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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즐겜
<요호호! 럼주 한 잔!>
귤선장만 연이어 다섯 판 째.
골드티어에서 하고 있음에도 2승 2패의 상태다.
심지어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게임조차 썩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을 정도로 귤선장이라는 챔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귤선장을 열심히 하게 되는 까닭이 존재한다.
'한 번 하기 시작하면 계속하게 되는 신비한 매력이 있단 말이야..'
이 귤선장이라는 챔프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쫀득쫀득.
어렸을 때의 군것질하던 불량식품과 그리도 닮았다.
챔프를 픽하기만 해도 팀원에게 욕을 먹기 일쑤고, 아무리 성장을 잘 해도 성능이 애매하다.
내가 골드 티어에서 게임을 해도 말리는 판이 존재할 만큼 정상적인 챔프가 아니지만 이상하게 한 번 더 하고 싶어진다.
정말 불량식품같은 챔피언이 아닐 수 없다.
몸에 안 좋은 걸 알아도, 승률을 깎아먹는 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도 한 번 시작하면 멈추는 게 불가능.
그렇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귤선장은 아까와는 다르다.
치명타 템트리.
물론 재밌지만, 아무리 맛있는 치킨도 계속해서 뜯다 보면 질리는 법이다.
그래서 내가 이전 판부터 선택한 새로운 귤선장의 아이템트리는.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해봐야지.'
주문력 템을 올리는 9서클 대마법사 귤선장!
그 원리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공격스킬은 오로지 Q와 R.
AP챔프의 삼종신기라 할 수 있는 부자배인에 의지한 딱콩 데미지.
그리고 궁극기에 달려 있는 약간의 AP계수뿐이다.
물론 회복 스킬인 귤얌얌에 1.0 AP계수나 붙어 있어 만능통치약 수준의 어마어마한 회복력을 자랑하게 되지만 달리 말하면 그 뿐이다.
안 그래도 애매한 챔프인 귤선장이 더욱 더 애매하게 돼버리는 9서클 대마법사 귤선장.
그럼에도 아이템이 잘 나온 귤선장의 궁데미지가 메테오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그 하나만을 믿고 후반을 바라본다.
그것도 극후반을.
'그래도 테자이를 올리면.'
테자이의 재능약탈자.
킬이나 어시를 먹으면 주문력이 오른다.
궁극기로 어시먹기 좋은 챔피언인 귤선장한텐 안성맞춤인 아이템.
테자이를 최단 시간안에 많은 주문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약하다!
궁극기가 한 번 삑나면 딜로스가 장난이 아니다.
AP마이는 캐리력이라도 좋지.
AP귤선장은 까놓고 나 재밌으려고 하는 챔피언!
대놓고 트롤픽인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다.
그것도 대충이 아니라 진지하게.
전 판에 한 번 하다가 라인전 단계에서 게임이 터져 풀템을 띄우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반드시 이번 판에는 라둔의 죽음 투구까지는 가고 만다!
얌얌얌!
귤선장의 초반 라인전이 쎈 것도 정상적인 룬특성을 들었을 때의 얘기지 AP로 가면 당연히 약하다.
게다가 상대 탑라이너는 라인전 강하기로 소무난 빵테온.
울며 겨자먹기, 아니 귤먹으며 버티는 라인전은 처량하기 짝이 없다.
골드에서 디나이를 당해야 하다니!
꾸역꾸역 귤을 먹으며 아이템을 하나하나 완성시켜간다.
테자이의 재능약탈자와 부자배인.
궁극기로 차곡차곡 모은 킬어시는 테자이의 스택에 5개나 보탬이 되었다.
'조금만 더!'
계속해서 창을 날려 나를 견제하는 빵테온.
골드티어에서의 라인전임에도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딱콩으로 견제를 하고 싶어도 빵테온은 패시브로 막아버린다.
상대의 평타를 한 번 막아내는 효과가 있는 빵테온의 패시브!
평타와 비슷한 온힛 효과가 있는 딱콩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빵테온의 스턴을 귤로 풀기만 하면 죽지는 않으니 그럭저럭 버틸 만은 한 게 다행이다.
결국 내 괴랄한 귤얌얌의 회복량에 넌더리가 난 빵테온이 라인전을 포기한다.
대신 선택하는 건 로밍.
나는 자유롭게 뒷짐지고 파밍을 하면서 여유롭게 빽핑을 찍어준다.
위험신호 찍어줬으니 내 잘못 아님!
무책임하기 짝이 없어도 믿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각만 잘 나오면.'
