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07화 (10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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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네 자루의 창

"악명이 높습니다. 올마스터 선수."

다소 엉뚱하게도 들리는 캐스터의 말.

하지만 캐스터와 해설자 사이에는 공감대가 구성돼 있다.

물론 방송을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박장대소할 거리겠지만서도 어쩔 수가 없다.

중계진들이 예측하는 올마스터의 픽은 항상 빗나갔고, 이제는 컨텐츠가 돼버린 정도!

예측한 픽에서 반대로 생각하면 무조건 맞는다!

올마스터가 중계진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작전을 짜고 나온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도는 지경이다.

자폭이 될 수도 있지만.

방송 분위기를 업시키기 위해 그 부분을 먼저 건드리고 시작하는 캐스터의 말.

스트리밍 방송으로 결승전을 시청하고 있는 파프리카 TV의 시청자들은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ㅋ오늘도 틀릴 텐데 예상은 열심히 하네.

-봉급받고 싶으면 하나는 맞춰봐라ㅋ

-중계진 짤릴까봐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함!

봉급은 니들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시청자들이 떠드는 반응들은 시시각각 중계진들에게 전달된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자료화면과 더불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침을 꿀꺽 삼키고 준비해둔 자료를 슬며시 보는 해설자.

"올마스터 선수가 과연 오늘은 어떤 괴기발랄한 픽을 꺼낼지. 자료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올마스터는 언제나 이변의 폭풍을 몰고 오는 요주 인물.

그 때문에 캐스터나 해설자는 LCL 대회동안 한두 번 진땀을 뺀 게 아니다.

그렇기에 준비했다.

준결승전이 끝나고 부터가 지금까지 그 1주일의 공백동안.

해설자는 올마스터의 플레이들을 면밀하게 관찰했고, 수집한 증거물을 자랑스럽게 읊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올마스터 선수가 보여준 챔피언들은 하나하나가 대회에 나왔다고는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인데요. 그 중에서도 오늘 결승전에서 나오리라 예상되는 픽들이 있습니다."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의 다대기 선수는 나이즈와 더불어 트와이스 페이크, 약칭 트페를 주로 사용한다.

해설자는 먼저 나이즈와 트페를 상대하기 효율적인 챔피언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사거리가 비교적 짧고 라인전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챔피언들이죠. 하지만 성장을 할수록 무시무시해집니다. 때문에 올마스터 선수는 반드시 라인전이 강력한 픽을, 그리고 솔킬이 가능한 챔프를 반드시 가져갈 겁니다!"

다소 두루뭉실하긴 해도 그럴듯한 발언이다.

해설을 듣는 이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

"당연히 해이애나를 가져가면 좋겠지만, 밴이 될 거란 말이죠. 그렇기에 제가 예상하는 올마스터 선수의 픽들은."

AP챔피언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파사딘.

갱호응이 좋으며 여차하면 솔킬도 가능한 아링.

대회에서뿐만 아니라 올마스터의 팀랭픽도 고려해봤을 때 내릴 수 있는 합당한 추론이다.

모범적인 답안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우 모범적인 답안을 이야기하기 위해 공들여 조사했을 턱이 없다.

"<딸기맛 치킨>의 원딜러가 흐난 선수로 바꼈습니다. 흐난 선수, 제가 알기로도 천상계 아마추어 원딜 유저 중 손꼽히는 수준이죠, 때문에."

이전에 한 번 꺼냈었던 미드랄라.

당시에는 말카림 위주로 조명을 했다면 이번에는 흔히 구성하는 원딜캐리조합 느낌으로 가지 않을지.

해설자는 이것만큼은 확실하다며 자신감있게 늘여 놓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보여준 미드 피로라나 탤런, 마스터 오브 이같은 비주류의 챔프들도 비중있게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올마스터의 예상 챔피언이라며 꼽은 것만 6개다.

이쯤 되면 그냥 짚히는 챔피언들 막무가내로 늘여 놓는 정도!

그러나 괜히 시간을 투자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해설자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미드 피로라는 그야말로 극 피지컬, 솔킬을 따겠다는 자신감과도 같은 픽.

탤런은 라인전이 다소 약한 나이즈와 트페를 상대로 성장한 후, 로밍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AP마이는.

"예선전에 마스터 오브 이로 트페를 솔킬을 따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 올마스터죠. 충분히 기대해볼만 합니다."

예선전에서 무려 펜타킬을 해버렸던 올마스터의 AP마이.

