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다시 한 번 천상계로
유령의 영혼검.
공격력과 치명타는 물론이고 방어구 관통력과 쿨타임 감소효과까지 있는 명실상부 치명타 AD암살자의 코어 아이템이다.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치명타 개서스에게 더없이 걸맞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상승시켜주는 액티브는 뚜벅뚜벅 개서스에게 꿀맛같은 효과를 부여하니까.
치명타 개서스는 코어템이 하나 둘 갖춰질 수록 그 위력이 배가 된다.
아니,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 소환자의 전장은 한 마디로 개판.
개의 신이 흐뭇하게 웃고 갈만큼 잘 성장한 누렁이가 판을 지배한다.
동네 누렁이가 괴물딱지가 돼서 돌아온 상황.
다름아닌 왕귀한 개서스를 일컫는 말임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나가다 옆집 누렁이 한 번 잘못 만나면 바로 황천길 예약.
빠지직!
탱템을 두루두루 두른 네네톤.
라인전의 강력함을 바탕으로 솔킬도 따고 제법 위세를 떨쳤다.
분명히 중반까지만 해도 탑의 패왕 노릇을 했지만.
'이제는 한 마리의 악어에 불과하지. 곧 나의 악어가죽백이 되어 줄!'
내 개서스를 보는 순간 바로 부리나케 도망가는 네네톤이지만 헛수고.
5초간 상대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둔화시키는 노화의 쿨타임은 계속해서 돈다.
아이우에오의 신발과 삼종신기, 그리고 유령의 영혼검까지.
쿨타임 감소 효과를 예쁘게 갖췄다.
티리링!
유령의 영혼검의 액티브를 발동하고 무서운 속도로 돌진한다.
다가가서 장판을 깔고 딱밤 한 대.
치명타가 터지자 네네톤의 입에서 당연 억 소리가 나온다.
크허어억!
방어 아이템을 겹쳐 두르고 있는 단단한 탱커임에도.
단 한 대 맞았을 뿐인데 네네톤의 옆구리가 음푹 파지며 체력이 반 절로 뚝 떨어진다.
맞는다고 비명이 나올 리 없는 로드 오브 로드에서 네네톤의 한맺힌 외침이 또렷하게 울려퍼진다.
대체 이 누렁이는 뉘집 개길래 이렇게 사나워!
아무리 따져도 말려줄 주인님따위 존재하지 않는 슬픈 현실.
어떻게 스턴을 걸고 점멸까지 사용하며 부단히 생존을 꿈꾸지만 안타깝게도 노화의 지속시간은 풀리지 않는다.
빠직!
─적을 처치했습니다.
Unknown Error을 도저히 막을 길이 없습니다.
악어의 두개골이 아름답게 쪼개지며 300골드의 악어가죽백으로 화한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진심으로 명복을 빌어준다.
'너에게 무슨 죄가 있겠니.'
네네톤을 골라 솔킬을 따고 라인전을 이기고.
탑솔러가 게임을 캐리하는 전형적인 공식으로 보여줬다.
그야말로 바람직한 탑솔러의 모범.
충분히 올라갈 만하다.
하지만.
'나를 만난 것도 죄라면 죄일 수도….'
그 하나만으로도 이 판을 져야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굉장히 안타까움에도 받아들여야 하는 슬픈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굴러간다.
하나의 큰 눈덩이가 되어서.
'1:1로는 나를 막을 수가 없을 텐데.'
개서스의 진정한 무서움은 한타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리 잘 큰다 해도 태생이 뚜벅이.
CC기 연계를 말도 안되게 맞기 시작하면 어떻게 딜러진에게 접근도 못하고 버벅이다 죽는다.
뚜벅이의 슬픈 운명.
개서스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타보다는 스플릿 푸쉬의 운영을 해야 한다.
1:1로는 질 적이 없는데다 타워 미는 속도가 경천동지할 수준이기에.
그리고 당연히 소리지만 나도 라인전 단계부터 터져버린 답답한 팀원들 대리고 한타하는 것보단 스플릿 푸쉬를 하는 게 편하다.
대신 여기서 하나 문제가 생겨버린다.
내가 아닌 적팀에게.
나를 막기 위해서는 과연 몇 명이 움직여야 할까?
딱콩!
아군 탑솔러를 저 멀리 봇으로 보내버리고 혼자서 스플릿 푸쉬.
탑에서 스택을 쌓으며 천천히 미니언 웨이브를 밀고 나간다.
하지만 개서스를 막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적팀도 알고 있다.
시즌2의 플레티넘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는 티어.
