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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마술사
싱나드의 패시브.
가진 바 마나에 비례해 체력이 오른다.
덕분에 원래라면 딜로스템에 불과한 여제의 눈물방울은 싱나드에겐 훌륭한 성장형 아이템으로 변한다.
독가스를 키고 파밍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늘어나는 체력.
흐뭇하게 즐기고 있는 와중에 아군이 핑을 미친듯이 찍어댄다.
─아군이 위험신호를 보냄!
아군이 위험신호를 보냄!
탑에서 여유롭게 파밍을 하고 있을 뿐인 나와 원수라도 진 듯.
티몽과 아모모, 심지어 적 미드라이너 트와이스 페이크까지 넘어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3인갱.
이런 건 솔직히 당해줘도 무죄아닌가.
─적에게 당했습니다.
다섯 번째 죽음.
아군의 입장에서는 골때리는 노릇이지만 괜찮다.
난 이제 돈 안주니까!
─STOP FEEDING, SINGNAD….
어떻게 주절주절 설명을 해봐도 못 알아 먹는다.
내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스코어가 뒤지고 있다는 불안감때문이 크다.
그저 죽지 말라고만 얘기한다.
거 죽어도 돈 안 준다니까 그러네.
다시 한 번 라인에 복귀해 2차 포탑을 가볍게 넘는다.
또 한 번 빽핑을 찍어오는 아군의 제지마저 가볍게 뿌리치고 오버파밍을 한다.
미니언에 지그재그 예쁘게 묻히는 독가스.
주문력 아이템이 갖춰지기 시작한 싱나드의 파밍력은 엄청나다.
띠링! 띠링!
보람찬 파밍!
스택을 쌓는 개서스처럼 공들여 먹지 않아도 된다.
개서스가 한 땀, 한 땀 땀을 지어 짓는 유기농 농사라면.
싱나드는 비행기로 농약을 우수수 살포하는 문명의 이기!
그 하나하나의 질은 떨어질지라도 양이 장난이 아니다.
계속해서 갱킹을 당하면서도 꾸역꾸역 파밍한 싱나드의 CS가 벌써.
'15분에 130개.'
미드라인처럼 더티파밍은 못하기에 분당 10개씩은 챙기지 못했지만.
탑라인에서 이 정도 CS면 가히 상상초월이다.
킬따위 먹지 않아도 아이템이 나오는 속도가 다르다.
더군다나.
'CS차이가 벌써 60개나 나지.'
내 싱나드는 0킬 5데스 0어시.
그에 비해 적팀의 티몽은 3킬 2어시.
분명 탑라인이 터졌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레벨차와 아이템 격차가 나고 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싱나드 쪽이 위.
TIMONG[All]─WHY..?
귀를 쫑긋 거리며 귀엽게 물어봐도 어쩔 수 없다.
킬을 먹기 위해 나를 쫓아다닐 수록 CS를 흘리게 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싱나드가 걸은 마법 때문이다.
─Unknown Error님이 용을 지목.
티몽과 아모모가 포위망을 서서히 접혀온다.
한두 번 죽은 것도 아닌 내가 탑에서 프리하게 파밍하는 꼬라지를 가만 보지 않으려는 모양.
한 번 잡는다고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의 시작이다.
'일단 넘기고!'
앞에서 거치적 걸리는 쥐 한 마리.
티몽을 보자마자 힘껏 내던져 버린다.
싱나드의 E스킬.
적 한 명을 뒤로 던져버릴 수 있다.
글자 그대로 티몽은 하늘로 날아가 덩그러니 떨어진다.
그리고 던지는 끈끈이.
동그랗게 깔린 끈끈이 지대는 적팀의 이동속도를 저하시킨다.
둔화효과만 있을 뿐 공격적인 기능은 없다는 게 다소 흠이라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된다.
추적전에서 싱나드가 요리조리 잘 튀게 해주는 비결.
'용 먹으려면 한참은 걸리겠네.'
슬쩍 본 맵에서 아군은 아직 용 근처에 집합도 하지 못했다.
최대한 오래 시간을 끌어야 한다.
투덜투덜 나 죽는다고 키보드 두들기면서 정작 자신들은 라인전을 지고 있는 몽매한 것들.
아군 녀석들이 용을 먹을 시간을 최대한 벌어준다.
지치지도 않고 나를 따라오는 티몽과 아모모.
