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09화 (109/803)

109====================

결승전, 네 자루의 창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던가.

용한타에서 급격하게 기울었던 승기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이나마 정상을 되찾는다.

밝기만 했던 공간에 어둠이 갑작스레 찾아오게 되면, 인간의 눈은 동공이 닫혀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사물을 구별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서서히 어두운 공간에 익숙해질 수록 동공이 열리며 적응을 해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적팀은 프로급이라 봐도 무방한 유저, 아웃섹과 다대기를 포함한 명실상부 LCL 최강의 팀.

매 한타마다의 대처 수준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글로벌 골드의 격차와 성장 차는 무시할 수 없다.

내가 토이치를 암살한다는 결과까진 변하지 않는다.

쿠구구궁!

다시 한 번 소환자의 전장이 어두워진다.

어둠이 신호탄이 되어 필사적으로 억제탑을 지키는 적팀을 향해 포탄들이 쏘아진다.

선두는 먼젓번과 마찬가지로 애씨의 궁극기.

콩머스로 말카림까지 차례대로 뛰어든다.

비록 불리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억제탑 앞의 포탑을 끼고 아군을 막아내는 적팀의 기량은 칭찬해줄만 하다.

마치 잘 훈련된 군대와도 같다.

적절하게 진형을 갖춰 아군을 상대해내는 적팀.

주위가 어두컴컴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면 당황스러워해야 정상임에도.

서로가 자리를 지킬 것을 믿고 토이치를 보호한다.

특히나 아웃섹의 리심.

어둠속에서도 내 위치를 예측하고 다가와 범의 일격으로 차낸다.

그럼에도.

치지직!

미드라이너의 필수 스펠 발화.

곧바로 차낸 리심의 반응속도는 놀라울 정도지만, 혹시 몰라 남긴 발화에 의해 확실한 마무리.

토이치를 처치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시즌2에 AD미드 챔피언이 잘 쓰이지 않는 이유.

탤런이 잘 쓰이지 않는 까닭과 일통한다.

진입 후에 생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AP챔피언은 조냐의 물시계로 시간을 벌 수 있지만 AD챔피언에겐 비슷한 효과가 있는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게 부활의 가호가 있는 수호 악마라는 아이템.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딜로스를 유발하기에 마지막 코어템이 아닌 이상 선택하기 힘들다.

하다 못해 시즌5에 나오는 스탄닥의 도발만 있었어도 한 타이밍 버틸 수 있었겠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포탑의 데미지가 치명적이다.

리심의 범의 일격이 나를 포탑쪽으로 차낸 탓에 곧바로 빼지 못하고 두 대 더 맞아야 했다.

적을 가격할 수록 공격력이 올라가는 포탑.

그 두 대가 치명적으로 작용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미 승패는 결정났다.

토이치의 숨통을 물어 뜯은 순간에.

쿠워어어어어!

전장을 뒤덮는 말카림의 궁극기.

높은 방어력을 지닌 콩머스 또한 골치아프다.

두터운 껍질로 자신을 보호하는 콩머스는 타워의 공격에도 끄떡 않고 아군이 진입할 공간을 마련한다.

더군다나 콩머스의 궁극기는 타워 그 자체를 깨는데도 효과적.

가뜩이나 견제를 받아 반피 이하였던 포탑은 애씨에 의해 마무리된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하였습니다!

고작 나이즈와 트페의 딜링만으로는 성장할 대로 성장한 말카림와 콩머스에게 흠집하나 내기 힘들다.

아무리 대장군으로 유명한 나이즈라고 한들.

그것은 정상적으로 성장을 마쳤을 때의 얘기.

가뜩이나 라인전 와중, 노텀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계속해서 한타가 일어나는 탓에 마땅히 CS를 먹을 곳이 없다.

혼자 다니기라도 하면 불이 꺼지고 노텀이 나타나더니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물어뜯긴다.

게임 시간이 30분이 다 돼감에도 관통의 지팡이가 안나간 나이즈는 빛좋은 개살구.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서 초중반의 스노우볼은 무섭게 작용한다.