적어도 로드 오브 로드의 초짜는 아니다.
하나 둘 간보듯 갔다간 각개격파.
괴물딱지가 돼버린 개서스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어떻게 한 번 나를 잡아보려고 슬금슬금 나를 포위하며 기회를 만들려 하지만 헛수고다.
굳이 와드따위 없어도 뻔하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지야 빤히 읽힌다.
'2차 포탑에서 두 명 시간을 끄는 척하고 나머지 애들은 뒤로 뺑 돌아오고 있겠지.'
아군 4명은 봇라인을 미는 상황.
적팀이라고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나를 제외하면 적팀이 아군을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동수 싸움일 때의 이야기니까.
나를 막기 위해서 적팀이 돌려야 하는 인원.
빼고 계산한 다음 자연스레 아군을 막기가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적 더블킬!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이고야, 3:4를 져버리네.'
아군 원딜러가 아무리 두둘겨도 잘 큰 네네톤의 가죽에 기스조차 내지 못한다.
나에게는 비록 농락당했다고는 라인전의 패황 네네톤이다.
그 성장을 바탕으로 한타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하지만 아군에게 보내는 만큼 나에게 투자되는 인원이 적어진다.
'여기는 두 명밖에 없다는 소리잖아.'
타워를 끼고 있다고는 해도 서포터와 정글러.
제대로 된 딜러나 탱커도 아닌 두 명이서 어떻게 해볼 내가 아니다.
CC기에 약한 개서스의 특성상, 그리고 방어 아이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에 생다이브까지는 힘들다.
반대로 말하면 굳이 다이브만 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따악!
적팀의 서포터 쏘냐와 리심이 바둥바둥 달려들어 나를 때려도 헛수고.
내 체력이 다는 속도보다 타워가 터지는 게 배는 빠르다.
유령의 영혼검의 액티브까지 발동해 빠른 속도로 타워를 철거해낸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리는 포탑을 포기하고 도주하는 적팀들.
아직 장대한 계획의 서막일 뿐이다.
돌려깎기.
모든 라인인에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할 작정이다.
보통 스플릿 푸쉬를 하는 쪽이 미끼가 되는 게 맞다.
그도 그럴 게 머릿수부터가 다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 진행되는 게임에선 미끼가 되는 쪽은 내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
아군 4명이 미끼가 되어 적팀을 유인한다.
그리고 나는.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번에는 봇라인의 2차 포탑을 파괴했다.
훌륭한 미끼를 자처하는지 지치지도 않고 우리팀.
─아군만 당했습니다!
조금 죽더라도 괜찮다.
목표했던 코어 아이템.
AD챔프의 최종아이템이 불리우는 무극의 대검이 나왔으니까.
이제부터 진행되는 게임은 간단하고 명료해진다.
개서스를 만나면 죽는다가.
개서스를 만나면 한 방에 죽는다로 바뀌게 된다.
고작 그 차이.
이해하기 힘들다면 그 몸에 가르쳐준다.
상황은 아까와 마찬가지다
아군 4명을 반대 라인으로 돌리고 나는 스플릿 푸쉬를 한다.
질리지도 않는지 나를 어떻게든 잡아먹기 위해 슬금슬금 포위망을 좁혀오는 적들.
하지만 이젠 물러설 이유가 없다.
그냥 싹 다 마주치는 순서대로 내려 찍어주면 되니까.
가장 먼저 나를 마중 나오는 건 리심 그리고 네네톤.
몸빵에는 자신있기에 내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맡았을 테지.
그런데 충분하려나.
내 한 방은 조금 많이 아플 텐데.
이쿠, 이쿠!
음파를 날리고 따라붙어 땅치기.
나에게 슬로우를 걸고 평타를 쑤셔 넣는 리심이 귀엽게도 느껴진다.
'미안해, 그리고 잘 가.'
다음 생에서는, 아니 다음 게임에서는 부디 고통받지 않길.
내심 빌어주면서도 마우스를 멈추진 않는다.
장판을 깔고 개서스의 팔을 들어 올려 내려 찍는다.
그 한 번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위력.
빠직!
분명 풀피에 가까웠던 리심의 체력바가 한 순간에 삭제된다.
얼굴 채로 땅에 쑤셔 박히는 리심.
─적을 처치했습니다.
소환자의 전장에 다시 한 번 고요가 찾아온다.
현재 게임시간은 27분.
3코어가 완성되고 800스택을 쌓았다.
크리가 터지지 않았을 때의 딱밤 데미지는 1400.
