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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52화 (15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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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세요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딜 챔프들.

하나하나가 남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 중에서조차 도라이븐은 유별나다.

어떻게 비슷하다고 할만한 챔피언이 없을 정도로.

아니, 애초부터 AOS 장르의 캐릭터로 기획된 것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도라이븐의 플레이는 마치 서커스의 저글링과도 같다.

상대에게 던진 도끼가 튕겨서 다시 되돌아오는데 그것을 받아야만 한다.

던지고 받고, 던지고 받고.

하드 코어의 RPG게임에서조차 나오지 않을 법한 특이한 설정의 캐릭터다.

물론 이와 비슷한 설정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챔프가 있기는 하다.

탑이나 정글로 종종 쓰이는 광전사.

그 또한 도끼를 다룬다.

Q스킬인 도끼를 던지면 땅에 박히고, 땅에 박힌 도끼를 다시 뽑으면 Q스킬의 쿨타임이 줄어드는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킬이다.

평타가 아니니 만큼 목숨을 걸고 도끼를 주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도라이븐은 무려 스킬이 아니라 평타다.

평타 위주로 딜링을 넣어야 하는 원딜에게는 치명적.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끼를 잡아내야 하는 곡예를 반복해야 한다.

혹시 놓쳤을 때의 기회비용이 적은 건 아닐까.

그렇지도 않다.

만약 저글링되는 도끼를 놓쳐 버리게 되면 강제적인 딜로스가 유발된다.

도끼를 두 개 저글링할 때와 한 개 저글링할 때.

그리고 저글링하는 도끼가 하나도 없을 때.

딜링의 차이를 조금 과장하자면 배단위다.

평타를 칠 때마다 튕겨져 나오는 도끼를 받아내고 다시 던지고.

그렇지 않아도 높은 피지컬적 능력이 요구되는 원딜러에게는 말도 안되는 패널티.

물론 그 만큼이나 도끼를 전부 돌릴 수 있으면 강력함은 보증한다지만, 도끼를 하나라도 놓리게 되면 다른 원딜러보다 약해진다.

차라리 배인이나 꼬그모같은 성장기대치가 높은 챔프를 하고 말지.

미치지 않고서야 할 이유가 없는 챔피언이 맞다.

'일반적으로는 말이지만.'

아무도 연습조차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는 도라이븐.

그 도라이븐을 나는 할 줄 안다.

당연, 아무리 나라고 해도 연습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솔직히 몇 번이나 포기할까 고개를 돌렸을 정도.

'손가락 마디가 꾸둑꾸둑할 정도로 도라이븐만 해댔지.'

올마스터.

모든 챔피언을 마스터급으로 다루는 것만이 유일한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나로선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때문에 노력했다.

안되면 될 때까지, 손가락이 부숴져라 움직였다.

'이전의 컨디션을 찾기엔 약간 시간투자가 필요해 보이는데.'

도라이븐이란 챔프는 안 하다가 할 것은 못된다.

도끼를 주고 받는다는 특유의 메커니즘때문에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

괜히 극악이라 불리울 정도의 챔피언이 아닌 것.

그래도 기본적인 숙련도가 있으니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다행이다.

'개인 방을 파고 AI들 때려잡는 것으로 충분하려나.'

일반게임까진 갈 필요도 없다.

커스텀 게임.

혼자 방을 파고 AI들을 상대로 도끼를 돌리다 보면 금방 감을 되찾을 수 있을 터.

나는 곧바로 시행했다.

<"도라이븐의 공연에 온 걸 환영한다.>

도라이븐을 픽할 때의 대사.

챔프의 컨셉과 목소리는 유쾌해서 좋다.

하지만 플레이하다가 도끼를 한 번이라도 놓쳐버리면 짜증지수가 폭발하는 챔프.

절대 얕볼 수 없다.

'윽, 역시 쉽지가 않네.'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설렁설렁 미니언만 막타만 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도끼를 놓쳐버렸다.

어쩌면 생각보다 조금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연습할 가치가 있는 챔프니까.'

차후 너프가 아니라 아예 리메이크가 돼버리는 부분.

