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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32화 (13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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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천상계로

'프로라….'

로드 오브 로드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꾼다.

자신이라고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은 해보고 싶다.

하지만 정직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타임끝 자신의 조금 상황이 애매하다고 말할 수 있기에.

'챔프폭이 조금.'

굳이 따지자면 넓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다.

라인폭이 좁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회가 오지 않았냐고 하면 왔다, 그것도 최근에.

프로입단 제의가 왔다.

그것도 여러 번.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팀<딸기맛 치킨>의 일원으로서 준우승을 거머쥐었던 것이 이유.

솔직히 말해 대회에서 별 다른 활약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게임단들에서는 꽤 높게 평가해준 모양이다.

욕심이 나냐, 나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게 사실이다.

자신의 롤재능을 돈으로 치환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

프로의 길에 관심이 없는 천상계 유저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애매하지.'

타임끝 자신이 자신에대해 냉정히 평가하자면 프로로 성공하기는 글렀다.

흔히들 말한다.

그랜드 마스터의 트롤러, 타임끝이 제대로 된 챔프 잡고 빡게임을 하면 무조건 잘해질 수밖에 없다고.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결코 트롤 챔프를 골라서 하는 게 아니다.

진지하게 좋다고 생각하는 챔프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중에서 간혹 별 생각없이 하는 게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능성이 있고 괜찮은 픽이라 여겨지기에 선택한 것이다.

흙 속의 진주.

잘 건졌다고 생각하는 챔프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포정글과 탑콩머스.

충분히 할만한 픽이다.

철저한 자신의 기준이긴 하지만.

'왜 안된다고 생각할까.'

세상이 이상한 건지 자신이 이상한 건지.

당연히 전자라 생각했는데 일반유저가 아닌 프로로서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후자도 제법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챔프폭을 변경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다.

실질적으로 바꾸고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형편도 아니다.

이미 익어버린 챔프폭.

물론 정상적인 챔프들, 주류 챔피언을 못하는 건 아니다.

현 대세 정글러 아모모만 해도 꽤 괜찮게 하는 편이니까.

그러나 프로레벨에서도 먹힐 정도로 잘한다고 까지는 얘기하기 힘들다.

오히려 특이한 챔프로 해괴한 플레이.

그리고 게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진흙탕 싸움을 펼치는 편이 자신에겐 잘 맞는다.

획일화된 운영이 필요한 대회무대에는 솔직히 맞지 않는다.

그런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별명이 있다.

'성공한 트롤러라…. 참, 잘 맞는 비유네.'

흔히 타임끝 자신을 빗대어 세간에서 떠드는 소리다.

하고 싶은, 꼴리는 챔프 맘대로 하면서 그랜드 마스터에 들다니.

자신이 하는 챔프들이 트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사실 챔프뿐만이 아니라 그 플레이 또한 기묘하니, 따지고 보면 이보다 더 자신에 대해 잘 설명한 단어가 없다.

자기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걸지도 몰라도 프로는 안된다고 본다.

한다고 한계가 있다.

차라리 별별 챔프 다 하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방향이 존재한다.

'BJ가 되면 어떨까..?'

생각은 이전부터 몇 번이나 해봤다.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 뿐.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캠을 켜고 떠든다는 것이 거부반응이 들어 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도.

'어차피 얼굴은 대놓고 공개된 와중이니.'

LCL 결승전 무대에 오르면서 자연스레 사진이 찍혔고 나돌기 까지 한다.

공인이 돼버린 걸까.

조금 오바하자면 그런 느낌도 들 정도다.

단순하게 고골(gogol.com) 검색만 해도 주르륵 나온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커뮤니티 반응.

그랜드 마스터에서 트롤하는 녀석 상판떼기가 이렇게 생겼냐는 둥.

이렇게 생겼으니 트롤이나 하지, 별소리가 다 나와 솔직히 기분 더러웠다.

확 고소를 때려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해지만 차라리 이 기회에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보자.'

BJ의 길을 걷는 것도 좋은 진로의 한 방향이 될지도 모른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을 한동안 손에서 떼기는 힘들 것 같고.