그 캐리력의 근간은 맞라인전 상대인 트페를 솔킬 따낸 것이다.

오랜만에 펼쳐진 해설자의 수준있는 경기예측.

특히나 올마스터에 대한 부분은 듣는 누구라도 납득할 정도로 다분 논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과연.

매번 틀린다는 중계진의 예측이 오늘은 들어맞을지.

"올마스터 선수가 랄라를 픽했습니다!"

선수가 관심이 갈만한 챔프를 꺼내면 목청 높여 흥미를 유발하는 게 중계진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방금의 해설자의 목소리 톤은 누가 봐도.

-해설자 맞추니까 신난 거 보소ㅋㅋ

-예지력 상승+10ㅋㅋ

-근데 진짜 랄라가져가네, 에이.

해설자에게는 다행인 일일지 몰라도 올마스터에게는 조금 실망인 시청자들이다.

미드랄라 라는 픽.

이미 한 번 보여줬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챔피언은 아니다.

<딸기맛 치킨>의 팬들 중 상당수가 올마스터의 팬들이기에 박진감 넘치는 그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랄라면 그냥 원딜 키우기 조합맞지?

-ㅇㅇ 흐난인가 걔 밀어주는듯.

-올마스터도 결승전되니까 노잼겜하네ㅋㄷ

시즌2는 원딜 오브 로드라 불릴 정도의 원딜 전성시대.

원딜 키우기 조합은 가장 대중적인 조합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이나 인기도 없다.

실망스럽다는 채팅들이 파프리카TV의 오프게임넷 채팅창을 도배하기 시작하는 와중.

언제나처럼 이변은 누구도 모르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

.

.

* * *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의 부스 안.

밴이 끝나고 픽이 시작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떤 챔프로 카운터치는 게 옳을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는 와중.

예상치도 못한 적팀의 실수에 미소가 지어짐과 동시에 화를 돋군다.

"나이즈도 살았고 트페도 살았고, 우리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살짝 짜증이 나보이는 듯한 아웃섹의 발언.

자신들은 올마스터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해이애나를 밴했다.

그런데 상대 <딸기맛 치킨>은 자신을 우습게 보았는지 주챔프를 모두 살려줬다.

어이가 없는 노릇.

당연하게도 나이즈와 트페, 어쩌면 리심까지 모두.

주요 챔프들을 저격하여 게임을 쉽게 끌고 나가리라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미드랄라니까 트페로 간다.

상대의 픽에 대한 조사는 이미 완료했다.

그리고 미드랄라를 상대로 나이즈를 꺼내면 힘들다는 사실도.

CC기가 하도 많은 랄라의 특성상 한타페이스에 가면 나이즈가 활약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트페라면.

─랄라상대면 확실히 트페가 좋잖아. 그럼 나이즈는? 상대가 가져가면 어떻게 해?

팀의 두 기둥, 다대기와 아웃섹을 중심으로 챔피언 선택을 조율된다.

올마스터라는 상대의 미드라이너.

요주의 인물로 손꼽히는 만큼 그의 챔프폭에 대한 카운터 픽과 조합은 당연히 준비한 그들이다.

미드랄라를 상대로 트페가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연습경기는 물론, 솔랭에서 만난 미드랄라 장인에게 조언을 받았다.

날카로운 갱킹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미드랄라.

황금카드로 갱호응이 용이한 트페와 정글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리심의 순간딜이라면, 랄라가 궁극기도 쓰기 전에 요리하는 건 손 쉬운 일이다.

"나이즈도 우리가 가져가서 탑으로 쓰자."

자신이 캐치했다고는 해도 명안이다.

나이즈는 크레이브즈만큼은 아니여도 명실상부 OP챔피언.

상대가 나이즈를 할 줄 안다는 정보는 없지만, 연습을 마쳤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상대의 1픽이 멍청하게 랄라를 가져간 이상, 현재 자신들은 두 개의 챔프를 한 꺼번에 가져갈 수 있다.

나이즈와 트페.

OP의 반열에 든 두 챔피언을 전부 가져간다.

실수인지 아니면 노림수가 달리 작용한 건지.

어쩌면 나이즈와 트페 중 하나를 주고 다른 하나를 가져갈 속셈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나이즈는 탑챔피언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OP챔피언을 둘 다 가져가 버렸으니, 이미 밴픽부터 승리가 정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차 싶어도 이미 늦었다.

