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13화 (11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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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네 자루의 창

'이것 봐라.'

원래는 꺼낼 생각이 없었다.

내가 자신있는 챔프가 있더라도 조합에 따라 유동성있게 챔프를 바꿔야 하니까.

그런데 상대팀에서 구리가스를 뺏어갔다.

설마, 나와 마찬가지로 미드 구리가스를 준비해오진 않았을 테고.

3경기에서의 내 활약을 보고 따라했을 확률이 높다.

'구리가스가 좋은 건 맞지만.'

확실히 플레이 방식만 알면 괜찮은 챔프다.

나를 직접 상대해본 데다가 휴식 타임에 연습까지 했다면 다소 숙련도가 부족하더라도 꺼내볼 만 하다.

애초에 챔프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니고, 프로 수준의 게임센스면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다대기는 안될 텐데.'

구리가스를 뺏겨서 안타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대신 슬며시 픽하는 리픈.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상대가 구리가스라면 리픈만한 챔피언이 없다.

본디 할려고 했던 장판 조합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감도 있지만 괜찮을 터.

리픈은 잘 크기만 하면 어떤 조합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더군다나 다대기의 구리가스가 상대라면.

'아이고야, 이거 참!'

기다렸던 게임이 시작되고 나와 다대기는 맞라인전을 섰다.

미드라인에서 흔히 보기 힘든 근접챔프끼리의 라인전이다.

이전에 준결승전 무대에서 테이커와 접점을 펼친 적은 있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일방적인 공세를 보여줄 테니까.

파아앙!

미니언과 나 사이에서 터지는 술통.

하지만 데미지는 전혀 없다.

내가 1레벨에 찍은 스킬은 E스킬.

대쉬와 함께 생긴 실드로 술통의 데미지를 무효화한다.

물론.

챙기는 것은 CS뿐.

딜교환은 아직이다.

다대기의 구리가스가 유유자적 CS를 먹게 놔둔다.

움직이는 건 정확히 3레벨부터.

찍는 순간 곧바로 돌진한다.

하아!

대쉬, 그리고 스턴.

평캔으로 후두려 팬다.

깜짝 놀란 구리가스가 배치기로 도망가며 술통을 던지지만.

'턱도 없지.'

무려 2.5초나 실드가 유지되는 너프 전의 리픈이다.

딜교환은 그야말로 일방적.

같은 근접챔프라고는 해도 초반부터 CC기를 두 개나 달고 있는 리픈과 구리가스는 다르다.

계속해서 맞딜을 한다면야 구리가스의 평타도 제법 매서운 편이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딜을 넣고 빠져 나오면 쫓을 방도가 없는 구리가스다.

리픈의 대쉬와 달리 구리가스의 배치기는 미니언에 막힌다.

미니언 가까이만 가도 쏟아지는 내 공세.

구리가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술통 파밍뿐이다.

그렇게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구리가스의 약점이 드러난다.

'마나가 부족하지.'

근접 챔피언답게 단단한 몸을 가진 구리가스지만, 그와 반비례로 절대적인 마나의 양이 부족하다.

술마시기를 하면 마나가 약간 회복된다고는 해도, 술통을 굴릴 때마다 한 움큼씩 깎이는 마나는 장난이 아니다.

내가 괜히 두란링을 4개나 간 게 아닌 것.

그 렇게 해야 할 정도로 라인전 단계에서 구리가스의 마나관리는 어렵다.

이렇게 리픈에게 라인주도권을 뺏기고 술통파밍을 하게 되면 CS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그래도 체력은 잘 차네.'

스킬을 쓰면 일정체력을 회복시켜주는 구리가스의 패시브.

덕분에 체력관리는 된다지만 라이너가 마나가 없어서야 갱호응이 안된다.

결국 라인을 밀어 집타이밍을 벌어주기 위해 미드라인에 등장하는 아웃섹의 리심.

적 정글러가 미드라인을 신경쓰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아군의 탑과 봇은 풀리게 된다.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귀환해서 내가 첫 번째로 선택한 아이템은 티아매트.

리픈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게 되는 코어템이다.

콤보를 날리기도 좋지만, 티아매트의 진정한 활용법은 라인클리어, 그리고 더티파밍이다.