대학교도 휴학인 상황에서 애매하게 공부와 게임 둘 다 하는 것보다 한 쪽에 매진하는 길도 괜찮을 지도.

이전이었으면 혼자 머릿속으로 골머리를 싸고 있는다 해도 조언해줄 사람 하나 없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LCL에서의 인연.

몇 명이나 BJ를 알게 됐다.

씨지맥형은 원래부터 프로를 목표하고 있었고, 실제로 최근 프로가 돼 상당히 바쁜 모양이니 개인적일로 상담하기 조금 그렇지만.

전업 BJ인 인간조아라형이라면.

뚜우─

마음먹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돈드는 일도 아니고, 게임도 하면서 동시에 하는 것이니까.

그러다 안되면 그만두는 거고 혹시나 잘 된다면.

'요즘 BJ들이 그렇게 돈을 잘 번다던데.'

자기 수익에 대해 까놓는  BJ들이 없다보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씨지맥형같은 경우는 방송 시간도 불규칙하고 일단 전업BJ가 목표가 아니니만큼 대충 대충한데다 애초에 기대를 안 해서 물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인간조아라형을 포함한 전업BJ들의 월수익을 얼핏 듣고 나니 혹해버렸다.

그런데다 그 인간조아라형이 넌지시 BJ를 권유했던 적도 있었다.

높은 티어.

트롤틱한 챔프폭.

BJ가 되기에 최적화돼 있다며.

그리고 말투도 초딩같은 느낌이 은근히 재밌다고 인간조아라형이 농담조로 던지신 기억이 있다.

정말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아, 그거? 진담이야.

전화를 받자마자 이전에 했던 말이 결코 그냥 던진 게 아니며 반색하는 인간조아라형.

더군다나 내가 마음먹어줘서 기쁘다며 선뜻 도움을 주시겠단다.

─파프리카BJ 정말 괜찮으니까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 형이랑 같이 컨텐츠 한 번 진행해보자.

"컨텐츠요?"

그냥 바로 BJ를 하는 것보단 타BJ 방송에서 한 번 얼굴을 비추는 게 낫다고.

인간조아라형 자신의 방송에서 고수 초대석 느낌으로 출연을 한 후.

개인방송 의사를 밝히면 크게 도움이 될 거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나도 타임끝 네가 방송에 나오면 어그로 끌 수 있기도 하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니까 어때?

인간성 좋기로 소문난 인간조아라형답다.

이러니저러니 이유를 대긴 했어도 개인방송에서 나 자신을 홍보할 기회를 주시는 거다.

사실상 나를 밀어주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는데.

인간조아라형의 방송.

얼핏 본 정도지만 시청자의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탑10까지는 아니여도, 게임방송에서 탑 20위안에는 드신다.

시청자의 수가 최소 1천 명.

─아냐, 아냐. 홍보 제대로 하면 그 날 최고 시청자 수 3천이상 가능할 걸? 비슷한 컨텐츠 진행했던 BJ들이 그러더라. 근데 타임끝 너라면.

단순한 고수가 아닌 성공한 트롤러.

시간을 두고 홍보만 한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셨지만 이야기는 사뭇 진지하다.

정말 대박이 날지도 모르니 중요한 얘기라며 두 번씩이나 말하셨다.

"한 번 해볼게요. 형."

인간조아라형이 진지하게 도움을 준다는데 내 태도가 부단해서는 안된다.

나 자신의 취미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던 게임이 직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떨렸던 가슴, 차분히 진정시키고 마음먹었다.

BJ의 세계에 뛰어들어 보기로.

.

.

.

* * *

미국에 도착한 지가 오늘로 나흘.

내 티어는 무사히 플레티넘 3티어까지 안착했다.

느린 건 맞지만 어쩔 수가 없다.

주업이라할 수 있는 게임은 거의 하지도 못했으니까.

'상상 이상으로 골때리는 구만. 영어.'

영어공부도 병행해 진행한 탓에 속도가 느리다.

