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22화 (12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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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고사

'우리 잘난 정글러님은 뭐하고 계시려나!'

내가 혼자서 고군분투해 더블킬을 낸 동안 역갱을 안 오신 대역죄인 정글러!

아니, 이런 건 흔한 탑신병자의 논리인데 나도 모르게 물들어버렸다.

탑라인을 하다 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걸리게 되는 정신병.

탑신병의 전염성은 과연 어마어마하다.

고작 첫 판만에 걸리고 말다니..!

'결코 본성이 아니지, 크흠!'

인성 드러나는 부분같기도 하지만 괘씸한 건 사실이다.

역갱은 봐주지도 않으신 데다가.

결정적으로 픽창에서 정글 OR AFK를 선언한 게 그 이유.

입을 놀리신 만큼 잘 해주나 싶었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다.

'입 터는 녀석치고 잘하는 놈이 없어.'

아군 정글러는 0킬 0데스 0어시의 티바나.

고를 때부터 알아봤지만 전형적인 RPG 정글충이다.

그러면 최소한 그 RPG라도 잘해야 하는데.

적 정글보다 레벨이 높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 리심과 CS도 비슷하다.

'적 리심이 갱킹 다닐 때 어디서 뭘 하셨길래.'

투덜투덜.

마음같아서는 확!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버리고 싶지만.

'배치 마지막 판이라 참아준다!'

어쩔 수 없다.

배치는 빡겜을 해야 한다.

매판 오르는 mmr의 수치가 배치고사가 끝난 후 하고는 차원이 다르니까.

배치에서 한판 지게 되면 3연승 이상으로 보충해야 할 수도 있다.

깔끔하게 10승 0패, 하고 싶기도 하고.

'이제 쓸어 담을 시간이군, 크큭.'

초반부터 3킬을 먹고 진행하는 라인전.

Ap세코만큼 아이템이 잘 나왔을 때 즐거운 챔피언이 없다.

아직은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밖에 없지만 한 번만 더 킬을 따면 코어템을 뽑을 수 있다.

바로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흥하지 않은 상태라면 마나회복템 위주로 구입해 천천히 라인전을 진행하나는 AP세코지만.

이 정도로 킬을 먹을 먹으면 눈에 뵈는 게 없다.

슈루룩!

날라가는 독단검.

칼빵 한 대에 다리웁트의 체력바가 뚝 떨어져 나간다.

어찌어찌 포탑을 끼고 CS를 받아 먹고는 있지만 그 자체로도 고통의 연속이다.

라인전 강하기로 소문난 다리웁트라도 킬과 레벨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장사가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멀리서 날리는 견제엔 속수무책인 뚜벅이 챔프.

라인전의 고통을 덜어줄 사람은 오직 정글러 뿐인데, 잘못 왔다간 또 갱승이 난다.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 맞다.

내 칼빵에 뭉텅뭉텅 깎여나가는 다리웁트의 체력.

밀려오는 빅웨이브의 경험치라도 받아 먹으려고 포탑 옆에서 어슬렁어슬렁 간을 보고 있지만, 내 딜계산은 정확하다.

치지직!

은신이동으로 다가가 독단검과 발화.

5초에 걸쳐 상대체력을 깎아내는 발화의 5틱이 터지며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님이 미쳐서 날뛰고 있습니다!

다리웁트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노릇!

당장 빅웨이브의 경험치를 못 먹으면 서포터보다 레벨이 낮아질 지경이기에.

먹다가 죽을 걸 알아도 좌불안석, 포탑 근처에서 어물쩡거리다 생을 마감하는 수밖에 없다.

슬슬 탈주하지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

멘탈을 부여잡고 게임을 진행하는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해 줄만 하다.

4번째 킬을 먹고 상점으로 귀환하자 죽음의 불타는 손길을 뽑을 골드가 딱 나온다.

이 아이템을 첫 번째로 뽑는 이유는 라인전 때문이 아니다.

바로 로밍.

다리웁트를 계속해서 괴롭힌다고 게임을 이기는 게 아니니까.

죽불손이 나온 AP세코의 로밍은 기가 막히다.

슈루룩!

첫 번째로 로밍을 택한 라인은 미드.

정글세코처럼 다가갈 필요도 없다.

그저 멀리서 던지기만 하면 된다.

