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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48화 (14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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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마술사

내가 미국에 도착한 지도 벌써 3주에 가까워졌다.

곧 있으면 이제 10월달.

그리고 시월부터는 꽤나 할 게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내 일과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서도 주위가 워낙 시끌벅적 해지니.

'롤드컵이라.'

내가 알고 있는 시즌2 롤드컵은 그야말로 대격변의 시기다.

현재의 내 입장에서 보자면 아쉬울 따름.

그도 그럴 게 시즌2의 롤드컵은.

'북미의 퇴보, 그리고 아시아의 약진을 상징하기도 하지.'

내 북미 진출의 목표 중 하나였던 LCF,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파이널.

북미와 유럽의 강자들이 겨루는 대회의 이번 해 우승팀이 바로 CLC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CLC의 롤드컵 우승을 점치고 있다.

지난 해만 해도 LCF 우승팀인 포나틱이 롤드컵의 우승팀이기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

하지만.

'시즌2 롤드컵은 이변의 연속이었지, 그것도 꽤나.'

우승팀부터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다 못해 최근에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한국팀이었다면 대진과 게임운이 받쳐주면 어찌저찌 가능하겠구나.

그리고 역시 한국인들이 게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게 배우는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을 수도 있지만, 우승팀은 아예 한국도 북미도 유럽조차 아니었다.

바로 대만의 유일강자 'TWA'.

대만의 TWA팀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거야 누구나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우승후보까진 아니었다.

대만이란 나라 자체가 로드 오브 로드에서 그다지 알아주는 국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무려 롤드컵에서 우승을 해버렸다.

심지어 운빨도 아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그런데다 믿었던 CLC는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조차 못하고, 조별리그의 3위로 떨어지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이변의 연속.

물론 이러한 롤드컵의 결과가 북미의 몰락까지는 연결되어 생각되진 않았다.

CLC가 진 이유도 어떻게 게임의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첫 게임부터 몰래 용을 먹히는 둥.

어이없게 바론을 내주고 마는 둥.

날이 아니었다는 여론이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 래딧을 지배했다.

더군다나 CLC와 함께 북미 2강으로 칭송되는 TSL은 롤드컵에 출전도 안 했으니.

정신승리라고 봐도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북미의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역사는 냉정하게도 북미 팬들이 원하는 바와 다르게 흘러가 버렸다.

시즌2 롤드컵을 기점으로 조금씩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한 북미와 유럽.

시즌3에 확 바뀐 메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절대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정해진 미래.

하지만 내가 있다.

CLC라는 집단을 지탱하기엔 하나의 기둥으로는 부족했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기둥이 떠받든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받칠 수 있는 하중도, 안정감도 그 수준이 달라지니까.

'해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확고한 자신은 있다.

나라면 분명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자만에 빠져서야 될 것도 안되는 법.

부딪혀서 결과를 만들기 전까지는 한 치의 방심도 하지 않을 것이다.

'2주 후.'

롤드컵의 첫 경기가 바로 이곳 L.A에서 치루어진다.

아직 나는 CLC의 숙소조차 가지 못했기에 정규멤버로서의 참가는 당연 하지 않지만.

직관정도는 가기로 했다.

결과를 아는 만큼 기분은 멋쩍어도 내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나 또한 언젠가 저 무대에 서게 될 테니까.

그러한 기분으로 조금 느긋하게 관람을 하기로 했다.

물론.

롤드컵 당일이 오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이 먼저지만.

'최대한 점수를 올려놓는다.'

지난 주 일요일날 다이아5티어에서 3티어까지 승급시켰다.

서폿이라는 포지션이 으레 그렇듯.

매판 하드캐리는 당연 불가능했기에 두 단계 올리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발판은 된다.

슬슬 액셀을 밟아도 되는 시기가 왔으니까.

미국에 도착하고 3주동안의 피나는 노력은 그 결실을 맺었다.

