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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58화 (15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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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공연

도라이븐.

메커니즘이 하도 독특한 바람에 누구나 한 번씩은 관심을 가진다.

혹시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챔프의 장인이 되면 단박에 유명세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도라이븐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종착점은 환불이었다.

어려워도 적당히 어려워야지.

미니언을 먹을 때조차 일일히 신경을 써야 하다 보니, 게임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일 정도다.

그 스트레스를 꾸역꾸역 참으며 도끼를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헷갈리기까지 한다.

내가 AOS게임을 하고 있는지, 리듬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간다.

그렇다고 챔프의 성능이 정말로 좋다면 또 모르겠는데.

도끼를 하나라도 놓치면 딜링기대치가 확 떨어진다.

그리고 도끼를 받다보면 자연스레 CC기에 노출돼 끽 하고 죽어버린다.

안 그래도 몸이 종이짝인 원딜러로 서커스를 하라는 꼴.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도라이븐을 플레이하는 유저는 없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잘하는 유저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도끼만 잘 받아도 그럭저럭 장인부심 부릴 수 있는 게 도라이븐.

그런데.

그 도라이븐의 장인을 랭크게임에서 봤다는 사람이 나와버렸다.

<다이아1 구간에 도라이븐 장인 출현!>

한 래딧 유저가 올린 도라이븐 유저의 5연승 전적.

랭크게임에서 이 만큼 도라이븐 잘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덕분에 버스 제대로 탔다면서 스크린샷을 올렸다.

심지어 자신의 다이아1계정 인증과 함께.

└그냥 듀오로 연승한 거 아니야?

└전적 확인해보니 듀오는 아닌 거 같은데..

└어? 근데 또 Unknown Error네 걸러야지.

프로의 부계정이라는 둥, 공용계정같다는 둥 말이 많은 유저.

Unknown Error라는 사람이 화제가 됐다가 관심이 식은 지도 한 지도 벌써 세 번째다.

완전히는 아니여도 의도적인 어그로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혹시나 했다.

다소 이상한 소문이 돌기는 해도 Unknown Error의 실력은 진짜다.

어느 정도냐면 무려 트리플리프트라 의심을 받을 정도다.

당연히 증거따위 없다.

그냥 배인을 잘한다는 이유로 누군가 던져본 것 뿐이다.

물론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해명된 것 또한 아니다.

트리플리프트는 현재 롤드컵 대회의 준비때문에 바빠 입장 표명은 물론, 솔랭또한 잘 돌리지 않고 있기에.

스트레스 풀이용 양학계정이 아닐까 치부해볼 만하다.

어찌 됐건 Unknown Error는 그 트리플리프트에 준할 정도의 프로급의 원딜유저인 게 사실.

프로게이머가 도라이븐 플레이를 한다면 과연 어떨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몇몇의 사람들은 말없이 몰래 CP.GG 사이트에 들어가 Unknown Error의 관전을 클릭했다.

뭐, 잘해봤자 얼마나 잘할까.

하는 비웃음과 기대감을 반반씩 안고서.

결과는 과연 어떠했을까.

관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래딧에 글을 올렸다.

그 실망을 했다는 건 도라이븐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몰래 관전한 주제에 기대에 못 미친다고 글을 올릴만한 바보는 없을 테니까.

사람들은 도라이븐이 현재의 3대장 원딜러들을 가지고 노는 광경을 보며 탄식했다.

대회에서 많이 픽되는 주류 원딜러들.

즉, 자신들이 하는 챔피언들이 도라이븐에게 갈가리 찢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3대장이라 불리는 주제에 저리 약했냐면 실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와 도라이븐 진짜 세네. 뭐 템있지도 않은데 이즈레알 몇 대 맞으니까 골로 감;

└저렇게 도끼받는 거 어려운 거 아님? 받을 수만 있으면 좋아보기인 하는데.

└나도 원딜유전데 도라이븐 해볼까?

└님들이 하면 도끼 일회용됩니다….

도라이븐이라는 챔프의 장인이 나타나길 고대하던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리고 해당 도라이븐 유저가 하도 맛깔나고 시원스런 플레이를 보여 주다보니 주목을 받는 건 순식간이었다.

점점 입소문이 타면 도라이븐의 게임을 관전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갔다.

6연승, 그리고 7연승.

아슬아슬, 위태하게 넘긴 게임도 있었지만 그 만큼이나 관전하는 입장에서 볼 맛이 난다.

어차피 져도 내가 지는 게 아니니까!

대단한 건 도라이븐 유저는 현재 다이아1티어.

로드 오브 로드 천상계에서 솔로큐로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것도 미드나 정글이 아닌 솔랭캐리가 가장 어렵다는 원딜러로.

도라이븐에 대해.

그를 플레이하는 Unknown Error에 대해.

