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다시 한 번 천상계로
어느 프로게임단의 합숙소.
새로 들어온 탑라이너 한 명이 조금 말썽이다.
사실 말썽이라고는 해도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별 게 아닌 지라, 코치와 감독도 처음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챔프폭의 문제.
신입 아마추어를 스카웃했을 때 백이면 백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 문제없이 팀에서 원하는 챔피언들만 골라서 해주는 준비된 신입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한다면 무리하는 게 아닐까,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닌지 오히려 불안해질 지경.
선수 본인의 특색을 살리면서 최대한 메타에 적응하게 한다.
이러한 부분을 조정하는 것도 코치진의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탑라이너 씨지맥에 한해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그는 LCL에서의 활약상을 보고 큰 돈 주고 스카웃한 새로운 주전이다.
그런데 챔프폭의 조정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챔프폭 조정하다 마찰 생기는 게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게임단에 속하는, 그리고 속했던 모든 선수들이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문제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 씨지맥 선수는 조금 심각하다.
어떻게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아예 하지를 않는다.
계약을 할 때도 분명 이야기를 꺼냈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만호야, 주류 챔피언들은 도저히 못 하겠어?"
"아뇨, 할 수는 있어도 그게 좀."
늘 이런 식이다.
할 수는 있다는데 안 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하다가 안 맞으면 플레이를 분석해서 하나하나 고쳐나가면 된다.
기량 자체가 안되는 선수면 모르되 차고 넘치니까.
그렇기에 큰 돈을 들여 계약을 한 거고, 씨지맥 선수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은 코치 자신조차 기대가 된다.
그런데.
"한 번 해보고, 안 맞으면 2티어 챔프들도 있잖아? 그 중에 한두 개는 무조건 걸릴 수밖에 없다니까, 어? 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만호도 알고 있지?"
모를 리가 없다.
애초에 말귀를 못 알아 들을 정도로 답답한 인재면 스카웃을 하지도 않았다.
LCL에서 우승까지 보여줬던 경기들.
라인전에서의 과감한 딜교환.
생각없이 무작정 덤비는 게 아니다.
다 계산을 하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게 자신의 눈에는 보였다.
이런 전쟁광의 기질이 가진 탑라이너.
아니, 탑신병자들은 찾아보면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 이상의 유저들 중에도 은근히 있지만 씨지맥은 다르다.
딜교환 하나하나를 계산함은 물론이고 팀파이트 또한 뒤지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합류싸움.
특히나 국지전, 소규모 전투에서 항상 상대보다 1초, 빠르게 움직인다.
1초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1초때문에 나비효과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로드 오브 로드라는 AOS게임이다.
자신도 아무 기반없이 코치로 초빙된 게 아니니까.
로드 오브 로드의 실력은 크게 뛰어나지 않아 선수를 목표로 하지 못했어도 다른 AOS게임 혼돈등에서 나름 실력이 있었다.
AOS 장르의 게임판 굴러가는 눈 하나는 자신이 있다.
향후, 로드 오브 로드의 평균 실력대가 올라갈 수록 국지전을 중요하게 된다.
한 마디로 난장판 싸움.
그 진흙탕 싸움에서 기량이 되는 선수들만이 살아 남는다.
그러한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솔랭이 아니라 대회게임이다.
중요한 게임이 될 수록 플레이가 움츠려들기 마련이니까.
한 번 죽기라도 하면 스노우볼이 장난아니게 굴러가니까 당연한 모습이다.
솔랭에서 아무거나 하던 선수들도 대회무대에 가면 자연스레 소심한 픽으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씨지맥 선수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유망하다.
장래의 스타성이 돋보인다.
탑이라는 라인은 사실 묻어가는 라인.
아무리 잘해도 탑 차이로 게임을 비비기는 힘이 든다.
게임의 수준이 높아질 수록 더더욱이다.
그런데도 LCL에서 올마스터 다음 가는 활약을 보여줬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캐리형 탑라이너.
잘 키우기만 한다면 분명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글이었던 리뮤라는 선수도 눈여겨봤지만 애초에 연락이 닿지 않으니.
