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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마술사
랄랄라 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로밍을 다니는 배티.
귀엽게 생긴 외관과는 달리 그 존재는 상대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어째서?
서포터 주제에 딜계산이 안되니까.
<곰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고 데미지까지 센 곰이다!
6레벨을 찍고 궁극기를 배우자마자 미드라인에 간 로밍.
상대 미드라이너 아링이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점멸 궁극기로 내려찍는다.
이 2초에 가까운 즉발 스턴이야 말로 배티서폿의 무서움.
발화까지 포함한 풀콤보는 도저히 서폿의 딜량이 아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딜교환으로 체력이 깎여있는 아링정도는 원콤에 보내버릴 수 있다.
스턴과 동시에 떨어진 궁극기 곰돌이 소환은 그 데미지도 어마무시하지만 직접 조종까지 가능하다.
불타는 망토를 패시브로 갖고 있는 곰돌이는 두 팔로 적을 후려친다.
순간누킹이 강력한 주제에 지속딜까지 가능.
소환형 스킬인 곰돌이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뒤늦게 온 아군 정글러와 함께 미드 1차 포탑을 부숴버렸다.
체력이 1천을 넘는데다 방어력과 마법저항력까지 갖춘 어지간한 챔피언에 달하는 몸빵.
타워 공격까지 가능해 로밍을 성공시키고 부수적인 타워이득을 가져가는데 능하다.
괜히 캐리형 서포터가 아닌 것.
초반부터 1.75초의 확정스턴을 가진 배티서폿의 로밍을 이토록 무섭다.
하나 걸리는 것은 있다.
서포터인 내가 프리하게 로밍을 다니다 보면 그 만큼 원딜이 고통받긴 하니까.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키지도 못하고 봇 1차포탑을 내주게 됐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내놓은 자식이지.'
헤이클린을 보고 배인을 꼴픽박은 시점에서 싹이 노랗다.
라인전 CS를 먹는 것보다 아주 못하는 놈은 아닌 것 같지만.
힘들게 라인전 하느니 로밍다니는 게 속편하다.
이렇게 킬만들기도 쉽고.
'점멸 하나에 킬 하나.'
5분에 한 번.
특성까지 포함하면 5분보다 조금 짧은 점멸 쿨타임마다 킬을 만들 수 있는 게 배티서폿의 장점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선공권이라는 개념때문일까.
내가 이전에 탤런으로 보여줬던 것처럼 이 선공권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나 딜챔프 간에.
서로 딜템만 올리면 몸은 종이짝일 수밖에 없다.
먼저 치느냐, 나중에 치느냐 시간이 지날수록 결정적이다.
방금 전의 아링만 봐도 3단 대쉬라는 우월한 생존기 겸, 진입기가 있지만 그러면 뭣하는가
스턴에 걸린 상태에서 끔살인데.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배티의 확정스턴은 로드 오브 로드의 수많은 챔피언들 중에서도 과연 독보적이다.
한 순간의 딜레이도 없이 스킬을 쓰자마자 곧장 데미지와 함께 적을 스턴 상태로 만들어버리는데 그마저도 광역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미드 누커인 배티가 먼저 진입해버리면 점사를 받게 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하아!
적팀의 정글러 신짜장.
설렁설렁 탑과 미드 라인 중간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쳐 버렸다.
아니 이 정도로 로밍만 다니다 보면 마주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신짜장은 유틸성이 다소 아쉬운 챔프이긴 해도, 일단 붙기만 하면 떼내기가 꽤나 힘들다.
슬로우가 있는 돌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발목을 붙들지만.
연이어 터지는 삼연창과의 연계가 가히 치명적.
삼연창은 매 평타에 추가데미지와 함께 세 번째 공격으로 적을 에어본시킨다.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서포터는 이 삼연창만 제대로 맞아도 골로 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화륵!
배티의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며 화염의 방어막이 생성된다.
E스킬, 마그마 실드.
원래라면 물몸이여야 할 배티에게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을 추가로 제공해준다.
더군다나 상대가 자신을 평타로 공격할 때 반사데미지.
마치 고슴도치 콩머스의 갑옷과도 비슷한 스킬이다.
그렇게 한 번 버틸 수 있으면.
부와아아앙!
근처에 있는 아군 정글러 아모모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붕대로 붙자마자 궁극기.
