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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네 자루의 창
"양 팀의 스코어 1:1! 한 판씩 주고 받았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박빙의 승부, 그 3세트의 밴픽이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어찌나 무안한지 빠르게 입을 놀리는 해설자.
확실히 양 팀의 승부는 손에 땀을 쥘 정도지만, 해설자는 이마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해설자 예지력 하락 -20
-응 미드랄라 안 나와, 밴까지 됐어~.
-결승전 내내 언급했던 픽 하나도 안 나오면 어카냐ㅋㅋㅋ
-해설자 얼굴 새빨감ㅋㅋ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파프리카TV를 포함한 여러 중계 사이트의 반응들!
이번에는 반드시 맞추리랴.
자신있게 미드랄라를 점찍었건만 서폿으로 가버렸다.
심지어 두 번째 세트 시작 전에는 예견한 노텀밴도 틀려 먹었다.
생뚱맞게 랄라가 밴이 되고 <딸기맛 치킨>에선 아예 노텀을 꺼내지도 않았다.
낯 뜨겁기 짝이 없는 상황임에도 해설은 이어가야 한다.
투철한 직업정신!
하지만 조사해왔던 자료가 헛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랄라가 밴된 의도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2세트와 마찬가지로 랄라를 밴하는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인데요. 랄라가 서폿과 미드 어느 쪽으로 갈지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함일 겁니다."
앞서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게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해설자다.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가 랄라를 밴한 이유를 뒤늦게나마 2세트 진행 도중 캐치했다.
진행되는 3세트 밴픽에서 자신의 실수를 보충한 해설자는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갔다.
"아하! 그래서 였군요. 하지만 노텀이 살아있는 이상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에서 트페를 가져갈 수는 없겠죠?"
캐스터는 해설자의 명쾌한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자 모두가 궁금해 할만한 질문을 던졌다.
1세트에서 상성인 미드노텀에 의해 농락당했다고는 해도 다대기의 트페가 명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트페가 나와 활약하는 장면을 시청자들이 기대하고는 있지만, 올마스터가 다시 한 번 노텀을 꺼낼 수 있기에.
캐스터는 시청자들이 너무 기대하지 않도록 다대기 선수가 다른 챔피언을 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읊었다.
평소라면 다른 주챔피언 중 하나 나이즈를 가져갈 다대기겠지만 3세트에서는 하필 나이즈가 밴이 됐다.
2세트에서 미드 나이즈를 픽한 다대기 선수의 활약을 <딸기맛 치킨>에서 주시한 결과.
꽁꽁언 심장까지 갖춘 나이즈가 혼자 딜탱을 다하며 불도저처럼 억척스럽게 몰아붙이는 2세트를 본 자라면, 누구라도 밴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다대기 선수의 주챔프는 트와이스 페이크, 트페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그가 3세트에서는 어떤 챔프를 가져갈지 이목이 모이는 와중이다.
"제가 보기에 다대기 선수가 다시 한 번 트페를 가져갈 확률이 높습니다. 아, 때마침!"
해설자가 지금까지 행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확언에 가깝게 내던진 이유.
3세트에서 마지막 픽이 예정된 팀은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다.
때문에 상대가 노텀을 선픽으로 가져가는 것만 아니라면 충분히 트페를 꺼내볼만하다는 게 해설자의 논리.
때마침 <딸기맛 치킨>에서 가져간 미드 챔피언이 정해졌다.
제임스.
해이애나만큼은 아니여도 신챔프치고는 높은 평가를 받는 챔피언.
더군다나 올마스터는 예선전에서 미드 제임스를 플레이 한 과거가 있다.
"미드 제임스에 탑구리가스! 역시나 <딸기맛 치킨>답게 흥미가 이는 라인업입니다."
<딸기맛 치킨>에서 제임스와 함께 마지막으로 가져간 픽은 구리가스였다.
구리가스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굳이 꼽자면 탑으로 쓰인다.
씨지맥 또한 올마스터 못지 않게 우콩, 말카림등 비주류 챔피언을 주로 다루기에.
자신이 괜찮은 카드라 인식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의 탑라이너, 잭트를 상대로 괜찮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 하네요."
구리가스의 Q스킬은 상대의 공격속도를 둔화시킨다.
빠른 공격속도에 의한 3타 공격이 주 딜링기인 잭트에게는 확실히 치명적.