팀의 정글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아직 플레이 방식이 정립되지 않은 아마추어인 만큼 전환이 가능하다.
정글말고도 다른 라인은 비어 있으니까.
연락 안 닿는 선수는 그렇다 쳐도.
이 씨지맥 선수는 코치인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말을.
"하고 싶은 챔프가 있으면 말을 해봐 말을. 말카림말고 좀 2티어 정도의 탑챔프 중에서 괜찮은 거 있잖아? 대회에서 보니까 제임스도 꽤 잘 다루던데."
"제임스는 일단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말카림도 나쁘지는 않은데..요."
씨지맥은 자신의 챔피언 폭을 지적하는 코치를 바라보며, 억지로나마 방긋방긋 웃음을 짓고 화답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타는 속을 억누를 수 없기에.
하지만 마음속으로 내쉬는 한숨만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후우….'
코치형과의 대화는 그나마 낫긴 하다.
감독님과는 아예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
주전으로서 계약을 마치고, 연습실에 오자마자 지적을 받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챔피언들이 현 메타에 많이 맞지 않는다고.
팀에서 원하는 건 안정감이 있는 단단한 탱커들.
딜챔프는 현 메타에서 1,2티어급의 최상급 챔피언들이 아니면 절대 안된단다.
그래도 코치형이 어떻게 감독님께 잘 말을 해서 허락을 받은 게 올마스터에게 배웠던 제임스.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챔프는.
'말카림을 하고 싶지만.'
CGVMAXIM하면 말카림이 떠오를 정도 자신은 말카림의 장인이다.
이전에 하던 챔피언, 우콩은 솔직히 메타에 뒤떨어진다는 걸 인정하는 바다.
그렇지만 말카림은 잘만 사용하면 충분히 괜찮은 픽인데.
선입견이고 충분히 먹힌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봐도 묵묵부답.
팀에서 원하는 픽을 해달란다.
코치형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하고 싶지 않은 챔프는 손이 가지 않는다.
'프로팀에 속하면 다 잘 풀릴 줄 알았는데….'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자신은 <딸기맛 치킨>의 탑라이너로서 활약을 했다.
주장이었던 올마스터만큼은 아니여도 충분히 주목을 받아냈다.
본디 자신이 원했던 건 8강 정도.
LCL 본선에 실력을 뽐내 프로게임단에서 한 번 봐주기만 했어도 괜찮았다.
준우승이라니, 바라지도 않았던 결과였다.
덕분에 상당 수의 프로게임단에 러브콜이 왔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상상 이상의 좋은 조건으로.
그 중에서 가장 유망하고 조건도 좋은 게임단으로 골라 잡을 수 있었다.
최고라고는 할 수 없어도 충분 이상의 만족.
하지만 순탄치 않다.
챔프폭에서부터 걸리고 있다.
이것이 결론이 나지 않으면.
"그래, 만호도 잭트나 발렐리아같은 거 해봐. 템트리부터가 말카림과 비슷하잖아. 그렇지?"
"아, 예 뭐…. 알겠습니다."
돌려 말하는 것일 뿐이지,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
말을 남기고 열심히 해보라며 다른 선수들을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코치형.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싹 무시하고 말카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코치형의 말을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당연 좋은 꼴은 못 본다.
감독에게도 전해 들어갈 테고 최악의 경우 주전자리에서 퇴임을 권고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연습생의 자리로 격하.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는 한없이 불투명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로드 오브 로드는 팀게임.
더군다나 자신의 말을 안 듣는 주전을 코치와 감독들이 원할 리가 없으니까.
그런 당연한 사회의 법칙을 모를 리가 없는 자신이다.
그럼에도 자신은 어찌할 수 없는 바보이기에.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아니여도 누구라도 꺼낼 수 있는 흔해빠진 픽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생각이 나고 만다.
만약, 만에 하나.
자신이 아닌 그였다면.
'올마스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항상 생각한다.
그는 자신 이상으로 해괴한 픽들을 사용한다.
