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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에서 세계로 %3C1부 完%3E
─올마스터근황.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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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낚시냐?
└(작성자)-모르니까 내용이 없지ㅋㅋ
잉벤, 그리고 롤갤.
각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에 흔히 보이는 낚시글들.
나 올마스터가 잠수를 탄지 1주일이 지났다.
딸칵!
마우스로 새로고침을 아무리 클릭해봐도.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보이지 않는다.
'재밌는 글 겁나 안 올라오네~!.'
사실 알고 있다.
내가 할 짓 없이 하루종일 새로고침이나 누르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느끼는 거지.
두 사이트 전부 글 리젠은 빠른 편이다.
그럼에도 한가하기만 하니 계속해서 누르게 된다.
'참…. 바보같다.'
결승전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마음속이 텅 빈, 공허하다는 감정일까.
단순 피로감 때문이 아니다.
처음에는 나도 LCL 기간동안 부단히 노력했으니만큼 피로가 쌓였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음껏 뒹굴고, 한없이 먹고.
육체적인 만족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제 컨디션으로 돌아갈 거라 여겼다.
몸도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텅 빈 마음만은 채워지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났지.'
결승전은 끝이 났다.
모든 것은 마무리 지어졌다.
마지막 최종적인 승패를 가르는 파이널 세트.
결국 지고 말았다.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딱히 아쉬움이 남는 경기도 아니었으니까.
실수를 해서 진 것도 아니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 진 게임도 아니다.
순수하게 이길 자가 이기고 질 자가 졌다는 느낌이다.
라인전에서 비슷하게 가도.
한타에 들어가니 양 팀의 기량이 확연하게 갈렸다.
선수가 아닌, 팀의 기량이.
서머시즌을 노리고 오랜 기간 연습을 가지며 팀의 색깔을 완벽하게 확립한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
그리고 안 그래도 급조했던 팀을 결승전 직전에 멤버를 바꿔버린 우리 <딸기맛 치킨>.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느 팀이 우승할지는 뻔할 뻔자였다.
그저 당사자가 나이다 보니 객관적으로 판가름을 못했을 뿐.
사실 끝났다는 건 그저 감정적인 의견이다.
그저 내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기분일 뿐이지.
당연한 소리겠지만 결승전에서 져버렸다고 한들 준우승이다.
성과가 없을 리가 없다.
오히려 분에 넘치는 영광이 뒤따랐다.
이성적으로 따지자면 이제부터가 시작.
지금부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LCL에서 우승을 한 팀이 확실하게 프로가 되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준우승만 해도 엄청나다.
대회의 규모부터와 기대치가 이전과는 다르다.
이번 서머시즌은 스프링시즌에 비해 곱절에 곱절은 흥했다고 하니까.
비단 준우승인 우리팀 뿐만 아니라 준결승에서 떨어진 팀들에게도 프로제의가 솟구쳤다고 한다.
내 정신 상태가 말이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기억까진 안 나지만.
그래도 일단 나와 같이 뛰어준 팀원들, 전부가 프로제의를 받은 것은 확실하다.
CGVMAXIM, 씨지맥은 그토록 원했던 프로팀에 들어가게 됐다고 호들갑스럽게 연락을 해온 기억이 있다.
타임끝은 대학생인지라 고민을 해보고 있다고 했나.
프로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 다른 두 팀원.
흐난님은 나이때문에 거절한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표명했고.
인간조아라님 또한 BJ라는 직업이 있어 패스.
결과적으로 프로를 하겠다 확언한 사람은 씨지맥뿐이었지만 전부 프로팀에서 눈독을 들였던 건 사실이다.
그 정도로 우리 <딸기맛 치킨>은 LCL에서 대활약한 팀이었으니까.
아깝게 졌다고는 해도 LCL에서 쌓아왔던 인기와 활약이 어디 가진 않았다.
물론.
<딸기맛 치킨>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나 또한 꿈에 그리던 프로제의를 받았다.
연습생이 아닌 확실한 프로입단 제안.
그것도 어중간한 팀이 아니다.
그 유명한.
아니, 가감없이 현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CLC…. 좋은 팀이지.'
