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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40화 (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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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마술사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사는 곳이라는 게 으레 비슷비슷 닮기 마련이다.

한국에 잉벤이라는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는 만큼, 북미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이트 정도는 존재한다.

아무래도 북미서버라는 게 캐나다를 포함해 여러나라를 포과하는 만큼, 오히려 이용자도 규모도 잉벤보다 훨씬 크다.

북미의 롤 커뮤니티 사이트의 이름은 래딧.

최근 그 래딧에 조그맣게 제기된 화제가 있다.

내용이 하도 얼토당토 하지 않아 처음에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작성자가 계속해서 부르짖으니 어그로가 끌리기 마련.

첫 작성자가 올린 글의 제목은 이러했다.

─HAVE YOU SEEN MAGICIAN IN THE GAME?

로드 오브 로드에서 마술사를 본 적이 있냐는 어이없는 물음.

그 의도가 어쨌던 간에,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목이다.

그렇게 클릭해서 본 글의 내용은 조금 허무.

작성자가 랭크게임에서 만났다는 하나의 챔피언에 대한 이야기였다.

비주류 챔피언 중 하나 싱나드.

누구나 알고는 있다.

잘 크기만 하면 어떻게 막을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성장 기대치가 기가 막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잘 커서 좋은 챔프가 한두 개도 아니고.

그 성장 과정이 녹록지 않다면 할 이유가 없다.

싱나드가 딱 그 케이스다.

라인전의 카운터가 너무 많다.

어떻게 꿈틀 거릴 수라도 있으면 손바닥이 바들바들 떨리지라도 않을 것이다.

전기쥐같은 챔피언이 표창과 전기찜길로 찌릿찌릿 괴롭히면 싱나드는 그저 맞는 수밖에 없다.

갱킹이 오지 않는 한 아예 반항조차 할 수 없으니,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싱나드의 성장기대치가 최강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굳이 사용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챔피언.

그 싱나드가 좋다면서 작성자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비유를 해도 마술사란다.

혼자서 게임의 판도를 조종하는 전장의 마술사.

마술사고 나발이고 간에 성장을 못하면 그 챔프의 진가는 발휘될 수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싱나드는 한 번 고통받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얻어 맞기만 해야 한다.

싱나드로 어쩌다 한 번 흥해가지고 신나서 글을 쓴 게 아닌지.

일단 심증은 확실한 상황.

그런데.

모두가 갖잖은 어그로라 생각하며 글을 쓱 넘긴 시점에서.

작성자의 해괴한 변명이 담긴 장문의 글을 하나 더 올라왔다.

그에 대한 반응은 물론.

─LUL. YOU DRUNK?

─GO BACK TO SLEEP.(LAUGH)

한 마디로 개소리.

거짓말을 할 거면 최소한 그럴 듯 하게 해야지.

성의없는 헛소리는 드립도 되지 못한다.

사단을 일으킨 작성자의 항변은 계속 됐지만 원래 어그로에 먹이주면 안되는 법이다.

싱나드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헛소리는 래딧에서 아주 심심풀이 이야깃거리가 됐을 뿐 금새 묻혀버렸다.

그렇게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차.

하루 걸러 올라온 또 하나의 글.

어제의 작성자가 아니었다.

혹시 아이디를 바꿔서 어그로를 끄는 건 아닐까.

아니다.

이번엔 인증까지 있었다.

자신이 다이아5티어, 천상계 유저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게임 내 플레이했던 사진들까지.

티어는 그렇다 쳐도 게임플레이 사진을 주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성자가 인증을 통해 증명을 하니 그제서야 조금 화젯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밝혀 보자며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다.

물론 나왔던 의견들 중에 썩 괜찮은 것은 없었지만 서도.

─IS THAT A BUG..?

버그가 아니냐는.

혹은 주작같다는 단순한 의견에서부터.

─MAYBE, HE QUIT THE GAME.

상대 라이너가 로그아웃을 한 것 같다는 제기.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싱나드의 레벨이 평균을 가볍게 상회한다.

