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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진출, 신고식 %3C2부 시작%3E
'그랜드 마스터라…. 확실히 어려운 목표는 맞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에게 올라와봐라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던 핫숏디디.
그럴 만도 하다.
현재 시즌2에서는 북미의 수준이 압도적이니까.
물론 차후 시즌3부터는 비슷해지고.
시즌4에 들어서부터는 오히려 한국이 북미를 압도하게 되지만, 현재 시즌2 기준으로는 북미서버가 명실상부 세계 제일이다.
로드 오브 로드 전세계 서버의 실력적인 순위를 따지자면.
북미> 유럽> 대만> 한국> 중국 정도일까.
현재의 한국 서버 마스터가 북미서버에 가면 안타깝게도 다이아 티어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핫숏은 내가 무사히 적응할 수 있게 팀원을 붙여준다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나중에 따로 상혁씨를 통해 전해 들은 핫숏의 예상시간.
내가 그랜드마스터를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두 달로 잡았다.
그것도 내 실력을 감안했을 때의 기준이다.
'뭐, 확실히 불편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하지.'
굳이 실력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언어 또한 문제다.
결정적으로 메타가 많이 다를 테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게 핫샷의 구체적인 생각.
합당한 근거가 있는 추론이다.
만약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
물론 그 케이스가 나에게 맞아 떨어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나는 솔로랭크에 들어가기 앞서 밑준비부터 착실히 끝내기로 했다.
새로운 아이디.
Unknown Error로 게임을 돌리기 전에 슈퍼계정의 우월함을 맛보면서 챔프와 룬등을 구입한다.
'캬아! 포인트보소.'
무한.
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만한 액수의 캐시는 다 쓰기도 힘들다.
캐시뿐만 아니라 로드 오브 로드 포인트(Load of lord Point).
LP 또한 언제 다 쓸까 싶을 정도로 자릿수를 세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캐시는 자신이 플레이하는 챔피언의 외관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스킨을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고.
LP는 룬을 사는데 소비된다.
룬이 많으면 가용할 수 있는 챔피언의 수도, 그 챔프로 할 수 있는 초반 전략 또한 확연히 달라지기에 중요하다.
고작 룬페이지 2개.
AD, AP 공용룬만으로도 잘 헤쳐나가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그들과 난 엄연히 다르다.
챔프폭이 유별나게 많은 나에게 있어, 이 룬이란 것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나는 모든 챔피언을 수준급으로 다루는 올마스터.
챔피언이 넓을수록 실력은 배가 되니까.
그렇기에 슈퍼계정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슈퍼계정을 받으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지.
사실 슈퍼계정에 대해서 아무리 입이 닳도록 말해도 입감하기가 힘들다.
그냥 캐시와 LP 엄청나게 많을 뿐 아닌가.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자면.
'구매. 구매. 구매. 구매. 싹쓸이 구매!'
초월급 스킨부터 일반스킨까지 한 마디로 싹쓸이!
눈치볼 것 따위 없이 모조리 구입해버린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니까!
스킨 하나에 만원단위인지라, 아무리 예뻐도 구입하기가 망설여졌던 아기자기한 스킨들.
그냥 다다다다 구입해도 캐시가 바닥날 일이 없으니 손속에 망설임이 없다.
내 캐시 무한!
스킨 상점에 있던 스킨들을 동이 날 때까지 마우스를 연타했다.
하지만 아직 하나 더.
룬 또한 구입해야 한다.
'돈이 많으니, 쓰기도 힘드네.'
사치스런 고민!
으로 들리겠지만 진짜로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다.
모조리 구매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날 정도.
결국 현실과 타협해 당장 필요한 룬만 구입한 나는 챔피언 상점을 쭉 둘러봤다.
물론 챔피언들은 스킨을 사기 전에 다 구입해놨지만 이렇게 상점을 쭈욱 둘러보다 보면, 뭐 하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꺼내볼만한 챔프가 너무 많네.'
