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24화 (124/803)

124====================

배치고사

120화 작가 후기에 썼던 내용이지만 확인하지 못하신 독자님들이 계셔서 머릿말 형식으로 기재합니다.

121화 부터는 일부 채팅을 제외하곤 한국어로 대체하려 합니다.

영어 채팅의 약어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잘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일부 독자님들께서는 헷갈리실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내린 판단입니다.

조금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려요.

────────────────

얼마나 골아 떨어졌을까.

중간중간 깼었던 기억도 분명히 있는데.

딱히 피곤이 쌓였던 게 아님에도 장장.

'15시간을 넘게 잤잖아?'

어찌나 오래 잤는지 깜짝 놀라서 눈이 떠질 정도.

비행기에서 푹 잤으니 피로가 쌓여있던 것도 아니고.

잠자리가 불편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게 호텔이니까.

몸을 빨아들이는 듯한 호텔 침대의 푹신한 시트는 내 싸구려 단칸방의 침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다.

'잠자리가 달라져서 그러려나'

이국의 공기.

낯 선 이국에서 잠을 청하려니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중간중간 잠에서 깨서 몸을 뒤척였던 기억도 얼핏 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는 건 육체적으로 피곤했단 거겠지.

'지금시간이…. 5시네.'

새벽 5시다.

조금 이르긴 해도 한 밤 중에 깬 것보단 날지도 모르겠다.

많이 자긴 했지만 이 정도면 잠에서 일찍 깼다고 셈쳐도 되는 노릇이니까.

찌푸둥한 몸.

일어나서 방에 불을 키고, 기지개 휙휙 팔을 돌려봐도 무엇 하나 잡히는 게 없다.

단칸방에 비해, 아니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직한 공간.

미국인들의 큰 키를 기준으로 건물을 지어서 그런지 천장 또한 높다.

손을 쭉 뻗은 채 점프를 해도 닿지 않을 정도로.

기지개 겸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완료하니 출출하게 느껴지는 배.

혹시 먹을 거 어디없나, 알면서도 냉장고 문을 확짝 열어본다.

'편의점을 가기엔.'

아침 식사는 7시부터 서비스된다고 기억에 남아있다.

샐러드바도 지금 이 시간대엔 안 할 테고.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바깥은 나가기가 무섭다.

'치안 면에선 헬조선이 아니란 말이야.'

우리나라가 딴 건 몰라도 치안 하나는 좋다.

얼핏 듣기로 미국은 밤에 나가면 절대 안된다고 들었다.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호텔 근처는 도심지인지라,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한인타운에 걸쳐 있어 치안이 괜찮지만 근처의 다운타운은 심심찮게 총소리가 울린다고 한다.

밤 중에 잘못 걸어 다니다간 총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동네.

토종 한국인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안가는 이야기지만.

'그러고 보면 친구가 비슷한 소리를 했었나.'

학창 시절에 자기가 미국에서 살았다고 했던 친구.

로스앤젤레스는 아니고 미시건 지역이었나.

지나가다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돈있냐고 물어 볼 때 일본인 행세하면 괜찮다고 하던데.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본어는 야메떼 쿠다사이밖에 없지….'

그냥 조용히 방에 짱박혀서 컴퓨터나 두들기고 있자.

그리고 조식 시간이 되면 식당가서 밥이나 먹자.

그렇게 마음 먹고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따라랑~♪

순식간에 부팅되는 컴퓨터.

CLC 선수들은 이토록 좋은 컴퓨터로 롤만 하는 걸까.

이런 컴퓨터로 야구 동영상을 본다면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듯 실감이 제대로 나겠지.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르게 로딩이 완료되는 컴퓨터를 보니 별 생각이 다 난다.

나는 로드 오브 로드 클라이언트를 클릭함과 동시에 하나 더 인터넷 사이트를 켰다.

'나에 대해서 뭐라 올라와 있으려나.'

내 파프리카 개인방송국에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휴식 시간을 갖겠다고,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공지사항을 올렸다.

그 조금 오래가 2년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리고 당장 지금만 해도 2주 가까이 훌쩍 지났다.

혹시 나에 대해 무어라 언급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지,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

'역시 이 분은 글을 올리셨네.'

내 올마스터충의 제 1피해자!

미드 애씨, 개서스, 랄라등을 흉내내는 아군 충들때문에 연이어 꽁패를 하신 잉벤 유저분.

어찌나 당하셨는지 잉벤 닉네임을 [올마스터개객기]로 바꾸셨다.

혹시나 했는데 또 그 분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번엔 미드 노텀충에 또 당했다고 투덜투덜.

주작이 살짝 의심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주작이라도 노력이 가상하다.

매경기 끝나자마자 계속해서 꾸준글을 올리셨으니.

이 분은 내가 한국 돌아가면 꼭 신경을 써드려야겠다.

듀오를 해드리든 티어올리는 조언을 해드리든.

그 외에도 제법 나를 찾아주는 목소리가 많다.

날 찾아주는 팬들.

중간중간, 욕설도 석여 있지만 그럴 만도 한 일이다.

나같아도 보고싶던 BJ, 혹은 선수가 하루아침에 보이지 않으면.

그것도 근황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면 참는데 한계가 있을 테니까.

굉장히 고맙지만 동시에 미안한 일이다.

지금 나는 반드시 미국에서 달성해야 하는 대업이 있다.

한동안은 절대 한국에 발을 딛일 일이 없다.

어쭙잖게 내 근황을 알리기 보단 지금의 일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

'CLC에 대해서는 일부러 입을 다물었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무래도 부담감일까.

그리고 불안감.