평소의 나였다면 웬 떡이냐 싶어 덥석 물었을 거다.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의 문제가 앞선다.
이상하게도 지금은 아무리 맛있는 떡이 눈 앞에 있어도 건들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내 입맛이, 혀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미각이 춤추지 않는다.
나는 놀랍게도 일주일이나 식음을 전폐.
꺼억!
할 턱이 있나.
입맛 없을 수록 더 맛있는 음식 먹어야지.
방금도 키보드 두들기면서 닭 한 마리 뚝딱 했다.
내가 요 일주일간 먹은 음식들.
탕수육, 치킨, 보쌈, 곱창, 막창.
물론이거니와 중국집에 가서 코스요리도 먹어보고, 그 유명한 참치도!
참치살로 만든 회랑 초밥이라니.
평소에는 꿈도 꾸지 못할 고급음식들도 마음껏 즐겼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해 피같은 돈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간 쌓아 놓은 돈이 있기도 하지만.
준우승 상금 또한 만만찮게 많아서 팀원 다섯이 5등분을 했음에도 반천만원이었다.
고작 생선살 한 점에 5천원이라고 생각하니, 참치회를 씹으면서도 살이 떨렸지만 괜찮았다.
꽁돈으로 사먹는다는 기분으로 와구와구 먹었으니까.
'정확히는 6등분이지.'
우리팀원들 하나하나가 착하긴 착하다.
사실 흐난님은 상금을 받는 걸 한사코 거절했다.
겨우 결승전에만 참가한 셈인데다 대회울렁증때문에 폐만 끼쳤다면서.
하지만 팀원들의 성화.
리뮤와 나누는 것으로 본래 받아 받아야 할 상금의 반 정도는 받으시기로 했다.
때문에 남은 300만원.
리뮤에게 줘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 리뮤가 행방불명 상태니.
'내가 다 써먹어야지!'
하는 기분으로 음식값에 쓰고 있다.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할 발상.
리뮤와 내가 악연이라긴 해도 절친.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되는 이유가 있다.
그래, 이건 복수니까.
리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알고 있다.
'어째서 그래야만 했을까.'
지난 일주일간 마음대로 먹고 마음대로 쉬면서 몸은 평안했지만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몸이 편하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잡생각들이 다 떠올랐다.
특히나 신경쓰였던 게 리뮤와 예은.
잊고 있었다.
그리고 잇지 않으려 했지만.
'리뮤…. 아니지, 예은인가.'
바빴던 나머지, 차마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런 건 다 변명이다.
회귀하고 처음.
사랑이라고 여겼던 있던 감정을 소중하게 간직하려 했었을 뿐이다.
어쩌면 콩깍지가 씌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상황은 그렇다 쳐도.
조깅길에서 언제나 보이던 그녀가 유독 바빠진 이유.
그 싸가지 없는 년이 나에게 연거푸 미안하다 사과를 한 이유.
마지막으로 갑작스레 사라진 이유까지.
조금만 연관해서 생각해본다면 떠올릴 수 있었던 사실이다.
눈 가리고 아웅.
그것도 제 눈을 제가 가렸다.
'열받는 것 같기도 하고.'
하도 마음 속이 공허하고 텅 비어서 내가 내 감정을 직관적으로 해석하기가 힘들지만.
이성적으로 따져 보자면 지금 나는 화가 나있는 상태다.
물론.
그녀도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타인의 강요.
휩쓸려 버린 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그 사정을 신경써줄 이유가 없다는 거다.
어찌 됐건 난 피해자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정을 이해해줄 이유가 없다.
그동안 내가 너무 착했을 뿐이다.
꾸욱.
방바닥에 들어누워 오른 손을 올려 쥐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사람 한 명, 겨우 살까 싶은 부엌 딸린 단칸방이다.
습기찬 나머지 군데 군데 시꺼먼 곰팡이까지 낀 볼품없는 방.
이 단칸방에서 나는 4개월을 살았다.
회귀를 한 후부터 지금까지.
원래 나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곧장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없다.
"떠나자."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마음먹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
좁은 단칸방의 벽에 부딪혀 내 목소리가 한 번 더 울리자, 그제서야 다짐할 수 있었다.