대마법사 귤선장의 초반이 약하기 그지 없는 건 사실이지만 봇라인에 영향주기는 은근히 좋다.
룬특성에 달려있는 마법 관통력과 아이템의 주문력 덕에 궁극기 데미지가 조금은 더 나오기 때문에!
포탄 하나하나에 알이 꽉 차서 적챔피언들이 모여있는 곳에 제대로 정빵이 박히면 그 데미지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우!
아이템이 갖춰지고 스킬레벨이 올라갈 때까지는 만족스러운 데미지가 아니여도 충분하다.
빵테온이 그 상황을 만들어줬으니까.
봇라인에 빨간 원이 그려지며 위기의 상황을 연출한다.
빵테온의 궁극기가 과감하게 떨어지며 포탑을 끼고 있는 아군 봇듀오를 노려온다.
서로 정글러가 커버를 오긴 했지만 아군의 머릿수가 하나 부족하다.
나는 탑에서 파밍하기 여념이 없는 와중이 적팀의 입장에선 시도해볼 만한 노릇.
특히나 빵테온은 패시브가 챔피언의 평타 뿐만 아니라, 타워의 공격 또 완벽하게 방어해주기 때문에 다이브에 최적화돼 있다.
'남탓은 참으로 무섭지..!'
혹시나 죽고나서 내 탓할까 위험핑을 한 번 더 찍어준다.
이래야만 나중에 나도 할 말이 있는 법이니까.
─Unknown Error님이 위험신호를 보냄!
빨간 느낌표의 위험신호가 끝남과 동시에 빵테온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초중반이 엄청나게 강력한 빵테온.
그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듯, 아군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펼쳐지는 살육의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번의 클릭.
최대한 많은 적에게 양념을 쳐야 한다.
찰나의 순간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엄호 포격.
<일제 포격!>
아군 포탑 주위에 동그랗게 깔리는 또 하나의 원.
내 포격세례가 무차별하게 떨어지며 아군을 응원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가볍게 피할 수 있는 포탄들이지만.
이렇게 적이 있는 스킬, 없는 스펠 다 써가며 아군을 다이브쳤을 때 도망갈 퇴로에 쭉 깔아버리면.
─적을 처치했습니다!
꿀맛같은 첫 번째 킬.
사실 내가 마무리한 건 아니지만 무리하게 다이브를 했던 빵테온이 포탑에 얻어맞아 죽었다.
마지막으로 데미지를 준 내 킬로 판정.
끝나지 않는다.
귤선장 궁데미지가 세면 얼마나 셀까.
아군에게 호응하기 위해 앞비전까지 사용하며 마법화살을 날린 이즈레알의 머리에 포탄들이 연속해서 떨어진다.
주문력이 200에 가까워진 대마법사 귤선장의 메테오!
이즈레알은 깜짝 놀라 도망가려 하지만 늦어버렸다.
─더블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홍홍 조아용!'
생각지도 못했던 대박.
아군도 한 명 살아남아 2:2 교환을 이루어냈다.
빵테온은 궁극기까지 써가며 봇라인에 로밍을 갔는데.
나는 탑에서 편히 CS먹으며 2킬을 챙겼다.
궁극기만 잘 써도 1인분!
이것이 대마법사 귤선장을 하는 이유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테자이 스택도 제법 쌓였고.'
앞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라둔의 죽음투구만 띄우면 대마법사 귤선장의 진정한 위력을 선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라인전에서 솔킬을 따는 건 무리라 판단한 빵테온은 이리저리, 궁극기가 나올 때마다 로밍을 가는 탓에 게임의 진행속도가 빠르게 흘러간다.
천천히 파밍하고 싶은데 합류하라고 아우성치는 팀원들.
그래도 아까 더블킬 만든 덕에 구박까진 받지 않지만.
─WHAT? AP CAPTAIN?
로밍도 안 오면서 아이템도 트롤틱하게 올리다니.
그동안 단 한 번도 합류하지 않아 미쳐 내 아이템을 확인하지 못한 팀원들이 한 마디씩 던진다.
눈치를 주기 시작하는 팀원들.
그렇지만 이 정도로 굴복할 거면 애초에 대마법사 귤선장을 픽하지도 않았다!
꿋꿋하게 마이 웨이, 대마법사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빵야!
용한타, 대치의 와중.
돌출되는 적들을 딱콩으로 견제한다.
치명타 귤선장에 비하자면 턱없이 약한 데미지.