그렇기에 알쏭달쏭한 노릇.

무려 10데스를 한 정신나간 싱나드.

정말 많이도 죽었다.

대놓고 미드를 박아도 저렇게 죽기는 힘들 텐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상상이 가지 않는 노릇이다.

그렇게나 죽어 놓고도 싱나드의 레벨이 가장 높다니.

심지어 먹은 CS의 양이 분당 10개에 가까웠다.

만약 커스텀 게임이었다면 단순히 주작이라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겼을 거다.

커뮤니티에서 한 번 관심 좀 끌어보려고 친구들끼리 짜고 치는 경우가 없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랭크게임이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티어대가 아닌 천상계.

천상계의 초입이라고는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1%도 채 되지 않는다.

시즌2 전체 유저의 1%조차 안되는 극소수의 유저들만이 얻을 수 있는 영광.

그렇게 수준 높은 점수대에서.

우연히 만났을 10명의 플레이어가 짜고 쳤을 거라고는 장난으로라도 생각할 수 없다.

래딧의 유저들은 요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작성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시원찮았다.

그저 파밍을 했을 뿐이라고.

계속 죽으면서 파밍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도저히 막을 수가 없더라.

한 래딧유저가 물었다.

혹시 맞라이너가 엄청나게 못한 건 아니냐.

싱나드가 클 시간을 줘버린 게 아니냐고.

모두가 그럴 듯한 관점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때 작성자의 답글이 올라왔다.

그렇지 않았다고.

미드라이너였던 작성자는 탑의 상황을 지켜봤다고 한다.

아군의 탑라이너는 정글러가 갱킹을 가는 족족 아낌없이 호응해 싱나드를 말렸다.

그렇게 몇 번이나 죽어준 싱나드때문에 게임은 완전히 기울어졌고, 이미 이긴 게임이라 확신하고 있었다며 작성자는 리플을 달았다.

원했던 대답에서는 한없이 멀다.

해명이 전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싱나드가 그렇게 큰 건지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다.

또 다시 이어진 작성자의 대답.

형편없었다.

모른단다.

게임을 플레이한 자신도 모르겠다고.

그저 정신을 차린 순간 이미 싱나드를 말릴 수가 없없었다며 헛소리를 해댄다.

조용히 작성자의 글을 읽고 있던 래딧유저들은 성이 나서 키보드를 두들겼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직접 겪어놓고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답답하게 모르겠다는 설명만 반복하던 작성자는 결국 한 마디했다.

자신이 아닌 그가 했던 말.

싱나드를 플레이했던 유저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IT'S MAGIC.

마법이라고.

마술을 부렸다고.

점점 더 알쏭달쏭해지며 미궁으로 빠지는 사건.

해결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의 의혹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어떻게 심증이라도 있으면 모르되 아예 근거 자체가 부실하니 신경쓸 가치가 없는 일.

그럼에도 하나 궁금증이 이는 사실이 있다면.

래딧유저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하는 작성자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래서 그 싱나드를 플레이 했던 유저의 아이디는 대체 뭐냐고.

─YOU GUYS AREN'T LISTENING TO ME.

분명 자신은 경험담을 토대로 말한 건대 사람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투덜대던 작성자.

삐진 듯한 작성자는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버린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의 아이디는 Unknown Error.

알 수 없는 오류라는 얼토당토한 닉네임.

제대로 알려준 게 맞냐는 댓글들이 달렸지만 진위를 파악하는 건 간단하다.

CP.GG 사이트에 찾아보니 떡 하니 나왔다.

Unknown Error의 승률은 제법 화려.

하지만 그 정도야 마스터 티어대의 유저가 듀오를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천상계인 다이아 티어 이후로 승률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거지.

그 전까지는 어떻게 손발만 잘 맞추면 양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의 잉벤유저들 그 이상으로.

자신의 티어는 낮지만 여기저기서 잡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는 래딧 유저들.