사실 파프리카의 종말전에서 올마스터가 탑소리커등 특이한 픽을 했던 건 컨셉이라 생각했다.
BJ들 간의 대회인 만큼, 픽은 충분히 자유롭게 그리고 재밌게 가져가도 무방했으니까.
하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진짜.
때문에 같이 LCL에 나가자 권유했다.
그러나 올마스터, 그의 기괴한 행보는 대회무대에서조차 멈추지 않았다.
특히나 미드 노텀이라던지, 결승전에서 꺼내보겠다고 말을 꺼냈을 땐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
이전까지 상대해던 적들과는 격이 달랐던 상대팀 <역대급 노력파 게이머>.
더군다나 정글러와 원딜까지 갑자기 교체돼 부릴 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 상황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꿋꿋이.
스크림 게임에서 그 효용성을 증명하고 심지어 대회게임에서도 하드캐리를 해냈다.
결과적으로 2승 3패, 패배하기는 했어도 올마스터 덕분에 2승을 챙겼다는 사실은 절대 이견을 내뱉을 수 없다.
아니다.
애초에 미드 노텀, 구리가스같은 예상을 뒤엎을 수 있는 픽을 꺼내지 않았다면 1승조차 챙겨가지 못했을 거다.
그 만큼이나 상대팀의 역량은 높았으니까.
정면으로 맞붙었다면 일방적으로 패배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기상천외,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챔프. 아니 챔프폭이라.'
사실 LCL 대회 준비 초기 때 내심 불안했다.
올마스터가 말카림같은 비주류보다 현 메타의 주류챔피언을 하는 게 낫지 않냐고 지탄을 하지 않을까.
그가 만약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다른 팀원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져 온다면 어떻게 대답할 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나 했다.
자신은 무조건 말카림을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태클이 걸리는 일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이상의 기상천외.
아예 나오지도 않는 픽들을 꺼내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을 해내는 올마스터.
만약 그였다면 과감하게 팀에서 원하는 챔피언 위주로 바꿨을까.
종말전에서 모든 챔프를 잘 한다고 단언했을 정도니 메타에 맞는 챔프만 골라서 하는 것도 분명 가능할 거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어.'
올마스터.
그 껄렁한 남자가 그렇게 쉽게 현실과 타협할 리가 없다.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는 하지 못해도, 그 누구보다 올마스터를 면밀히 분석했다고 자부한다.
지근 거리에서 그의 플레이를 보며. 같이 게임을 하며 항상 주시했다.
그와 같은 선수가 되고 싶었으니까.
'보여준다.'
그리고 증명해낸다.
비주류 챔프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아는 올마스터란 남자는 챔프를 한 방향의 시선으로만 보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
여러 아이템 트리와 사용법들.
까놓고 말해 그한테는 어떤 챔프를 주어줘도 어찌어찌 사용해봄직하게 만들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능력이 있다.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해냈다면.
그를 닮고자 하는 자신도 해낼 수 있을 터.
'하고야 만다.'
반드시.
씨지맥은 떠올랐던 생각을 하나하나 자신의 비밀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획을 실현할 첫걸음으로서.
============================ 작품 후기 ============================
부디 추천 부탁드려요!
힘내서 쓰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영어채팅에 대한 투표 결과.
영어 대사를 쓰는 쪽이 4표, 현재처럼 가는 쪽이 13표.
비교적 큰 차이로 현재 페이스로 가는 방향을 추천받았습니다.
물론 찬성표를 던져주신 분들이 소수의 의견이라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알아보기 쉬운 선까지는 영어를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투표 진행 중입니다.
게임 비중에 대해서에요.
1부에 비해 2부에서는 게임비중을 비교적 늘리려고 초기 단계부터 마음을 먹고 쓰는 중이었습니다.
그것이 1부를 진행할 때 독자님들이 많이 이야기를 해주셨던 부분이라서요.
하지만 반대의견도 나오는 와중이라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타 의견은 댓글이나 쪽지로 남겨주시면 빠짐없이 정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