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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56화 (15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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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공연

일반적으로 원딜러는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괜히 AD캐리, 후반 캐리 지향의 포지션이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 룰이 모든 원딜러에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한 명의 이단아가 있다.

다름 아닌 도라이븐.

도라이븐은 원딜러로서 상당히 이상한 특색을 가졌다.

1대1, 그리고 소규모 교전, 마지막으로 한타까지.

참여하는 인원의 수가 늘어날 수록 특이하게도 약해진다.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실이지만.

도라이븐의 스킬 메커니즘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나칠 정도로 높은 챔프의 난이도.

이는 극한의 재능을 자랑하는 원딜러가 도라이븐 하나에 몰두 한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도라이븐의 강력함은 결국 던지고 받는 회전도끼에서 나오니까.

적의 수가 많을수록 회전도끼를 받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기 쉬워지기에 강제적인 딜로스가 생기고 만다.

때문에 도라이븐은 가능한 소수 대 소수.

라인전을 길게.

그리고 게임을 난잡하게 이끌어 가는 편이 좋다.

서로가 라인전을 무난하게 넘어, 한타를 지향하는 북미의 솔로랭크 메타.

도라이븐이라는 이단아는 그들이 정한 틀을 과감하게 깨버린다.

라인전을 부수고, 한타를 지양한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지 않는다.

솔랭에, 정확히는 북미랭크 게임에 이보다 더 적절한 챔프는 없다고 단언한다.

파앙!

회전도끼 하나가 내 손을 떠나 이즈레알의 이마에 내려 찍힌다.

단 한 방에 두 칸이나 까이는 체력바.

단순 계산대로 라면 이즈레알은 정확히 4대다.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기에.

이즈레알을 아주 멀리서 마법화살만으로 파밍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군 서포터 한나의 실드에 막혀 미니언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다.

결국은 눈치봐서 평타로 막타를 먹어야 하는데.

방금처럼 한 대 잘못 맞으면 맞자마자 비전을 써야함은 물론, 체력까지 1/4이나 까인다.

'조금 불쌍할 지경이긴 하네.'

퍼블을 따낸 순간부터 더 이상 정상적인 라인전은 진행되지 않을 거란 사실은 예정된 미래였다.

이즈레알과 내 드레이븐의 템차이는 롱스워드 두 개.

일반적으로 공격력 20차이지만.

회전도끼의 효과로 곱해지면 최소 30, 스킬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40가까이까지 벌어진다.

딜교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

그럼에도 나는 피도 눈물도 없이 라인을 프리징하며 천천히 CS차이를 벌리고 있다.

딱히 라인전을 안정적으로 가기 위함이 아니다.

정확한 목적은 점멸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벌기.

도라이븐의 데미지는 확실히 무참하다.

하지만 그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팀의 주요스킬을 피해야만 한다.

물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르피나의 속박따위 맞을 일 없지만 문제는 갱킹이다.

적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

다른 라인이 갱킹을 당해준 덕에 킬을 먹고 흥해서 기세가 등등하다.

탈리반 3세는 초반갱킹에 최적화된 챔프이니 만큼, 잠깐 동안은 사려줘야 한다.

'이제 그 기다림도 끝이지만.'

게임시간 7분.

나와 이즈레알의 CS차이는 35개다.

내가 50개, 이즈레알이 15개.

잔인하리 만큼 오래 유지된 라인프리징의 결과는 가히 참혹한 수준.

하지만 목표했던 바도 슬슬 이뤄냈기에 해방시켜줘도 될 터다.

나는 친절하게 라인을 쭉 밀어줬다.

목표했던 골드, 그리고 점멸의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했다.

귀환한 나는 상점에서 두 가지 아이템을 샀다.

VF소드와 미개한 방망이.

내가 두 아이템을 구입함으로서 게임의 균형은 무너졌다.

라인에 다시 도착했을 때 이즈레알이 사온 아이템은 달랑 광채의 칼 한 자루.

이즈레알의 코어아이템이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돈이 없었다고는 해도 안타까운 선택이다.

체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편이 명줄이 길어지는 지름길이었을 텐데.

파앙!

도끼 하나가 이즈레알의 머리통에 내려 찍힌다.

쪼개졌다는 표현이 정확할까.

개서스에게 한 대 맞으면 대충 이런 기분일 거다.

물론 한 방 한 방만 따지면 조금 약하다.

하지만 개서스와 달리 도라이븐은 원거리 딜러.

스킬이 아니라 무려 평타다.

그 평타 한 방의 위력이 개서스의 딱콩에 버금간다는 소리.

-도라이븐님. 와드 어디다 박을까요?

퍼블의 임팩트를 본 순간부터 태도가 단박에 순종스러워진 아군 서포터.

이것이 솔랭에서 꿀빠는 비법이다.