더군다나 구리가스는 패시브와 W스킬, 술마시기 때문에 라인유지력 또한 높은데다 맷집 또한 대단하다.
연구를 하고 잭트의 카운터 챔프로 뽑은 것이라면 씨지맥의 눈썰미가 날카롭다 말할 수 있다.
"역시나, 제임스 상대라면 트페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에 맞서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가 마지막으로 가져간 픽은 트와이스 페이크.
기본적으로 이속룬을 들고 신발을 빠르게 가는 트페는 게이머의 기량만 된다면 제임스의 포킹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기량에서 다대기 선수가 부족하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올마스터 또한 우습게 볼 수 없는 선수인 만큼 과연 누가 미드 라인전의 승자가 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인다.
-꿀잼각 ㅇㅈ. 해설자 이번엔 맞춰서 다행이다ㅋㅋㅋ
-또 틀렸으면 짤릴 뻔ㅋㅋ
-확실히 탑구리가스가 잭트상대로 좋음 내가 해봐서 암ㅇㅇ
-응 후반가면 쓰레기야~
라인전 부분은 구리가스 잭트에 비해 유리하다.
그렇지만 잭트는 성장기대치가 높은 챔피언.
삼종신기만 떠도 적 원딜러를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그러나 카운터 픽을 기용한 씨지맥이 잭트를 라인전 단계에서 압도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챔피언 라인업부터가 꿀잼이다.
하지만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일까.
모두가 잊고 말았다.
<딸기맛 치킨>은 언제나 한 번 더 예상을 꼬아버린다는 사실을.
"어, 어? <딸기맛 치킨>에서 스왑을 했습니다?"
올마스터가 구리가스를, 씨지맥이 제임스를 가져갔다.
물론 라인스왑일 가능성도 있다.
탑라이너가 미드를 가고, 미드라이너가 탑을 가고.
프로 무대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니 만큼 특이할 것 까진 없지만.
문제는 올마스터다.
마스터 오브 이로 주문력템을 올리고, 랄라로 미드를 간다는 그 올마스터.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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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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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드 구리가스를 못 알아볼만 하지.'
정확히는 시즌2 후반에 돼서야 AP로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착안했다.
근접 챔피언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구리가스를 마법사로 쓴다는 생각은 당시에는 너무나 기발했다.
술주정이뱅이에 뚱뚱한 구리가스.
누가 봐도 마법사는 아니다.
심지어 평타까지 근거리인 지라 AP챔피언으로 활용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더군다나 못생기기까지 해, 사람들이 픽하는 걸 꺼려했고 그나마 탑탱커 가끔씩 사용되는 게 전부였다.
물론 스킬의 주문력 계수가 높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계수는 초가트 또한 높은데다 구리가스는 초가트에 비해 CC기도 애매하다.
Q스킬에 공격속도 둔화가 있다고는 해도 AP챔프끼리 라인전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스킬싸움 하는 와중에 공격속도 느려진다고 패널티따위 전무하다.
게다가 E스킬에 있는 건 꼴랑 둔화.
차후 리메이크 이후에는 스턴으로 바뀌지만 현재는 겨우 둔화다.
궁극기는 비슷하지만 잘못 튕겨내버리면 방생이 되고 팀원에게 욕먹기 일쑤였다.
이러한 이유로 사용되지 않던 구리가스.
시즌2 후반에 들어 극AP포킹 챔프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한다.
스킬 사거리가 말도 안되게 길다는 이유 하나로.
파아앙!
술이 가득 남겨있는 나무통이 깨지며 나는 시원한 소리.
구리가스의 Q스킬, 술통 던지기 단 한 방에 원거리 미니언이 깔끔히 정리됐다.
심지어 근거리 미니언조차 체력이 얼마남지 않았다.
아무리 AP계수가 높다고는 해도 이 정도는 아닐 터.
'역시 구리가스는 4두란이지!'
기본적으로 AP구리가스는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을 간다.
마나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구리가스에게 쿨타임 감소따위 필요가 없다.
4두란을 올린 후 곧바로 라둔의 죽음투구 하위템을 올려 주문력을 극대화한 무자비한 술통 한 방!
미니언을 실피조차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정리할 뿐더러, 궁극기와 Q스킬을 한꺼번에 맞히면 적챔피언을 고작 포킹만으로 골로 보낼 수 있다.