리심이 미드만 판다고 해도 상관없다.

리픈의 기동성.

온 정글을 쑤시고 다니며 정글몹을 싹슬이 해먹을 거니까.

.

.

.

* * *

파아아앙!

시원하게 터지는 구리가스의 술통 폭탄.

나무통에 가득 담긴 맥주가 거품과 함께 터져 나오며 소환자의 전장을 유쾌하게 적신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던진 방향이 너무나 괴랄하다는 점.

눈이 썩는 광경을 보게 된 시청자들은 이마를 탁 치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아니 술통을 그따구로 던지면 어캄ㅋㅋㅋㅋㅋㅋ

-궁극기를 아, 혈압!

-궁 범위가 손바닥만한데 그걸 못 맞히냐ㅋㅋㅋㅋ

말문이 막힐 정도로 허무하게 날라간 구리가스의 궁극기.

미드라인을 중심적으로 봐주고 있는 리심에게 갱호응을 하기 위해 던졌다.

그런데 그 술통 폭탄에 봉변을 당한 건 미니언들 뿐.

리픈은 맞지도 않았다.

정작 리픈은 가볍게 앞대쉬로 피해낸 후 Q스킬로 연달아 점프해 피해냈다.

1분이나 대기했던 회심의 갱킹이 날아가버렸다.

이렇게 궁극기가 빗나간 게 벌써 세 번째.

그나마 한 번은 맞히긴 했지만 그나마도 아주 시원하게 방생했다.

미드가 위태위태해버리니,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의 정글러 리심은 미드만 봐야 한다.

그 사이에 <딸기맛 치킨>의 탑과 봇은 무럭무럭.

더군다나 성장형 정글러인 아모모 또한 코어템이 갖춰졌다.

"곧 용한타가 이루어 질 텐데요. 양 팀의 한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모르겠다는 듯 궁금한 표정으로 해설자에게 질문을 건네는 캐스터.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딸기맛 치킨>에서 가져간 조합.

아모모와 조아라에 더불어 우콩과 미스터 포텐까지.

한타에서 그렇게나 좋다는 장판조합이다.

"글쎄요. 확실한 건 아모모의 궁극기만 제대로 들어가면 그대로 한타가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막말로 미포는 궁극기만 뿌리고 죽어도 1인분이다.

그 정도로 짜임새있는 조합.

대신 성장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올마스터 선수가 팀을 훌륭하게 이끌었다.

"파전주 선수 못지 않게 올마스터 선수의 리픈 또한 수준급입니다. 견제를 받은 탓에 킬은 내지 못했지만 CS가 엄청나게 괴랄해요."

아군 정글, 적팀 정글.

가리지 않고 전 맵을 뛰어다니며 싹슬이 해댄다.

그렇게 이곳 저곳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데도  기동성이 워낙 좋아 잡지도 못한다.

리심이 라인전 내내 리픈을 따라다녔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무서울 정도로 성장한 올마스터의 리픈.

그래도 봇라인이 기량은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가 높다.

한타에 간다면 이 승부.

확실하게 장담하기 힘들다.

곧 이루어지게 될 용한타가 시청자들은 물론 중계진들까지 이목을 모으고 있다.

.

.

.

* * *

"하아…. 한타는 제대로 해보자."

한 마디로 라인전은 개그였다.

술통이 엄한데 떨어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방생까지 시키면 어쩌자고.

믿어 달라더니, 자신있다더니.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혀버렸다.

-아웃섹아, 구리가스 스킬 맞히기가 은근 힘든 챔프인듯ㅋ

"아, 그러셔?"

퉁명스러운 대꾸.

대답은 해주고 있지만 속마음은 굉장히 불편하다.

'맞히기 어려운 건 아닐 텐데….'

내가 알기로 구리가스의 술통 범위는 주먹만 하다.

그리고 궁극기는 과장 조금 보태면 손바닥 크기에 가깝다.

그런데 그것이 맞히기 힘들다니.

오랜 친구 다대기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죽빵이 날라갔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현재 게임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어찌저찌.

탑과 봇이 적 정글러 아모모의 갱킹에서 버텨준 덕분에 한타까지는 올 수 있었다.