게임사가 도라이븐의 패시브를 정말 애매하게 바꿔버렸다.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지를 취해야 할 정도로 리메이크가 되기 전의 패시브는 그 효율성이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집중에 집중, 도끼를 받는 방법이 슬슬 감이 잡힐 찰나에.

갑자기 울려버렸다.

딩동!

초인종의 벨소리.

토요일 낮시간대다.

지금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온건지.

'상혁씨는 아닐 텐데.'

상혁씨라면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다.

나의 영어선생님인 그인 만큼 당연한 일.

그리고 오늘은 평일이 끝나고 주말의 시작, 토요일이다.

별 다른 일이 아닌 이상 찾아올 이유는 없을 터다.

애초에 핸드폰으로 연락이 닿기도 하고.

딩동!

다시 한 번 울리는 초인종 소리.

도라이븐에 대해 감이 잡힐 것 같던 상황에 하필 흐름이 끊겼다.

조금 짜증나는 상황이다.

만약 랭크게임이었다면.

그것도 한타 도중이었다면 누가 왔던 간에 무시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승부에 대한 나의 집착은 심한 편이니까.

그래도 고작 커스텀 게임때문에 문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될 일.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문고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 떠올렸다.

주말, 그것도 토요일의 한낮.

청소부 아줌마가 오는 시간대였다.

'아하, 그 분이구나.'

그제서야 살짝 찡그렸던 이마가 펴진다.

지난 주에 내가 외출을 했어서 팁을 챙겨드리지 못했는데도, 구석구석 손이 잘 안가는 곳까지 신경써서 청소해주신 고마우신 아주머니.

안 그래도 그 날 기분이 꿀꿀했었는데, 말끔하게 청소해주시고 가신 덕분에 기분이 많이 풀렸었던 기억이 있다.

사례를 하자.

어떻게?

'한국 음식을 선물해볼까?'

장난스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결론은 역시 팁일까.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자.

그리고 미소로 반겨주자고 마음을 먹으며 나는 문을 열었다.

.

.

.

* * *

뚜-

뚜-

─지금 거신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The number you dialed….

씨지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혹시 전화번호를 헷갈렸을까 싶어, 올마스터님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것같은 인간조아라님에게도 물어봤지만 허탕이었다.

'분명 전화번호가 틀린 건 아닌데.'

이상하다.

그러고 보면 올마스터, 본명 김시현씨와 제대로 통화를 하지 않았던 지도 거진 한 달이 다 돼간다.

무슨 일일까.

아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해도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임에도.

마지막으로 했던 연락때 괜찮다고, 신경써주지 않아도 된다 했었기에 정말로 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시현씨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프로게임단에 제의를 받았다고 들었다.

솔직히 패배가 조금 충격이라 잠깐 휴식시간을 가지긴 할 테지만, 금방 복귀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었다.

LCL에서의 준우승.

자신은 만족했지만 시현씨 입장에선 많이 아쉬울 따름이 맞다.

만약 팀이 조금만 더 받쳐줬다면.

하다못해 리뮤님이 갑자기 행방불명 연락이 닿지 않는 일만 없었어도 우승을 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준우승에 그쳤다고는 해도 놀라운 성적인 것 당연하기에.

프로가 되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도 아니니, 조금 목소리톤이 어둡긴 했어도 걱정까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오산이었을까.

'까톡으로 보내면 받으시려나.'

그래도 2주 전에 까톡은 주고 받은 내역이 있다.

그래서 까톡이라면 받을까도 싶어 보내봤지만 벌써 세 시간째 연락이 없다.

조급하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쑤신다.

애초에 전화번호를 바꿀 정도의 일이라면 카톡 또한 바뀐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

더군다나 인간조아라님 또한 최근 올마스터와 제대로 된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다고 들었다.

유난히 일이 많았던 요 한 달간.

자신은 프로팀의 주전으로서 코치와 감독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인간조아라님, 그리고 타임맥 또한 파프리카TV의 일로 상당히 바빴다고 한다.

자신들과 비슷하게 시현씨 또한 그랬을 수 있다.