이곳을 떠나자.
아니, 한국을 떠나자.
어디로 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미국.'
명실상부 현재 로드 오브 로드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팀.
CLC의 프로입단 제안을 받아들이자.
하지만CLC 소속이 될 뿐이다.
팀에 섞여들 생각은 없다.
'오직, 나만이.'
지난 결승전에서.
나는 정글러의 플레이가 아쉬운 나머지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안이했다.
뭉쳐서 얻을 수 있는 강함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고독해야만 헤쳐나가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실력으로 나 홀로 우직하게 빛나는 별이 되자.
시리우스(Sirius).
다른 별들이 별자리를 만들어 조화의 아름다움을 뽐낼 때.
압도적인 발광(發光), 그 하나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유일무이한 일성.
혼자임에도 가장 주목받는다.
나의 이상.
목표로 해야 할 위치다.
허항된 꿈이 아니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나라면 가능하다.
공허했던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마음 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후회와 분노 그리고 원망, 끓어올라 원동력이 된다.
지금의 나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한 순간에 되는 것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갈고 닦아 한 자루의 칼을 벼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칼을 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껏 해온 노력?
아니다.
지난 4개월간 노력해서 달렸다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사실.
진실로 말하자면 필사적이었던 기억은 한 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하는 일마다 잘 됐다.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저 막연하게.
미래의 실력과 정보들을 알고 있으니 잘 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껏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냈을 뿐이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음에도.
현실에 안주했다.
탈피해야 한다.
벗어나야 한다.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대다.'
그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다시 한 번 재출발한다.
한국보다 드넓은 세계.
명실상부 시즌2, 세계 최고의 실력자들이 자웅을 가리고 있는 북미리그.
지금의 내가 안이했던 마음과 실력을 갈고 닦아,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 자루의 칼이 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좋은 결전지가 없다.
CLC에서 온 입단 제의.
고민하고 고민했다.
지금껏 한 번도 한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한국에서도 잘 할 수 있는데 괜히 발을 넓히는 게 아닐까.
아니다.
지금까지 나에게는 독함이 없었다.
독해야 한다.
가장 확실하게 나 자신을 망치질할 수 있는 곳이 북미리그라면 망설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재패한다.
'오직 나만이 이룰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시즌3, 시즌4에 이르게 되면 한국이 로드 오브 로드에서 득세하게 된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최고가 된다면 세계 최고의 자리가 될 것이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주하고 있었다.
어리석다.
안이하기 짝이 없다.
시대가 나에게 떠먹여줄 거라 기대하며 하염없이 받아먹을 생각만 하다니.
그런 우둔하기 짝이 없는 마인드로는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하게 될 뿐이다.
움직여야 한다.
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다.
새로운 선택지를.
그 누구도 뛰어들지 못했던 전장에 우뚝 설 각오.
두 말할 필요없이 되어 있다.
톡, 톡.
누르는 것은 스마트폰의 화면.
전화를 거는 상대는 CLC.
일주일간 심사숙고하며 내린 결정의 화답을.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CLC에 속해주기로 마음지었다.
============================ 작품 후기 ============================
1부 후기
다소 급전개가 된 건 아닐지, 내심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화의 내용을 통해서 결승전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 지는 독자님들도 예상을 하셨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자질구레 주인공이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깔끔하게 넘겼습니다.
이번 화를 끝으로 1부가 종결됩니다.
그리고 바로 지체없이 2부가 진행됩니다.
1부, 2부는 시간상으로 별로 차이나지 않습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무대겠지요.
무대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확연히 바뀝니다.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는 2부 1화, 다음 화에서 대략적으로 짚고 넘어 갑니다.
여기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1부에서 너무 주인공이 꿀챔만 하는 게 아니냐.
이것은 사실 의도한 부분이에요.
만에 하나 제가 회귀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렇게 좋게만 흘러갈 거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에게도 반영이 된 사실이고 주인공은 2부에서 변해나갈 예정입니다.
1부 재밌게 즐겨주신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2부에서는 더욱 더 재밌는 작품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나 암걸렸던 부분이 많이 줄어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