아모모의 궁극기인 슬픈 좀비의 재앙은 일반적인 속박보다 한 단계 위.
그리고 스턴보다는 한 단계 아래라는 평타봉인의 효과가 있다.
평타 딜링 위주인 신짜장에겐 치명적.
나에게 어떻게든 붙어 막타를 쳐보려고 창끝을 부들부들 대는 짜장에게 패시브 스택이 모인 화염구를 던진다.
우핫!
이렇게 Q스킬, 화염구를 선마해주면 지속딜이 어마어마하다.
서폿주제에.
중반타이밍까진 어지간한 미드라이너 뺨치는 딜링을 선사할 수 있다.
물론 당연한 소리지만.
아무리 킬과 어시스턴트를 먹는다 해도 태생이 서포터다.
오직 딜링으로 캐리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제 분수를 넘는 짓이다.
서폿이 지나치게 딜템만 가면 녹아버리는 일도 허다한 대다가 결정적으로 와드가 부족해진다.
하지만 배티는 그래도 된다.
그게 가능할 정도로 겁나 세니까.
주문력 계수가 워낙 높은 탓에 딜템빨을 제대로 받는다.
뭐? 와드가 필요하다고?
그거 정글러가 사는 거 아닌가?
'아니 그래도 와드돌은 사줘야겠지.'
800골드짜리 서폿 코어템 하나만 갖추고 나머지는 올딜템.
그리고 신발에 절감 업그레이드는 기본이다.
의병대가 귀환시 회복과 이동속도 추가효과가 있다면 절감은 점멸과 유령화의 스펠 쿨타임을 줄여준다.
무려 25%나.
점멸을 킬로 바꾸는 연금술사, 배티에게는 필수 업그레이드다.
탕! 탕!
결국 미드 탑이 터지는 걸 보다 못한 적팀의 봇듀오가 올라와 미드를 압박한다.
헤이클린과 한나.
답답한 노릇일 거다.
자신들은 분명 라인전을 이겼는데 미드와 탑이 로밍을 당해주더니 자신들한테 꿱꿱.
심지어 정글러까지 무리하게 킬각을 재다 말려버렸다.
어쩔 수 없이 합류해 미드를 압박하는 것만이 아군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
솔직히 조금은 적팀에게 웃어주고 있는 게 맞다.
아군 원딜러 배인은 내가 계속 로밍만 다니고 봇에는 얼굴도 안 비춘다면서.
삐져가지고 봇에서 꾸역구역 미니언만 잡수고 있으니.
하지만 괜찮다.
내가 2인분 해버리면 되니까.
랄랄라 랄라~♪
미드 라인에서 4:5 대치의 상황.
곰인형을 질질 끌며 전후좌우 돌아다닌다.
이렇게 무빙만 보여줘도 적팀의 입장에선 땀이 삐질삐질 흐를 노릇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잘 성장한 배티의 위력.
그 진수를 부여줬다고 하기엔 아직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짓이라곤 기껏해야 타이밍 잘 맞춰서 로밍을 간 것뿐.
그리고 배티가 서포터치고 꽤 단단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정도다.
배티가 캐리형 서포터이니 이유.
그 진정한 가치는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
적팀의 움직임 패턴.
내 머릿속엔 장단소리처럼 흐르고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내려꽂는다.
점멸 곰돌이를!
<곰이다!>
헤이클린과 한나, 그리고 아링까지.
세 명의 적이 겹치는 순간을 노려 정확히 궁극기를 박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연계되는 CC기.
어지간히 상황파악 못해도 2초에 가깝게 지속되는 광역 스턴엔 제 몸이 알아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특히나 궁극기를 쓸 때마다 몇 인궁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고심하는 아모모라면.
부와아아앙!
이 순간 게임은 터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적팀에서 그나마 잘 컸던 헤이클린과 한나.
내 배티의 곰돌이와 아모모의 궁극기가 동시에 겹치며 힘도 못쓰고 사그라든다.
흔히 말하는 입롤 한타.
까지는 아니여도 그에 준하게 꽂히자 전멸해버린다.
그나마 체력이 남아 도망가는 아링도.
<이마시야!>
이 맛에 럭키한다.
아군 미드라이너.
럭키의 궁극기가 아링을 그대로 저격해낸다..
이렇게 되면 또 추가 이득.
소환된 곰돌이가 남아 타워를 그대로 밀어버린다.
