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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마술사
"seko?"
팀 독나타스 소속의 프로게이머.
루베리는 상대팀의 정글러가 세코를 보고 웃었다.
대체 언제적 세코인지.
'아니지, 여기 점수대라면 충분히 나올 만도 하네.'
루베리 자신은 현재 부캐를 키우고 있다.
본캐의 티어는 그랜드 마스터.
점수대가 너무 높아 큐가 심하게 안 잡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험하고 싶은 픽을 꺼내기에는 게임의 수준이 너무나도 높았다는 게 이유다.
물론 정식 프로게이게이머인 자신은 맨땅에 헤딩하지 않는다.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사가 준 슈퍼계정.
슈퍼계정은 원한다면 바로 천상계 구간에서 배치를 보는 게 가능하다.
때문에 아직 채 배치게임을 끝내지 못했음에도 다이아 티어의 유저들을 만나고 있다.
천상계라고는 하지만 아직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아 5티어.
세코같은 비주류 챔프가 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장인이랍시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다.
그럼에도 실소가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나를 상대로.'
세코는 낮은 구간대에서 밖에 쓰일 수 없는 정글러다.
그도 그럴 게, 초반만 강하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무쓸모다.
라인전 단계에서 라이너가 조금만 사려주면 어느 순간 0.5인분도 못하게 돼버리는 챔프가 바로 세코.
물론 단순한 솔로랭크였으면 아무리 독나타스의 정글러를 맡고 있는 자신이라도 껄끄로웠을 거다.
세코를 하는 놈들은 하나같이 초반 올인을 좋아하니까.
어쩌다가 뽀록이 터지면 게임을 풀기가 짜증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솔랭일 때의 이야기.
'낮은 구간은 빠르게 넘어가 줘야지.'
정글러인 자신은 듀오랭크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팀원들이 성화다.
아무래도 랭크게임이라는 곳이 정글러의 역할로 승패가 결정될 때가 많으니까.
특히나 원딜러나 서포터는 골때리는 경우가 잦다.
아군 미드정글이 못하면 게임을 그대로 져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래서 일정 구간까지는 듀오랭크로 빠르게 돌파한다.
그것이 다이아 5티어 구간의 현지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매도 빠르게 맞으면 덜 아픈 법이니.
그런데 문제가 하나.
적 세코의 반항이 제법 거세다.
'좀..하잖아?'
부캐일 가능성이 제법 높다.
아니, 얼핏 봐도 마스터 이상.
어쩌면 그보다도.
'설마.. 슈퍼계정은 아니겠지.'
프로게이머일 리는 없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지만 확실히 낮은 구간부터 천천히 올라왔다.
물론 슈퍼계정도 원하기만 하면 낮은 구간에서부터 게임을 할 수 있다지만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하는 프로는 없다.
양학이라는 게 보는 입장에는 재밌어도, 하는 입장에서는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답답하기 그지없는 아군들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 부터가 거부감이 든다.
기왕 놀 거면 큰 물에서 놀아야지.
양학을 해도 다이아부터 시작해야 속 썩는 일이 없는 법이다.
만약 슈퍼계정을 받았을 정도면 당연 프로게이머.
그러한 사람이 시간이 썩어나는 것도 아닌데 낮은 구간부터 천천히 올라왔을 리는 당연 없다.
그럼에도 의심스런 생각이 떠나가지 않는 이유.
'이 녀석.. 잘해?'
잘해도 적당히 잘하면 그저 아마추어 유저의 부캐라고 생각했을 터다.
이상할 정도로 잘한다.
독나타스의 주전 정글러인 자신에게조차 보이지가 않는다.
세코의 동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예측이 안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드나 탑은 그래도 괜찮다.
자신도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봇이라니.
그것도 원딜러라니.
자신의 듀오이자 독나타스의 원딜러인 싼티나가 세코의 갱킹에 당해버렸다.
-하아…. 서포터가 핑와를 이상한데 꽂아서 오는 것도 몰랐네.
싼티나의 하소연.
틀린 말은 아니다.
실력의 우세를 바탕으로 라인전을 이기고 있던 봇라인.
중간보다 조금 밀어진 라인은 갱당하기 딱 알맞았다.
하지만 세코는 CC기가 별로 좋지 못하다.
오직 딜 하나로 갱킹을 성공시켜야 하기에, 핑크와드 하나만 제대로 깔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그것을 해주는 게 서포터의 역할.