중앙의 억제탑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눈덩이를 굴려나간다.

적팀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전에 먼저 결착을 내기 위해서.

노텀의 궁극기로 시야가 좁아진 와중에도 악착같이 반응해내는 적팀의 적응속도는 놀라울 정도지만, 이미 눈덩이는 커질 대로 커졌다.

그 무거운 몸집만으로도 기교가 필요없다.

상대를 짓밟아 버린다.

구구구구!

마지막 전투.

쌍둥이 포탑을 끼고 팀의 사활을 결정하는 대접전이 치뤄진다.

사실 승패는 완벽히 기울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 미니언들이 세 방향에서 몰아닥친다.

그것만을 막기에도 쌍둥이 포탑이 깨질 지경.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한타가 이루어질리가 만무하다.

그럼에도 서렌을 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을 벌 속셈이겠지.'

역전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은 지나가던 브론즈가 봐도 명백하다.

하지만 롤챔스에서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서렌으로 게임이 끝나는 경우는 없다.

그 이유.

흔히 말하는 작전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다.

이전 판과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되는 일.

피드백을 가지고 서로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지적한다.

고작 한 판으로 승부가 끝나는 게 아닌 다전제이기에.

이미 져버린 판이라도 어떻게든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팀이 해야 할 일은 간단명료.

최대한 빨리 승부를 마무리 짓는다.

.

.

.

* * *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두번째 경기가 치뤄지기 직전.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의 부스 안에서는 잠깐 가지는 휴식 시간동안에도 의견교환이 분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팀의 중심으로서 의견을 정리하는 건 아웃섹.

"첫 번째 경기는 완패다."

아마추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수준의 심리전이었다.

밴픽단계에서부터 완패.

부끄럽게도 녀석들의 승부수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답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아무리 노련한 팀이라도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길을 제시해준다.

그 길.

자신에겐 보인다.

"노텀 밴은 있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의외의 픽에 당하면 해당 챔프를 밴해 원천봉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은 중책(中策).

나쁘다고 까지는 않겠지만 좋은 수는 아니다.

최악의 경우 상대팀이 원하는 대로 놀아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녀석들이 원하는 챔프를 살려준다 거나, 다른 부분의 허를 찔린다거나 같은.

그렇기에 다른 선택을 한다.

자신이 보기에 적팀에서 가장 중하게 활용하는 챔피언은 다름 아닌 랄라.

저 랄라가 서폿으로 갈지 미드로 갈지 게임이 시작하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어차피 적팀의 정글러, 타임끝은 노텀을 할 줄 모른다.

첫 세트에서는 설마 비장의 카드인가도 싶었지만, 첫 세트를 질질 끌며 충분한 작전시간을 가진 결과 결론이 났다.

콩머스, 아모모등 수비적인 챔피언을 위주로 하는 타임끝이 노텀같은 육식정글러를 할 리가 없다는 것으로.

미드노텀은 무조건 트페등의 챔프를 카운터치기 위한 후픽으로 가져올 속셈일 것이다.

먼저 트페를 선픽박는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여차하면 노텀을 이쪽에서 가져올 수도 있다.

자신 또한 노텀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상황에 따라 적팀의 픽을 말리게 하기 위해 노텀을 선택해도 된다.

"올마스터의 미드 노텀, 적팀이지만 칭찬할 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카드를 여러 장 준비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어쩌면 끝,

고작해야 하나 더 다.

5전 3선승제의 승부라는 게 결정적.

기교를 부려 한두 판 가져간다고 한들, 마무리지을 카드가 없다면 최후의 승자는 자신들 쪽이다.

더군다나.

"우리도 슬슬 전력을 발휘한다."

첫 번째 경기는 탐색전이었다.

상대가 어떤 카드를 준비해왔을까, 그리고 정확히 어떤 성향을 가진 팀일까.

조사도 준비도 당연히 끝마쳤지만, 갑작스레 팀을 조정한 탓에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번 한 판으로 알아냈다.

