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전장의 마술사
매판, 매판 하드캐리의 위엄을 보여주며 트롤이라 생각했던 싱나드의 평가를 바꿔버린다.
마법에서 헤어난 아군들은 뒤늦게서야 내 가치를 알고 감동의 도가니.
하지만 다이아로 가는 승격전은 2승 1패의 상태다.
2승은 당연 내 하드캐리고 1패는 아군의 고의트롤때문.
가끔가다 있다.
KDA만 보고 트롤인줄 아는 애들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같은 놈은 올라가면 안된다며 묵묵부답.
승격전이라 게임을 포기할 수도 없어, 아군의 닷지를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시작돼 버렸다.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미드를 박기 시작하는 아군.
어떻게 4:5로 진행해보자고 해도, 트롤때문에 다른 아군들의 전의도 완전히 꺾였다.
미드 오픈을 빠르게 지고 다음 판으로.
이미 시작돼서 중반에 접어든 게임은 무난하다.
이번 판만 이기면 무난하게 다이아로 승격.
하나 문제가 있다면 아군들이 상당히 조급하다는 사실.
─MAGIC..!
아군의 말마따나.
내가 플레이하는 싱나드는 한 마디로 마법이다.
마술처럼 게임을 뒤집어 버리는 싱나드.
이름하야 열파.. 아니, 매직 싱나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마법이 시작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문제.
─STOP THE FUCKING MAGIC….
게임시간 18분.
스코어는 10:12!
아군이 아슬아슬하게 지고 있다.
전 라인이 이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코어가 불리하다.
바로 내 싱나드의 데스때문에!
이기는 게임도 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버리는 게 싱나드의 마술이다.
덕분에 아군들이 아직 불만이 많다.
내가 오더를 해줘도 듣지를 않을 정도.
때문에 나는 초강수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Unknown Error님이 용을 지목.
시작한다.
잡아도 하등 의미없는.
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하는 영겁의 술래잡기를.
치이이잉..!
싱나드가 궁극기인 광란의 마약을 들이마심과 동시에 뛰어든다.
쌍둥이 포탑.
튀어나오는 모든 미니언에 싱나드의 독이 떡칠되어 나부낀다.
─FUCKING MY CS!
울어도 봐주는거 없다.
미드와 봇라인의 CS까지 모조리 먹어버리는 3라인 파밍.
꼬우면 바로 용먹으러 가면 된다.
어차피 네 라인에 미니언따위 오지 않아!
졸지에 일거리를 뺏아긴 아군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용을 향한다.
말을 드럽게 안 듣는 팀원들도 이렇게 미니언을 강제로 뺏어먹고 핑을 찍으면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나.
미칠듯한 추격전을 시작해야 한다.
<가속!>
내 싱나드를 향해 날아오는 제임스의 포킹.
무거운 번개구슬을 몸을 비틀어 피해낸다.
하지만 한두 명이 아니다.
철천지 원수라도 진 듯 모든 적팀이 나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다.
휘이잉!
유령화를 켜고 빠르게 도주.
다섯 명의 적팀이 싱나드의 독가스에 중독이 되면서도 꾸역꾸역 따라온다.
싱나드를 플레이할 때 이토록 보람찬 상황이 없다!
장난이 아닌 긴장감.
어쩌다 한 번 잡히기라도 하면 그대로 끝이다,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의 속박에 제임스가 망치로 내려찍기 시작하면 탱커고 나발이고 죽는다.
끄트머리도 잡히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도망치지만.
쿠웅!
약이 바싹 오른 상대 탑라이너.
제임스가 점멸까지 쓰며 망치로 내려 찍는다.
붙자마자 뒤로 넘기긴 했지만 둔화가 걸린 게 치명적.
나무카이부터 뒤늦게 따라오던 아링까지 스펠을 아끼지 않고 호응하며 나를 붙잡는다.
다구리에 장사없다고 녹아버리는 내 싱나드.
하지만 제 역할은 다 했으니 문제는 없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용 한 마리로 얻는 글로벌 골드는 천 골드가 넘는다.
그리고 나를 잡아봤자 적팀이 얻는 골드는.
'달랑 50원 짜리 싱나드지..!'
대포 미니언 한 마리의 값어치밖에 되지 않는다.
죽으면 죽을 수록 낮아지는 몸값.
이는 원래 게임이 말린 유저를 위한 게임사의 조치지만 이렇게 악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법 싱나드.
적팀은 싱나드를 아무리 죽인다 해도 CS를 먹은 것만 못하다.