원래라면 풀피에 가까운 적 2차 포탑을 미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곰돌이가 미니언 대신 타워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한 가능하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또 다시 타워가 깨지며 미친 듯이 굴러가는 스노우볼.
빠르게 타워를 깬 덕분에 용까지 스무스하게 챙겨간다.
그래도 적팀의 입장에서는 아직 일거다.
커봤자 서포터 아닌가.
배티빼고는 딱히 잘해 보이는 사람도 없어 보이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할 만해 질 거다.
모르니까 하는 생각이다.
매도 모르고 맞는 게 덜 아프다고.
그 편이 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티링!
배티 서포터의 첫 번째 딜템.
조금 이색적이다.
바로 관통의 지팡이부터 간다.
시즌4에 들어 주목받기 시작하는 선 관통의 지팡이 템트리.
특히나 딜서폿에게 각광받는다.
아무리 흥했다고 한들 CS를 챙기는 라이너보다는 아이템이 덜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아싸리 관통력 세팅을 갖춰 트루데미지에 가까운 딜링을 박는 편이 옳다.
더군다나 적팀은 나와 럭키, 그리고 아모모때문에 마법저항력 아이템부터 갖추는 시기.
더없이 시기적절한 아이템이다.
랄랄라 랄라~♪
이번에는 콧노래를 조용히 흥얼거힌다.
몰래 부쉬 속에 숨어 있는 와중이니까.
바론 주위의 시야를 장악해 놓고 수풀 사이에 숨어 기회를 노린다.
물론 시간대가 조금 이르긴 하다.
아무리 한 명을 낚시해 죽인다고 해도.
바론의 데미지가 워낙 센 탓에 잘 못하면 전멸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 점까지 확실하게 고려를 했으니까.
<곰이다!>
이렇게 시야를 싸그리 지워놓고 대기하고 있으면 꼭 온다.
그것도 정글러가.
그도 그럴 게 오브젝트를 몰래 먹히면 가장 욕먹는 포지션이 정글이다.
안 그래도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팀이 맵에 보이지도 않으니 불안할 수밖에.
그렇게 잠깐 고개를 내밀었을 때 냅다 꽂아박는다.
배티의 궁극기 곰돌이 소환을.
적팀의 정글러 신짜장은 그대로 사요나라.
곰돌이를 이끌고 바론에 간다.
타워를 해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곰돌이가 앞장 선다.
높은 체력과 방어력까지 있는 곰돌이는 무려 45초간의 유지된다.
밥값 제대로 하며 바론의 공격을 끝까지 맞아준 곰돌이 덕에 손쉽게 챙기는 바론.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뒤늦게 온 적팀이 부랴부랴 따라오지만 무리다.
제 역할 다 하고 죽은 곰돌이 덕에 체력도 얼마 깎이지 않았을 뿐더러 바론 버프.
공격력과 주문력에 더해 체력과 마나 재생력까지 올려주는 바론 버프는 코어아이템을 하나 더 두른 격이다.
아무리 바론으로 인해 체력이 다소 깎여 있었다고 한들 밀릴 성 싶나.
화르륵!
신발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한 덕에 점멸 쿨타임이 벌써 돈다.
다이아쯤 되면 적팀의 점멸 시간을 다소 예상은 하지만 정확히 재진 않는다.
설마 벌써 배티의 점멸이 차있었을 줄이야.
궁극기가 쿨타임이라 치명적인 데미지까진 주지 못했지만 W스킬, 인페르노에 의한 1.75초간의 광역스턴이다,
스턴에 걸린 아링과 블러디체리에게 아군이 점멸 호응 제대로 하며 마무리시킨다.
바론까지 먹힌 상황에 한타까지 대패.
그 이후에 상대가 할 행동은 불보듯 뻔하다.
─적팀이 찬성 4표 반대 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이것이 캐리형 서포터 배티서폿의 진수.
단순 데미지만 해도 그 위력이 어마어마하지만 스노우을 굴리기에도 최적화돼 있다.
타워를 비롯한 오브젝트 약탈자.
감히 그렇게 단정지어도 이견이 없을 터다.
'오늘 제대로 뽕을 뽑아 놔야지.'
평일에 제대로 게임을 돌리지 못한 만큼 만회해야 한다.
해가 중천에도 걸리지도 않은 오전시간대.
일요일의 해가 저물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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