재평가를 내려야한다며 높아지는 목소리.

현재 그 도라이븐 장인은 솔로랭크 7연승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건 여덟 번째 게임.

이번 게임은 조금 녹록지 않았다.

라인전부터 갱킹이 휘몰아치고 그냥 까놓고 말해 팀차이가 상당히 난다.

그럼에도 도라이븐은 장인은 어떻게든 게임을 비등비등 이끌어 나가면 한타까지 끌고 나갔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승패의 향방은 마지막 바론 한타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였다.

과연 도라이븐의 연승이 깨질지 말지.

하도 게임이 맛깔나게 진행되다 보니까 래딧에는 시시각각 반응들이 올라왔다.

사람들의 재미난 반응은 볼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혹하기에 충분했다.

기대되는 바론 한타 바로 직전.

고작 한 명의 유저 게임 관전에 토이치TV의 어지간한 인기스트리머에 준할 수준의 관전자들이 모였다.

하지만 뜬금없게도,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허무하리 끝이 났다.

─Unknown Error님이 접속을 종료했습니다.

<?????? 대체 왜 저래? 팀이랑 싸우기라도 함?>

<장인님, 탈주하신다!>

<아니, 왜 하필이면 지금 나가냐고!>

도라이븐 장인의 갑작스런 이상행동.

언제 다시 접속할 지 사람들은 조마조마 침을 삼켰다.

사실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이미 바론이 먹힌 데다 억제탑이 깨져버린 상황인지라 희망은 낮아보였다.

그럼에도 혹시나 저 말도 안되는 실력을 가진 도라이븐 장인이라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마지막까지 기다렸음에도 결국 도라이븐 장인은 되돌아 오지 않았고 게임은 그렇게 종결지어졌다.

탈주한 이유가 단순한 인터넷 접속 불량이었다면 다음 게임은 하겠지.

그날 아홉 번째 게임이 시작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

.

.

* * *

"손이 미끄러졌네~. 죄송합니다. 손님."

예은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해온다.

누가, 어떻게 봐도 일부러인 상황.

나는 소리를 빼액 지르며 따졌다.

"아니, 아, 아! 진짜 이제 한타 시작하는데 끄면 어떡하냐고!"

조금 애같은 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이나 급박하다.

한타 직전의 상황에서.

그것도 바론이 먹히느냐, 마느냐.

게임의 승패가 그걸로 결정될 텐데.

간땡이가 부으셨나.

얼핏 흘겨본 예은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어제 못 다 닦은 얼룩이 있어서 말이에요."

히죽히죽, 국어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

입꼬리를 살며시 올린 채 쪼개고 계신다.

내가 째려보니 눈길을 돌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니었는데.

'아오, 이걸 확 때릴 수도 없고.'

게임이 시작하기 직전 로딩창에서.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 때 예은이 내 객실문을 두들겼다.

어제 조금 미안할 정도로 굴리기도 했으니.

그리고 일단 오해가 풀렸으니 만큼 방 안으로 들였다.

곧 저녁시간이 되기에 같이 밥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하지만 일단은 게임이 시작됐으니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얘기하자고 내뱉듯 던지고 게임에 집중했었다.

그 결과가 이 모양.

"하아…. 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어제 일의 앙금이 남아있던 건지.

차라리 그런 거라면 이해라도 되는 노릇이다.

"게임접속, 다시 안 해도 돼?"

"어차피 다 끝났어. 만족하냐?"

고개를 끄덕.

이젠 뭐 빼는 것도 없다.

성격이 모나기는 왜 이리 모났는지.

골치 아픈 친구놈이다.

"배고파, 밥 사줘."

"제가, 님한테요?"

경우가 없어도 정도껏이지.

다른 사람이 열심히 하던 게임에 찬물을 붓고 하는 소리가 밥을 사달라고?

"싫으면 말던가."

고개를 휙 돌리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조금 얼척이 없는 상황.

그래도 이 녀석과 하루이틀 지내온 게 아니니 만큼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다.

'밥으로 퉁치자는 얘기겠지.'

그러고 보면 얘, 지금까지 나한테 은근히 자주 얻어 먹었다.

밥순이도 아니고.

먹을 걸로 해결된다면야 나도 편하긴 하지만.

'한 판 진 건 아쉽긴 하지만 애초부터 승산이 높지도 않았으니.'

도라이븐이라는 챔프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약해진다.

적팀이 점멸을 사용해 강제로 나를 물면 떨쳐내기가 힘들다.

떨쳐낸다고 해도 도끼를 다 놓쳐버리면 딜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포커싱받는 만큼 아군이 잘하면 상관이 없었겠지만 심각히 못하는 판이었기에.

사실 지더라도 그다지 아쉽진 않다.

이미 다이아1로 승격도 한 마당이고.