하다 못해 정글 한 캠프도 싱나드보다 비싼 상황.
그렇다고 무시해버리자니 집 안에서 깽판을 치고 돌아다닌다.
부활하자마자 다시 오버파밍.
탑에서 제임스를 만나자마자 놀리듯이 던져 넘긴 후 곧바로 전진한다.
2차 포탑을 넘어 적팀의 본진에.
슈우우우..
아이템이 갖춰지기 시작한 싱나드는 제임스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분명 KDA 하나는 우월한 제임스지만 CS차이때문에 오히려 레벨이 밀린다.
싱나드 따라다니다가 독 한 번 잘못 묻기 시작하면 솔킬이 날 수 있다.
<가속!>
제임스가 던져대는 포킹을 무빙으로 가볍게 피하며 기분좋게 파밍을 한다.
이번엔 체력관리가 필요하기에 3라인 파밍은 아니고 2라인 파밍.
미드와 탑라인의 CS를 혼자서 독차지한다.
─MY CS….
아군 미드의 희생덕분에 내 싱나드의 CS는 분당 10개가 넘었다.
못 먹은 CS가 아쉬운지 울부짖는 미드라이너.
대신에 이번 오버파밍의 목표를 찍어준다.
─봇라인에서 도움을 요청.
아군이 찍은 게 아니다.
내가 찍었다.
어차피 미드에서 할 거 없으면 봇라인 로밍이나 가라는 의미.
미니언 다 뺏어 먹고 하는 행위가 지원핑이다.
정말 거지같은 소리가 따로 없지만 미드는 자신도 모르게 움직인다.
지금까지 내 말대로 해서 안된 적이 없기에.
팀에서 가장 많이 죽은 싱나드의 오더를 팀원들이 따르고 있다.
깨닫지 못한 새에 싱나드의 마법에 걸렸다.
치이이잉..!
싱나드의 궁극기가 발동되며 다시 한 번 술래잡기를 시작한다.
정글러 나무카이, 그리고 아링까지.
3인갱으로 나를 처단할 생각.
하지만 나를 어떻게 한다고 게임을 이기는 게 아닌데.
싱나드의 마법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3단 대시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며 내 코앞까지 다가가 유혹을 날리는 아링.
일부러 맞아준다.
싱나드의 궁극기와 아테나의 신발.
CC기의 지속시간을 줄여주는 강인함 효과가 중첩되자 몇 개 찍지도 않은 유혹의 효과따위 금새 풀어버린다.
그리고.
으하하하!
아링을 그대로 뒤로 넘겨 독을 흠뻑 적신다.
순수한 탱커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미 완성 억겁의 스태프.
그리고 대악마의 한숨까지.
마나가 올라갈 수록 체력이 올라가는 싱나드는.
대악마의 한숨에 의해 마나량에 비례해서 주문력까지 올라간다.
2코어가 갖춰진 싱나드는 이전까지와는 격이 다르다.
나를 따라오던 와중에 이미 중독됐었던 아링.
넘기기까지 하자 체력이 반피가 넘게 훌쩍 까인다.
주문력템을 갖추기 시작한 싱나드의 데미지는 이토록 무섭다.
소독차가 아니라 독가스차!
쿠웅!
체력이 뭉텅 달긴 했어도, 어떻게 나를 붙잡아 시간을 끈 보람이 있었는지.
뒤따라온 제임스의 망치가 떨어지고 나무카이가 연계해 나를 속박한다.
하지만 아테나의 신발이 갖춰진 싱나드는 어지간한 CC기로는 발목조차 붙잡기 힘들다.
치이이잉..!
체력만 올렸으니 물렁살이라고 생각했는가.
궁극기에 의해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놀랄 만큼 추가되는 싱나드는 체력만 올려도 단단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단단할 뿐만 아니라 데미지까지 무시하기 힘들다.
패시브 덕분에 탱템 역할을 하게 됐을 뿐.
억겁의 스태프와 대악마의 한숨의 본래 용도는 명실상부한 주문력 아이템이다.
싱나드는 어지간한 미드라이너 이상으로 주문력이 높다.
주문력에 의해 강화된 맹독을 제임스와 나무카이에게 떡칠하고 아링을 뒤쫓는다.
이미 3단 대쉬기가 다 빠진 아링.
그리고 이전에 나를 잡는다고 점멸까지 사용했었다.
도주기가 없는 아링의 뒤를 가볍게 잡아 다시 한 번 던져 넘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직 두 명의 적이 남아있다지만 여유롭다.