그리고 크리가 터졌을 때는 2800.
무극의 검의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3500.'
방어력 아이템이 두른 리심이었지만.
개서스의 장판과 유령의 영혼검을 합하면 방어구 관통력이 무려 60이다.
다소의 방어력따위 가뿐히 무시하고 한 방에 사요나라.
어찌나 어이가 없었는지.
내 앞에서 리심과 같이 시선을 끌던 네네톤이 미동조차 없이 얼어붙었다.
거기서 잘못 자다간 입 돌아갈 텐데.
어쩔 수 없다.
착한 내가 깨워주는 수밖에.
빠지직!
연속해서 터진 치명타 딱밤.
그래도 리심보다는 단단한 네네톤은 체력이 조금은 남는다.
체력이 바닥을 기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을 한 네네톤.
허겁지겁 궁극기까지 쓰며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간다.
그 꽁지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나도 모르게 사용하고 말았다.
점멸을.
빠악!
따라가서 두개골에 제대로 한 방.
치명타가 터지진 않았지만 마무리하기엔 차고 넘친다.
─더블 킬!
Unknown Error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열심히 내 뒤를 뺑 돌아온 나머지 3명의 적팀이 벙찐 표정으로 네네톤의 시체 옆에 있는 나를 쳐다본다.
믿었던 탱커진이 단 세 방에 전멸.
탱커도 그럴지언데 자신들은?
하지만 이제와서 도망가긴 글렀다.
티리링!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유령의 영혼검 액티브.
유령화 스펠만큼은 아니여도 그에 준하게 빨라진다.
희생양이 되는 건 이동스킬이 하나도 없는 적팀의 서포터 쏘냐.
부랴부랴 궁국기를날려서 어떻게든 나를 멈춰 세우려 하지만 마음을 좀 더 빨리 먹었어야지.
이미 내 지팡이는 쏘냐의 엉덩이를 향해 내려 찍힌 후다.
─트리플킬!
전설의 출현!
공평하게 너도 한 방 쟤도 한 방.
비교적 잘 컸다고 할 수 있는 네네톤은 아쉽게도 두 방이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변하는 건 아니다.
세 명의 적을 가감없이 골로 갔다.
남은 건 편하게 타워만 깨면 될 일.
빠악!
빠악!
정확히 3대.
아쉽게도 타워에는 치명타가 터지지 않는다.
만약 터지기라도 했다면 타워가 개서스의 딱밤 한 대에 으스러지는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하였습니다.
억제탑까지 세트로 사이좋게 부숴준다.
그 후의 한타는 볼 것도 없다.
이미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적팀.
서렌을 치지 않는 게 대견할 정도다.
봇억제탑을 밀었으니 그 다음은 탑.
마지막으로 미드.
3억제탑을 밀고 거대 미니언들과 함께 전진한다.
어떻게든 쌍둥이 포탑을 끼고 발악을 해보는 적팀이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양 팀이 모두 알고 있다.
캐리를 받고 있는 쪽도, 당하고 있는 쪽도.
넋이 나가 개서스를 쳐다 보고 있다.
'죽창.. 아니, 치명타 개서스 앞에선 모두가 평등한 법이지.'
빠지직!
너도 한 방.
쟤도 한 방.
공평하게 모두가 한 방이다.
혹시 데미지를 잘 못본 게 아닐까.
두 눈 똑바로 뜨고 확인한 딱콩 데미지는 4천.
심지어 한 방에 골로간 리심의 방어력을 제한 숫자다.
그도 그럴 게 높아진 스택의 숫자, 뿐만 아니라 워트마 세트까지 갖춰졌으니까.
이전에 귤선장으로도 갔던 코어아이템.
치명타와 더불어 체력까지 챙겨준다.
그리고 체력에 비례해 공격을 올려준다.
체력을 뻥튀기 시켜주는 개서스의 궁극기와 제대로 들어 맞는다.
엄청나게 올라간 공격력과 스택에 의해 2.5배로 터지는 치명타.
단 하나 다행인 점이 잇다면 적팀의 공격을 뿌리칠 우물이 존재하다는 것과 포탑에는 치명타가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
보기만 해도 넌저리를 넘어서 트라우마가 걸릴 수준이다.
[All]─WHAT THE HELL….
[All]─THAT'S.. HELLSUS..
헬서스.
괜찮은 별명이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지옥의 사신.
치명타 개서스를 일컫는 명명으로 더없이 적절하다.
============================ 작품 후기 ============================
추천 부탁드려요 ㅠ.ㅠ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현상금 부분 수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