조금만 더 앞에 핑와를 깔았으면 미리 보고 피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싼티나는 보이스 채팅을 통해 투덜투덜 중얼거렸다.
'사실 이건 내가 역갱을 봐줘야 하는 부분이 맞는데.'
그랜드 마스터의 원딜러인 싼티나가 모를 리가 없다.
자신을 생각해서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것일 뿐.
물론 일반적으로 갱킹을 당하는 건 쌍방과실이다.
역갱을 못 쳐준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라이너도 당연 갱각을 최대한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내가 봇라인을 중심으로 게임을 보고 있었기에 역갱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그런데 세코 녀석이 천사소녀 제티라도 된다는 듯이, 내가 두 눈 뻔히 뜨고 있는 상황에서 봇갱킹을 성공시키고 유유자적 사라져 버렸다.
이런 뭐같은 상황을 경험하다니.
'나를 놀려 먹는 건가?'
그렇게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세코를 플레이하고 있는 녀석은 자신을 말을 걸고 있는 것.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
플레이로 도발해온 것이다.
'그래, 어디 한 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조금 치사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
녀석의 기량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지른 방심.
그 방심은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가고 있다.
확실히 킬을 먹기 시작한 세코만큼 초중반에 무서운 정글러가 없다.
은신으로 갑자기 툭 튀어 나오는 세코는 심장에 좋지 않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굴러가는 눈덩이를 멈출 방도가 없냐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비주류 챔프가 괜히 안 쓰이겠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쓰이지 않는 거다.
세코는 흔히 세필패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초중반에 암만 킬을 많이 먹어도 한타에서의 존재감이 제로.
챔프 자체가 워낙 물몸이라 한 순간에 녹는다.
딜이라도 엄청나게 세면 모르되 그렇지도 않다.
라인전에서야 딜교환 하다 보면 반피 깎여 있는 일이 수두룩하지만.
한타 전에는 정비를 하고 오는 게 당연하니까.
풀피인 상대를 한 순간에 녹여버릴 폭딜이 세코에게는 없다.
더군다나 유일한 접근기인 은신이동은 핑와 하나로 완벽하게 저지할 수 있다.
아무리 지금 세코를 플레이하고 있는 녀석이 뛰어날 지라도.
자신 또한 프로게이머, 팀 독나타스의 정글러다.
게다가 같이 랭크게임을 돌린 팀원까지 있다.
적팀에 세코의 듀오라 생각되는 사람은 없다.
대충 무빙만 봐도 파악할 수 있는 사실.
나머지는 다 현지인이다.
수의 폭력.
이런 낮은 구간에서 양학을 할 때, 듀오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명명백백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자신들이 유리.
승기는 자연스레 넘어오게 된다.
"용 젠시간 2분 남았다. 오브젝트 싹 다 챙기자."
상대는 가능한 한타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당연하다.
세코의 입장에서야 난전을 만들어 놓고 조금씩 이득을 챙기는 게 확실하니까.
이전 타이밍의 용만 해도 미드라인에 갱킹을 성공시킨 후, 미드라이너와 같이 용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용의 젠시간은 완벽하게 체크했다.
그리고 미리 오더까지 내렸다.
용 타이밍에 절대 죽지 않고 한타를 하자고.
동수의 한타가 되면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특히나 원딜차이가 심하게 날 터.
서로 같은 수준의 아이템으로도 딜을 두 배 이상 넣을 수 있는 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다.
믿기지 않겠지만 현실이다.
지속딜러의 컨셉을 가진 원딜러는 플레이어의 기량에 따라 꾸준하게 딜을 뿜어낼 수 있다.
조심해야 하는 건 단 한가지, 세코의 암살.
그러나 나와 서포터가 중점적으로 지켜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핑와를 박아놓고 보이자마자 CC기를 퍼부으면 되니까.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안 와..?'
기껏 해놓은 대비가 무색하게.
허무하리만큼 쉽게 용을 가져갔다.
자신들이 용을 먹는 동안 사이에 상대가 한 짓.
탑라이너와 함께 라인을 밀고 있다.
마치 용보다 포탑이 중요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한타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텐데.'
게임 스코어는 8:12.
아무리 세코의 한타가 별로라고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가 비슷한 상활일 때 의 이야기다.
적팀의 입장에서도 분명 해볼만한 한타일 텐데 걸려주지 않는다.
자신의 노림수를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나온다면.'