결론을 내렸다.

부캐를 키우는 작성자가 친구와 함께 어그로를 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앞뒤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번에는 작성자가 어떤 변명을 해올지.

관심이 남아있던 몇몇 래딧유저들은 기다렸지만 작성자의 글은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

마무리 지어지는 사건.

흔하디 흔한, 어그로 관심종자 사건이라고 매듭지어졌다.

그것으로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

.

.

* * *

"에취!"

환절기도 아닌데 기침이 나오다니.

누가 혹시 어디서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니나.

'최근에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다니긴 했지.'

로스앤젤레스는 한국에 비하면 따듯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습도가 낮아 불쾌하다는 느낌은 없다.

더군다나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의 객실엔 에어콘은 물론 공기청정기까지 달려있어서 기침이 나오는 일은 앵간하면 없는데.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줬다니까.'

에어콘은 몰라도 공기청정기는 호텔의 기본적인 물품이 아니다.

CLC측에서 나를 신경써서 달아준 것.

방구석 하루종일 짱박혀 있다보면 운동부족은 몰라도 탁한 공기때문에 몸이 상하는 일이 은근히 생긴다.

그런데도 기침이 나오다니.

'슬슬 쉬어줘야 하는 시간인가.'

지난 주말이 지난지 벌써 며칠이나 됐다.

그 사이에 부쩍 늘어난 내 영어 실력.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돈이 썩어나서 외국에 가는 게 아니었구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어중간하게 병행하는 것보다는 영어공부에 치중을 하자고.

그리고 게임은 감을 잃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오히려 이 편이 시간을 따지자면 훨씬 단축된다.

상혁씨가 잘 가르쳐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환경이 좋아서인지.

물론 그 둘 다 겠지만 상상이상의 속도로 내 영어가 늘고 있다.

그래도 따지자면 배우는 게 즐겁기 때문이 가장 클까.

'솔직히 루시 덕을 많이 봤지.'

식당에서 카운터에서 삼시 세끼 보게 되는 금발의 여직원.

최근 상당히 친해져서 이름으로 부르는 건 물론이고, 식당일이 끝난 후 따로 만나기까지 할 정도다.

심지어 언제 한 번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도 했다.

시간까진 정하지 못하긴 했지만!

부디 빈 말로 꺼낸 건 아니라고 조마조마 빌고 있다.

영어를 배울 때 가장 큰 난관이 자신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름아닌 상혁씨에게서.

그러한 부분이 루시와 말을 트면서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적어도 누군가 갑자기 나에게 대화를 걸어도 당황하는 일은 없다.

빠른 속도로 말하면 여전히 못 알아 먹지만.

차근차근 EBS 교육방송의 0.7배속 수준으로 설명해주면 어찌저찌 알아는 듣는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대충 문맥으로 파악할 수 있달까.

애초에 일상 대화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외우라고 시켰던 단어는 영 쓸 일이 없단 말이야.'

정작 미국인들은 쓰지도 않는 단어들.

왜 그렇게 암기를 강요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실질적인 영어 학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미국인이 토익 시험을 봐도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걸지도.

'딱 두 판만 하고 자자.'

영어공부에 사실상 올인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게임을 아예 안 하는 것과 간간히 하는 것은 차이가 상당하니까.

몸이 잊지 않았는지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컴퓨터의 전원으로 향한다.

로딩이 되자마자 로드 오브 로드에 접속한다.

주말 이후로 큐를 많이 돌리지 않았기에 점수대는 아직 다이아 5티어.

천상계라고는 해도 썩 높은 구간은 아닌지라 랭크게임의 큐가 빠르게 잡혔다.

'오랜만에 꺼내볼까.'

플레이하기로 정한 챔피언은 세코.

싱나드라든지 귤선장이라든지.

한 밤중에 눈아프게 맵 주시할 여력은 없다.

빨리 끝내버리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까.

간만의 실력발휘해서 화끈하게 쳐부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쟤네, 설마 프로야?'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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