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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즐겜
오늘의 첫 게임.
그 스타트는 유쾌하게 끊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챔프는 럼주와 귤을 유독 좋아하는 선장님.
리메이크가 된 이후에 미드탑으로 자주 꼽히게 되는 인기 챔피언이지만, 내가 진짜 좋아했던 건 사실 리메이크 이전이다.
솔직히 리메이크 전에도 챔프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다.
스킬 하나하나는 어쩜 이리 좋은지.
패시브부터 궁극기까지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사기챔프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 다 뭉치고 나니 한 마디로 계륵.
효율 좋아 보이는 스킬들이 서로 자기 목소리만 내지 상호작용을 하나도 안 한다.
어느 하나 빼어난 점이 없는 총체적 난국!
때문에 리메이크 챔피언 대상이 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따름이다.
'약간 덜 떨어진 면이 또 좋았단 말이지.'
로드 오브 로드의 전 챔피언을 한결같이 좋아하는 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애착이 있는 챔피언을 꼽자면 그 중 하나엔 귤선장이 반드시 들어간다.
챔프자체가 너무 유쾌해서 기분 꿀꿀할 때 하면 딱 좋다.
─생선을 준비하라!
캐릭터 이름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듯이, 귤선장은 챔피언 컨셉이 바닷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픽창에서 귤선장을 선택하면 생선을 준비하라는 음성이 나온다.
영어로 들으니 어색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귤선장 특유의 유쾌한 느낌만은 그대로다.
'귤선장을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솔랭에서 장인이랍시고 상성 상관없이 꼴픽박는 장인충들.
솔직히 질색이지만 귤선장의 장인이었던 친구 한 명만은 예외였다.
귤선장을 하는 사람이 거진 없다 보니.
아니, 꿀챔프, 사기챔프 온갖 괴물들이 날뛰는 로드 오브 로드의 전장에서 유일하게 총칼 한 자루씩 들고 뛰어든 일반인같은 챔피언인 귤선장.
챔피언으로서 귤선장의 성능이 워낙 안 좋다 평가되다 보니 본캐에서는 눈치보여서 난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귤선장으로 꿋꿋이 마스터 티어를 찍었던 녀석.
게임실력은 조금 떨어질지라도 챔프에 대한 애착은 존경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도 탑만 하는 게 아니라 자리가 없으면 서폿까지.
무려 귤선장으로!
정말 독특한 친구가 아닐 수 없지만.
리메이크 이전의 귤선장, 그 최고의 장인이었다는 것 하나는 인정하는 바다.
─Welcome to Summoner's field.
아무리 북미유저들이 아군 픽 안가리는 유쾌한 성님들이어도 티몽이나 귤선장에 대한 시선만은 곱지 않다.
확실히 어느 서버에서나 점수가 높아질 수록 게임이 진지해지기 마련.
아군이 좋은 챔프를 해주길 원한다.
그래서 귤선장은 이곳 골드에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극치명타 템트리로!
'사실 귤선장을 제대로 하려면 딜탱가는 게 괜찮지.'
딜템으로는 삼종신기 딱 하나만 올리고.
정령힘의 향상과 방템들을 덕지덕지 올려서 회복 탱커를 하는 게 제격이다.
대신 그렇게 아이템을 올리면 캐리력이 없다.
재미도 조금은 떨어진다.
누가 뭐래도 귤선장 진짜 재미는 치지지직!
스토커의 단검에서 터지는 짜릿한 번개 한 방.
그리고 그 번개가 치명타로 터질지, 총알이 닿을 때까지 조마조마, 두근두근 대는 설레임이 아니겠는가.
─미니언이 출발하였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2렙 우콩은 바론도 무서워 한다고.
바론이 초반에 젠이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2렙 우콩 때문이라고.
그에 준할 정도의 또 다른 전설.
1렙 최강 챔피언을 논할 때 그 누구도 반론이 불가능한 단 한 명.
바로 귤선장이 있다.
1렙 최강의 칭호와 더불어 스킬구조 하나하나가 이렇게나 좋은데.
그 전부가 모이니 잡동사니가 따로 없다.
그게 바로 귤선장이라는 챔피언이다.
미니언을 따라 라인에 도착하니 상대 탑라이너는 말화이트.
모르긴 몰라도 내 귤선장을 보고서 카운터치기 위해 뽑은 후픽일 거다.
말화이트가 방템을 두르기 시작하면 귤선장의 딜은 하나도 안 박히니까.
