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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160화 (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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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공연

다이아 1티어에서 펼쳐지는 도라이븐의 학살공연.

관객은 없고 배우들 뿐이다.

펼치는 공연의 내용은 간단명료.

나는 죽이고 상대는 당한다.

점수대가 오르면서  수준이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내 폭주를 막아 서기엔 한참은 역부족이다.

<아이쿠, 고마워!>

회전도끼로 미니언을 깔끔하게 받아 잡수는 도라이븐.

도라이븐이 잘 성장을 했는지, 아닌지는 미니언을 쳤을 때 나오는 데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원거리 미니언이 한 방이 안 나오면 망했다는 뜻.

그리고 원거리 미니언이 한 방에 정리가 된다면 평범 이상으로 컸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근거리 미니언조차 버티질 못한다면.

'두려워질 따름이지.'

저 도라이븐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상대로선 앞길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도라이븐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잘 컸다고 한들 기본적으로 한타에서 단점이 두드러지는 도라이븐이다

자체 데미지가 강력할 지라도 CC기 연계를 맞게 되면 녹아버릴 수 있다는 건 전 원딜러 공통사항.

특히나 이동기가 없는 도라이븐은 강제적으로 들어오는 적 이니시에 노출되는 경우가 생긴다.

더럽게 잘 커놓고 CC기 연계에 허무하게 녹아버리면 그렇게 허탈한 순간이 없다.

이러한 단점을 메꾸기 위해서 템트리 변경.

공속이나 치명타 템트리가 아닌, 방어구관통력 셋팅을 갖춘다.

일반적으로 원딜의 2코어는 스토커의 단검이나 원혼의 춤꾼같은 공속 아이템이다.

그러나 도라이븐은 도끼를 받을 수만 있다면 지속적으로 공격속도를 올려주는 광란의 피바다가 있다.

AD아이템만 올리면 지속딜링은 조금 떨어지긴 해도 한 방, 한방의 데미지가 강력해진다.

그러는 편이 한타를 하기가 수월하다.

한 방 데미지 뿐만 아니라 AD계수와 방관의 효율을 제대로 받는 도라이븐의 궁극기.

굳이 평타위주의 딜링을 하지 않아도 어마어마한 광역딜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콰라라라락!

20분을 조금 넘긴 시점의 용한타.

내 도라이븐은 벌써 3코어가 나왔다.

유령의 영혼검과 최후의 숨결.

두 방관아이템에 더해 피를 마시는 칼은 높은 AD까지 추가해준다.

3코어를 갖춘 도라이븐의 궁극기는 제대로 맞힐 수만 있으면 상대를 뼈채로 갈아버린다.

쿠루루룩!

발사될 때 한 번, 돌아올 때 다시 한 번

연이어 두 번 상대를 갈아버리는 도라이븐의 궁극기를 둘 다 맞으면, 체력이 낮은 딜러진은 그것만으로도 전장이탈 확정이다.

궁극기의 광역딜만으로 1인분.

그리고 도라이븐 본체는 따로 움직여 적을 학살한다.

콰가광!!

내가 앞으로 살짝 움직인 순간에 정확히 날아오는 말화이트의 궁극기.

동시에 적팀의 정글러 나무카이 또한 점멸 일그러진 전진으로 나를 노려온다.

나부터 타겟팅이 될 거란 사실은 이미 눈치채고 있던 바.

나는 과감히 점멸을 사용해 뒤로 몸을 빼냈다.

파앙!

파앙!

만약 말화이트의 궁극기까지 맞았다면 그대로 즉사다.

하지만 내가 말화이트의 궁극기를 점멸로 피해낸 순간, 더 이상 나를 잡을 적은 남아있지 않게 됐고 이로써 한타는 끝났다.

남은 건 역관광의 시간.

나는 도끼로 나무카이부터 찍어댔다.

콰직!

아이템이 잘 나오지도 못한 정글러.

나무카이는 순식간에 장작이 되어 사라진다.

다음 순서는 말화이트다.

중반 타이밍의 말화이트는 단단하기 짝이 없는 게 맞지만, 나는 이미 방관템을 갖췄다.

두터운 방어력을 최후의 숨결로 뚫는다.

그리고 말화이트가 두른 바늘갑옷의 데미지는 피를 마시는 칼로 무효화한다.

─더블 킬!

Unknown Error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어떻게 딜을 넣고 싶어도 이미 내 궁극기에 만신창이가 돼버린 적팀의 딜러진들.

말화이트의 죽음을 신호로 꽁무니를 빼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망을 갈려면 진작에 가야지.

도움을 줄 아군이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토옹!

쏘아지는 얼음덩이.