아무리 큰 포부를 안고 미국 땅을 밟았다고 한들, 사람 일이라는 게 앞 날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쓴다.

나 자신의 유명도를 제외하고 본다고 해도, 한국 선수가 CLC에 스카운 된 것은 대단한 일이니 매스컴 쪽에서 관심이 쏠리지 않을 리가 없다.

이러쿵저러쿵 소문들이 들려온다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성공할 때까지 조용히.

시간이 흘러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늦지 않은 법이다.

결정적으로.

'지나치게 조명받고 있었어.'

대회에서는 한 판 한 판이 급했다.

상대적으로 상대팀에 비해 연습기간이 부족했던 우리팀.

안정적인 승리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여러 챔프를 과하게 사용한 감이 있다.

물론.

내가 새로운 챔프를 사용을 한다고 당장 꿀챔이란 소문이 퍼지는 건 아니다.

일부러 운용법이 힘든 챔프들, 그것도 카운터픽 위주로만 기용했으니 리플레이를 본다고 해도 따라하기가 힘들다.

해이애나처럼 대놓고 사기챔프가 아닌 이상에서야.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시간이 지나면 으레 퍼지기 마련이다.

올마스터가 하는 챔프는 무조건 꿀챔프라고.

어느샌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직접 해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해보기 마련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지금까지의 결과가 좋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으니까.

내 플레이를 보고 분석하는 건 물론이고, 전적과 리플레이 하나하나 캐는 스토커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자신만의 플레이 방식과 독특한 챔프들로 유명세를 탄 선수, 혹은 아마추어 유저들 중 지나친 관심을 받고 폭락한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

같은 전철을 밟을 쏘냐.

내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북미 리그에 도전한 건 이러한 사정도 있다.

'뭐, 현 시대의 LCF 우승이 가장 주된 목표지만.'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파이널, 북미와 유럽이 주인공이 되는 대회.

차후 한국이 로드 오브 로드에서 득세하게 된 이후로 LCF는 그야말로 찬밥신세가 된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무대다.

가장 강한 시기에, 자신만만하게 자신들의 위엄을 뽐내는 상대를 정복한다.

그 누구도 꿈도 꿀 수 없던 위업이다.

그렇게 2시간동안 잉벤과 롤갤를 끄적였다.

여러 사이트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뒤적뒤적 찾아보고.

오늘 사용해봄직한 챔프들도 쭉 정리를 해보니 어느새 7시가 다가왔다.

'슬슬 내려가서 아침을 먹고.'

창 바깥으로 둥근 해가 활짝 떴다.

미국에서 보는 첫 일출이었지만 도심풍경이라는 게 어느 나라나 비슷비슷한 것 같다.

내가 살던 분당도 이 근처 못지 않게 빌딩도 차들도 북적거리는 도시였으니까.

아침먹고 편의점에라도 들려 음식들을 쟁여둬야겠다.

냉장고도 있으니 상할 염려도 없고.

새벽에 출출한 배부여잡고 방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으니 고역이었다.

.

.

.

* * *

딩동!

입출입을 체크하는 벨소리가 울리며 내가 편의점 밖을 나왔다는 사실을 알린다.

내 오른 손에는 한가득, 방에서 까먹을 식량 봉투가 들려있다.

'외국 편의점도 우리나라랑 큰 차이는 없네.'

아침을 먹고 천천히 들린 호텔 근처의 편의점.

생각보다 문화충격은 없었다.

과자의 종류도 은근히 한국에 있던 것들도 많고.

한국에서 혼자 자취했을 때 하도 편의점에 많이 들락거려서 그런지 미국 편의점도 상당히 친숙하다!

심지어 편의점 아저씨 무뚝뚝한 표정으로 물건 건네주는 것까지 판박이다.

덕분에 이러저러 언어적으로 곤란한 일이 없어서 한숨 덜었다.

'도너츠, 도너츠~!'

미국에 오면 꼭 먹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

본고장의 도너츠, 대체 어떤 맛일까.

근처에 돈킨 도너츠는 없어 조금 아쉬웠는데 반갑게도 편의점에서도 무려 도너츠를 판다.

냉장 도너츠가 아니다.

한국에서 보던 도넛 가게처럼 주르륵 진열돼 있었다.

먹고 싶은 종류대로 골라서 담기만 하면 끝.

'어디 보자 맛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참을 수 없다.

종이봉투에 차곡차곡 담겨있는 도너츠를 하나 꺼내서 한 입 베어 문다.

겁나 달다.

한국에서 달기로 소문난 도넛 체인점. 크리스티나 도넛의 설탕 도넛수준일까.

편의점에서 커피도 팔던데.

아메리카노로 한 잔 뽑아갈 걸 그랬다.

자판기 커피 정도가 아닌 음료수잔만한 큰 종이컵.

음료 코너에 커피 기계들이 종류 별로 나열돼 있었다.

혼자 사는 생활에 있어 편의점 이용은 필수.

그 편의점 내부가 대만족이다.

직접 가보니 가깝기도 하고, 길도 금새 외웠다.

'후후, 적응력 하난 바퀴벌레 뺨친단 말이야.'

도너츠를 쩝쩝 거리며 호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니 이 근처 지리도 대강 머릿속에 남는다.

상혁씨에게 안내를 받을 땐 낯선 감이 있었는데.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둘러보니 한국이나 여기나 뭐, 다를 게 없다.

조깅 대신 이 주위를 산보하는 것도 괜찮을 지도.

오른 손에 가득히 일용할 양식을 들고서 나는 다시 강남 호텔의 5층, 내 객실을 향했다.

오늘 하루의 보람찬 일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