혹시 모를 붕대를 조심하며 와리가리 몸을 틀어준다.
그런데.
부와아아앙!
독기를 품은 듯.
붕대를 못 맞힌 아모모가 점멸까지 사용해 궁극기로 나를 구속한다.
그리고 똑같이 점멸을 사용해 호응하는 티몽.
치지직! 타는 소리와 함께 발화까지 걸린 걸 보면 작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 점멸을 사용한 건 실수다.
내가 올린 아이템은 여제의 눈물방울과 억겁의 스태프.
딜템에 가깝다.
물론.
아무리 패시브때문에 추가체력이 많다고 해도 체력템만 올려서 물렁살이라 생각되기 싶다.
특히나 아모모처럼 최대체력에 비례한 %뎀이 있는 적에게 녹기 십상.
그러한 단점은 싱나드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치이이잉..!
싱나드의 궁극기, 광란의 마약을 마신다.
그 효과는 주문력과 방마저, 이동속도.
더불어 체력과 마나의 재생속도까지 올려준다.
그리고 사용하는 유령화 스펠.
폭주하기 시작한 싱나드는 한동안은 막을 수가 없다.
이미 나를 따라오는 동안 독에 흠뻑 적셔진 아모모와 티몽.
탱커인 아모모는 몰라도 티몽은 잡히기만 하면 한 주먹거리도 안된다.
그런 녀석이 아모모 믿고 까불다가 앞점멸을 사용하다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으하하하!
싱나드의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넘겨지는 티몽.
또 한 번 독바다에 절여진다.
억겁의 스태프가 갖춰진 내 싱나드의 독에.
치이이잉..!
무려 25초간이나 유지되는 궁극기.
유령화까지 더해지자 어떻게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삶을 포기한 티몽이 독침을 날려대지만 헛수고.
궁극기와 물약으로 회복되는 체력량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5데스 싱나드의 킬세탁 시작!
만약 어쩌다 먹은 거라면 팀원들이 키보드를 때려 부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명백한 솔킬.
더군다나.
치이이잉..!
싱나드의 궁극기 효과는 끝나지 않는다.
CC기가 좋을 뿐이지 그 본체는 뚜벅이나 다름없는 아모모.
죽어서도 활짝 웃고 있는 티몽의 시체를 보고 뒤늦게 도망가려 해도 헛수고다.
술래잡기의 술래는 이미 바뀐지 오래.
이제 술래는 아모모다.
궁극기를 발동한 싱나드의 이동속도와 끈끈이 효과가 더해지면 뒤를 잡는 것은 한 순간.
으하하하!
끈끈이로 아모모의 발걸음을 멈추고 깔끔하게 넘긴다.
아군 포탑까지 도망가려면 한참은 가야 할 텐데.
그 도주를 내가 허락할 리가 있나.
─더블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킬은 오히려 보너스다.
내가 원래 목표했던 바는.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꼭 동네에서 보면 소독차 나타났을 때 좋다고 따라다니는 애들이 있다.
그것이 로드 오브 로드에서도 고대로 재현된다.
체력이 깎여 도망가는 싱나드가 뿌옇게 뿌린 독가스를 보면 환장해서 달려들지만 결과는 이 모양 이 꼴.
두 명이서 싱나드 하나 못 잡고 더블킬까지 내준대다 용까지 먹혔다.
그럼에도 스코어만 보자면 아직도 열세.
내가 적팀에게 죽어준 덕분에 적팀의 입장에선 할 만하다고 느낄 거다.
착각하고 마는 거다.
적팀도, 심지어 아군도.
어느 쪽이 이기고 있는지, 게임은 어떻게 돼가는지 헤어나오지 못한다.
싱나드의 마법이 만들어낸 환각에서.
마법의 꿈에서 깨어나는 건 오직 한 순간이다.
그 누구도 싱나드를 막을 수 없다고 확신을 해버릴 때.
아직 불충분하지만 내 싱나드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아모모의 갱킹정도로는 절대 막지 못한다.
미드까지 덮쳐온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다.
탑에서 봇으로.
라인을 옮겨 파밍을 한다.
흔히 말하는 스플릿 푸쉬.
하지만 여타 챔프들이 보여주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쇈의 스플릿이 적팀의 입장에서 귀찮고.
잘 큰 개서스의 스플릿이 암담하기 짝이 없다면.
