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50화 (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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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세요

아군 4명이 윗라인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을 때.

봇라인에서 헤이클린을 솔킬따낸 나는 미니언들과 함께 포탑을 깨부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배인이라는 챔프.

그 픽의 이유는 다름아닌 한타.

라인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배인은 배인이다.

더군다나 방금 전, 해이클린을 깔끔하게 따고 타워까지 깨버린 덕에 한타에서의 필수 아이템이 나왔다.

금은 장식 머리띠.

본디 빠르게 갖추는 아이템은 아니라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적팀의 정글러 위웍의 궁극기, 제압을 풀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이 표적이 되어 적팀을 유인하기 위해서.

서로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열리는 한타.

20분을 전후로 슬슬 아이템이 갖춰지기 시작한 양 팀은 서로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용한타를 무대로 삼아.

시즌2의 로드 오브 로드는 라인전이나 운영보다는 한타위주.

CC기가 좋은 한타위주의 챔프들이 각광받는 시기다.

그 CC기가 좋은 챔프들이라 함은 당연 탱커들.

하지만 상황이 받쳐준다는 전제 하에 탱커를 무지막지하게 잘 잡는 챔프가 있다면 바로 배인이다.

굳이 트롤킹같은 챔프로 방어구관통력의 효과를 보태주지 않아도 그 근본부터가 탱커 사냥꾼.

한타에서 배인의 존재는 탱템들을 두루두루 두른 브루저에게있어 가히 재앙과도 같다.

<심판의 시간이다.>

배인의 입에서 낮게 울리는 음성.

궁극기인 심판의 시간이 발동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팀이라고 대응책이 없는 건 아니다.

굴러감과 동시에 박힌다.

챠앙!

누가 천상계 아니랄까봐.

은신챔프에 대한 대비는 완벽하다.

내가 은신을 시도하자마자 핑크와드가 두 개씩이나 떡하니 박힌다.

그렇게 은신상대가 노출되자 나를 노리고 돌진해오는 위웍과 네네톤.

터엉!

판결로 밀어내는 것은 네네톤이다.

그리고 위웍의 궁극기는 금은장식 머리띠를 사용해 곧바로 풀어낸다.

적 두 명을 훌륭히 아군진영까지 유인해낸 상황.

4명의 아군이 그들을 잡아먹기 위해 달라붙고, 그 사이에 나는 다시 한 번 굴러 포지셔닝을 잡는다.

만약 판단이 조금만 늦었어도, 혹은 금은 장식 머리띠가 없었다면.

자칫 치명적인 상황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감있게 시도했고 결국 성공해냈다.

이것이야 말로 배인의 전매특허 구르시에이팅.

아군의 입장에선 간떨리는 장면이었겠지만서도 결과가 좋으면 만사 오케이.

적팀 브루저의 주요 돌진기가 빠지자 한타는 여반장이다.

챠앙! 챠앙! 타아앙!

앞라인부터 천천히, 하나하나 녹여낸다.

급할 것은 없다.

돌진기가 빠진 브루저는 배인에게 물약이나 다름없으니까.

거리를 유지한 채 타격하는 것으로도 체력이 회복된다.

영락한 기사의 검에 달려있는 생명력 흡수능력.

한타가 오래 지속된다 해도 배인의 체력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물론.

아직은 부족하다.

배인은 일반 원딜에 비해 왕귀 타이밍.

즉 딜링이 나오는 시기가 조금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

중반 타이밍의 한타.

그 지배자는 탱커와 미드라이너다.

원거리 딜러, AD캐리가 후반 캐리 지향이라면.

정글러는 초반캐리, 탑과 미드라이너는 중반 캐리력이 높다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적팀의 탱커, 브루저인 네네톤이 내게 접근하려면 돌진기의 쿨타임을 한참이나 기다려야 한다.

남은 것은 미드라이너인 아링.

죽음의 불타는 손길이 나온 아링의 암살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유혹을 맞힌 상대의 목숨 하나를 조용히 사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능력을 지닌 아링이 무언가 적신호를 느꼈는지 대쉬기까지 사용하며 나를 노려온다.

배인을 어떻게 하지 않고서야 한타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모양.

두 번째 대쉬로 아링이 접근하마자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스킬을 곧바로 날려주면 서로가 편하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위웍과 네네톤이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에 나에게 접근한 아링은 초조함을 형성한다.

자칫 실수를 저지르기 쉬운 상황이다.