설인의 형상을 한 정글러 두두는 한타에 들어가면 무력하기 짝이 없다.

데미지는 약하고, 가진 바 CC기도 고작해야 둔화뿐이다.

적이 때려주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고깃덩이다.

하지만 단 하나, 가치가 있다면 원딜러의 보조.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상승시켜주는 버프를 끊임없이 걸어줄 수 있다.

바로 나에게.

두두는 발을 잡고 나는 죽인다.

적들은 감히 반항을 꿈꾸지 못하리라.

콰직!

두두의 얼음덩이가 헤이클린의 발목을 붙잡는다.

느려진 헤이클린에게 내려찍히는 도끼.

받아내고 나는 다시 한 번 광란의 피바다를 발동했다.

이미 죽은 게 확정된 헤이클린을 서둘러 죽일 필요가 없다.

광란의 피바다를 리셋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천천히 갉아죽인다.

─트리플 킬!

Unknown Error님은 전설적입니다..!

단 두 방에 헤이클린을 보내고 도끼를 받아낸 횟수 만큼 광란의 피바다를 발동한다.

광란의 피바다에 의해 짧게나마 유령화를 능가하는 이동속도.

적팀의 미드라이너, 트와이스 페이크의 뒤를 잡았다.

파앙!

첫 번째 도끼가 튕김과 동시에, 트페가 뒤를 돌아보며 황금 카드를 날린다.

시간을 벌고 도망가기 위함.

하지만 클린즈가 있다.

이미 날아오는 게 뻔히 보이는 황금 카드로는 단 0.1초도 내 움직임을 방해하지 못한다.

띠이이잉!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보려는 듯 조냐의 물시계를 발동하는 트페.

선택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다.

나는 트페를 무시하고 전진했다.

고오오오오오!

나에게 마지막 버프를 걸어주는 것으로 제 할 일 다 마친 두두가 궁극기의 기를 모은다.

스킬의 데미지와 계수는 어마어마하게 높지만 무려 3초동안이나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패널티가 있는 두두의 궁극기.

트페가 조냐의 물시계를 발동해준 덕에 데미지가 약한 두두도 킬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퍼어엉!

이미 화면에는 넘어간 길 뒤로 빙하가 갈라지는 시원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완성된 두두의 궁극기가 트페에게 직격했다는 증거.

결과는 모니터 화면에 큼지막하게 찍힌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의 메세지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휘릭!

트페에게서 튕겨져 나온 도끼를 받고 리셋된 광란의 피바다.

다시 한 번 발동해 마지막 남은 적팀의 서포터를 쫓는다.

하지만 풀리츠크랭커는 확실히 이동속도 하나는 겁나게 빠르다.

쿼드라킬은 주지 않겠다는 듯 나를 약올려댄다.

굳이 장단에 맞춰줄 이유도 없고.

포기하려던 찰나에 기회가 왔다.

슈우웅!

풀츠가 그랩으로 나를 당겼다.

억제 포탑의 안으로.

포탑에 얻어맞게 된 나에게 풀츠가 풀콤보까지 날린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체력.

하지만.

티리링~!

유령의 영혼검의 액티브.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상승시켜준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후자.

나를 약올리다 기어코 당겨버린 풀리츠크랭커를 두들겨 패기 위함이다.

파앙!

파앙!

포탑은 멈추지 않고 나를 때리고 있지만 내 도끼가 풀츠를 때린 만큼 체력이 회복된다.

피를 마시는 칼의 권능.

공격속도까지 더해지자 포탑과 풀츠의 데미지를 넘어서는 흡혈량을 보여준다.

─쿼드라 킬!

전설의 출현..!

포탑에 맞으면서까지 풀리츠크랭커를 따내고 탈출한다.

젠이 되는 미니언을 치면서 빠르게 흡혈, 나는 타워를 벗어났다.

그리고 이미 볼 일 다 끝낸냥 전비를 하는 아군에게 빽핑을 찍으며 바론을 향했다.

─Unknown Error님이 지원을 요청.

미친 짓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도라이븐은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다.

파앙!

파앙!

파앙!

도끼를 던지고 받는 행위때문에 공격속도를 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 그리고 무빙까지 제한된다는 게 도라이븐의 약점.

그러나 움직이지 못하는 오브젝트를 상대로는 한계치까지 데미지를 뽐낼 수 있다.

도라이븐의 도끼는 두 개까지 유지할 수 있지만 그것은 공중에 있는 도끼는 포함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렇게 고정된 자리에 저글링을 한다면 3개, 공격속도가 받쳐준다면 4개까지도 돌리는 게 가능하다.

지금 나는 공격속도 아이템을 가지 않았기에 3개가 한계.

그럼에도 데미지는 어마무시하다.

