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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新星)
<부쉬의 침략자>와의 두 번째 게임을 하기 전에 충분한 작전 시간을 가졌다.
단 한 명, 챔피언을 바꾸기 위해서.
물론.
비슷할 거라면 작전 시간까지 가지면서 조합을 재정비할 이유가 없을 터.
당연히 다르다.
라인전 단계의 양상은 비슷하게 진행됐다.
먼젓판과 마찬가지로 무난하게 라인전이 끝난 두 번째 게임.
이제 곧 치뤄지는 용한타에서 달라진 모습을 증명해낸다.
누가 어떻게 보더라도 한 가지 만큼은 확연하게 다를 것이란 사실은 보증한다.
바로 속도감이.
─하아아아-!!
보이시한 여성의 당찬 외침.
치비르다.
내가 흐난님에게 권유한 챔피언이다.
사실 치비르는 주로 쓰이는 원딜러가 아니다.
확실한 단점이 존재하기에.
사거리가 짧은데다 평타 강화스킬이 없다.
이를 테면 배인의 은탄이나 미포의 불결한 탄환같은 추가데미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1:1 상황에서 딜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그럼에도 내가 치비르를 채택한 이유.
다른 원딜챔프들과는 차별화된, 치비르만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장점때문이다.
첫 번째는 원거리 딜러 중에서 라인클리어가 가장 좋다는 점.
인간조아라님의 서포팅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혼자서 라인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궁극기.
흔히 말하는 광역 버프다.
조금 전의 당찬 외침이 바로 치비르의 궁극기, 한타 개시가 발동했다는 신호다.
-오오! 먼저 갑니다!
가장 먼저 선두로 달려가는 건 씨지맥의 말카림.
신날 만도 하다.
안 그래도 속도에서 남부럽지 않은 말카림인데, 치비르의 궁극기 효과까지 더해지면 범에 날개를 단 격이니까.
치비르의 궁극기는 주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이동속도를 엄청나게 상승시켜준다.
그 이동속도 상승분 만큼 말카림의 공격력이 올라감은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쯔쯧!
그리고 한 명더.
콩머스 또한 속도라면 말카림에 뒤지지 않는다.
타임끝의 콩머스가 데굴데굴 구르며 내 랄라의 심술쟁이 버프를 받자마자 쏘아나갔다.
마치 고전게임 소X를 보는 것 같은 순간 스피드!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빠른 챔피언은 누구일까?
묻는다면 당장 생각날 법한 두 챔피언이 온갖 버프를 두른 채 돌격한다.
두두두두두두!
전장에서 보병이 기병을 상대할 때의 막연함이 이런 느낌일까.
압도적인 속도로 치고 나가는 말카림과 콩머스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감히 들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하나.
풀리츠크랭커만은 자신의 원딜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말카림을 그랩으로 당기려 하지만.
구워어어어어!
말카림의 궁극기 그림자의 습격은 그저 멀리 이동해 적을 타격하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사용 도중 들어오는 모든 CC기를 무시한다.
예를 들어 쇈.
도발을 거는 도중 리심이 범의 일격으로 차버리면 도발이 중간에 끊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림자의 습격은 그 어떤 상태이상도 무시하고 지정했던 방향까지 올곧게 나아간다.
멈추는 게 불가능한 무분별한 돌진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말카림의 궁극기가 떨어진 자리에 있던 적 챔피언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적 원딜러 헤이클린.
치비르의 궁극기에 유령화, 그리고 자신의 E스킬인 멸망의 질주까지.
가속도를 있는 대로 낸 말카림의 순간 폭발력은 그 자체만으로 압권이다.
더욱이 삼종신기를 진작에 띄운 말카림이 발화까지 걸어버리자 헤이클린은 버텨낼 수가 없다.
유유히 적 원딜러 한 명을 말살시키고 빠져나오는 말카림.
진형 채로 뚫고 지나감에도 적팀은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후폭풍이 남아있으니까.
치비르의 궁극기, 한타 개시의 영향을 받은 나를 포함한 우리팀이 광적으로 달려오고 있다.
이번 한타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나의 역할은 치비르를 보조하는 것.
흐난님의 치비르라면 수준급의 딜링을 내뿜을 수 있다고 믿기에 선택한 조합이다.
바로 이렇게.
타랑, 탕탕탕!
부메랑이 튀길 때마다 사정없이 갈려지는 적팀.
사거리가 짧은 치비르라고는 하지만 눈치볼 것 없이 휘몰아치는 상황에는 더없이 위력적이다.
내 미드랄라의 실드와 인간조아라님의 모르피나가 걸어주는 다크실드.
두 개의 실드가 모든 것을 막아주니 치비르는 날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실드량이 아무리 두터워도 AP누커의 콤보는 위력적이다.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장벽.
적팀의 미드라이너 르풀랑이 존재한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옆면에서 날조를 사용해 나타나 암살을 시도하는 르풀랑.
아무리 잘 큰 원딜러라 할 지라도 미드라이너의 누킹에는 버틸 수가 없다.
─커져라~♪!
르풀랑이 딜 기대치는 짐작하기가 힘들 정도다.
혹시 몰라 미리 쓰는 궁극기, 치비르의 체력이 뻥튀기된다.
포기하고 돌아갔으면 해서.
그럼에도 르풀랑은 손속을 멈추지 않는다.
죽음의 불타는 손길의 효과를 믿고서.
적 최대 체력의 15%에 해당하는 마법데미지와 더불어 4초간 해당 챔피언이 받는 마법 데미지를 20% 증가시키는 액티브.