때문에 한 달이 안되는 시간 연락이 닿지 못한 정도야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그도 그럴 게, 혹시 몰라 확인해 보니.

'랭크도 돌리지 않았네?'

최근 게임이 한 달 전.

이 말은 LCL이 끝난 후로 게임을 한 판도 안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상한 일까진 아니다.

씨지맥 자신만 해도 새로이 슈퍼계정을 얻었으니까.

프로선수가 되면 전략노출 문제때문에라도 본계정이 아닌 다른 계정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러 챔프, 생각지도 못한 전략으로 판을 뒤엎는 게 특기인 올마스터라면 더욱 그러한 선택지를 취할 수밖에 없다.

'보이스톡을 해보자.'

전화번호가 바뀐다 해도.

만약 까톡을 그대로 쓰고 있다면 받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까톡까지 바꿨다면 거진 잠수에 가깝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

오늘 하루 내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경찰에 실종신고를 넣어보자.

정말로 걱정이 됐기에 씨지맥은 마음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싱거웠다.

뚜-

─여보세요?

'받았다!'

역시 괜한 걱정을 한 것일 뿐일까.

자신보다 훨씬 잘나가는 올마스터에게 걱정이라니.

쓸데없는 기우였다.

그래도 다행인 일.

속으로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쉰 씨지맥은 입을 열었다.

"아, 오랜만입니다. 시현씨. 잘 지내시고 계시나요?"

본심 그대로의 반가운 인사.

그런데 전화를 받긴 했어도 시현씨는 조금 바쁜 모양이다.

<야, 잠…깐.>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음성.

혹시 상당히 바쁜 와중에 전화를 걸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요, 얘가 말을 안 들어먹네.

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는 안 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무소식보다는 낫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그건 옛날 얘기고.

전화로 당장 통화를 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무소식만큼 무서운 게 없다.

잠깐이라 했던 시간은 벌써 3분이 지났다.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거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시현씨로부터 응답이 들려왔다.

아니, 시현씨가 아니었다.

─죄송합니.. 닷.

"어.. 예?"

여자의 목소리.

딱 한 마디 내뱉고 대답이 없다.

그것도 첫 마디부터 갑작스런 사과라니 영문을 모르겠다.

게다가 혀씹으셨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만.

'자랑을…. 하고 싶으셨구나.'

얼굴도 모를 여자임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화기 건너의 음성만으로 가슴이 설레일 목소리.

예쁜 애인 사귀셨구나.

애인사겨서 현실 게이트 타셨구나.

이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당황스러우실 텐데, 조금 전에 통화한 애가 만호씨한테 꼭 사과하고 싶다고 애걸해서 말이죠, 하하.

" 제가 최근 아니, 거진 1년동안은 여성분과 트러블이 있던 기억은 없는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전 괜찮으니까."

대체 무슨 일인지.

솔직히 상상가는 건 있다.

시현씨를 빼앗아서 미안하다는 둥.

자신때문에 시현씨가 연습을 못하고 있다는 둥.

듣고 있다가는 부러워 죽을 만한 이야기겠지.

어쨌든.

"전화번호를 바꾸셨더라고요. 혹시 일이 있으신 건 아닌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금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는데요."

─있기는 했는데, 이젠 괜찮아요. 제가 근데 지금 자암깐 볼 일 있어서. 다음에 전화를 드려도 될까요?

그러시겠죠.

주위가 조용한 거 보면 아마 방인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추측까지 하진 않겠지만 애인분과 소중한 시간 가지시길.

전화를 끊은 소리 책은 마음속 깊이 소리쳤다.

'으아아아아!'

누구는 근 한 달동안 연습실에 틀어박혀 게임만해대고 있는데.

당장 다음 대회에 나올 성적이 걱정돼서 잠도 안 올 지경인데.

안 그래도 잘나가는 올마스터는 현실에서조차 염장을 지르는 구나.

앞으로 절대 올마스터에 대한 걱정을 하지를 말자.

내 일이나 잘하자고 씨지맥은 굳게 마음먹었다.

============================ 작품 후기 ============================

소심한 작가가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작품 공지사항에 히로인 짤 2부 버젼으로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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