맹독에 의해 절여질대로 절여진 적팀.
게다가 하나 더, 비장의 카드가 남아 있다.
파앙!
제임스의 포킹이 들어맞으며 훌쩍 까이는 내 싱나드의 체력.
용기를 얻은 제임스가 다시 한 번 나에게 뛰어든다.
그 용기는 가상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러 맞아준 거다.
쿠웅!
제임스가 망치로 나를 내리찍음과 동시에 발동시킨다.
대악마의 한숨, 그 액티브 효과.
현재 마나의 20%를 소비해 그 분만큼 보호막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 싱나드의 남은 마나는 현재 2천.
발동된 두터운 실드는 제임스의 공격을 여유롭게 막아낸다.
그리고 또다시 독가스를 흠뻑 적신다.
─더블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낚시 플레이의 정석!
체력이 낮아지게 되면 눈알이 뻘개져서 달려들게 돼있다.
딸피가 로드 오브 로드 최고의 CC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물론 적팀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노릇이다.
대악마의 한숨은 못해도 25분은 넘어야 나오는 아이템.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오르는 스택을 완전히 쌓아야만 대악마의 스태프가 대악마의 한숨으로 진화한다.
하지만 마나를 잡아 먹는 독가스를 수시로 킬 수 있는 싱나드는 20분도 채 되기 전에 스택을 전부 쌓을 수 있다.
조금 귀찮은 작업이긴 해도 몸에 익으면 자연스럽다.
이제 남은 건 나무카이뿐.
자신의 타워 안 쪽으로 도망고 있지만 그럼에도 따라간다.
너 죽고 나 죽자.
으하하하!
지옥끝까지 따라가서 나무카이를 기어코 넘겨버렸다.
독가스에 담가진 나무카이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지만, 포탑에 얻어터진 나 또한 마찬가지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트리플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미 킬세탁을 완료해버렸기에 이전처럼 50골드를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다이브를 택한 이유.
바로 사기를 꺾어버리기 위해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내가 적팀의 진영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는 사이.
아군 미드라이너와 정글은 봇라인에 갱킹을 갔다.
강제 다이브.
원래라면 적 미드와 정글이 뒤를 봐줘야 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내 싱나드가 어그로를 완전히 끌어버렸기 때문에.
무력하게 반항도 못하고 다이브 당해 죽으면 그것만으로도 화나는 일인데.
미드와 정글은 싱나드 쫓는다고 하더니 역으로 당했다.
어떻게 잡았으면 뭐하는가 3:1의 교환인데.
화가 부글부글 나는 상황에서 들리는 마무리 음성.
살아남은 아군이 아무도 없는 인공지능의 알림이다.
몸에 힘이 쫙 빠짐은 물론이고.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생각따위 날 리가 없다.
─적팀이 찬성 4표 반대 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이것이 무리하게 다이브까지 해서 나무카이를 잡은 이유다.
이렇게 마법은 풀린다.
싱나드가 걸은 마법은 그 싱나드가 날뛰게 되면 풀리게 되니까.
단순한 트롤이라고 생각했던 싱나드가 전장의 지배자로 떠오르는 순간.
그리고 분명히 탑을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탑라이너가 쭉정이로 전락하는 순간.
마법에서 풀려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20분이 되자마자 마무리 당해버린 냉혹한 현실.
킬 스코어만 이기고 있었지 까놓고 보니 아무것도 없다.
─WHY SURREN..?
─WE.. WON?
싱나드의 마법에 걸렸던 건 아군도 마찬가지다.
대전기록창에 들어가자마자 답답했던 궁금증이 터져나온다.
어떻게 게임이 이긴 건지, 적팀은 왜 서렌을 쳤는지 의문을 표하는 아군들.
분명 스코어는 비슷했을 텐데.
아니 오히려 지고 있었을 텐데.
자신들은 싱나드가 죽는 동안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어느샌가 게임을 이겼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내 한마디.
─IT'S MAGIC.
마술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술의 트릭을 알려주는 마술사는 없다.
그 한 마디로 일축시킨다.
그렇게 정리하고 대전기록창을 나가기 직전.
내 승격전에 마지막 체크가 더해지며, 그제서야 떠오르는 하나의 메세지.
소환자님은 다이아몬드 5티어로 승급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상당히 답답한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서버.
뒤늦게 떠오른 알림이 내 승격을 알린다.
북미 서버의 천상계에 도달했다는 증표를.
============================ 작품 후기 ============================
추천 부탁드려요 ㅠ.ㅠ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