더군다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투웅!
미드라인에 갱킹을 온 적 정글러 리심.
적트페가 갱호응을 하기 위해 달려오는 와중에도 나는 도망가지 않고 망설임없이 돌진했다
볼링공 굴리듯 술통을 던짐과 동시에 구리가스의 몸이 미끄러진다.
구리가스의 두툼한 뱃살이 리심을 후려치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광경.
그래도 그 위력만큼은 대단하다.
갱킹을 온 적 정글러, 리심의 체력을 절반 가까이 날려버렸다.
하앗!
깎인 체력에 굴하지 않고 음파를 맞히고 Q평E평 콤보를 날리는 리심.
나를 부단히 때리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두터운 구리가스의 뱃살을 뚫기엔 역부족이다.
4두란의 또 다른 장점이다.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 템트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체력을 보유한다.
더군다나 구리가스의 W스킬, 술마시기는 피해감소 효과와 더불어 체력회복 효과까지 있다.
게다가 구리가스의 술통에는 공격속도 둔화 또한 존재해 AD챔프를 상대하기 용이하다.
뚱땡이 마법사 구리가스는 무려 AD챔프와도 맞딜이 가능한 챔피언!
그리고 내가 아무 이유없이 리심과 맞딜을 한 게 아니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와중에 아군의 지원이 도착할 테니까.
데구르르르!
아군 정글러 콩머스가 불이 나케 달려온다.
생각이상으로 단단한 구리가스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간다고 판단한 리심.
빠르게 도주를 선택했다.
궁극기까지 사용하며.
이~쿠우!
콩머스가 붙기도 전에 궁극기로 까버리고 트페와 같이 포탑쪽으로 도망간다.
도주를 쉽게 허락할 쏘냐.
다시 한 번 술통을 굴린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 역시나 아웃섹의 리심일까.
예측했다는 듯 반대쪽으로 움직여 술통의 궤도에서 벗어났다.
내가 던져 궁극기를 맞힌다고 해도 데미지가 부족한 상황.
그럼에도 망설임없이 던지다.
술통 폭탄.
막대한 마법데미지와 함께 명중한 적을 밀어내는 구리가스의 궁극기를.
파아아앙!
호쾌하게 터지긴 했지만 술통 폭탄은 역시나 리심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분명 상대팀도, 시청자들도 방생을 했다고 웃고 있을 터.
그러나 그 방생은 내 노림수다.
파아앙!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다시 한 번 Q스킬을 누르자 뒤늦게 터진 술통이 리심의 목숨을 앗아갔다.
일부러 첫 술통은 리심이 피하기 쉽도록 엉뚱한 방향으로 던졌다.
그리고 궁극기를 맞혀 리심이 술통이 대기하고 있는 방향으로 튕겨내 버렸다.
구리가스의 장인들만이 가능한 정교한 각도기샷!
모든 챔프를 마스터급으로 다루는 내가 못할 리가 없다.
갱킹을 온 정글러를 역으로 따버린 데다 미드 라이너인 내가 킬을 먹었다.
확실한 미드정글 싸움의 승리.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
'최소한 두 번은.'
네 번째 창.
조합의 컨셉은 포킹.
이전에 16강에서도 한 번 보여준 조합이지만 두 챔피언이 다르다.
미달리와 고르키.
대신에 구리가스와 파랑애씨가 들어갔다.
대회울렁증이 있는 흐난님이 아직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겠다는 말에 다소 급조한 조합이다.
원딜러가 크게 중요하지 않도록.
때문에 부족한 점은 많고 특히나 한타에 들어가면 유리한 상황이더라도 역전 될 수 있다.
방금의 킬로 유리하게 스타트를 끊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목이 마르다.
'최대한 빨리 승기를 가져와야 한다.'
4두란으로 마나 재생력만 확보한 이후에 바로 라둔의 죽음투구를 올리는 파괴신 구리가스.
이 플레이 방식이 개발된 건 AP구리가스가 널리 사용된 시즌3으로부터도 1년 후인 시즌4 초기다.
쿨타임 감소가 없는 대신 한 방 데미지만큼은 엄청나다.
가장 강력한 순간은 라둔의 죽음투구와 관통의 지팡이가 갖춰지는 2코어 타이밍.
상대팀의 아이템이 갖춰지는 후반이 되기 전에 결정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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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를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