아니, 요 이틀간은 영어 공부가 주였다.

게임은 간간히 감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내 영어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혁씨.

하루 쉬는 시간을 주나 싶더니만 이틀을 빡세게 영어 공부를 굴렸다.

어찌나 발음 연습을 시키던지 입안이 다 헐 지경이다.

더군다나 암기까지.

차라리 단어를 외우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데.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란다.

미국의 일상회화해서 자주 사용되는 문장들인데 직역이 안된다며 외우는 게 답이란다.

한두 문장도 아니고 겁나게 많은 숙제들을 내주셨다.

'숙제라니, 받아본 적이 까마득한데.'

육체의 시간으로는 2년 전 쯤인가.

대학교에서 과제를 했을 때 빼고는 기억도 안 난다.

정신적인 시간으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

까지는 아니지만 적응이 안된다.

어떻게 꾸역꾸역 입으로 내뱉으며 외워보고는 있지만 머리가 아프다.

입도 아프다.

입안은 헐고 입술이 부르틀 지경이다.

하지만 그만큼 필사적으로 해야 느는 법이라며.

닥달하는 상혁씨를 보며 혹시 내가 빠르게 배울수록 내 선생님인 상혁씨의 월급에서 추가수당이 나오는 게 아닐까!

몸이 고생하다 보니 별 잡생각이 다 들 정도다.

상혁씨는 나를 위해 열심히 고생해주시는 건데.

'까짓 해보자.'

어차피 할 거라면 빠듯이 하는 게 낫다.

상혁씨가 그랬다.

영어만큼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공부는 없다고.

시간을 투자하면 반드시 느는 게 언어란다.

특히나 일상회화 부분은 국영사과 공부하는 것처럼 오래 지난다고 까먹는 일 없고.

몸에 익기만 하면 평생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빠르게 배우고 싶다면 배운 단어와 문장을 계속해서 써먹어 보는 게 답이라 조언을 해줬다.

'어차피 여기엔 한국어가 통하는 사람도 없지.'

부끄러워 하면 지는 거라고.

자신의 나라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싫어할 리가 없다며 자신있게 던져보란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유쾌하니까.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던지면 대부분 반갑게 맞아줄 거라 하셨다.

이전에 말해던 대로 얼굴을 터놓으면 시현씨도 활동하기 편해지니 노오력을 해보란다.

얼굴에 철판까는 거 한 번 하는 게 어렵지.

두 번, 세 번부터는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그래서 하긴 해봤는데.'

상대가 내 말을 못 알아 들었을 때.

특히나 발음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때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하지만 부끄러웠던 만큼이나 보람도 있었다.

'말이 통한다는 게 이토록 편한 거구나.'

내 어설픈 영어를 상대가 알아들어줬을 때의 기쁨.

외딴 나라에서 처음으로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 의사소통이란 게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은 말로 헤아릴 수가 없다.

그 한 번 덕분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상혁씨가 어째서 한 번이 어려운 거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오히려 이제는 내 쪽에서 인사를 주도적으로 건네고 싶다.

물론 한국인들 간에도 발음이 차이가 있듯.

개인차가 있어서 호텔 내에 돌아다니는 직원들 중에 내 말을 알아듣고, 내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친구는 몇 없지만.

한 명, 한 명 늘려나가는 보람이 기똥차다.

특히나 이전에 나에게 미소를 건네주었던 식당직원.

그 여직원과는 잘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 가끔.

'바보같네.'

간만에 하는 공부의 성과가 날로 보이다 보니 행복회로가 절로 돌아간다.

그래도 어차피 해야되는 거라면 최선을 다하자.

넘어야 할 산이라면 기쁘게 받아드리자.

더군다나 오늘은 간만의 휴일이니까.

휴일까지는 터치 안 한다고 상혁씨에게 약속도 받았다.

손가락까지 걸었으니 틀림없겠지.

웃는 얼굴로 숙제를 내주시긴 했어도 약속까지 어기시진 않겠지.

뒹굴거리던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간만의 게임.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했다.

============================ 작품 후기 ============================

추천을 부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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