미드에 모여 강제 한타를 유도하면 된다.
어차피 이미 라인전은 끝났다.
용을 잡은 덕에 글로벌 골드의 격차도 꽤나 좁혀졌다.
맞붙게 되면 절대 질 수가 없는 상황.
'아니, 언제까지 백도어를 하는 거야?'
상대팀 4명은 미드를 막고 있고 세코는 방랑벽이라도 있는 듯 오로지 백도어만 하고 있다.
합류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세코의 백도어로 깨져버린 탑과 봇의 2차 포탑.
하지만 그 사이에 아군도 상대 미드의 2차 포탑을 밀었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
세코를 잡을 건지, 강제한타를 할 건지.
2차 포탑과 달리 억제기 포탑은 깨는 것이 녹록지 않다.
"휘둘리지 말고 강행돌파 한다."
-오케이.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나무카이.
최적화까지는 아니여도 다이브에는 일가견이 있다.
먼저 노리는 것은 바보같이 물려주는 적팀의 원딜러.
다이아5티어 애들은 이래서 안된다.
타워를 믿고 이니시각을 너무 쉽게 주니까.
점멸, 그리고 일그러진 전진.
적팀의 원딜러를 속박하는데 성공하자, 아군 탑라이너 말화이트가 호응해 들이박는다.
한 순간에 끔살되는 원딜러.
타워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됐지만 괜찮다.
쿠루룽!
나무카이의 궁극기, 대자연의 포옹은 적에게 받는 피해량을 20% 감소시켜 준다.
더군다나 나와 말화이트는 탱템을 덕지덕지 둘렀으니 버틸만 하다.
이렇게 잠깐, 버티고 서 있으면 아군 원딜러 싼티나가 싹 다 정리해준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니, 대체.'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혔을까.
적팀은 분명 나와 말화이트가 온전히 붙들고 있다.
남은 적팀은 오직 한 명뿐.
"세코?!"
그만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오로지 백도어에만 매진하고 있었을 세코가 되돌아왔다.
하필이면 다이브를 해버린 타이밍에.
-세코 뭐이리 쎄냐.. 그냥 녹아 버렸네.
"쏘냐는? 쏘냐는 궁극기 어따 버렸어?"
쏘냐가 분명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주시하고 있었을 텐데.
심지어 핑와까지 미리 도배를 해놨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그 틈을 뚫고?
-의병대키고 강제로 들어왔어.. 센도는 궁극기로 피해버리고.
대강 어떤 상황인지 그림은 그려진다.
의병대를 산 세코가 미친 듯이 달려가 은신이동으로 벽을 넘은 후 싼티나를 노렸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센도를 회피하기까지 했다.
'대체….'
이미 대패해버린 한타.
포탑 안으로 다이브까지 해버렸기에 퇴로도 없다.
나무카이와 말화이트는 들어가는 스킬만 있지 나오는 스킬은 없으니까.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Unknown Error는 전설적입니다.
'이 뭐….'
그냥 어쩌다 아귀가 맞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지만.
놀아난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
조금 전 세코가 던져 온 전체 채팅 때문에.
Unknown Error[All]─WHY SO SERIOUS?
영화 배트맨에서의 악역이 소름끼치게 속삭이던 한 마디.
자신도 영화를 봤지만 속삭임과 동시에 상대의 입을 찢어버렸다.
정황 상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저 녀석 어느 팀 소속이야?
"글쎄.. Unknown이라.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은 남아있다.
최근에 결성된 신생팀일 수도.
어딘가의 프로라고 한다면 일단 납득은 되는 실력이다.
하지만 분명 프로는 아니었던 것도 같은데.
-맞다, 래딧에 올라왔던 놈 아니야? 그 어그로 끌던.
"아!"
래딧이라 들으니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원래라면 기억할 가치도 없는 일이지만.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라 아슬아슬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무슨 싱나드 어쩌고 하면서 어그로를 끌었던 유저의 아이디가 분명.
'알 수 없는 오류?'
기묘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지었는지.
머릿속을 헤집는다.
어쩌면 다 노림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영화 속 악역을 떠올리게 하는 소름끼치는 도발도 그렇고.
꽤나 잘 나가는 프로의 뒷모습일 수도 있다.
단순 우연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기억해둬야겠다고.
언짢은 기분을 삼키며, 팀 독나타스의 정글러 루베리는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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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ㅠ.ㅠ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