부자배인이라는 주문력에 비례해 평타를 강화시켜주는 아이템 덕분에 데미지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수준까진 아니다.
귤얌얌에 의한 회복량을 놀라울 정도여도 탱킹력이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치유량을 절반으로 깎아내는 발화와 함께 집중공격을 받으면 장사가 없으니까.
대마법사 귤선장이 빛을 보는 순간은 오직 하나.
궁극기를 절묘하게 내려 꽂았을 때 뿐이다.
그렇기에 집중한다.
밥값을 해내기 위해!
결국 자신들의 우세를 바탕으로 용을 먼저 치기 시작한 적팀.
빵테온의 패시브는 드래곤의 공격까지 적용돼 체력손실없이 여유롭게 잡을 수 있다.
이대로 꽝 붙게 되면 초중반이 강력한 픽을 가져간 적팀이 유리한 게 사실.
그러나 적팀은 한 가지 실수를 해버렸다.
<일제 포격!>
적팀이 달려들어 처치하고 있는 드래곤 주위에 동그랗게 깔리는 엄호 포격.
대마법사 귤선장이 일반적인 한타는 몰라도, 용과 바론한타 때는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적팀이 저렇게 예쁘게 모여주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광역딜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
귤선장 별로 좋은 챔프도 아닌데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냐.
거의 다 잡은 용을 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달라붙어 마무리를 하려던 적팀.
포탄이 정확히 3번 꽂히자 빵테온의 체력이 절반이나 뭉텅 깎여버린다.
9서클 대마법사 귤선장의 궁극기를 생으로 얻어 맞으면 결코 장난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둔의 죽음투구에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로 보정되는 높은 주문력.
한 발, 한 발이 뼈를 깎아낸다.
이미 한 번 그 공포를 맛보았던 이즈레알은 멀리서 마법화살만 날렸지만 나머지 적들은 설마 하고 맞았다가 혼비백산.
상상을 초월하는 메테오 포격에 도망가려 해도 길이 없다.
용을 치고 있다는 말은 자신들의 퇴로를 포기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니까.
아군 미드라이너 아링이 3단 대쉬로 신나게 달려들어 체력이 얼마나지 않은 적팀들을 하나하나 마무리.
나도 킬을 뺏길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달려들긴 했지만.
챠쟈쟝!
이대로 대패할 수는 없다며 가장 만만한 나를 물어 뜯으려는 적팀들.
방어 아이템이 하나도 없어 한 순간에 체력이 절반이나 깎인다.
하지만 나도 믿고 있는 구석 정도는 하나 있다.
얌얌얌!
껍질도 안 깐 귤을 꿀꺽꿀꺽 삼키자 반피가 풀피가 되는 마술!
오직 대마법사 귤선장에게만 허락된 기적이다.
이후의 반격기는 고작 딱콩 한 방!
초라하긴 해도 난 궁극기를 아트하게 깐 걸로 내 역할 충분히 다해냈다.
적 진형을 덮친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양념이 제대로 쳐진 적팀들을 아군들이 하나하나 협공해 마무리 시킨다.
테자이의 재능약탈자에 의해 높아지는 내 주문력은 보너스.
─MY CARRY. IN JEONG?
─JEONG? WHAT? OK, YOUR CARRY.
누가 봐도 대마법사 귤선장 나으리의 완벽한 한타캐리.
인정까지 받아 금상첨화된 기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그래도.
'다시는 안 한다. 9서클 대마법사….'
골드 빵테온에게 디나이 당한 굴욕의 경험!
북미에서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테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귤선장은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어 조금 많이 쓰게 됐습니다.
주인공 나름대로 추억의 챔프를 해보고 싶다, 개연성없이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내용진행과는 크게 상관없는 외전 격의 내용이 맞습니다.
게다가 귤선장같은 성능이 떨어지는 챔프들은 대회 픽으로 기용되기 힘듭니다.
까놓고 귤선장을 한 건 즐겜, 놀았다고 할 수 있어요.
(세코는 아닙니다. 스포가 되긴 하지만 차후에 나와요.)
때문에 남기는 작가 후기입니다.
저는 반응이 좋다고 생각해서 쓰고 있지만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계실 겁니다.
즐겜하는 것보다 내용 진행 팍팍하는 게 더 좋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덧글이나 쪽지로 의견 말씀해주세요.
덧글을 쓰면 가끔 독자님들 간에 불이 붙는 경우가 있어서, 쪽지로 남겨주셔도 제가 무조건 정독합니다.
어떤 의견이든 반영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