내가 나를 봐도 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즐겼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스트레스받는 일없이 배움의 과정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루시의 덕이 상당히 컸다.

'그 때 일은 내가 속이 좀 좁았지.'

지난 주말.

루시의 커밍아웃이 충격적으로 다가와 관계가 소원해질 뻔도 했지만, 다행히 원래의 관계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아무리 한국에 비하면 프리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이라고 해도.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눈초리가 따가울 수밖에 없다.

그녀의 입장에선 큰 마음먹고 사실을 고백한 건데 내가 속좁게 굴은 감이 크다.

하루이틀 서먹한 흐름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녀가 나를 볼 때의 조마조마한 눈길이 참을 수가 없어 내 쪽에서 먼저 사과를 했고, 그녀는 받아주었다.

루시와의 일이 일단락되자 공부에도 더욱 박차가 가해져 현재에 이르러서 언어적인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

물론 단어라던지 어휘부분에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소한 일상회화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언어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생활의 불편함도 많이 줄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한 불안감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전진 뿐.

'롤드컵 기간 내에 그랜드 마스터를 달성한다.'

이 하나가 아니다.

그랜드 마스터의 달성가지고는 목표라 하기도 부족하다.

하나 더 하고 싶은 게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를 위해 영어공부, 그것도 발음 부분에 힘을 쏟은 감이 클 정도니까.

'토이치TV.'

해외의 파프리카TV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당연 구별되는 점은 있지만.

일단 파프리카TV에 비해 방송의 조건이 까다롭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플랫폼이 직접 BJ를 선택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BJ가 아니라 스트리머일까.

파프리카TV에선 개인방송인을 BJ라 부르지만 토이치TV에서는 스트리머라고 부른다.

BJ나 스트리머 의미는 대략 같다고 할 수 있고 중요한 건 스트리머로 발탁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부분이다.

그런데 난 그 부분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왜?

CLC 소속의 프로게이머니까.

CLC를 비롯한 북미와 유럽의 프로팀들.

토이치TV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팀차원에서 도움을 준다.

선수가 방송을 하는 이유는 까놓고 말해 수익이다.

파프리카TV방송이 그러하듯 토이치TV 또한 방송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별풍선이나 스폰등으로 수익이 나는 파프리카TV와 다소 다른 점은 있어도 결국 돈이 된다는 사실은 한결같다.

한국프로게임단들은 선수의 개인방송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외국 프로팀은 이런 부분에서 프리하다.

개인방송이 취향에만 맞는다면 돈이 되는 일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물론 나로서는 돈보다 다른 목적때문에 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이러나 저러나 난 태생이 관종이지.'

관심에 목이 마르다.

언제까지 참고만 있어야 하는지.

슬슬 나 자신을 알릴 때가 됐다.

CLC 소속의 프로게이머로.

물론 한국에서처럼 프리하게 방송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목적은 내 실력을 과시.

CLC가 건재함을 증명한다.

시기는 롤드컵, 그 후가 나을까.

북미 강호였던 CLC의 롤드컵 광탈.

로드 오브 로드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북미위기론이 불거질 때.

그리고.

북미의 솔로랭크를 휩쓸고 다니는 Unknown Error가 대체 누구인가.

사람들의 궁금증이 폭발하는 시기에.

CLC의 새로운 멤버로서 내가 나를 소개한다.

직접 세운 계획이지만 솔직히 진짜 잘 해볼 만하다.

기대가 되는 노릇.

'설레발 치기 전에, 일단 초석부터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컨셉 또한 정했다.

모름지기 로드 오브 로드에서 주목을 받을 수 라인은 두 곳.

바로 미드와 원딜이다.

하지만 미드는 하지 않는다.

북미 솔로랭크의 색깔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또 아군의 플레이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소 답답할 수는 있지만 원딜을 택한다.

누가 뭐래도 시즌2는 원딜 오브 로드.