르풀랑의 암살콤보인 QRE에 더해 발화까지 모두 걸린다면 탱커조차 녹아버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챠라랑!
치비르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스킬 실드다.
단 한 번, 적의 스킬을 그 어떤 것이라도 막아내는 치비르 고유의 방어막.
르풀랑처럼 순간 누킹이 장점인 챔피언들에게 카운터로 작용한다.
적 르풀랑이 기적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사슬을 맞혔음에도 본래 들어갈 데미지의 반을 상회하는 수준밖에 박히지 않는다.
침묵의 표식 하나가 스킬 실드에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에.
암살에 실패한 암살자.
그 최후가 어떠한지는 설명이 필요없다.
원콤보에 치비르를 죽이지 못한 르풀랑의 최후는 처절하다.
타랑, 탕!
평타 강화스킬이 없는 치비르라고 하지만 평캔이라는 장점이 존재한다.
평타를 때리고 W스킬을 사용하면 곧바로 한 번 더 평타를 날린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다가간다.
궁극기와 더불어 치비르의 패시브까지.
상대 챔피언을 때리면 이동속도가 증가하는 패시브의 효과까지 더해지자 르풀랑의 기동성을 따라잡아 버린다.
치비르의 두 번째 평타가 치명타로 터지자 놀랄 만큼 뜯겨 나가는 체력바.
깜짝 놀란 르풀랑이 점멸로 도망가려 하지만.
─이거나 먹어라!
치비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형 부메랑이 날아가며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치비르는 원딜간의 1:1에도, 탱커를 잡을 때도 손색이 있다.
하지만 AP챔피언을 상대로는 독보적으로 강하다.
기동성과 더불어 스킬 실드까지.
명실상부 암살자의 카운터라고 불릴만 하다.
혹시나 하고 짜본 극돌진 조합.
결과는 한타의 성적이 증명한다.
아모모와 미달리의 협공에 의해 말카림이 전사한 것을 제외하자면 대승.
1:5의 교환이다.
어떻게든 기동성을 살려 도망가는 미달리조차 심술쟁이 버프를 받은 콩머스에 의해 따라잡혀 마무리 됐다.
-적팀이 찬성5표 반대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고작 한 번의 한타로 서렌을 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이미 이야기가 오고간 부분.
확실히 서렌을 칠만 했다.
-엄청난 조합이네요.
보병 대 기병의 싸움이다.
서로가 동등하게 성장했다고 한들, 애초부터 상성이 말이 안된다.
<부쉬의 침략자>팀의 조합은 하나하나가 강력할지 언정, 한타에서는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팀원 하나하나가 개인기를 발휘하지 못하면 치명적이다.
그런데 그 개인기를 내 미드랄라와 치비르가 원천 봉쇄시켰다.
전 판에는 그래도 틈이 존재했다.
굳이 배인이 끌리지 않았다고 해도 아비규환인 한타 와중에 어떻게든 한 번 암살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극돌진 조합에는 르풀랑이 어떻게 헤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다.
팀원 전체의 이동속도를 증가시키는 치비르의 궁극기.
상대의 진형을 무너뜨리는 말카림과 콩머스.
더불어 적팀의 중요 딜러라 할 수 있는 치비르는 나와 모르미파나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치비르 자체의 스킬 실드도 있어 암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완성된 조합의 무서움.
서로가 비슷하게 컸다고 해도 한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대치가 다르다.
더해볼 것도 없이 완벽한 패배.
그것을 인정하기에 <부쉬의 침략자>에서 서렌을 친 것이지만.
-만약 랄라나 치비르가 밴이 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두 번째 스크림 게임을 마치고 <부쉬의 침략자>에서 건네오는 질문.
당연한 물음이다.
이 필살카드가 한 번은 먹히더라도 결승전은 5전 3선승제다.
3전 2선승제와 달리, 첫 판을 지더라도 두 번째판에서 조급함을 느낄 까닭이 없다.
오히려 믿었던 카드가 봉쇄됨으로서, 그 상실감때문에 다음 세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수 있다.
때문에 반드시 다른 조합도 필요로 하지만.
'현재 우리팀은 돌진조합밖에 못하지.'
다른 방식의 돌진 조합.
이루더라도 결국은 돌진 조합이다.
무언가 색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씨지맥이 다른 챔피언을 하는 건.'
문답무용이다.
흐난님이 배인과 애씨장인이더라도 치비르를 할 수 있었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원딜 챔프들은 각자 특색이 있긴 해도 그 차이가 아주 크지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평타 위주에 스킬은 부가적인 것이다.
도라이븐처럼 회전도끼를 던져대는 극난이도의 챔피언이 아닌 이상, 원딜챔프는 어지간하면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탑솔러는 명백히 다르다.
예를 들어 발렐리아 라는 챔피언의 장인이 그랜드 마스터를 찍더라도 프로게이머는 지향하지 못한다.
발렐리아를 잘하는 거지 탑챔피언을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원딜과 달리 탑챔피언들은 각각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 숙련도 있게 다루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설사 시간이 있다해도 다른 챔피언을 못 배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다른 라인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챔피언 내에서 조합을 짜맞춰야 한다.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고, 극돌진 조합을 구성한 것마저 번뜩 발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파구가 있을까.'
오늘, 그리고 내일.
또 한 차례 날이 지나면 결승전이다.
남은 시간은 3일.
"일단 계속해서 해봅시다."
부딪히고 부딪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고민은 비단 우리팀만 하고 있는 게 아닐 터.
상대팀에서도 분명 골머리를 썩고 있을 거다.
그리고 길은 반드시.
'존재한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들을 연습의 과정에 정리해 독자적인 조합으로 재구축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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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를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