잘하는 사람 만나자마자 싹싹하게 군다.

이러면 나도 캐리할 맛이 나지.

-정글러 위치만 파악해주세요. 오면 빼지말고 전부 잡습니다.

-역갱없이요? 알겠습니다!

원래라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와야 한다.

혹은 정글러보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원딜버리고 튀는 게 솔랭의 서포터다.

이렇게나 말을 잘 들어준다면야 나도 편해진다.

서포터없는 셈치고 하긴 했어도 고양이손 이나마 보태면 도움이 되는 법이니.

파앙!

미니언을 한 대.

때림과 동시에 W스킬, 광란의 피바다를 발동하고 냅다 뛴다.

그러면 이즈레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에게 닿기도 전에 비전점프.

도망가지만 도끼를 받아든 나는 한 번 더 광란의 피바다를 사용한다.

두 번이나 가속해 이즈레알의 머리를 찍어버린다.

콰직!

피가 줄줄.

세면서도 꾸역꾸역 라인전을 하는 이즈레알이 안쓰럽다.

하지만 이렇게 공격적으로 라인전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와버린다.

적팀의 정글러가.

그리고 아군 정글러는 당연한 듯이 코빼기도 내비추지 않는다.

숫자에는 장사가 없는 법.

만약 다른 원딜러를 했다면 낭패인 상황이다.

하다 못해 탑이나 미드를 할 때처럼 한 명을 잡고 죽는다는 선택지도 없다.

지속딜이 센 대신에 초중반이 약하고, 순간 누킹이 안되는 게 원딜러의 숙명이니까.

그러나 전투민족 도라이븐에게 후퇴라는 선택지는 없다.

파앙!

정글러가 오면 죽인다.

오직 도라이븐만이 고를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선택지.

실현시킨다.

카라락!

깃창으로 돌격해오는 탈리반 3세를 튕겨낸다.

도라이븐의 E스킬, 밀쳐내라는 일직선으로 대형도끼를 던져 다가오는 적들을 밀쳐냄과 동시에 이동속도를 늦춘다.

이는 돌격형 스킬이 있는 적에게 치명적.

날아오는 중간에 밀쳐내라를 맞고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꼭 적팀의 정글러는 점멸이 있다.

점멸 궁극기.

탈리반 3세는 장벽을 형성해 상대를 4초 가까이 가두는 대변동을 나에게 박는다.

그렇게까지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점멸쿨을 기다렸다.

탈리반이 나에게 궁극기를 씀과 동시에 나 또한 점멸.

대변동이 만드는 장벽에서 벗어나 뜬금없이 이즈레알을 노린다.

이미 돌진기도, 점멸도 전부 빠진 속빈 강정과도 같은 탈리반따위 상대할 가치도 없다.

파앙!

파앙!

앞점멸 후에 이즈레알을 자연스럽게 후두려 팬다.

내 회전도끼에 두 대 얻어맞자 살점뭉치가 떨어져나가는 이즈레알.

어찌나 놀랐는지 비전점프에 점멸, 힐까지 사용하며 도망치지만 이미 늦었다.

콰라라라락!

이즈레알의 궁극기인 정조준 사격과도 비슷하게 글로벌 궁극기인 형태를 한 도라이븐의 궁극기.

하지만 그 힘과 순수한 파괴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순수 AD템을 갖춘 도라이븐의 궁극기는 미칠 듯이 회전하는 거대한 톱날.

스치면 죽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일단 한 명.

아무리 못 컸다고는 하지만 주력딜러인 이즈레알이다.

먼저 처리하는 것이 순례.

다음의 목표는 평화로운 봇라인에 감히 갱킹을 와버린 탈리반을 향한 축객령이다.

강제로 귀환시켜버린다.

파앙!

파앙!

회전도끼 하나하나가 살점을 훑어냄에도 반항하지 못하고 맞아야 하는 탈리반 3세.

이미 점멸도 깃창도 모두 빠졌다.

단순한 과녁에 지나지 않는다.

파앙!

파앙!

다른 라인에서 킬을 먹고 조금 잘 컸다고는 하지만 그 뿐이다.

이렇게 중요스킬을 모두 피해버리면 뒤룩뒤룩한 돼지가 돼버린다.

그리고 살찐 돼지는 도축해서 삼겹살로 만들어야 제맛.

날이 선 도끼로 썰어버린다.

─더블킬!

Unknown Error님이 학살 중입니다.

터엉!

모르피나의 정직한 속박에 맞을 내가 아니라지만 도라이븐을 플레이하다 보면 어쩔 수 없다.

광란의 피바다를 리셋 시키기 위해 도끼를 받다 보면 올곧게 날아오는 속박을 피할 각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뭐, 일부러 맞은 거지만

파앙!