하지만 그건 아이템이 나왔을 때의 얘기지.
우두두두!
평타와 더불어 딱콩 한 방!
말화이트의 몸통에 틀어박히며 두꺼운 바위갑옷을 무너뜨린다.
귤선장을 할 때 딱콩만 날려서 견제하는 것은 하수.
먼저 평타를 때리고 도망가서 딱콩 한 대를 쏘고 부쉬로 숨는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평타견제를 하면 적 미니언이 나를 때린다.
이는 평타와 비슷한 판정을 가지는 귤선장의 Q스킬, 딱콩과도 마찬가지.
먼저 평타부터 때리고 딱콩 견제를 해야 미니언에도 덜 맞을 뿐더러, 귤선장의 패시브를 2중첩까지 쌓을 수 있다.
레드와 비슷한 효과.
고정데미지가 아닌 마법데미지긴 해도 약간의 슬로우 효과가 쏠쏠하다.
느려진 말화이트는 나를 따라와 반격하는 게 불가능.
그렇게 차근차근 말화이트의 두터운 바위갑옷을 깎아낸다.
1렙 최강 귤선장, 그 딜교환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조금씩 낮아지는 말화이트의 체력.
그러다가 각이 나왔을 때 과감히.
딱콩!
딱콩과 함께 점멸 평타 한 방!
그리고 발화까지 건다.
야금야금 포션을 까먹으며 버티려던 말화이트는 깜짝 놀라 점멸을 사용하지만 헛수고.
이미 귤선장의 패시브가 중첩되어 느려진 적은 도망갈 수 없다.
딱콩!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따라가서 딱 콩 한 방,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것이 알고도 당하는 1렙 귤선장의 솔킬이다.
당하지 않으려면 그냥 멀찍이 도망가 사리는 수밖에.
하지만 이곳을 남자의 전장 탑라인.
더군다나 골드티어의 탑솔러가 등을 보일 리 없다.
그들은 두 말할 것 없이 남자 중의 남자니까.
덕분에 편하게 퍼스트 블러드를 먹었다.
아무리 귤선장이 약하다 약하다 해도, 퍼블을 먹으면 나름 풀리기 마련이다.
CS몇 개 더 챙기고 라인을 쭉 타워까지 민 다음 귀환해서 내가 사는 아이템은.
'역시 귤선장은 돈칼이지!'
흔히 돈칼이라고 축약돼 불리는 욕망의 칼.
여제의 눈물방울과 더불어 로드 오브 로드의 극혐아이템 중 하나다.
특히나 정글러나 서포터입장에서 봤을 때!
고생고생해 원딜러 퍼블 먹여 놨는데 여눈이나 돈칼사오면 당장 현실갱을 가버리고 싶을 정도!
피시방 옆자리에 앉았다면 등짝 스매쉬 확정이다.
이 돈칼은 딜로스 유발 아이템이다.
먼 미래를 보는 대신, 현재를 포기해야 하는.
만약 그 돈으로 롱스워드 2개를 샀으면 공격력이 20이나 오르는데.
당장 지금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돈칼을 산 까닭.
정상적인 경우라면 미친 선택이 맞다.
'귤선장과 돈칼은 빼놓을 수가 없는 사이지!'
특히나 말화이트가 상대로면 절대로다.
말화이트는 귤선장같은 AD챔프를 상대로 효과적인 픽.
패시브에 의한 실드와 높은 방어력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때문에 첫 번째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스토커의 단검.
돈칼은 스토커의 단검을 완성하기 위한 하위 템이다.
딱콩!
다시 라인에 도착한 후엔 말화이트와 딜교환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퍼블을 먹었어도 돈칼을 사면 말짱 헛것.
더군다나 3렙 우콩이 2렙 우콩보다 약한 것처럼, 2렙 귤선장은 1렙 귤선장보다 약하다.
그런데 딜로스 아이템인 돈칼까지 사왔으니 얌전히 파밍만 하는 것이 옳다.
탑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나와 말화이트의 평화협정.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파밍구도가 되면 귤선장이 돈벌기 좋으니까!'
Q스킬, 딱콩으로 미니언을 막타칠 때마다 추가되는 어마어마한 골드!
돈칼의 효과까지 더해지자 돈모으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킬이나 어시가 한탕주의라면, 귤선장의 추가 획득골드는 안정적인 재태크다.