먼저 구르기를 사용한다던지, 한 박자 늦게 굴러버린다던지.

그러나 논타겟을 맞아주는 건 진정한 배인유저라고 말할 수 없다.

침착하게 영락한 기사의 검, 영락검의 액티브 효과를 사용해 아링의 이동속도와 체력을 뺏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카이팅.

날리지 않는다면 날리게 만들어준다.

챠앙! 챠앙!

뺏어낸 이동속도를 활용.

거리를 벌리고 은탄을 때려 박는다.

타아앙!

3번 째 탄환이 틀어박히며 3타가 터지는 순간.

체력이 눈에 띄게 줄은 아링이 조급함을 느낀다.

공격하기 직전의 찰나의 호흡.

마지막 세 번째 대쉬기와 함께 뻔히 날아올 유혹은 피하지 못하면 내가 아니다.

데구르!

간발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예측해서 피해낸 거다.

그렇게 아링의 유혹이 빗나가자 서로 희비가 교차한다.

어차피 구른다 해도 핑와에 의해 은신은 보인다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유혹을 맞지 않았다면 다른 스킬은 무빙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으니.

챠앙! 챠앙! 타아앙!

대쉬기가 빠지고 영락검에 의해 이동속도가 줄은 아링은 단순한 표적일 뿐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배인의 앞길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 굴러 하나하나 정리해낸다.

챵! 챵! 타앙!

심판의 시간.

궁극기가 끝난 탓에 공격력은 다소 감소했지만 은탄에 의한 3타의 데미지는 여전하다.

그리고 한타가 길어질 수록 피흡템인 영락검을 먼저 간 배인의 체력유지력은 빛을 발한다.

원콤에 배인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진 이상 오로지 전진.

남은 것은 학살 뿐이다.

─더블킬!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아링에 이어 위웍까지.

Q스킬, 뜯어먹기로 체력을 회복하며 네네톤과 함께 앞라인을 유지하던 위웍을 마무리한다.

두터운 성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위웍의 죽음을 본 네네톤이 서둘러 도망치지만 이미 늦었다.

시즌2의 OP아이템.

체력을 1천이나 올려주는 워울프의 심장을 갖춘 네네톤이라 해도 배인의 은탄은 %데미지다.

그것도 고정데미지다.

3타가 터질 때마다 뭉텅뭉텅 깎여나가는 네네톤의 체력.

타앙!

체력이 높을 수록 더욱 아프게 들어간다.

방어력이 높아도 고정데미지는 갑옷 채 뚫어버린다.

탱커의 천적 배인.

네네톤은 반항조차 제대로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트리플킬!

Unknown Erro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피지컬 하나를 믿고 구르시에이팅.

더군다나 마지막까지 살아 딜을 넣은 배인의 하드캐리라는 것은 이견이 나올 수 없다.

그렇게 한타를 이기고 용까지 챙겨오니 조금 불리했던 글로벌 골드는 순식간에 뒤집어진다.

AMOMO-아까 그 배인 맞아..?

LALA-배인님 잘하시네요.. 라인전에서 호응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TIMONG-진짜 말도 안되게 잘하시네; 혹시 트리플리프트 아니에요?

자신을 노려오는 세명의 적.

그것도 점멸도 없이 오직 컨트롤만으로 뿌리쳐 내고 프리딜을 넣었다.

어차피 안될 놈 같아 나를 포기하고 로밍을 갔던 랄라의 태도가 급변.

용서를 구할 정도의 실력을 한타에서 보여줬다.

마지막 티몽의 의문은 조금 뜬금없지만.

'트리플리프트라…. 그러고 보면 그도 CLC였지.'

CLC 소속의 원딜러.

트리플리프트는 배인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그 만큼이나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배인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선수.

이 정도로 배인을 잘하는 부캐를 봤으니 혹시 그가 아닌가 오해할 만도 하다.

-나는 쿼드라리프트다.

-에이, 드립치시긴.

-진짜 진지하게 묻는 건데 트리플리프트 본인맞죠?

단순한 말장난.

사실 트리플리프트는 원래 카드마술의 기술명이다.

더블리프트가 카드 두 장을 잡고, 관중에게는 한 장처럼 보이게 하는 간단한 기술이라면.

트리플리프트는 카드 세 장을 한 장처럼 보이게 만드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그 만큼이나 개인의 피지컬에 자신이 있으니 지을 수 있는 아이디.