"그래, 내가 쏴준다."

"정 쏜다면 먹어는 줄게."

이 녀석의 입에선 어떻게 알겠다는 말이 곱게 나오지가 않으신다.

성격이 꼬여도 제대로 꼬인 녀석.

그래도 진절머리가 난 횟수만큼이나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나는 예은을 끌고 호텔밖으로 나가 천천히 걸었다.

택시는 잡을 것도 없다.

걸어서 딱 10분 거리.

근처에 가까운 식당 하나 짚어둔 곳이 있으니까.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청모자를 푹 눌러쓰고 한 마디도 안 한다.

자존심 세기는 더럽게 센 녀석.

먹기 전까지는 입 닫겠다는 뜻이다.

그러고서 식당 도착하니 하는 말이.

"나 유산슬밥이랑 탕수육."

조금 찔리기는 하는지 메뉴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눈으로만 나를 쳐다본다.

탕수육은 나도 먹을 테니까 그렇다 쳐도.

중국집 1인 메뉴에서 가장 비싼 유산슬밥이라니.

이 양심에 털난 녀석 같으니라고.

"여기 유산슬밥이랑 짬뽕밥. 그리고 탕수육 중짜리 하나 주세요."

한인타운에 위치하는 한국식 중국집이긴 했지만 하필 직원이 한국사람이 아니었다.

고작 몇 주 전의 나였다면 당황스러울 상황.

예은이 앞에서 쪼개고 있는 게 내가 낭패를 보길 바라는 모양이다.

하지만 일상회화정도야 이제 문제되지 않는 나다.

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해 주문하고 직원을 보내자 예은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야…. 필요 없겠네."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을 내뱉고서.

볼이 뾰루퉁 나와가지고 고개를 돌린다.

이 녀석은 가끔가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뭐가?"

대화의 흐름이 조금 이어지지 않는 기분이 드는 건 나 뿐일까.

무슨생각을 하는 건지.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내가 너랑 밀당할 사이도 아니고.

"밥값으로 영어 쪼금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알고 있으면 나야 편하고~."

"너도 공부하러 온 거 아니였어? 영어 잘해?"

갑자기 화를 내온다.

자신의 영어실력에 어찌 그리 자부심이 크신지.

여기에 온 건 어디까지나 타의에 의해서.

이제 고작 몇 줄 뗀 듯한 너랑 비교할 바가 아니라며 툴툴댄다.

그렇게까지 말할 거 있나.

"그럼 가르쳐주던가. 마침 조금 막히던 참이었는데."

기본적인 회화정도는 문제가 없다지만 응용은 까다로운 문제다.

어찌어찌 의미전달까지는 되어도, 자연스럽게 문장을 만드는 건 아직 힘들다.

자신 있으면 가르쳐주시던가요.

"내키면."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느낌의 어투로 대꾸해오는 예은.

지가 말을 꺼내 놓고 내키면 이라니.

쟤 한 번만 때리고 지옥가면 안되겠습니까.

혹하는 선택지지만 정말로 빡쳤을 때를 위한 마지막 선택지로 미뤄두기로 하자.

예은과의 대화는 내 짜증지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슬슬 폭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적어도 맛있는 음식 먹을 동안은 화가 날 일이 없겠지.

생각했던 건 오산.

초장부터 내 역린을 건드려버렸다.

"야! 야! 잠깐, 스톱 손! 아니 멈추라는데 그걸 기어코 부어버리네!"

"응? 갑자기 웬 호들갑이야. 그럼 붓지마?"

당연히 붓지 말아야지.

나는 조금 전 도저히 믿지 못할 광경을 보고 말았다.

착한 내가 어지간한 건 이해해주고 보다듬어주고 마지막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나한테 악감정이 있어 저지른 게 아니라면 설마 평소 식습관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탕수육을 부어 먹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대체 어딨냐?"

"하? 남이사 부어 먹든 찍어 먹든 뭔 상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짓는 예은을 바라보며, 나는 따지듯 쏘아붙였다.

니가 완전히 소스를 부어버린 탓에 나는 찍어 먹는다는 선택지를 뺏기고 말았잖아!

"부으면 맛이 달라지냐? 그렇게 따지면 짬뽕밥도 찍어드시지?"

"아니, 그 문제랑 이 문제랑 같아? 하아…. 말을 말자 말을."

유산슬밥을 먹던 스푼을 멈춘 예은이 나를 꼬나본다.

적반하장이라더니.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서로의 음식취향을 걸고 넘어지길 수십 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열띤 토론이 이어진 결과는.

다음에 올 땐 서로가 자기 앞 접시를 챙기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 작품 후기 ============================

추천 부탁드려요!

부족한 작가 위해서 쿠폰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챕터 제목이 155화부터 학살의 공연으로 수정됩니다.

내용 변경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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