곧 치뤄질 용 한타.

적팀의 조합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입을 했을 때다.

내 리심과 구리가스의 궁극기.

들어오는 우콩과 아모모를 연이어 차낸 후, 원딜러를 지키면서 카이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진짜 나만 믿어봐. 구라가스 한타 좋다니까?

올마스터의 템트리를 따라한 다대기.

4개의 두란링과 라둔의 죽음투구를 완성한 덕에 주문력 하나는 믿음직하다.

나중에 저 두란링들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아쉽지만, 적어도 지금 한타에선 상당한 위력을 보여줄 터다.

아니, 솔직히 기대도 안한다.

라인전에서 그 꼬라지를 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궁극기로 2명만 맞춰라.

손바닥만한데 설마 아무도 못 맞히겠냐.

-용 젠됐다! 적들 치고 있어!

꽝 맞붙는 5:5 용한타에서 용이 주는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치고 있는 상대.

자신있으니 들어오라는 것이다.

들어오면 그대로 장판으로 싸먹어주겠다 하면서.

당연히 그 노림수대로 놀아줄 생각은 없다.

하앗!

음파를 날려 용을 맞히고 천천히 기다린다.

용의 막타는 정글러의 필수 스펠 단타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그 단타싸움하면 나 아웃섹이다.

용의 체력바가 1천이 되는 그 순간.

날라차기로 날아가 용과 부딪히는 동시에 단타를 누른다.

잃은 체력에 비례한 데미지를 주는 리심의 Q스킬.

단타싸움에서 리심이 아모모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는 이유다.

용을 뻇음과 동시에 한타는 시작됐다.

'역시나.'

용을 뺏긴 아모모가 미련없이 고개를 돌려 붕대를 던진다.

닭대신 꿩.

한타로 대박을 노려보겠다는 생각이다.

원딜러를 지키기 위해 돌출돼 있던 아군 서포터 쏘냐가 아모모의 붕대를 그대로 맞았다.

동시에.

부와아아아!

-야 아모모 겁나 세. 탈력도 못 걸었다.

-AP모모야. 몸 약하니까 때려 죽여!

아모모의 풀콤보를 맞은 쏘냐가 점멸도 못 쓰고 녹아버렸다.

결승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극AP 아이템을 선택한 아모모의 위력.

하지만 탱커역할을 해야 할 아모모가 주문력템을 올리면 체력이 부족하다.

가장 먼저 점사해 때려 죽이면 그만.

점멸로 억지로 들어오는 아모모의 이니시는 상정했던 바다.

연계되는 CC기를 조심하며 원딜러를 지키면 이긴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아모모의 뒤를 이어 들어오는 우콩.

이쿠우!

점멸과 더불어 와드 방로.

아낌없이 사용했다.

이 싸움은 원딜을 지키는 싸움.

괜시리 적 원딜 배달하고 그런 기교는 필요없다.

장판 조합은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졌으니까.

원딜을 지키면서 서서히 카이팅하면 된다.

그런데.

파아아아앙!

아군의 반격이 시작됐다.

구리가스가 던진 술통.

내가 기대했던 대로 2명의 적을 맞혀줬다.

맞힌 것까진 좋다.

원했던 바니까.

아니, 그래도.

"조아라를 던지면 안되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조아라가 이쪽으로 배달된다.

만약 일반적인 상황이면 왠 떡이냐 받아 먹겠지만 문제는.

꾸루르르룩!

실피가 남아있던 조아라는 이즈레알의 마법화살 한 방으로 마무리 됐지만 궁극기를 남겼다.

덩쿨이 급속도로 자라나며 나와 이즈레알, 그리고 구리가스까지 전부 옭아맸다.

조아라의 덩쿨에 의해 스턴이 걸리기 0.5초 전.

나는 보았다.

쿠르루룽!

챔피언의 몸집만한 거대한 검.

어느새라고 할 것도 없다.

눈치챈 순간 그곳에 있었다.

리픈이 가장 무서운 순간은 서로의 스킬이 다 빠진 상황에서 후진입했을 때라고 하던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원딜과 함께 거리를 벌렸던 것인데.

공포스런 사신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덩쿨에 묶여 꼼짝없이 바라만 봐야 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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