암살자가 적어 원딜이 활약하기 안성맞춤인 시기다.

라인전 부분만 넘어갈 수 있다면 한타캐리력은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라인전이 상당히 힘들지.'

아무리 잘하는 원딜이라도 서폿이 지나치게 못하다 보면 말리는 판이 흔하다.

자신의 티어대보다 낮은 곳에서 게임을 할 때 절대 원딜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곤란한 경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기에 하는 원딜러다.

불리한 상황일 수록 플레이어의 피지컬은 돋보이는 법.

최근 조금 녹이 슬은 듯 싶은 내 손 관절을 다시금 정비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

.

* * *

CGVMAXIM.

씨지맥이 품었던 고민은 최근 해결되었다.

프로팀의 탑라이너로서 지극히 문제가 되던 챔프폭.

제임스와 함께 몇 가지를 더 추가하자 코치도 고개를 끄덕여줬다.

감독은 아직까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 하지만 괜찮다.

곧 있을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윈터시즌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니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있냐, 없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있다.

씨지맥이라는 아이디 석자를 널리 알릴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되지 않냐 묻는다면 별개의 문제다.

'필살 카드를 준비해놔야 하는데.'

현재 씨지맥 자신의 롤모델은 올마스터다.

올마스터처럼 생각하고 올마스터처럼 행동하라.

조금 나아간 듯도 싶지만 일단 도움이 된다.

부족했던 챔프폭을 해결했던 것도 올마스터의 덕이 컸다.

물론 아직까지 올마스터에게 조언 한 번 구한 적이 없지만.

사고의 관점을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 보이는 시야가 달라졌다.

역발상.

꼭 딜챔프로 딜템만 가야 할까.

탱챔프로 탱템만 가야 할까.

그리고 반드시 정해진 라인만 가는 것이 옳을까.

자문자답하여 만들어낸 챔피언.

최근 손에 익고 있는 애꾸사자가 존재한다.

애꾸사자는 일반적으로는 딜템.

얼마 전까지는 주문력템을 올리던 챔프다.

최근 떠오르는 샛별과도 같은 프로게이머.

마크눔에 의해 대회무대에 나와 일약 사기챔프로 등극했다.

그러다가 얼마지나지 않아 너프먹고 떨어졌다.

게임사에서 애꾸사자의 주문력템 효율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

대신이랄까 물리데미지 스킬인 Q스킬이 상향되어 AD암살자로 쓰이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

만약 애꾸사자를 탱커로 쓴다면 어떠할까.

자신 혼자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던 발상이었다.

하지만 올마스터식으로 생각을 해보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이성은 지금도 트롤이라 울부짖고 있지만 직접 써보고 평가를 내린 결론.

정말로 해봄직하다 것이다.

AD챔프로, 암살자로서 기획된 주제에 탱커로 쓰니 의외로 괜찮더라.

이러한 말도 안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건 올마스터에게서 배운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

'내가 자신있게 꺼낼 수 있는 카드.'

말카림.

만약 정말로 좋지 않은 챔피언이었다면 올마스터, 그와 진행한 LCL에서 나에게 챔프폭 변경을 권유했을 것이다.

그는 여러가지 챔피언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쓰지만 단 한 번도 효율이 좋지 않은 챔프는 쓴 적이 없다.

우콩같은 경우를 꺼낼 때도 나에게 회의적인 답을 했고.

말카림이 밴이 됐을 때, 혹은 조합픽으로 쓰라고 일렀다.

그러나 말카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아쉬운 말을 꺼낸 적이 없다.

어째서?

'물어보자.'

마음을 먹고 다짐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말카림 장인으로서의 자존심.

하지만 지금은 당장 다가오는 윈터 시즌이 중요하다.

그 전에 연습을 마치고 만반의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결코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더 이상 망설일 시기는 지났다.

잠시간 심호흡을 쉬며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묻고 싶은 말을 속으로 정리한 씨지맥은 이윽고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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