타겟팅으로 날아가는 독단검과 죽불손의 액티브.

죽음의 불타는 손길은 최대 체력15%에 해당하는 마법데미지에 더해 4초간 가하는 마법피해량을 20%증가시켜 준다.

적미드라이너 코리아나의 체력이 절반 가까이 훌쩍 까인다.

당연히 원샷 원킬은 기대도 안한다.

아직 아이템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지금, 체력이 가득 찬 상대를 암살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촤라락!

라인전이 유난히 약한 탤런.

코리아나에게 미친 듯이 고통을 받던 아군 미드 탤런이 막타를 치기 위해 궁극기까지 쓰며 허겁지겁 달려든다.

로드오브로드 최고의 CC기 딸피!

안 좋은 결과가 낳는 경우가 많다지만 이 경우엔 강제 갱호응을 유발시킨다.

먹기 좋게 차려진 식사에 한 숟갈 올리기만 하면 되는 노릇.

콰직!

목베기와 함께 시원하게 들어가는 탤런의 풀콤보.

어찌나 라인전의 원한이 깊었는지 발화까지 사용한다.

죽일 딜이 차고 넘치는 데도.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성공적인 로밍.

발화는 조금 오바이긴 했어도 제법 훌륭한 갱호응이었다.

이렇게 탤런이 한 번 킬을 먹기 시작하면 라인전이 확 풀린다.

결과가 좋긴 했어도 로밍에는 으레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내가 로밍을 간 동안 라인에 복귀한 다리웁트가 라인을 쭉쭉 민다.

그리고 탑 라인의 미니언들은 포탑에 먹혀 사라질 운명.

그럴까봐 미리 깔아두었다.

'AP세코는 이게 좋지.'

티몽의 지뢰와 비슷한 설치형 스킬 속임수 박스.

지속시간을 짧다지만 이렇게 잠깐 로밍을 가는 동안은 충분하다.

타워 옆에 깔아 두면 기특하게도 대신 미니언을 먹어준다.

라인에 돌아오자마자 탑을 다시 접근 불가의 지뢰지대로 설정한다.

수많은 속임수 박스들.

이미 한 번 당했던 리심은 갱킹을 올 엄두도 못 낸다.

'게임은 무난하고.'

탑은 완전히 터진 데다 미드도 풀어놨다.

이제 남은 건 봇라인 정도일까.

봇을 푸는 건 여반장이다.

다리웁트와 달리 난 텔레포트를 들었으니까.

차후 탑라이너의 필수 스펠이 돼버리는 텔레포트.

솔랭에서야 사실 뭘 들어도 잘 사용하기만 하면 무방하다지만, 확실한 건 텔을 들면 봇라인에 영향을 주기 좋다.

특히나 봇에서 싸움이 날 때.

'리심이 갱 갈 곳은 봇밖에 없지.'

탑은 올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고, 적 미드라이너 코리아나는 갱호응이 그다지 좋은 챔피언이 아니다.

소거법으로 리심이 나타날 곳은 오직 봇라인 뿐.

나는 텔을 탈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리심이 나타나면 즉시.

이~쿠우!

역시나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삼거리를 지나 뒤로 뺑 돌아 온 리심.

회심의 갱킹이였는지, 점멸까지 아낌없이 사용해 아군 원딜러를 걷어찼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군 정글러가 역갱을 쳐주면 이보다도 좋은 일이 없는데.

안타깝게도 그 아군 정글러 나으리께선 RPG를 하느냐 여념이 없으시다.

파아앙!

날려진 아군 원딜러를 적 서포터 풀리츠크랭크가 띄우고 땅기고 궁극기를 펑 터트리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반항도 못하고 녹아났다.

이쿠, 이쿠!

레드가 묻어있는 평타를 때리며 아군 서포터까지 노리는 리심.

여기서 한 번 상대가 풀리면 게임이 길어질 수 있다.

봇라인의 부쉬에 깔린 와드에 텔레포트.

위치는 조금 아쉽지만 노림수를 사용하기엔 충분하다.

슈우우웅!

물론.

부쉬에 탄다고 해도 적팀이 텔레포트를 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측된 위험이라면 준비를 못하는 게 바보.

적 원딜러 이즈레알이 정조준 사격을 날려온다.

과감히 앞비전까지 사용해 모든 딜을 쏟아붓는다.