피지컬류 원딜의 정점이라고 칭송받는 배인의 아버지로서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쿼드라리프트까지는 기술명이 없다.

뛰어난 마술사가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긴 하겠지만.

'재밌게 됐는데.'

이대로 배인을 한다면 확실히 트리플리프트설이 불거질 수밖에.

비주류 챔프인 배인을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당연한 결과다.

오해를 받는다는 게 사람에 따라 기분 좋지 않을 수는 있지만 나는 아니다.

오히려 재밌다.

재밌어 보인다면 적당한 선에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티링!

한타를 대승하고 트리플킬을 먹은 배인.

배인충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속아이템을 갖추기 시작한다.

이후의 한타는 무쌍.

내 배인을 건드는 것조차 손쉽지 않으리라.

챠앙! 챠앙! 타아앙!

닿일 듯, 말 듯.

적을 우롱하며 하나하나 잡아먹는다.

네네톤과 위웍, 그리고 아링.

단순하기 짝이 없는 조합으론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해버린 배인을 막기엔 당연 역부족.

게임의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

.

.

.

* * *

타임끝은 파프리카TV의 신입BJ로서 발을 들였다.

방송을 시작한 지는 고작 2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성장속도는 가히 이례적일 수준.

인간조아라형의 방송에 출연해 먼저 자신의 방송을 홍보했던 것이 컸다.

그것도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원래 인간조아라형의 방송시청자가 수천 명씩이나 되지는 않지만, 사전에 홍보도 잘했거니와 방송시간대도 잘 노렸다.

타임끝이 인간조아라의 방송에 나온다는 소문이 여러 커뮤니티를 타고 삽시간에 흘렀고.

거물급 BJ들이 생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에 생방송 상위권에 랭크되자 시청자가 모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성공한 트롤러로 유명한 그랜드 마스터 유저.

타임끝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라면 누구나일 정도다.

잉벤의 화제글 한 편을 오랫동안 차지할 만큼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물 들어왔을 때 노저어야 한다고.

타임끝은 바로 다음 날, 신입BJ로서 방송을 시작했고

파프리카TV의 역사상 이례적일 정도로 타임끝의 방송은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잘돼간다고 고민이 없냐 하면 그건 아닌 노릇이다.

'시청자 수를 어떻게 유지를 해야 하는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속도.

자신조차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방송을 시작한지 2주가 안됐음에도 1천에 가까운 평균 시청자를 보유하게 된 타임끝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시청자의 수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자신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홍보라는 첫 숙제를 풀자마자 새로 생겨버린 과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조아라형에게도 상담은 해봤지만.'

아무래도 이런 일이 지금껏 없었던 만큼 쉽게 조언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며.

일단 최대한 도움은 주겠지만서도.

결국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인간조아라형은 대답했다.

타임끝 자신이라고 인간조아라형에게 언제까지 기댈 수는 없을 만큼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게 녹록지가 않다.

'채팅창이 정말 거슬리네.'

단기간에 사람이 많이 유입될 수록 악성분탕을 치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들이 치는 채팅.

가능한 무시하려고는 해도, 흘려 듣기 힘든 것들도 있었다.

-맨날 똑같은 챔프만 하네. 방장 챔프폭 수준ㅉㅉ

-한타를 대체 언제 함? 언제까지 사릴 거임?

-BJ님 말 안해요? 이럴 거면 방송 왜 하지.

단순한 악담이라면 무시하겠지만 저러한 말은 흘릴 수가 없다.

타임끝 자신도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랜드 마스터 구간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남들 눈엔 트롤하는 것처럼 보일지 언정, 자신은 상당히 집중해서 빡겜을 하고 있다.

드립을 칠 여유따위 있을 성 싶나.

그리고 아무리 성공한 트롤러라고 불리며 이색적인 챔프를 하는 자신이라지만 챔프폭이 넓은 것까진 아니다.

특이한 챔프를 하는 것이지, 모든 챔프를 하는 건 아니니까.

무슨 올마스터도 아니고.

'그래, 올마스터형한테 물어보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굳이 꼽자면 정말로 올마스터형밖에 없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챔프폭.

여러 챔프를, 그것도 주류가 아닌 별난 챔프에 관심을 갖는 이는 그 형뿐이 없으니까.

게다가 올마스터형은 상당한 인기BJ였다.

최근 어째선지 방송을 오랫동안 쉬고는 있지만 분명 색다른 관점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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