동네 기원에서 두는 바둑도 아니고, 물림같은 건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 정식 무대.

그것도 결승전이니까.

순간의 방심은 뼈아프게 작용한다.

'이러니까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지.'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 지각이라는 웃지 못할 실수를 해버린 탓에 서머시즌을 치루고 있다.

그리고 서머시즌에 우승을 하겠다 호언장담까지 했었다.

하지만 괜한 호기에서 비롯된 실언이 아니다.

자신이 있으니까.

자신과 다대기는 게임 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밴픽 단계의 심리전과 머리싸움까지 프로 수준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방금과 같은 상황처럼 아마추어 선수들은 밴픽 단계부터 게임을 지고 들어간다.

게임에 들어가서 얼핏 비슷하게 라인전을 끝내도 한타에 들어가면 질래야 질 수가 없다.

조합부터가 천지차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나이즈와 트페를 전부 주는 건 말도 안되는 실수인데…. 내가 올마스터를 과대평가했나.'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심리전.

결코 자신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났다.

때문에 결승전 준비는 다소 과도할 정도로 해버렸는데.

지금까지 모든 것이 요행이었다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노텀…? 야, 쟤네 정글 노텀인가 본데?"

노텀은 트페와 비슷하게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 가능한 글로벌 궁극기가 있는 정글러다.

조금은 머리를 쓴 모양.

확실히 탑나이즈는 갱킹에 약하고, 트페는 잘못 궁극기를 썼다간 노텀의 궁극기에 역관광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다분 골치가 아플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우리팀의 정글러가 바로 나 아웃섹인 거 알지?"

<딸기맛 치킨>의 정글러.

리뮤에서 타임끝으로 바뀌었다고 했었나.

설사 그것조차 작전이라고 해도, 타임끝에 관한 조사조차 끝난지 오래다.

그랜드 마스터 하위권 쯤에 있는 유저.

자신도 솔랭에서 많이 만나본 만큼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때문에 자신이 있다.

'절대 안 지지.'

솔랭에서야 변수가 있으니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변칙적인 플레이를 자주 해대는 타임끝이니까.

챔프폭도 맛이 갔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 또한 정신상태가 의심간다.

물론 평점을 매겨보자면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잘하는 유저이지만, 그럼에도 자신보다는 안된다.

리심의 정점 아웃섹.

이라고 불렸지만 올마스터가 리심으로 와드방로다 뭐다 해서 동영상이 떠돌게 된 이후로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는 걸까.

사실 리심이라는 챔프에 대해 다소 아쉽게 느끼고 있었다.

초반이 아무리 강해도 중후반이 되면 쓸모가 없으니.

그러했던 와중에.

올마스터가 전파한 와드방로라는 테크닉은 갈증을 완벽하게 해결해줬다.

리심장인이라는 인지도를 올마스터에게 뺏겨 분했던 것도 잠깐.

이제는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와드방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한계점을 느꼈던 리심은 완전히 다른 챔피언으로 진화했다.

그 어떤 상대가 와도 이길 장신이 충만한 상태다.

그런데.

─쟤네 콩머스도 가져갔는데?

"아니, 뭐?"

올마스터가 괴기발랄 픽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소문.

고작 소문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히 조사를 마쳤다.

어지간히 특이한 챔프를 많이 사용했고 실제로 성과도 걷었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되는 노릇.

당연히 미드 콩머스일 가능성은 없다.

'랄라? 콩머스? 노텀?'

어느 챔프가 어느 라인으로 갈지.

타임끝이 솔랭에서 탑콩머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니 만큼 탑콩머스를 씨지맥에게 전파했을 지도 모르지만.

"대체 뭐야?"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꼬이고 꼬인다.

어느 챔프가 어디에 들어가도 의문점이 남는다.

정확하게 하나로 솎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밴픽창에서는 적팀의 스펠이 가려져 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더욱 궁금하고 기다리게 만든다.

3

2

1

밴픽창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게임으로 로딩되는 와중.

원래라면 긴장해서 봐야 할 사람들은 관중이다.

그런데.

자신들조차 눈을 뗄 수가 없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름에도 키보드 바로 옆에 있는 물병에 손이 가지 않는다.

과연 어떤 챔프가 정글러인지 알아야 이 속이 풀릴 텐데.

'아!'

드디어 알았다.

적 정글러는 확실하게 콩머스.

스펠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랄라는 서폿이다.

탈력을 들고 있으니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설마…. 미드가, 노텀이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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