저글링처럼 돌아가는 회전도끼들이 바론을 부위 별로 해체한다.

아군 정글러 두두가 바론에게 잠깐 버텨주는 사이에 나는 빠르게 토막내버렸다.

─Unknown Error님이 바론을 처치했습니다!

한타를 대패한대다, 안 그래도 잘 큰 적팀의 원딜러는 쿼드라킬을 먹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바론까지 나갔다.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용기.

승부욕을 불태우지 않는다고 해도 질타할 이는 아무도 없다.

─적팀이 찬성 5표 반대 0표로 항복하였습니다!

오늘 달려온 게임은 3승 1패.

다이아1티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나마 1패를 한 것도 봇라인을 제외한 모든 라인이 터져버렸기에.

그리고 흥해버린 적팀이 자꾸 4,5인 다이브를 강제로 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뭐, 안정적인 파밍이 불가능한 건 도라이븐의 단점이긴 해.'

태생 자체가 전투민족.

어떻게든 딜교환을 걸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게 도라이븐이다.

그렇게 플레이를 하는 게 도라이븐을 활용하는 올바른 방법이기도 하고.

'여튼 순항이구만.'

확실히 다이아 1티어에 오니 북미서버가 한국서버보다 수준이 높다는 게 실감이 된다.

현재 만나는 상대는 한국서버로 따지면 마스터 턱걸이 유저들이다.

솔로랭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무차별하게 양학은 할 수 없는 점수대.

그럼에도.

'오히려 승률은 높다라. 아리송하네.'

사실 그럴 만은 하다.

도라이븐 자체가 북미의 메타를 파훼하기 위해 고른 챔피언.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어쩌면.'

로드 오브 로드 챌린저스 리그, LCL에서의 값진 경험들.

한 판, 한 판의 승패가 나에게 달려있었던만큼 젖먹던 힘까지 다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필사적이면 잠재력을 꺼내 쓴다는 말이 기억난다.

지금의 내 상황이 딱 그런 걸지도.

사실 실력이 늘었다는 사실을 체감은 이전부터 느끼고는 있었다.

확인할 기회가 없었을 뿐.

대회준비에 바빠 솔랭은 거들떠도 못봤으니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를 놓고 비교해보자니 확신이 생겼다.

이전까지의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나는 확실하게 성장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

'노력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라.'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노력이라 함은 탈출할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노를 저으라는 것만 같았다.

무려 5년이다.

내가 씨불얼 게임단에서 차마 꿈을 접지 못하고 연습생 생활을 해왔던 시간이.

그 때의 나에게 과연 발전이 있었을까.

'아직 명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발전이 있었다고 해도 분명 경쟁자들보다 더뎠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타고난 재능부터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었다.

올마스터.

모든 챔피언을 마스터 이상으로 다룬다.

프로게이머로서 애매하기 짝이 없었던 재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눈에 띄게 성장도가 보인다.

이 차이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올마스터의 재능이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 이유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로드 오브 로드라는 게임에서 잘하는 챔피언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고를 수 있는 챔프는 결국 하나 뿐이다.

그렇다고 여러 챔프를 다루는 게 쓸모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격언이 괜히 존재할 정도니.

적 챔피언의 스킬구조를 알면 대응을 하기가 한층 편해질 뿐더러 행동의 방향 또한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도라이븐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것이다, 혹은 아링은 보통 이 타이밍에 킬각을 잡는다 같은.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지만 최근, 그 이상이 보이는 것 같다.

머릿속에 뚜렷이 잡힌다.

적 챔피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느 방향으로 스킬을 날릴지.

상대가 플레이하는 챔프를 명확히 알고 있다는 장점.

그리고 내 실력이 한층 올라가자 예지에 가까워졌다.

물론 예상정도야 로드 오브 로드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다.

중요한 건 정확도와 예리함.

지금의 나는 날이 날카롭게 선 한 자루의 명검과도 같다.

그러한 기분이다.

'쓸모없지 않았다라.'

어째서 나에게 이런 애매하기 짝이 없는 재능이 주어졌는지.

과거의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탄했다.

하지만 시즌2로 돌아오자, 그리고 필사적인 노력이 더해지자 다시금 생각된다.

사실 나는 최고의 재능을 타고난 걸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심장의 고동이 짜릿하게 울려온다.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굳히기 위해서.

시험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실마리가 명확하게 잡힐 것만 같다.

'해보자.'

부디 부딪혀볼 가치가 있는 상대를 만나길 바라며,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돌린 랭크게임의 큐.

만나버린 상대는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 작품 후기 ============================

귀찮음을 무릅쓰고 해주신 추천 감사합니다.

부족한 작가 힘내라고 쿠폰 보내주신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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