천천히 돈을 모으다 보면 어느샌가 킬을 먹은 만큼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다가 가끔 어시각이 나오면.
크호호호!
탑에서 재태크하는 귤선장은 가끔 보너스도 챙겨오신다.
글로벌 궁극기 엄호 포격.
그것도 즉발로 떨어지는 광역 장판기다.
상당히 넓직한 범위에 포격을 우수수 떨어 뜨려 슬로우와 함께 지속적인 범위피해를 준다.
탑라인에 맺어진 평화협정을 보고 고개를 저리저리 흔들다 봇라인에 갱킹을 간 아군 정글.
더블킬을 따기 직전에 엄호 포격을 떨어뜨린다.
절묘하게 쓰면 슬로우와 약간의 데미지 덕분에 아군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냥 쓰기만 해도 괜찮다.
무조건 어시스턴스를 챙길 수 있으니까!
그러다 간간히 운이 좋으면.
─적을 처치했습니다!
'샷빨 제대로 터지는 구만!'
결국 엄호 포격도 데미지가 있는 스킬이다 보니 간혹 막타를 치는 경우가 생긴다.
한 입만 맛보겠다더니 아이스크림 반절을 확 물어 뜯는 얄미운 친구를 보는 듯한 귤선장!
그래도 아군 이기라고 도움을 준 건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귤선장이 미움받는데는 사실 방금 내가 해버린 한 입 궁극기때문도 분명히 있다.
'킬어시 덕에 벌써부터 돈이 모였네.'
평화협정을 맺고 파밍만을 하고 있던 나와 말화이트.
모였던 돈으로 서로 아이템을 맞추고 라인에 복귀하니 말화이트도 제법 단단해졌다.
녀석도 사슬 갑옷과 어쌔신의 신발이 완성되니 나를 물로 보는 것 같고.
퍼블을 땄을 때처럼 다시 한 번 본 때를 보여줘야겠다.
미안하지만 이제 평화협정은 종결이다.
딱콩!
순수한 물리데미지에 더해 패시브에 의한 약간의 마법피해.
고작 그 정도 데미지 쯤이야 방어아이템이 갖춰진 말화이트한테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스토커의 단검이 나오게 되고.
그것도 치명타가 확! 터져버리게 된다면.
치지지지직!
짜릿한 번개가 주는 아찔한 마법데미지.
더군다나 치명타로 터졌다.
귤선장이라고 방어 아이템만 덕지덕지 둘렀던 말화이트의 체력바가 몇 칸이나 뭉텅 깎인다.
'이 맛에 귤선장을 하는 거지!'
다시 도래하는 딱콩의 위협.
한 방, 한방의 아픔에 말화이트의 있지도 않은 뼈가 쑤신다.
결국 도저히 못 버티겟는지, 킬각이 나오기 전에 집으로 도망가는 말화이트.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재태크할 곳은 남아있는 법이다.
치지지직!
미니언의 체력을 예쁘게 깎아놓고 스토커의 단검의 번개데미지로 막타를 섭취한다.
그렇게 딱콩으로 미니언 네마리를 동시에 먹으면.
+32G
'캬! 1/10킬 인정합니다.'
이렇게 10번만 반복하면 1킬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
차곡차곡 돈을 모으다 보면 아이템이 꾸역꾸역 나온다.
그리고 간간히 어시스턴트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면 최상.
크호호호호!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포탄 세례.
귤선장의 궁극기 엄호 포격이 또 한 번 봇라인에 들이닥친다.
아군이 더블킬 따는 순간을 정확히 노려서.
─더블킬!
Unknown Erro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모두가 OP챔프, 꿀챔프만 찾을 때, 착하게 귤선장을 하다 보면 이렇게 복받을 날이 온다.
떨어진 포탄들이 노린 것처럼 막타를 치며 선사해주는 더블킬!
감사히 받아먹는다.
-FUCKING STEALER!!!
열심히 만들어낸 더블킬을 또 다시 스틸하는 아군 귤선장.
선의로 도와주다 보면, 가아끔 실수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내가 먹고 캐리해주면 서로가 좋은 일!
룰루랄라 신나게 상점에 가서 완성하는 아이템은.
'삼종신기, 이걸 빼놓을 수 없지!'
오직 딱콩 한 방에 모든 것을 거는 치명타 귤선장의 삼신기.
그 두 개가 고작 게임시간 15분이 안되어 완성돼 버렸다.
자랑스러운 우리 봇라인의 희생을 딛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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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