물론 한동안 미드는 질색이다.
LCL 진행동안 팀에서 맡게 된 미드라이너의 역할때문에 한달간 미드만 파다 보니 물려버렸다.
챔프폭이 넓은 내 장점을 살려 색다른 챔피언들도 해보고 싶고.
차후 패치가 되어 쓸 수 없게 되는 챔피언들도 이 기회에 모두 사용해보고 싶다.
그 중에서 느낌이 좋은 것들은 따로 간추려 대회무대에서 쓸 필살픽으로 엄선해두는 것은 당연한 맥락이고.
'그래도 첫 번째로 꺼낼 챔프는 정해져 있지만.'
아니, 한동안은 이것만 쓰고 싶을 정도다.
북미에 간 한국인이 롤을 하면 당연히 이 챔프를 상용하는 게 순리아니겠는가.
이보다 적절한 챔프를 찾기도 힘들다.
세코.
육식정글러 중에서도 호불호가 심각히 갈린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정도가 아니다.
그야말로 하이퍼리스크 하이퍼리턴.
유통기한 있기로 리심보다도 더하다.
하지만 한 번 흥하게 되면.
'멈출 방도가 없단 말이지.'
Korea Secret Weapon.
차후 한국의 비밀병기라 불리게 되는 세코.
북미 솔로랭크를 정복하기 위한 첫 카드로 이보다 안성맞춤인 챔피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
.
.
* * *
─Welcome to Summoner's field.
'영어로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
한국어로 수천 번은 들어봤을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똑같은 말임에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영어 몇 마디 불렀을 뿐인데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내가 있는 곳은 외국이 맞는 데다 외국인들과 플레이하고 있긴 하지만.
-SHEKO, NO LEASH?
아무리 영어라도!
로드 오브 로드에서 통용되는 대략적인 단어정도야 알고 있다.
나도 롤을 하루 이틀한 게 아니니 그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다.
-YES, SIR!
-WHAT?
후후, 호쾌하게 대답해준다.
더욱이 내가 라이너의 리시를 받지 않는 이유.
바로 세코라는 챔프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다.
까꿍!
정글몹이 젠되자마자 잠자고 있던 수많은 박스들이 일제히 깨어나 공격한다.
세코의 W스킬 속임수 박스.
티몽의 지뢰와 비슷한 설치류 스킬로, 땅에 깔아 놓으면 근처에 적을 발견해 자동으로 공격한다.
여러가지 까다로운 점이 많아 실전에서는 사용법이 제한되지만, 정글링을 할 때는 가히 사기적인 위엄을 보여준다.
이렇게 정글몹이 젠되기 전에 박스를 겹쳐서 깔아 놓으면 정글러의 필수 스펠 단타를 쓸 필요도 없다.
순식간에 아이스크림마냥 샤르르르 녹아나는 레드 도마뱀.
사실 세코가 정글링을 시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조금 응용하자면.
일반적인 정글러들처럼 아군에게 리시를 받고, 박스로는 다른 정글몹은 순식간에 잡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역버프를 택했다.
배치게임의 첫 판, 점수대는 낮디 낮은 실버이기에.
여기서 유달리 잘 통하는 전략도 있는 법이다.
물론 슈퍼계정은 바로 천상계부터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부러 낮은 난이도를 택해, 일반 계정과 비슷하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기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
북미랭크의 분위기에 서서히 적응하기 위해서.
결정적으로 내가 프로게이머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슈퍼계정은 다 좋은데 티가 난다는 게 문제다.
배치를 보면 결과가 안 좋아도 무조건 플레티넘 1티어에 배속받는다.
게임을 몇 판 하지도 않았는데 다이아 티어에 도달해버리니.
프로의 부캐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일부러 낮은 티어대부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차피 나에겐 북미의 메타와 채팅방식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천천히 생태계도 파괴하면서 재미나게 올라간다.
'슬슬 올 타이밍이 됐는데.'