싱나드의 스플릿은 애매하다.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쇈처럼 한 명 보내서 마크하는 것은 당연히 안 먹힌다.
그걸로 통할 상대였으면 애초에 아무도 골머리를 썩히지 않았다.
개서스를 상대하듯이 주위를 어떻게든 잘 포위해 덮쳐본다?
통하지 않는다.
약한 구멍을 발견해 강제로 돌파하면 그만이니까.
─Unknown Error님이 바론 백작을 지목.
또다시 시작한다.
광란의 파티를!
치이이잉..!
아직 적팀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미리 궁극기를 발동한다.
어째서?
곧 올 게 분명 하니까.
오지 않으면 배기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버렸으니까.
티잉! 티잉!
쌍둥이 포탑이 싱나드를 거세게 후려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독구름을 마구마구 흩뿌린다.
3라인 파밍.
그를 위한 포석이다.
나오자마자 독가스에 잠식되는 미니언들.
화면에 꽉찬 미니언들이 차곡차곡 골드로 화하는 모습은 흐믓하지만 이제 곧 들이닥칠 거다.
무서운 집주인들이!
자다가 봉창뚜드리는 것도 아니고.
남의 집에 와선 이게 무슨 소란인지.
허겁지겁 귀환해 나를 쫓아오는 적팀들.
술래잡기가 시작된다.
휘이잉!
싱나드의 궁극기에 유령화가 더해지자 이동속도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한다.
무슨 배짱으로 집까지 쳐들어왔는지 몰라도.
꽁킬을 먹기 위해서 적팀들이 나의 뒤를 신나게 따라온다.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오는 경로에 끈끈이를 깔아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완전히 적팀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안되는 노릇이다.
약을 올려야 한다.
잡힐 듯 말듯.
절묘한 거리를 유지한 채 시선을 끈다.
아군들이 시간을 상당히 많이 요구하고 있으니까.
치이이잉..!
도저히 잡는 것을 포기했는지 걸음을 돌리는 적팀.
산개한 덕에 구멍이 보인다.
고민따위 하지 않고 냅다 뛰어든다.
으하하하!
도망가는 듯 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돌리고 티몽에게 돌진.
넘기고서 다시 쌍둥이 포탑을 향한다.
파밍을 하기 위해서!
슈우우우..
독구름이 뭉개뭉개 깔리며 미드와 탑라인의 미니언 웨이브를 적신다.
대포 미니언까지 녹아나며 싱나드에게 막대한 골드를 선사해준다.
적팀의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노릇.
도망갔다고 생각했는데 미쳐가지고 되돌아오다니.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사방에서 나를 포위해온다.
부와아아앙!
트페의 황금 카드가 꽂히고 그 자리에 아모모의 붕대가 떨어지더니 궁극기까지 사정없이 꽂힌다.
아무리 궁극기를 킨 싱나드가 단단할 지라도 이렇게 연속해서 떨어지는 CC기 포격엔 장사가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신나게 파밍하다 죽었으니 여한은 없다.
갯수로 환산하자면 다섯 웨이브를 먹은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결정적으로 목표했던 바는 이뤄냈으니 죽어줘도 아무 상관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어떻게든 1인 분 해보고자 열심히 내 뒤꽁무니를 따라오던 티몽.
독가스의 막틱이 터지며 사망한다.
그리고 목표했던 결정타는 아직이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당해버린 바론 백작의 포효가 소환자의 전장에 울려 퍼진다.
이 순간 마법은 깨진다.
싱나드의 마법은 환각과도 같으니까.
실감하는 순간 더 이상 마법이 아니게 된다.
이제는 마법따위 필요가 없다는 말이 확실할까.
16:17.
거의 따라잡은 게임 스코어.
하지만 용과 바론 백작은 아군이 모조리 가져갔다.
적팀은 싱나드 한 번 잡아보려고 하다 모든 오브젝트를 내주게 됐다.
그렇다고 티몽이 싱나드보다 잘 큰 것도 아니다.
많이 죽었을 뿐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10명의 플레이어 중에 가장 잘 큰 건 싱나드라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
티몽은 KDA만 괜찮은 뿐 빛 좋은 개살구다.
그렇게 싱나드의 마법이 풀리자 모두가 자각한다.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
그리고 캐리한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들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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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부탁드려요 ㅠ.ㅠ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