내 세코가 어지간히 잘 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맞기 전에 먼저 녹여버리겠다는 강렬한 의지.

선수필승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거 분신이다.

퍼엉!

─적을 처치했습니다!

분신이 터지며 1.0 AP 계수의 막대한 데미지를 선사한다.

한 방에 골로 가버리는 이즈레알.

이즈레알[전체]─WHAT THE FUCKKKKKKKKKK!!

텔레포트르 도착하자마자 집중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상식아니겠는가.

내 본체는 은신으로 숨은 지 오래다.

아군 서포터를 괴롭히고 있는 리심을 노리기 위해서.

슈루룩!

리심의 뒷통수에 박히는 독단검과 죽불손.

패시브에 의한 20%의 추가데미지는 서비스다.

─더블킬!

전장의 화신!

공격스킬이 다소 부족한 AP세코지만 이렇게 적절히 활용해주면 의외의 킬을 만들 수 있다.

마나 실드가 있는 풀리츠크랭커는 서포터치고 너무 단단해 놔주긴 했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히.

'완전히 터졌지.'

집으로 귀환하니 겁나 쓸데없는 지팡이를 포함한 라둔의 죽음투구 하위템이 갖춰진다.

주문력이 벌써 300에 육박.

AP세코가 한타에서 다소 아쉬운 면이 있는 챔프지만, 이렇게 잘 커버리면 원샷원킬이 가능하다.

지나가다 툭 치면 킬이 만들어진다.

어이없는 사건사고들을 소개해주는 TV프로그램, 위험탈출 넘버투에 나오는 사례들.

이 소환자의 전장에서 그대로 펼쳐질 예정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적팀에겐 승산이 없다.

다리웁트는 탑에서 뚜벅뚜벅 CS만 섭취하고 있고 그나마 안 죽어주는 게 다행일 정도.

내 세코는 미드와 봇, 심지어 정글까지 구석구석 안 다니는 곳이 없으니 사이즈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한타는 하고 서렌을 쳐야겠다는 생각에 용앞에 모인 적팀원들.

사건사고를 재현하기 이만큼 좋은 곳이 없다.

슈루룩!

은신이동으로 가볍게 다가가 독단검과 죽불손이 세트로 틀어박힌다.

깔끔하게 점화까지걸자 풀피 이즈레알이 무려 한 방.

─적을 처치했습니다!

원딜러 이즈레알 숨쉬다가 사망!

단 한 대의 포킹도 맞지 않은 풀피 이즈레알이 어이없게 죽어버린다.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한타.

내가 한 건 하자마자 몸사리던 팀원들이 불이나게 달려들었다.

킬을 먹기 위해서!

그나마 적팀에서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원딜러가 죽고 시작한 한타는 당연 답이 없다.

푸욱!

한타에서 AP세코가 하는 플레이는 간단명료.

은신으로 몰래 다가가 딸피인 적에게 칼빵을 한 대 툭!

─더블킬!

전설의 출현!

도망가도 헛수고다.

이래 봬도 세코라는 챔프는 본 직업이 정글러다.

추격전에서는 파사딘 만큼은 아니여도 수세에 몰린 적을 놓치는 일이 없다.

─적팀이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하였습니다!

이것은 예상 못했다.

로드 오브 로드 최대의 회피 수단.

서렌과 함께 게임이 마무리된다.

'반대는 이즈레알이려나.'

원딜로서 한타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게임이 끝나면 분하기 짝이 없는 일.

이해는 하지만 길게 가봤자 고통의 연속이다.

이쯤에서 서렌을 누르는 게 현명하다.

소환자님은 골드 3티어로 승급하셨습니다!

대전기록창으로 나가자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딱 골드티어의 중간에 배속받았다.

골드 1티어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아무래도 큐가 그렇게 높게 잡히지 않았던 모양.

그래도 배치 10연승.

깔끔하게 성공했으니 여한은 없다.

'다음 게임부터는 슬슬.'

배치는 빡겜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배치가 끝나고서 까지 진지를 먹을 이유는 없다.

간만의 즐겜 타이밍이 돌아왔다.

============================ 작품 후기 ============================

추천 부탁드립니다!

조회수에 비해 추천이 적어서 슬퍼요ㅠㅠ

부족한 작가 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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