 미달리와 르풀랑을 전부 마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나하나 줄어가는 아군.
마지막으로 배인이 미달리에게 죽음과 동시에 한타는 3:5로 마무리 됐다.
-마지막 아군이 죽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주력 딜러인 배인이 그랩을 당한 시점에서 시작했기에.
아무리 내가 슈퍼세이브로 했다고 한들, 좋은 결과가 되기엔 힘들었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될 실수를, 팽팽한 상황에서 해버린 셈이니까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인의 잘못이 아니다.
-죄송합니다.. 다크 실드가 늦었네요.
풀츠와 모르피나의 신경전.
풀츠는 당기고 모르피나는 막는다.
모든 상태이상 CC기를 무효화하는 다크실드로.
그 반응이 늦었기에 만들어진 참사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나올 일이 없었다.
애초에 인간조아라님의 실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야 알고 시작한 팀이었고.
타임끝의 고르키는 수비적이었으니까.
적극적으로 딜링을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흐난님은 원딜 장인.
더욱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다.
아군 서포터를 믿고 앞에서 조금씩 상대를 갉아먹다가 확 달려드는 상대를 컨트롤로 떨쳐내는 것을 특기로 한다.
방금만 봐도.
풀츠에게 끌린 상황에서 그 후의 카이팅을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해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부족하다.
인간조아라님의 서포팅 능력.
그러나 이제와서 팀을 바꿀 수도 없다.
애초에 인간조아라님의 인맥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그 부족함을 커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조합으로.
'조합을 완성해야 한다.'
돌진조합을 구성하려고 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한 라인이 무조건 튀게 된다.
서로의 특색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포용할 수 있는 조합을 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직 게임도 끝나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오랜만에 맛보는 불리한 상황.
한 번 이겼었던 상대팀이다.
팀원이 바꼈다고 고전하게 되면 팀의 멘탈에 금이 갈 수 있다.
아니, 이번 판이 끝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우리팀을 위해 투자해준 <부쉬의 침략자>팀.
고마운 일이지만 친절하진 않다.
<달려라 두두킹>때처럼 적극적으로 아군의 약점을 지적해주진 않으니까.
그도 그럴 게 영식씨가 특이한 거다.
보통 입장을 고려해서라도 섣부른 발언을 하지 않기 마련이니까.
때문에 두 배로 바쁘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도 다음 판에 할 조합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판을 내주더라도 다음 판은.
그리고 다다음 판은.
조금씩 조합을, 숙련도를 완성해 나가야 하니까.
'이판은 일단 패스.'
<부쉬의 침략자>팀과의 첫 판은 서렌으로 마무리했다.
용 한타를 졌던 게 치명적.
한 번 차이가 벌어지자 아군 배인을 지키는 게 힘들어졌다.
대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보람이 있었을까.
괜찮은 조합이 떠올랐다.
'극 돌진 조합으로 간다..!'
어차피 돌진조합밖에 할 수 없다면.
더욱 거세게 태워 올린다.
그러면서도 아군 원딜러의 실력을 죽이지 않는다.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단 하나 존재한다.
잘 쓰이는 원딜러는 아니지만 말카림과 유난히 상성이 좋은 원딜 챔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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