내가 있는 곳은 상대의 블루지역.
곧 멋잇감이 도착하게 된다.
도착한 먹잇감은 당연하게도 블루를 탐내겠지.
타악! 타악!
탈리반 3세의 시원스런 창질 소리.
블루 골렘을 상대로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광경을 지근 거리에 몰래 심은 박스의 시야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덮칠 시기를 기다리며.
육식동물이 사냥감을 노리는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사냥감이 자신의 먹이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다.
쿠웅!
은신으로 다가가 단타.
블루를 뺏음과 동시에 탈리반의 뒷통수를 가격한다.
세코의 패시브 통수치기.
상대 챔피언의 뒷통수를 때리면 20%의 추가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성장하지 못한 세코는 결코 강력하다고 볼 수 없다.
난데없이 나타난 내 세코에 깜짝 놀란 탈리반 3세였지만, 자신의 체력상태를 확인하고 침착하게 깃창을 사용해 도망갔다.
그런데 그 위치가 조금.
안타깝게도 내가 속임수 박스를 깔아둔 장소다.
까꿍!
속임수 상자에서 삐에로가 튀어나오며 상대를 놀래킨다.
0.5초간의 공포!
그리고 놀래킨 상대에게 무시 못할 데미지를 준다.
당황한 탈리반과의 거리를 천천히 조여오는 사신(死神).
내 세코가 탈리반 3세의 목줄을 노린다.
탈리반 3세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점멸을 사용하지만.
까꿍!
당황한 상대가 도주하는 경로는 뻔하다.
자신의 포탑 방향으로.
철저하게 예측해 깔아둔 두 개의 박스가 탈리반을 붙잡아 놓는 사이에 다가가서 툭.
한 번 더 뒷통수를 가격하자 탈리반 3세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다.
-First Blood!
You have slain an enemy.
영어로 들려오는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다는 음성.
조금은 각별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탈리반을 잡으면 정확히 3레벨.'
블루를 강탈하고 탈리반을 죽이자 계산했던 대로 3레벨에 도달한다.
3레벨의 세코.
이제부터는 무한 갱킹의 시간이다.
그 첫 갱은 가장 가까운 탑.
퍼억!
Q스킬, 은신이동으로 접근해 강렬한 한 방!
북미서버라 할 지라도 심해는 비슷하다.
갱킹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
신이 나서 아군 네네톤에게 독침을 쏘고 있던 티몽의 뒷통수를 후려친다.
나를 보자마자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려 해도 헛수고.
치지직!
은신이동이 있는 덕에 점멸 대신 발화를 드는 게 가능한 세코.
발화와 동시에 날아간 독단검이 티몽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낸다.
-FUCKKKKKKKK!
시작되는 정글차이.
갱킹을 당해 점멸까지 쓰고 죽은 티몽이 채팅으로 불만을 세차게 토로한다.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된다.
뻔할 뻔자니까.
어느 나라에 가도 사람사는 곳은 마찬가지다.
특히나 로드 오브 로드의 탑솔러들.
탑신병은 만국공통이다.
정글차이를 애타게 부르짖겠지만 고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티몽은 찢어야 제맛이지!'
속칭 티확찢!
티몽은 그 자체만으로 갱킹을 부르는 챔피언이다.
웃는 얼굴에 침뱉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적어도 그 말은 티몽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티몽만큼 얄미운 챔피언이 없으니까!
꼴도 보기 싫은 아군 티몽.
항상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항상한심에게 된통 당했던 트롤의 추억들.
이미 한국에서 솔랭을 돌릴 때 제대로 복수해주긴 했지만, 나에게 있어 티확찢은 이미 버릇이 됐다.
'열 번. 딱 그 정도만 괴롭혀주지.'
이제 겨우 한 번이다.
게임시간 5분이 안되어 2킬을 먹은 내 세코.
한국의 비밀병기가 보여주는 지옥의 향연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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