클리즈로 속박으로 떨쳐내고 도끼를 내려찍는다.

다크실드고 나발이고 의미가 없다.

생 물리데미지인 평타는 씨알도 막히지 않으니까.

점멸로 도망갈 거면 진작 도망갔어야지.

광란의 피바다를 무한으로 리셋시키며 폭주하는 도라이븐은 항시 유령화상태나 다름없다.

콰직!

─트리플킬!

Unknown Error님이 미쳐서 날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미니언과 함께 포탑을 부순다.

어차피 나를 방해할 정글러는 이미 죽어서 우물에 가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내 뒤를 조용히 따르는 한나와 함께 포탑을 부수고 귀환한다.

한나의 눈에는 내가 엄청난 피지컬로 슈퍼플레이를 했다고 보였겠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피지컬이라기보단 정밀한 계산에 가깝다.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적을 수록 강해지는 도라이븐.

그 이유는 변수가 적을 수록 상대의 스킬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전 교전만 해도 어떻게 스킬을 쓸지 진작에 생각을 끝낸 상태였다.

깃창을 밀쳐내라로 막고.

궁극기를 점멸로 피하고.

딜을 넣는 이즈레알부터 머리통을 따고.

스킬과 스펠이 모두 빠진 자르반이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모르피나를 죽인다.

여기서 피지컬이라고 해봤자 회전도끼를 꼬박꼬박 받은 것과 클린즈의 반응속도차이.

이마저도 쉬운 건 아니라지만, 도라이븐은 사실 피지컬보다는 계산능력이 중요한 챔프다.

물론 세상엔 피지컬이 지나치게 좋아서 계산능력을 뛰어넘는 테이커라던지, 데프콘이라던지.

괴물들이 존재하기는 해도 말이다.

'뭐, 어쨌든 간에.'

게임은 이미 터졌다.

정확히 말하면 진행은 되지만 이제 나를 막을 방도가 없을 터다.

평타 한 대에 반피가 날라가는 마술을 보고 싶으면 봇라인에 구경와도 되겠지만.

-도라이븐님 저 아이템 뭐 갈까요?

돈템인 현자의 돌멩이를 뽑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가난한 서포터.

어시를 세 개나 먹자 기분이 좋은지 나에게 질문을 던져온다.

완전한 서포팅.

원하는 대로 아이템을 가겠다는 뜻이다.

-마나의 구슬 올리시고 톨라리 가주세요.

-마나구슬요? 그거 쓸모 있나.. 알겠습니다!

도라이븐이 약간, 문제가 있다면 마나소모가 극심하다.

주위 팀원의 마젠을 늘려주는 마나의 구슬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물론 조절이 가능한 정도기는 해도, 있어서 나쁠 건 없을 터.

그 외에는 가능하다면 CC기를 풀어주는 미카엘의 그릇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즌3이 돼서야 나오는 아이템.

그나마 실드라도 있는 청동의 톨라리 펜던트를 가주는 게 유용하다.

아이템을 맞추고 다시 시작되는 라인전.

이제는 점멸이 있던 없던 상관이 없다.

오는 순간 딜로 패죽일 테니까.

콰직!

도끼 한 방에 원거리 미니언이 사라진다.

치명타가 터진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위력.

가격대비 가장 높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피를 마시는 칼 덕분이다.

더군다나 미니언을 처치할 때맏 스택이 늘어 공격력과 피흡이 늘어난다.

깡AD와 흡혈이 여타 원딜보다 중요한 도라이븐의 명실상부한 코어아이템.

회전도끼를 던지면 평타 한 방, 한 방이 일반 원딜 데미지의 2배에 준하기에 AD가 높으면 이렇게나 강력해진다.

진짜 주목해서 봐야 할 건 흡혈능력이지만.

<들리나? 죽음이 부르는 노래가.>

음성은 유쾌할지 언정 대사는 끔찍하다.

내가 다가가자마자 온간 스킬을 던져대는 적 이즈레알과 모르피나.

그것을 다 맞고 꾸역꾸역 다가가 도끼를 한 대 내려찍자 복구된다.

맞은 만큼 차오를 정도의 흡혈능력.

콰직!

머리통에 도끼가 박히자 걸음아 나 살려라 내빼는 이즈레알.

출혈의 효과까지 합쳐서 반피가 넘게 까인다.

코어아이템이 하나 가까이 벌어진 상황인데 레벨차이까지 나니 이 정도 위력은 당연하다.

가공스럽기 그지없는 도라이븐의 힘.

이렇게 쭉쭉 바텀라인에 고속도로를 뚫고 있음에도, 상대로 하여금 손가락이나 쪽쪽 빨게 만드는 위엄이 있다.

오직 도라이븐만이 가능한 강제캐리, 이제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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