약한 부분도, 강한 부분도.

쌍둥이 포탑과 넥서스가 깨질 때까지 시간을 번 보람이 있었다.

두 번째의 승부는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다.

.

.

.

* * *

'힘들 것 같네….'

첫 세트에서 승기를 가져온 후, 두 번째세트에서 극돌진을 꾀해 한 번 더 몰아부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극돌진의 조합에서 반드시 가져가야 할 랄라가 밴이 됐다.

랄라를 선픽박아 서폿으로 갈지, 미드로 갈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진실을 상대팀이 꿰뚫어 봤다.

어지간한 팀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사실이지만 괜히 아웃섹과 다대기가 아니었다.

게임 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밴픽 싸움 또한 수준이 높다.

만약 첫 세트에서 포탄세례 조합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여지를 주지 않았겠지만.

'선택을 후회하진 않아.'

사실 초장부터 전력을 다한 감이 있다.

단순 캐리력면에서 비교하자면 극돌진 조합에 비해 포탄세례조합이 빼어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극돌진 조합에서 중심이 되는 사람이 내가 아닌 흐난님이니.

흐난님의 실력을 얕보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직접 뻥뻥 뚫는 편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상대팀에서 우리팀의 에이스가 나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만무.

캐리형 챔피현을 선택한 내가 무난하게 성장할 시간을 줄 리가 없다.

때문에 비교적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자신들을 떠보고 있을 첫 경기에서 초강수를 둬 기선을 제압하려고 했다.

상대가 정신도 차리지 못하게 밀어붙이기로.

그런데 봇라인의 대회울렁증으로 인해 생각보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고, 이는 적팀에게 시간을 준 꼴이 됐다.

노텀이 아닌 랄라를 밴한 적팀의 선택은 훌륭하다.

덕분에 내가 할 챔프는 한정적이게 됐다.

노텀은 선픽하기 애매하고, 랄라는 밴이 돼서 할 수가 없으니.

물론 챔프폭이야 두 말할 것 없이 넓은 나지만 문제는 아군이다.

아직 흐난님이 대회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에 '세 자루의 창' 중 다른 두 가지는 아직 사용해선 곤란하다.

그렇기에 2세트에서 우리팀이 가져간 조합은 지극히 일반적.

세 자루의 창도 뭣도 아니고 팀랭에서 적절히 머리 굴려 가져가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의 조합이다.

그래도 적팀이 첫 경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아예 승산이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적팀이 빡세게 밀어 붙이네요.

얼핏 봐도 첫 번째 게임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각오가 남다르다.

연이어 게임을 내줬다간 수세에 몰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드디어 본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일까.

첫 번째 경기에서도 과연 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는 더욱 위협적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미드라인은 반반 가져갈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정글부터가 말렸다.

미드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웃섹이 발휘하는 실력.

타임끝의 동선을 꿰뚫어보고 아예 갱각을 줄 엄두를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타임끝이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에 봇라인 갱킹 또한 성공시켜 차이를 벌렸다.

아웃섹의 이름 석자가 어째서 리심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임.

'포기해야겠지.'

확실히 두 번째 경기는 힘들다.

킬스코어는 4:6.

크게 뒤쳐지지진 않지만 바텀의 CS차이가 열악하다.

흐난님의 파랑애씨.

첫 경기에서는 궁극기만으로도 제 역할을 해줬지만, 미드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 않은 두 번째판에서는 확실한 딜링이 필요하다.

그런데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는데다, 솔직히 광역포킹을 제외히자면 딜링을 떨어지니 파랑애씨.

한타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불보듯 뻔한 노릇이다.

이렇게 되면.

'일단 시간을 끌어보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세 번째 경기를 노린다.

첫 번째 경기에서 상대팀이 한 것과 비슷하게.

봇라인이 대회무대에 적응할 시간을 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네 번째 창을 만든다.'

원래는 준비하지 않은 또 하나의 카드.

그 중심이 될 챔피언이 불현듯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를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